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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 ㅣ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2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닐 셔스터먼 장편소설/ 열린책들
→보호자는 청소년을 소급적으로 중절, 장기와 육체를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다는 '생명 법'이 대전제인 세계!!! SF 속 이야기는 곧 다가올 현실이거나 혹은 이미 와있는 현실이기도 한데 이런 미래는 제발 오지 않기를!!!
나의 분리된 상태, 낱낱이 분리되어 다른 사람의 일부로 살아가는 나라니! 생각할수록 소름 돋는다. 지난번 오프 모임에서 이 소설 얘길 했더니, 한 분이 말씀하셨다. 어차피 죽어서 장기기증하는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ㅎㅎ
디스토피아를 많이 읽었고 접해봤지만, 이건 정말 극한의 설정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2권쯤 왔으면 이 상황에 익숙할 만도 한데 아직도 '언와인드' 소재는 생각할수록 두렵고 소름 돋는다. 2권 『언홀리』는 충격을 더 명확하게 그려 보여주는데....
전작에서 한 쪽 팔을 잃은 코너
두 다리를 잃은 리사
해체되지 않기 위해 도망친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역시 해체된 아이들의 것으로 교환하기도 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소설 속 캠프 광고문은 섬뜩할 만큼 현실적이다. 진정 필요한 건 이해와 관계 회복인데, 시스템은 아이들을 ‘분열 상태’로 만들며 착한 아이로 길들이려 한다. 이 얼마나 기만적인가. 언와인드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들도 유괴되거나 납치되는 이곳은 개인의 인격 따위는 우스운 세상이다. 이번 권에서 가장 독특한 존재는 단연 ‘리와인드’ 캠이다. 언와인드된 아이들의 신체 부위를 조합해 만든, 인류 최초의 합성 인간. 그는 물리적으로는 ‘살아 있는 조각 모음’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도 고독하고 정체성을 갈구하는 존재다. 캠은 이 소설에서 ‘신화적 존재’가 아니라, 무수한 파편과 상처로 구성된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밀도 있는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요즘 내 삶의 화두다. 밀도 있는 글을 쓰려면 먼저 내 삶의 밀도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조각나고 모나고 파편적인 삶을 살아온 내가 과연 밀도 높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라면 캠도 마찬가지다. 리와인드 된 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캠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단순히 의료 목적이 아닌
선행학습된 뇌조직을 판매하는 모습은 지금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언와인드의 조각을 모아 태어난 합성인 캠의 장면은 괴물 소재의 프랑켄타인이 떠오른다. 사실 이 소설에 쓰이는 단어 일부가 끔찍한 언어들이 있는데 읽는 독자들이 청소년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떠올리면 청소년이 읽지 말아야 하는 건가 생각하는 어른 독자들이 물론 있겠지만,
내 생각엔 실제 우리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잔인하고 경쟁적이고 승자독식에 비인간적이다. 현실보다 잔인한 소설을 본 적이 없다고 쓰면 너무 과장인가!!!!! ㅎㅎㅎ 내 말에 반대한다면 당신은 어쩌면 꽃길만 걸었을지도 모른다^^
1권에서 아이들의 언와인드를 찬성하는 부모들에게 경악했는데
2권에서는 이를 반대하거나 심지어 막는 부모도 있었다. 이게 당연? 한 사회 아닌가?!!
제목의 의미, 묘지라는 단어는 개인의 죽음의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언와인드가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가 바로 묘지다. 일종의 공동묘지 ㅠㅠ
나는 선했으나, 불행했다. 불행은 나를 악하게 만들었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제10장의 문장이 떠오른다...... 코너, 레브, 미라콜리나를 비롯한 『언홀리』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에게도 적용될 수 다. 그들은 누구보다 선한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시스템과 부모와 사회의 무관심과 폭력 속에서 고통을 겪고, 때로는 그 고통이 그들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ㅠㅠ
코너가 읽는 언와인드 의뢰서 항목( 예를 들면, 예의가 없고 말을 듣지 않음, 개인위생 관념의 부족) 등은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무력감을 동반한다. 부모로서 우리가 한 실패라는 문장을 충격이다. 청소년 수거반이라니 ㅠㅠ 결국 우리가 책을 덮고 난 뒤에 기억하게 되는 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사랑하고 연대하는 인물들의 모습 아닌가
『언홀리』는 제1권보다 한층 깊고 날카로웠다... SF라는 장르를 빌려 인간과 시스템, 윤리와 신념, 존엄과 용서라는 묵직한 주제를 정면에서 다룬다빠른 장면 전환에서 깊을 울림을 느끼는 순간이다. 특히 현실의 낙태, 청소년 문제, 사회적 혐오 등과 맞닿아 있는 만큼 지금 우리 사회가 묻고 또 대답해야 할 많은 질문들을 품은 소설이다. 우리 각자에게 존엄의 자격을 묻는다....
1권을 읽었을 때 나 자신에게 물었다.
만약 한쪽 팔이나 혹은 다리를 다친다면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나는 불편한 대로 그냥 살아갈 예정이다. 언와인드의 몸으로 교체하지 않은 채로... 내 생각은 지금 2권을 읽고도 변함없다 ( 하..고집ㅎㅎ)
덧.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혹은 성인 독자에게도 토론할 내용이 너무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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