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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마이클 페피엇 지음/ 디자인하우스(펴냄)
세계적인 미술사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미술사, 예술가들의 전기, 무려 스물일곱 명의 예술가 이야기!! 표지 디자인부터 남다른 예술적인 이미지를 전해주는 이 책 설레며 펼쳤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감정 중에 가장 달콤한 것은 설레는 마음 아닐까? 들뜬 기대감을 이성으로 제어하기는 너무나 힘들다. 아침 출근길 코 끝에 날아온 꽃향기처럼, 새소리처럼, 언제 피었던가 싶었던 환한 장미를 보았을 때 어떤가? 아쉬운 봄이 너무나 짧은 요즘 책은 그렇게 내게 왔다.....

♣저자의 감성 가득한 문장
예술 감상에 진심인 사람들은 이미 머릿속에 예술가들을 모신 신전이 세워져 있기 마련이다........
이 문장에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 1900년대를 살다간 영국 대표 화기 프랜시스 베이컨 권위자, 전시 기획자이기도 한 저자는 화가 개인의 내밀한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담으면서도 또한 작품에 대한 냉철한 시선을 유지했다. 무려 32살이나 나이 차이가 있는 프랜시스 베이컨과의 친분은 그의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로써 나는 베이컨과 자코메티의 예술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특히 두 사람의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 그리고 두 예술가의 각기 다른 예술을 더욱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예술은 하나의 복합적인 장르로써 인간의 삶이 무한한 가치와 영감을 준다.
미술은 미술의 영역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서는 당대 철학자들까지 언급된다. 니콜라 드 스탈이 그의 작업실 밖으로 투신하는 장면, 미오드라그 두리치의 신체를 표현하되 예술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작품 등 개인이 느끼는 미적인 요소들은 사뭇 다를 것이다.

이 책에 언급된 화가들을 전부 언급하기에는 이 지면이 너무 좁다. 각 챕터마다 리뷰 한 편씩 쓸 수 있을 만큼 밀도 높은 해설, 읽다가 참아보고 검색하고 무한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는 책이다.
고흐와 같이 이미 알던 화가들 (고흐에 대해서도 사실 모르는 게 너무 많지만)보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화가를 언급해 보고 싶다. 조란 무시치, 그는 살아나오기 힘들다는 다하우의 강제 수용소 생활을 경험했다. 그는 비밀리에 약 200점을 드로잉 했고, 그중 일부가 남아있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 ㅠㅠ 세계대전 관련 자료는 최근에 공부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눈에 즐거운 작품만 아름다움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보는 것이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을 향해 마주 서게 하는 작품들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예술가들의 삶은 더 고통스럽다. 때로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창작의 고통은 축복이기만 할까...
죽은 후에 더 오래 살아남는 삶 앞에서 과연 나라면 이분들과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내내 감동하며 읽은 책, 혼자 보기 아까운 책,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기 아까운, 여운이 오래 남을 책이다. 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창작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