'동경인연'(이은주)은 유학 시절 만난 특별한 인연들을 회고한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헌책방 아저씨로서 고학생인 외로운 문학도에게 속 깊은 친구로 다가온다.

18 December 2014 Nakano,Tokyo seen from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Building (Shinjuku,Tokyo) at night. By Unknown chemist8103 - Own work, CC BY-SA 4.0
헌책방 아저씨는 낡은 다다미방에서 개 한 마리와 생활했다. 아저씨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 작은 헌책방 안은 정리가 안 된 책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가끔 가격을 물으며 아저씨를 바라볼 때면 장사에는 통 관심이 없다는 얼굴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해 여름방학에도 서울행 대신 4조반 다다미방에서 책읽기와 과제물인 단편소설을 쓰며 보냈는데 최고로 더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런 어느 날 나는 나카노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기로 결심하고 교통비가 드는 외출을 결행했다. (중략)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나카노 헌책 도매’에 가던 헌책방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다. "어디 가니?""나카노 도서관 가요."
이렇게 몇 마디 주고받다가 도매상에 도스토옙스키 전집이 있으면 사고 싶다고 했더니 아저씨는 나카노 역 옆에 도매상이 있으니 그럼 들렸다 가라고 했다.
그날 우린 친구가 되었다. - 2부 헌책방 시바타 아저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