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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체면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4월
평점 :

도진기 단편소설집/ 황금가지 (펴냄)
기다리던 도진기 작가님, 법조인이신 책의 저자님^^ 오랜만의 작가님 신작 여섯 편의 단편 모음이다.
소설은 재판정에서 시작된다. 피해자의 고통에 일말의 위로나 보살핌도 없는 판결!! 법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소설은 묻는다.
몇 년 전 챗 gpt가 출시되었을 때 인공지능 판사 여부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설문조사에서 의외로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AI 판사 도입에 적극 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사람들은 사법을 불신하는가....
검사를 그만두고 개업한 연정, 그녀를 찾아온 노인 이후 소개되는 단편들이 모두 흥미롭다.
냉정한 법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성, 법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 줄 수는 없을까...
계엄을 겪으며 법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갈수록 커지는 요즘이다.
사회운동가를 거쳐 국회의원이라는 명함을 쥐게 된 최명환 그를 찾아온 작가 신시아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난파선 조각을 붙들고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것 같은. 죽을 만큼 힘든, 기초생활수급자로 겨우 먹고사는 삶이라니 ㅠㅠ 그리고 이어지는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어느 날 찾아온 경찰까지 어떤 면에서 우리 인생은 드라마다. 신시아가 내뱉은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자유한 것의 허상, 자유는 타고나는 권리가 아니라 허락받는 것이었구나'라는 문장이다. 《당신의 천국》 죽어가는 최명환의 모습을 독자인 나도 담담하게 관찰했다고 쓰면 나는 악마인가.... 오히려 편들어주고 싶은 가해자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ㅠㅠ
희망을 잃어 가고 자신감 상실에 허우적대면서 오로지 몇 푼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날들. 막노동 같은 글쓰기, 마치 모래알을 씹어 넘기는 심정이었죠 p89
《완전범죄》 마사지 숍 직원 28살 방미래의 죽음, 사인은 뇌출혈인데 영 석연찮은 죽음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시험까지 친 후 길을 비틀어 검사가 된 주인공. 과실 치사 판단이 났지만 고의 살인이라면 의사이자 검사로서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가슴이 떨린다고 하지만, 어떤 이는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그런 모양이다. 그게 살인쯤 되면 더 매혹적일까.
나는 인간이 착해서 살인하지 않는다고는 믿지 않는다. P121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이 사회와 제도에 대한 고민이 깊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결말을 읽고도 잠시 멍하니 등장인물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해 봐야 했던 이 소설은 왜 독자들이 도진기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섬세한 필력과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한 설득력 있는 추리소설이 먼저 읽은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책!! 안정감 있는 문장, 내밀한 감정선, 약자의 심리를 어쩜 이렇게 잘 알고 묘사하려 했을까... 한 번도 거칠고 배고픈 삶을 살아본 적 없을 것 같은 법조인 도진기 작가의 삶에 궁금증이 생긴다. 왜 제목이 법의 체면인지 은유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작품들.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고 느낀 감정, 재독 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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