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리 장편소설/ 푸른들녘
마음속 상상의 친구와 함께 했던 것은 언제였던가?
그러고 보면 꽤 오랫동안 내게도 상상의 친구가 있었다.
설화도, 1년 365일 오염된 눈이 내리는 이곳. 저주 내리는 춤을 추는 설괴, 겁먹은 사람들을 잡아가는 천군의 병사들,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유일한 의원. 평생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리며 살아가고 싶은 주인공 심이연, 천군의 병사이자 식물학자 기파랑, 기후 위기를 해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누누이 등 온통 미스터리한 일로 가득한 설화도의 비밀!!
섬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거대한 음모 과연 이연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천군의 정체는 무엇일까? 살아있는 각종 캐릭터, 놀라운 반전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 부분, 의사 앞에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가 잃은 것은 단지 기억뿐이었을까? 소녀는 이제 더 이상 어른들의 문법을 믿지 않았다. 매일 밤 꾸는 꿈과 매 순간 보이는 상상의 친구.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오직 분노라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이연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상상의 친구는 동심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근거죠 p08
심이연은 크래커였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어둠의 해커 '균열을 일으키는 자.' 크래커. 불법으로 기업 비밀을 캐서 정부 요원에서 넘기는 게 이연의 일이었다. 여기서 시점 이동하여 소설은 본론으로 바로 들어간다. 꽤 짧은 서두인데 임팩트 있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얕잡아 보지 말자. 거대한 세계관이 숨겨져 있다. 우리 신화적인 요소와 미래 SF 적인 서사가 공존하는 재미.
『예티와 나』는 김영미식 세계관의 진화해 판이라고 할 수 있다. 설화도라는 폐쇄된 공간, 천군이라는 절대 권력자, 오염된 눈이라는 생태적 위협, 그리고 설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 이 모든 요소는 단순한 판타지 장치가 아니라, 현실을 비틀어주는 은유로 읽힌다. 특히 설화도의 척박한 자연환경과 ‘설괴가 춤출 때 내리는 오염된 눈’은 기후 위기와 그로 인한 사회 붕괴를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2권에서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무척 궁금하다.
2권에서 누누이를 끝내 부정하는 사람들, 2권에서 이연에게도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된다 ㅎㅎㅎ
왜 1권 도입부에서 정신과에 가고, 거짓말까지 해야 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ㅠㅠ
설화도 우물에 풀어진 기억 유도제를 먹으며 임상 실험 당한 사람들.... 코아 정부의 비밀, 살고 싶은 미래 도시 슬로건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장면, 재생 에너지, 경제 하층민, 영부인의 연구소 신약 개발, 환경 운동 단체 등 많은 소재들이 우리 현실과 닮아있었다.
김영리 작가는 『슈퍼루키」 『팬이」 『로고」등의 작품을 통해 늘 청소년의 시선에서 세상의 불합리와 불안,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을 이야기해 왔다. 디스토피아적 세계 속에서 권력과 인간성을 질문했고 사회적 약자로서의 청소년이 겪는 작고도 깊은 균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청소년 소설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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