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지 않을 결심 - 이기적 본능을 넘어서는 공감의 힘
카렌 암스트롱 지음, 권혁 옮김 / 불광출판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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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역사』를 발표한 세계적인 종교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카렌 암스트롱의 놀라운 책《상처 주지 않을 결심》을 만나보았다. 200여 페이지의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의 책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세계적인 종교학자답게 기독교를 비롯한 힌두교, 불교 등에 이르는 많은 종교들을 비교하여 때로는 공통점을 또 때로는 차이점을 들려주고 있다. 거기에 소크라테스, 공자 등의 철학까지 보여준다. 깊이 있는 생각을 폭넓은 지식으로 편안하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정말 놀라운 책이다.


다소 낯선 이야기들도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놀라움과 편안함이다. 종교가 가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듯한 오늘날의 종교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저자의 생각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다. 특히 이 책은 종교나 철학 또는 인문학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단순히 이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좋았다.


저자는 '자비'를 인간답게 사는 방법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그 자비를 바탕으로 삶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12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첫 단계부터 나의 무지에 놀라고 말았다. '자비'를 타인을 위하는 마음 동정에 가깝게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자비란 동정이 아니고 공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타인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들을 자기중심주의에 중독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으로 12단계를 한 단계씩 차례대로 습관들이기를 권하고 있다.


12단계의 첫 단계 '자비란 무엇인가'는 자비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정립하게 해주고 있다. 두 번째 단계부터는 제목만 읽어도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한발 물러나 세상을 둘러보라','내 마음 사용법 익히기', '고통을 마주 하라','일상의 작은 행동부터'등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뻔한 문장들이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만나본 '뻔한'이야기들이 아니다. 저자가 왜 이 책을 통독 후에 자주 읽어보라 권하는지 빠르게 이해되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10. '자비(com + passion)'는 '다른 사람과 함께[어떤 일을]견딘다'는 의미이다.


종교학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종교 이야기들의 재미와 삶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를 만날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불광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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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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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을 시작으로 『자기만의 방』등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너무나 사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을 만나보았다. 버지니아 울프 문학을 연구하는 박신현 문학평론가가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4000여 통의 편지들 중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96통의 편지를 골라서 번역한 편지 모음 책《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는 많은 인물과 다양한 편지 내용들을 통해서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에 대해 인간적인 면을 조금 더 깊게 만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특히, 책의 뒤편에 실린 세 편의 에세이가 멋진 표지와 함께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는 듯하다. 표지로 시선을 끌고 편지로 관심을 증폭시켜 에세이로 버지니아 울프에 몰입하게 한다.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을 남성들을 '두 배쯤 크게 비추는 마술 거울'이라 비유했던, '자유'를 삶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편지 속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100여 년 전에 영국에 살았던 여성 작가의 삶은, 여성의 삶은 어떠했을까?

