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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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도어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건 많이 부담스럽다. 어렸을 때는 더 심했던 기억이 있다. 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받은 임상심리학자 키렌 슈나크가 불안에 노출될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해 만든 심리 치료제이다. 특히 지금처럼 불안이 만연한 시대에 꼭 필요한 '불안'치료법을 담은 실용서이다. 저자의 흥미로운 심리 상담 경험을 들려주는 에세이로 착각하고 선택한 책이었지만 아주 가끔 선택의 실수가 만들어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두통에도 원인이 다양하듯이 불안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고 발현되는 모습도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그런 까닭으로 저자는 1장부터 10장까지 계단을 오르듯 순서대로 차분하게 따라 오기를 바란다. 조금씩 천천히 '불안'을 알고 불안과 맞서는 과정을 촘촘하게 제시하며 불안 문제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수단과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서 접한 실제 환자의 사례를 통해서 '개념'을 설명하고 있어서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불안의 정체를 알려주고(1장), 스트레스, 신경계를 진정시킬 수 있는 기법도 소개해 준다.(3장) 점점 수위를 높이던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유명한(?) 불안들(질병불안장애, 공황 발작, 사회불안장애 등)을 만나게 한다.(8장) 이름난 불안들을 회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 알려주며 도달한 곳은 '트라우마'이다.(9장) 언제부터인가 자주 접하게 된 트라우마의 치료법은 무엇일까?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노련한 심리상담사답게 글에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고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가볍고 기초적이지는 않다. 각 장에서 다루고 있는 디테일한 내용이 신뢰감을 주고, 각 장의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리'부분플러스(+) 팁 부분의 촘촘함은 이 책의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간단명료하게 도식화한 설명과 잘 정리된 방법들이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자기 주도적 치료'에 도전할 용기를 갖게 하는 실용적인 책이다.


p.24. 자기 주도적 치료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복력을 높이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어 불안 극복에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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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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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김승옥문학상은 1960년대 한국 현대소설의 빛나는 한 정점을 보여준 작가 김승옥의 등단 오십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다. 2025년 제10회 수상작품들을 담은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만나보았다. 단편소설은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다. 하지만 수상작품집에는 그 난해함을 해소할 수 있는 평론가들의 해설을 접할 수 있어 조금은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집에는 수상 작가들의 '작가노트'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문학에 대한 무지를 조금 더 해소할 수 있었다.


설령 그곳이 바다 한가운데거나 깊은 산속이더라도 당신이 흔적을 남기는 순간, 그곳은 당신의 길 한복판이 아닌가. 「스페이스 섹스올로지」 김인숙


장편소설에서는 흔치않은 속도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단편소설이 가진 매력인듯하다. 감정의 흐름도 스토리의 흐름도 빠르다. 그렇기에 작가가 이야기에 담고 있는 깊이 있는 주제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버겁다. 역시 해설의 친절함을 기대어 두세 번 읽어본다. 김승옥문학상의 대상 작품들이 등단한지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쓴 단편소설이라는 점이, 자신만의 문체를, 색깔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이 현대소설의 문외한을 위로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빈티지 엽서」 김혜진


작품집에는 일곱 편의 작품이 각자의 색을 가지고 빛나고 있다. 일곱 명의 작가들이 그리고 있는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을 그리고 관계가 흐려지고 결국에는 끊어지는 다양한 원인을 보여주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든 계엄이 배경이 되고, 사북 탄광 노동·민주화 항쟁이 배경이 된다. 인간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볼 수 있었고, 오해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만날 수 있었다. 호의가, 선의가 무시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오늘을, 물질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의 씁쓸함을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다.


일곱 작품들 중 제목에 속아서 처음으로 읽었던 배수아 작가의 「눈먼 탐정」은 문학평론가 김미정의 친절함도 속수무책이었다. 탐정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가벼운 추리 소설을 생각한 것이 잘못일까? 2025년도 저물고 있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일곱 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보는 것. 그렇게 현대소설에 조금씩 다가가보고 싶다. 2026년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조금 더 수월하게 만나보고 싶다. 멋진 작품들 속에서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향기가 건넨 꽃을 나는 뱀으로 받았다. 「돌아오는 밤」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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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월 想林月 - 사색하는 숲에 뜬 달
민진 지음 / 장미와여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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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여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화가 민진이 그림 작품을 글로 옮겨 놓은 흥미로운 '작가 노트'를 만나보았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소회를 담은 에세이로 생각하고 선택한 책이 민진이라는 화가의 동명의 개인전을 찾아보게 했다. 작품에 대한 해설을, 그림 속 이야기를 소설로 표현하고 있어서 화가의 그림을 만나봐야 작가의 소설이 이해될 것 같았다. 그림 작품에 담은 생각을 이야기로 다시 한번 탄생시킨 멋진 소설《상림월想林月에는 그, 그녀, 남자, 여자의 각자의 숲이 있다. 그리고 그 숲에 달빛이 비칠 때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p.19. 그의 숲의 변화를 알아차린 그녀는 절망했다.


그래도 그녀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작은 나뭇가지는 잘자라나갔다.

그때쯤이었다.


홍학들이 사는 숲에 사는 남자가 그녀의 숲을 지긋이 바라보던 때가.

