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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국가를 말하다 - 공화국을 위한 열세 가지 질문
박명림.김상봉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한국의 현대사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 교과서’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치면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점진적으로 신장됐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유가 억압을,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를, 풍요가 가난을, 건강이 질병을, 희망이 절망을 밀어낸 역사다.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의 기반이 된 기본권, 자유선거, 의회제도, 법의 지배, 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제도의 도입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규정한 건국 헌법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올바른 역사 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한국의 현대사는 정치·경제·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역사이고, 이런 발전은 정신과 도덕성을 비롯해 문화 전반이 성숙하게 진화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건국 60년을 갓 넘긴 대한민국이 정신없이 몰아쳤던 역경과 난관에 도전해 자유와 민주와 경제적 번영을 이뤄냈다는 사실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지도 못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헌법 개혁, 한반도 평화 문제 등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성찰하고 새 길을 모색해온 정치학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학벌사회’라는 충격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함석헌 연구 등 한국적 사상의 재해석을 통해 사유의 지평을 열어왔던 우리 시대 실천적 철학자 김상봉 전남대 교수가 서로의 학문적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 갈 것인가’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과연 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찬찬히 따져 들어간다. 세상을 보는 시선에서 학문적 이견을 보이기도 하지만 참된 공화국이라는 화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국가는 ‘지배하는 권력’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와 집단의 이익이 공존해야 하는 ‘정치적 공동체’로 새로 사고되어야 하며, 바로 이것이 ‘공화(共和)’라는 이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문제는 대한민국이 이제까지 ‘공화국’이라는 이념을 제대로 실현시켜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왜 지금 공화국인가’ 2장은 ‘공화국이란 무엇인가’ 3장은 ‘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4장은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였나’ 5장은 ‘민족, 국가, 공동체 : 전체를 생각한다는 것’ 6장은 ‘시민의 권한과 책임은 무엇인가’ 7장은 ‘정치, 그 행위의 가능성’ 8장은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9장은 ‘먹고 산다는 것, 경제와 공화국의 관계’ 10장은 ‘왜 국가 공동체가 교육을 고민해야 하나’ 11장은 ‘다문화 사회로서의 대한민국의 재탄생’ 12장은 ‘분단과 통일, 공화국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13장은 ‘세계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이다.
“과연 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국가에게 어떤 목적을 물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공화국의 기본 정의에서부터 교육, 법, 경제 등 모두 13가지의 주제로 두 학자의 서신 대담은 헌법 개혁, 기업 권력에 대한 견제, 대의 민주주의 극복과 같은 현실적 문제에서부터, 나아가 시민의 자격, 공공성의 회복 등 기본 가치들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