1901년 엠마 본에게 쓴 편지를 시작으로 언니 바네사 벨, 에델 스미스 그리고 남편 레너드 울프 등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만나볼 수 있다. 첫 편지의 제목'나는 결혼하지 않는 공동체를 설립할 거야'부터 흥미를 끌어모은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자유, 2부 상상력, 3부 평화로 나누고 작가가 되기 전(1882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1941년)까지 시간의 흐름 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며 자신의 재능에 불안해하고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등 을 들려주며 자신을 찾기 위한 고민을 이어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들을 통해서 삶에 대해,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진중한 시간을 선물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또 각 편지에는 편지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편지를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친절한 역자의 '각주'가 붙어있어서 편안하게 버지니아 울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만나는 또 다른 재미는 책에 실린 사진으로 편지의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모습을 한 누구와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지 또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지 찾아보는 재미를 만나보길 바란다.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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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소년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4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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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을 힘들게, 상처 받게 하는 건 어른들인듯하다. 특히 부모.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부모들을 마음 껏 미워하지도 못한다. 사랑하는 감정과 미워하는 감정이 뒤섞인 혼란 속에서 아파한다. 『리버 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의 장편소설《밤을 달리는 소년》의 주인공 지니도 그런 착한 아이다. 지니의 부모는 열다섯 살 지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나쁜 부모다.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힘없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끔찍한 범죄행위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정폭력을 소재로한 이야기는 아니다. 더 큰 폭력의 어둠이 지니를 기다리고 있다. 그 어둠은 지니를 달리게 만든다. 처음에는 그 폭력을 피하기 위해 달리고 나중에는 엄마, 아빠를 살리기 위해 달린다. 자신의 목숨만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를 위해 달리는 것이다. 밤만 되면 계속 달리는 지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고 먹먹하다. 눈물을 흘리며 달리는 열다섯 소년 지니의 모습은 너무나 가엾고 너무도 안타깝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던 지니는 어느 날 등교하지 않고 집에 머문다. 그런데 그날 또 다른 폭력이 집에 침입하고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지니는 침대 밑에서 엄마의 비밀도 듣게 되고 너무나 무서운 플래시 코트도 만나게 된다. 플래시 코트는 집에서 무언가를 찾아오라고 시키더니 나중에는 무언가를 배달시킨다.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그렇게 이야기는 소년이 주인공인 누아르 영화처럼 엄청난 긴장감을 가지고 빠르게 결말에 닿는다. 지니가 들고 달린 건 무엇일까? 총을 맞고 병원에 있는 엄마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지니 집에 무언가를 숨긴 범인은 누구일까? 지니는 물론 부모의 목숨을 빼앗겠다며 지니를 협박한 범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런데 이런 엄청난 사건들이 연이어 소년을 괴롭히고 있을 때 지니의 아빠는 어디 있는 걸까? 재미와 흥미로 시작한 이야기가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 매력 만점의 책이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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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 - 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
샬럿 멀린스 지음, 김정연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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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소소의책의 역사 교양서 《예술의 역사》를 만나보았다. 『철학의 역사』, 『고고학의 역사』, 『시의 역사』 등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흥미롭고 재미나게 '역사'를 들여다보던 시리즈가 이제 '예술'의 역사를 풀어내고 있다. 영국의 미술평론가이자 작가, 방송인인 저자 샬럿 멀린스는 이 책에서 예술과 예술가들이 우리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폭넓은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연대표로 보는 예술의 역사'를 시작으로 인류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대표의 시작인'10만 년 전'남아프리카 동굴 속 물감이 든 소라 껍데기부터 연대표의 끝 '2000년대'리사 헤이하나「금성을 찾아서(오염된)」까지 편안하고 쉽게 하지만 미술 사조를 촘촘하게 들려주고 있다. 특히 서양 미술사 위주의 설명이 아니라 동양은 물론 아프리카, 남아메리카까지 폭넓은 미술사를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 많은 여성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더 흥미롭고 즐겁게 예술 역사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미술 평론가의 악평에 소송을 걸어 승소했는데 화가는 왜 파산한 것일까? 진시황의 테라코타 작품은 무엇일까? 종교가 예술의 중심이 된 까닭은? 마네, 고흐, 피카소 등 너무나 유명한 예술가들은 기본이고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작가들은 남성 작가들의 그림자에 가려있던 여성 작가들이다. 특히 '관도승'이라는 작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조선의 누군가가 떠올랐다. 승소하고도 파산한 예술가를, 관도승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예술의 역사》를 만나보길 바란다.


정말 많은 흥미로운 예술 이야기들 중에서 머리와 가슴에 동시에 남은 작가와 작품은 식민지 개척자들에게 억압받은 식민지의 문화사를 영화 속에 담았다는 작품「금성을 찾아서(오염된)」와 작가 리사 헤이하나이다. 1시간 분량의 영상 제작에 10년이 걸린 작품, 20미터가 넘는 스크린 위에 펼쳐진 작품. 정말 마음 가는 멋진 작품이다. 이 작품 외에도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과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예술의 역사를 많은 사진 자료와 편안한 해설과 함께 할 수 있는 친절함이 촘촘하게 박힌 매력적인 책이다.


"소소의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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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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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자이너로서 인정받고 수상 경력도 있는 작가 홀리 그라마치오의 독특한 상상력이 담긴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를 만나보았다. 작가의 또 다른 직업이 게임 디자이너인 까닭인지 정말 다양한 성격과 외모의 남편들이 등장한다. '다락방'이라는 신비한 통로를 통해서 정말 많은 남편들이 내려온다. 폭력적인 남편도 있고, 엄청난 부富를 가진 남편도 만나다. 하지만 또 다양한 이유로 그들을 다시 다락방으로 돌려보낸다.


친구 엘레나의 결혼 축하 모임에 참석했다가 늦은 밤 집에 돌아온 로렌을 낯선 남자가 집 안에서 맞이한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없었던 남편이 있었다. 결혼한 사실조차 없는 로렌에게 남편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집안이 혼자 살 때와는 달라져있고 결혼사진도 걸려있다. 그리고 확인해 보니 주위 사람들도 자신의 남편도, 결혼도 알고 있다. 너무나 황당한 사건의 시작이 다락방인 것을 알아내고 원인을 찾아보려 하지만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남편들을 다락방에 돌려보내다가 스스로 다락방으로 돌아가려는 보하이를 통해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400번이 넘게 옷장에서 옷장으로 결혼 생활을 해온 보하이는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알고 있을까?


p.254. "그런 건 비교할 수가 없어. 당신이 정말 남편을 좋아했다면 얼마나 오래 함께였느냐와 상관없이 슬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야기는 시종일관 가볍다. 로렌이 다락방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남편들과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가벼운 웃음을 준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 다락방이 생긴다면, 내가 로렌의 입장이라면 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우리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듯이 결혼, 비혼, 이혼은 선택의 영역일듯하다. 하지만 모든 선택을 올바르게 할 수 없듯이 결혼도 마찬가지일듯하다. 선택에 대한 최선을 다해보는 것만이 해결책일듯하다.


결혼이라는 사회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남편을, 아내를 바꿀 수 있는 신비한 '다락방'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로렌의 재미나고 흥미로운 결혼 생활을 만나보길 바란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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