작가 민진의 그림 작품을 보기 전에 접한 소설은 불륜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있는 가벼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민진 작가의 작품을 보고 느낀 감성을 가지고 만난 소설은 달빛만큼이나 깊고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고 있다. 밝지만 태양처럼 뜨겁지 않게,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지만 우리에게는 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달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파장이 우리들의 숲의 모습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작품에서 숲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달 속에 그려진 숲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의 의도를 모두 알 수도 없고 또 알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같은 시를 읽어도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사람과 금방 이별한 이의 느낌은 다를 테니 말이다. 그의 숲과 그녀의 숲, 남자의 숲과 여자의 숲에서 벌어진 일들이 달빛을 통해서 서로의 숲으로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다. 표지에 등장한 홍학과 장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면 남자의 숲을 방문하면 된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기 전에 그의 숲도, 그녀의 숲도 방문해 보길 권한다.


사색하는 숲에 뜬 달이라는 《상림월想林月의 부제는 이 책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짐작은 딱 거기까지다. 표지의 그림에서 두 마리의 홍학이 더 가까이 다가선다면 하트가 그려질지도 모르는데 중심을 비워둔 까닭은 무엇일까? 주제나 소재만 보면 참 평범한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인데 글 속에 그림을 담고, 행간에 그림의 주제를 품고 있어서 특별한 소설이 되고 있다. 나의 숲속에 달빛이 비칠 때, 나의 숲에 엄청난 바람이 불어올 때 아마도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 그림이 문장이 되고 문장이 그림이 되는 특별한 공간으로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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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예 남편 아내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 드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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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 Master Slave Husband Wife 2024년 퓰리처상 전기(傳記) 부문 수상 작품으로 한 노예 부부의 탈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이 이야기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이 책이 '논픽션'이라는 점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미국 역사 속에 기록된 인물들이고, 이야기에 소개된 사건들은 그 시대의 신문 기사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이 기록하고 싶은 의미를, 소설이 말하고 싶은 생각을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되새기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남북전쟁 전의 미국 사회를, 역사를 만나본다는 즐거움에 크래프트 부부의 자유를 향한 목숨을 건 탈출 이야기의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왠지 모르게 촘촘하게 주석 하나하나 검색하며 읽어보고 싶었다. 서평을 빨리 올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출판사에는 미안했지만 천천히 만나보고 싶었다. 우일연 작가도 인사말에서 언급했듯이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라는 점이 큰 울림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분열의 시대로 내몰고 있는 것들이.


p.38. 어머니를 노예로 만든 남자는 엘렌의 주인이기도 했다.

그녀의 아버지이기도 했고.


유럽 전역이 혁명이라는 소용돌이로 불타오르던 1848년 미국 조지아주의 예속 피해자(노예)인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는 자유를 찾아서,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속박'이라는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8000여 킬로미터의 대탈출을 시도한다. 백인 남자 주인으로 또 그 주인을 섬기는 노예로 위장한 부부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당시 미국에서 예속 피해자(노예)들에게 안전한 곳은 어디였을까?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의 친절함은 당시 부부의 탈출 경로를 그림(지도)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사진들을 짧은 설명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미국 남북 전쟁의 원인을 '노예 정책'의 찬반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깊은 속내를 알 수 있었다. 목화 재배를 위한 노동력(노예)이 필요했던 남부보다는 덜하지만 면화 산업을 위한 목화가 필요했던 북부도 노예 정책에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방보다는 유지.


p.583. 우드빌에서 활동하는 그들에 대한 반대는

이번에는 남부가 아닌 북부에서 찾아왔다.


당시 상원 의원들(다니엘 웹스터, 헨리 클레이, 존C.캘훈)의 연설을 통해서 인간(노예)이 주택처럼 담보로 사용되었던 당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인간이 재산이 되고, 재산이니 당연히 거래의 대상이 되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학교, 공공시설, 교통수단 등에서 백인과 흑인을 분리시키고, 흑인에 대한 차별을 법적으로 정당화한 '짐 크로 분리법'이 19세기 말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품게 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억압받았던 이들의 긴장감 넘치는 탈출 기록과 미국이라는 커다란 공동체, 연방이 형성해 가는 과정을 정말 재미나게 만나 볼 수 있는 책이다. 글이 눈길을 빼앗고 문장이 마음을 사로잡아 소설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든《주인 노예 남편 아내》와 함께 떠나는 미국 역사 여행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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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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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먹는토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156. 대화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생각하고 말해야 합니다.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그리워지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엄마'일 것이다. 오래도록 옆에서 응원해 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지만 늘 고맙고 그리운 존재가 '엄마'일 것이다. 그런 '엄마'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감성 에세이를 만나보았다. 《엄마의 얼굴》은 전前 KBS 아나운서 김재원이 초등학교 시절 간암으로 이별한 '엄마'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6시 내 고향」, 「아침 마당」을 오랜 시간 진행했던 김재원 아나운서가 엄마를 그리고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남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글자 하나하나에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띠지에 실린 시인 정호승의 문장"산문을 읽었는데 모과향 같은 시의 향기가 난다."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말을 직업으로 삼은 저자답게 감수성 넘치는 글은 화려하지 않게 넘치지 않고 이성을 바탕으로 쓴 문장은 책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저자의 문장을 빌리자면 이성과 감성의 사이에서 향기로운 꽃을 피운듯하다.


p.228. 잘못과 실수는 흠이 아닙니다. 과정입니다.


60여 개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지금도 '의자 방송 사고'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신의 흑역사도 위트 있게 들려준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아버지와의 안타까운 시간을 추억하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며 책 속으로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언급하며 과정의 중요함을 보여준다.


p.176. 용기는 위기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위기를 위기라고 인정하는 자신감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며 《엄마의 얼굴》에서 '관계'와 '애도'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있다. 불편한 '관계'를 지혜롭게 건너가는 방법도 보여주고, 적절한 '애도'가 필요한 까닭도 들려준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이라 말하며 말하기를 열심히 연습하고 정성을 다하라고 말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또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선물할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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