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인연'(이은주)은 유학 시절 만난 특별한 인연들을 회고한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헌책방 아저씨로서 고학생인 외로운 문학도에게 속 깊은 친구로 다가온다.

18 December 2014 Nakano,Tokyo seen from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Building (Shinjuku,Tokyo) at night. By Unknown chemist8103 - Own work, CC BY-SA 4.0






헌책방 아저씨는 낡은 다다미방에서 개 한 마리와 생활했다. 아저씨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 작은 헌책방 안은 정리가 안 된 책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가끔 가격을 물으며 아저씨를 바라볼 때면 장사에는 통 관심이 없다는 얼굴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해 여름방학에도 서울행 대신 4조반 다다미방에서 책읽기와 과제물인 단편소설을 쓰며 보냈는데 최고로 더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런 어느 날 나는 나카노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기로 결심하고 교통비가 드는 외출을 결행했다. (중략)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나카노 헌책 도매’에 가던 헌책방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다. "어디 가니?""나카노 도서관 가요."

이렇게 몇 마디 주고받다가 도매상에 도스토옙스키 전집이 있으면 사고 싶다고 했더니 아저씨는 나카노 역 옆에 도매상이 있으니 그럼 들렸다 가라고 했다.

그날 우린 친구가 되었다. - 2부 헌책방 시바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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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붉은 색이다.

Girl in Red, c.1919 - Chaim Soutine - WikiArt.org


Woman in Red, c.1923 - c.1924 - Chaim Soutine - WikiArt.org


화가 수틴 때문에 '수틴'으로 검색했더니 몽골 출신 여성 음악가 수틴 에르데네바토르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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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of the South Downs Way, Eastbourne 26 June 2018 By AndyScott - Own work, CC BY-SA 4.0


https://en.wikipedia.org/wiki/South_Downs_Way


By AndyScott - Own work, CC BY-SA 4.0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산책 2'(표지가 세븐시스터즈 절벽이다)로부터 옮긴다. 해안 산책을 상상해본다.






영국의 길들은 또 얼마나 걷기 즐거운가.

내가 영국에서 가장 즐거워하고 감탄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탁 트인 드넓은 들판을 걷고 활보하는 기쁨이다. 나는 윈체스터에서 이스트본 방향으로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있는 해안을 따라 석회암이 펼쳐진 사우스다운스웨이(South Downs Way)를 걸었다. 몇 년 동안 무수히 많은 길들을 따라 걸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길을 가장 좋아한다. 왼쪽으로는 푸른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진 언덕들이 봉긋하게 솟아있고 오른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눈부시게 반짝이며 펼쳐져 있다.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절벽 능선이 이 두 곳을 가로지르고 있다. - 세븐시스터즈: 단언컨대 영국 시골처럼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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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해외저자사전, 2014. 5.)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8510&cid=44546&categoryId=44546


산문선 '달콤한 그믐' 수록작 '큰 강의 강물'(아쿠타가와 류노스케)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Kiko K 2024년 9월


아래 책들에도 이 글이 실려 있다.




누군가 내게 ‘도쿄’의 냄새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스미다강의 강물 냄새라고 말할 것이다. 냄새만이 아니다. 강물의 색깔과 속삭임은 내가 사랑하는 도쿄의 색이자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커다란 강이 있기에 도쿄를 사랑하고, 도쿄를 사랑하기에 생활을 사랑한다. (1912년 1월) - 큰 강의 강물(아쿠타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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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로부터 입수된 Vicki Hamilton님의 이미지


봄밤의 모든 것-백수린 지음 - 광주일보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2482800781476026 [‘호우豪雨’,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는 대학교의 유적 답사 동아리 회원이었던, 사십대 후반에 접어든 세 친구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작소설이다.]





남편과 아이가 나가고 나자 집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그녀는 설거지를 했고, 어질러진 침구들을 제자리에 정리했다. 집 안이 꿉꿉한 것 같아 인터넷으로 제습제를 몇 개 주문했다. 또 한 번 재난 문자가 왔다.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입니다. 위험한 지역에 접근하지 마시고 반지하주택이나 지하상가 등에 물이 차오르거나 하수구 역류 시 대피해주세요.

어린 시절 언니가 학교 간 사이 아버지의 복사실 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활자가 찍힌 종이와 책을 가지고 놀았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읽는 것을 좋아했고 책과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책을 가장 많이 읽은 것은 열네 살 때였는데, 그 시절은 새로 진학한 중학교 생활에 전혀 적응을 못 해서 친구 없이 외톨이로 지내던 시기였다. - 호우(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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