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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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게 가장 아프고 슬픈 시간이 있다면 흔히들 말하는 '잃어버린 30년' 일제강점기일 것이다. 잃어버린 아니 잊고 싶은 30년은 우리 민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고 갑자기 밀려든 서구 사상들은 검증할 시간도 역량도 없었던 우리 민족은 국제적인 '피해자'가 되었고 500년이라는 엄청난 역사를 가진 조선이라는 왕조도 피해자가 되었다. 대한 제국의 허울뿐인 황제는 자신의 황실을 챙길 여력이 없었고 그렇게 황실의 가족들도 피해자가 되었다. 《잃어버린 집》은 그 피해자들 가운데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실 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의지 없는 유약한 인물로 그려지던 영왕 이 은의 모습이 조금은 낯선 모습으로 등장한다. 베스트셀러 『덕혜옹주』권비영 작가가 이번에도 엄청난 그림을 그려낸 듯하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 역사적 근거가 부족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 권비영은 이 소설《잃어버린 집》을 통해서 글로 보이는 그림보다는 마음으로 그릴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p.9. "고생하였다. 힘든 세상 살아내느라 고생하였다."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 은의 삶을 일본의 정치쇼에 이용된 나약한 황태자가 아닌 깊은 고뇌에 빠져 국가와 국민을 생각했던 군주로서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역사를 접하는 재미중 하나가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만큼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들도 특별하다. 이 은의 아들 이 구 그리고 아내 마사코를 비롯해서 아주 특별한 이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서 흥미와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첫 문장(나는 죽었다. 이미 오래전에.)부터 시선을 고정시키는 흥미로운 문장으로 시작한《잃어버린 집》은 한국과 일본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마지막 황제 가족들의 비통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나라는 해방이 되었으나 어머니의 나라는 패망하였다.'라는 문장이 이들 가족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궁궐에 살았었지만 해방된 아버지의 나라에서는 이제 궁궐은 자신들의 집이 아니고 멋진 저택에 살았었지만 어머니 나라의 그 저택도 자신들의 집이 아니다. 어느 곳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조국 잃은 국민들과 같은 처지에 처했던 이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이 구의 삶에 비하면 그래도 이 은의 삶은 조금은 덜 비극적이다. 이 구의 아내 줄리아의 삶에 비하면 이 구의 삶은 행복한 삶처럼 느껴진다.


p.308. 사랑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헤매는 일이다. 어둠 속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다. 빛을 찾지 못하면 어둠 속을 헤맬 수밖에 없다. 어둠 속에서는 작은 빛이라도 아름답다.


다양한 모습의 삶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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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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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 다방면의 57명의 전문가들에게 촘촘하게 들려다 본 책이라 정말 기대됩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전쟁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빨리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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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1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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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 다방면의 57명의 전문가들에게 촘촘하게 들려다 본 책이라 정말 기대됩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전쟁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빨리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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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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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페미니즘의 흐름을 시대순으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촘촘하게 톺아보는 《여전히 미쳐 있는 Still Mad》의 시작에서 힐러리 클린턴 아니 힐러리 로댐의 멋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책은 '항의 행진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글을 쓴다.(p.11)'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그녀는 타당한 이유로 여전히 미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두 사람도 마찬가지다.(p.488)'는 문장으로 본문의 끝을 맺는다. 여성운동에서 엄청난 역량을 보여준 멋지게 미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다

힐러리 로뎀

《여전히 미쳐 있는》은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서의 '나'가 아니라 나 자신 자체로서 인정받고 살아가려고 하는 여성들의 힘겨운 여성운동을 많은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글과 삶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다. 미국 페미니즘의 역사는 물론 여성운동이 함께한 가치 있는 활동들도 보여주고 있어서 페미니즘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혁신 운동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페미니즘의 시작부터 다양한 모습으로의 변화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여성운동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어서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무지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20세기 말 미국의 도덕적 타락에 기여한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를 가장 선명하게 다룬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와 가장 단호하게 다룬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가 들려준 애니타 힐 성희롱 사건을 보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도대체 누굴 위한 제도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1991년 애니타 힐 사건을 조사한 상원 법사 위원회 위원장이 현재 미국의 대통령 조 바이든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것도 의아하지만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것도 의아하다. 정말 이 책에서 소개한 <타임>의 제목 "페미니즘은 죽었는가?"처럼 미국의 페미니즘은 죽은 것일까?


