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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의 사랑 ㅣ 달달북다 12
이미상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이미상 소설/ 북다
로맨스×칙릿 로맨스×하이틴 로맨스×퀴어 로맨스×비일상의 네 가지 주제로 출간되었다. 이 중 하나만 고른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는데 느 주제도 무겁지 않은 것 없고, 중요하지 않은 것 없다. 사실 조금 마음이 기우는 것은 비일상 쪽이긴 하다. 지금 비일상을 살아가는 내게, 특히 이번 소설 '잠보'의 사랑....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수면에 의지하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회피성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고 사람을 잘 만나지 못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이 두렵고 이 모든 것을 잠에 의지하는 사람.... 자기 회피나 무기력, 수면 과다의 패턴, 하고 싶은 일보다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소설의 첫 페이지는 그냥 다 필사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잠은 병이자 재능이다. 잠을 소죽음이라고 한다면 남들은 하루에 기껏해야 여덟 시간을 죽지만, 우리 잠보들은 최소 반나절은 죽고 그것이 정말로 죽어버리는 일을 막아준다.
그리하여 과수면의 은총을 받은 잠보들, 부모와 자매와 형제로부터 잠을 혀실 도피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지청구를 듣는 우리는 언제나 잠에서 깨고 싶으면서도 잠이 깰까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잠이 오는 것은 괴로움이 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이므로 나는 애매한 불행이라면 질색이다. p10
수마( 잠의 마귀)
한 문장 한 문장이 아팠다. 비유를 하자면? 털이 많은 부위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가 확 잡아뜯는 느낌처럼, (털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지금 딱히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는 것 같다. 혹은 꿀꺽 삼켜버린 콜라가 한 박자 늦게 치고 올라오는 목 따가움이랄까?
선숙이 누나만 이름이 나오고 정작 주인공의 이름은 알 수 없다. 다만 잠보일 뿐..
분리 불안을 겪는 개 덕분?에 두 사람의 첫 만남 그리고 사랑과 헤어짐이 무척 자연스럽고 또 부자연스러웠다. 어쩜 이렇게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헤어질 수 있을까 싶은데 그것은 마치 잠을 자고 깨면 모든 게 꿈이었다는 느낌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침내 책을 덮었을 때, 아까 아는 왜 그리 아팠지?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맨살에 스카치테이프 떼 듯이 아팠는데 그것도 꿈인 듯싶다.
침대에 한 번 구르고 깊은 잠을 자고 싶다. 잠에 들 때 스르르 잠에 빠지는 그 찰나의 순간이 나는 무척 두렵다. 마치 영원히 깨지 않을 것 같아, 죽음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한 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다시는 깨지 말았으면...
그러니 인간은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이왕이면 자면서 고통 없이 간절히 죽고 싶고 또 살고 싶다.
북다의 열두 번째 미니 픽션, 잠보의 사랑
세상의 모든 잠보들에게 추천한다. 이 소설 읽고 죽음 따위 생각지 말고 제발 살아달라고!!
( 오랜만에 가식 없이 써보는 솔직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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