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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학의 부활 - 미국 제재 정책의 트릴레마(Trilemma)와 한국의 선택 ㅣ AcornLoft
주현준 지음 / 에이콘온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주현준 지음/ 에이콘
21세기 국제 질서를 이해하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군사력만 의지하면 되는 건지 의문이다. 돈, 기술, 무역, 통화— 이 모든 것이 무기가 되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다. 이 책은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를 통해 재편되는 세계 질서와 한국의 위치를 짚어주는 책이다.
책은 우선 '제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문을 연다. 단순히 보복 수단이 아니라, 제재는 법적·제도적 기초 위에 세워진 정치 경제 전략이며,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여러 정부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는 미국식 시스템 안에서 정교하게 가공된다. 단순히 북한이나 러시아에만 가해지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 ^^;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 제재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하는 역사적 탐색은, 제재가 단순한 강압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외교 도구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특히 2장 제재의 역사를 읽을 때는 현대사 전반을 훑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이라는 ‘중간국’의 처지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이다. 미국 제재의 직접적 대상은 아닐지라도, 그 여파는 산업과 외교, 기업과 개인의 삶을 빠짐없이 흔들어대고 있다 ㅎㅎ 제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그 구체적인 여파는 훨씬 광범위하다.
가장 인상적이며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제재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관한 심층 분석이다. 국제정치와 경제학을 가로지르는 IAD 프레임워크를 통해 물질적 조건, 규범, 사법 판단, 그리고 전략국 간 협력까지 다양한 요인을 진단한다. 그 요인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제재로 인해 실제 목표가 정책 변화가 아니라는 부분, 제재 그 자체의 지속이라고 쓴 부분 놀랍다.
여기서 우리는 제재가 늘 선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역풍을 맞는 사례들— 예를 들면 트럼프 관세 정책, 반도체 통제, WTO의 무력화 등을 통해 지경학적 의도와 국제적 반응 사이의 틈을 깨닫게 된다.
중국의 반격을 다룬 장에서는, 그동안 제재의 대상에 머물던 중국이 적극적 제재 행위자로 전환하는 과정을 언급한다. 이 대목은 ‘부활’이라는 책 제목이 말하는 실제 반격의 사례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실력 행사조차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한국은 자국의 국익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p 200
마지막으로 책은 앞으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한다. 국가가 누구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그 결정이 ‘보이지 않는 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파급력을 갖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제재의 실효성 논란과 그 이면에 숨은 권력 작동의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단순히 경제의 관점이 아닌 현대사, 세계적인 안목을 새로 갖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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