1950년대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작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정말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았고 모두가 다 좋았다. 작가들의 삶은 하나같이 드라마틱 했다. 특히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삶을 산 앨리슨 벡델『펀 홈』『당신 엄마 맞아?』는 꼭 읽어보고 싶다. 페미니스트 작가 벡델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자 생기는 정말 놀라운 일들을 담은 책이다. 『펀 홈』은 아버지와의 일을, 『당신 엄마 맞아?』는 엄마와의 일을 바탕으로 담은 것이라 한다.


p.437. "엄마는 엄마의 엄마에게서 주로 뭘 배웠어요?"

···(중략) ···

"아들이 딸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지."


이 책에서 소개한 작품들을 통해서 페미니즘을 제대로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작품 속에 녹아있는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그렇게 공감하고 그 공감이 페미니즘을 더욱더 공고하게 또 넓혀나가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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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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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모사 1867》은 대만의 역사소설가 첸야오창陳耀昌 구상하고 있는 '대만삼부곡'의 첫 번째 작품으로 2021년 대만에서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스카루SEQALU>의 원작이다. 기록된 역사에 작가의 상상을 더해서 흥미롭게 만들어낸 역사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기록된 역사'는 새로운 지식을 만나는 즐거움을 주고,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는 그 즐거움에 재미와 흥미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흥미로운 역사에 빠지고, 재미난 스토리에 빠져 역사 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680여 페이지의 분량을 자랑하는 벽돌책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정말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첫 번째 매력은 역사적 사실을 촘촘하게 톺아보고 알려준다는 것이다. '양안'으로 대변되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제대로 오해하고 있었던 무지에서 건져준 책이다. 대만이라는 섬에 그렇게 많은 종족(낭교18부락연맹)이 존재했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들의 생활방식도 놀라웠다.


두 번째 매력은 낯선 지명과 용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약간의 긴장은 흥미와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세 번째 매력은 역사(사실)에도 소설(허구)에도 치우치지 않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역사 속 인물(이양례)이 허구의 인물(접매)과 사랑에 빠지고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상상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16세기 대만을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이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별칭으로 부른 '포르모사'는 그 후 근대화 과정에서 전혀 아름답지 못한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당시 대만 원주민들의 비극의 시작점을 찾아보는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한다. 허구와 역사를 구별하고 이야기를 접하고 싶다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들려주고 있는 '에필로그'를 만나보길 바란다.


이 소설에서 눈에 밟히는 인물은 '문걸'이다. 그런데 더 가슴 먹먹하게 하는 것은 이 인물이 실존 인물이라는 것이다. 임문걸로 살다가 문걸이 되고 다시 반문걸이 된 사내.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으로 '사가라족'을 이끌었던 지도자. 하지만 현실과의 타협은 자신의 종족을 사라지게 했다.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 다른 의미에서 눈에 걸리는 인물은 '이양례'이다. 프랑스인(샤를 르 장드르)이지만, 미국(찰스)을 택했고 또다시 중국인(이양례)으로 살다가 일본인(이선득)으로 조선에서 죽은 남자의 삶도 만만치 않게 불행하다. 어디에도 녹아들지 못한 '이방인'의 삶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오늘날 대만과 중국의 통합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까닭을 알려주고 있다. 대만에는 한족이 건너오기 이전에 그곳에 살던 많은 종족들이 있었다. 그 종족들이 서양인을 만났을 때 생긴, 생길 수 있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대만의 근대사를 제대로 맛보게 해주는 역사 소설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만들어낸 '나비효과'의 시작점을 1867년의 한 사건으로 잡고 있다. 그때 포르모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RH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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