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사장으로 산다는 것 (개정판)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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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사장' 하면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재벌을 떠올렸다. 부와 명예, 무엇 하나 아쉬울 것이 없고, 서민들은 꿈조차 꿀 수 없는 화려한 생활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장 하면 막연히 돈이 많고,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월급쟁이가 되는 것보다 사장이 되는 게 훨씬 낫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 말씀은 달랐다. 돌아가신 우리 외할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셨는데, '명색이 사장인데' 하는 마음에 겉보기에는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셨지만, 실제로는 식구들 먹일 것도 없이 직원들 월급 주는 데 급급하고, 밤낮없이 일을 하고 회사 걱정을 하느라 몸도 많이 상하셨다. 그래서 기복이 심하고 불안정한 사장이 되느니, 적어도 월급 받을 생각만 하면 되는 월급쟁이가 훨씬 낫다고 누누히 강조하시곤 했다.

 

그렇지만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서 어릴 때는 어머니 말씀을 100% 이해하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 아버지는 월급쟁이라서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적은 월급을 아껴 쓰고 쪼개 쓰느라 늘 여유가 없었는데,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 친구들을 보면 늘 여유 있게 용돈을 쓰는 것 같았다. 그 때마다 아버지가 사장이면, 아니 내가 사장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아르바이트나 인턴으로 일하면서 실제로 본 사장님들의 모습은 '드라마 속 사장들'과 퍽 다른 모습이었다. 미디어에 나오는 것처럼 화려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사장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규모가 작은 사업체의 경우 하루만 쉬어도 경쟁에서 뒤처지고, 직원 한 사람이 있고 없고, 그 직원이 일을 제대로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실적이 바로 달라지다보니 사장님이 출퇴근 시간도 없이 일하시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얼마전 <힐링캠프>에 나온 안철수 교수님도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직원들 월급 못 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사장이라는 자리가 밖에서 보는 것처럼 쉽고 편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깨닫고 있다.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사장들의 고충과 애환이 담긴 책이다. 저자 서광원은 1991년 경향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997년부터 6년 동안 인터넷 벤처기업 등을 설립하여 운영한 경험이 있고, 2003년부터는 이코노미스트 지의 경영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저자는 기업체를 운영할 당시 사장이라는 자리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마냥 쉽고 편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장의 심리에 관한 전문 분석서를 써보기로 기획했고, 이후 기자로서 국내 기업 CEO를 심층 인터뷰하며 사장의 심리에 관한 조사와 분석을 계속해왔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의 결정체이자, '사장의 심리에 관한 완전 분석서' 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05년에 간행된 초판의 개정판이다. 초판은 무려 20만 명에 이르는 독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와 큰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월든> 같은 스테디 셀러가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 되는 것은 많이 봐왔지만, 국내 경제경영서가, 그것도 7년이라는 짧은 텀을 두고 개정판이 나온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의 인기가 높았고, 양장본으로 소장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 책은 사장의 심리에 관한 완전 분석서 답게, 사장의 심리에 대해 이전의 책과는 다른 접근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등에서 그려지는 사장이나 CEO의 모습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정형화된' 모습인 경우가 많다. 위기가 몰려와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직원들에게는 늘 당당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마치 드라마 속에나 나올 법한 리더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디 그런가. 직원이 보기에 아쉽고 서운한 행동을 보이는 사장님들 참 많다. 같은 사장, CEO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멋진 사장의 모습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사장도 때로는 힘이 들고, 위기에 몰리면 겁도 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우유부단해지기도 하는 '사람'인데, 사람들은 사장 하면 모두들 사람이 아닌 영웅의 모습을 기대하니 말이다.

 

사실 나도 사장 하면 일반 직원들보다 대담하고 진취적인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상상과 다른 사장님을 만나면 실망하게 되고 때로는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장도 직원과 똑같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직원이라는 자리도 힘들지만, 직원은 제 한 몸 건사하면 되는 반면 사장은 전 직원은 물론 직원의 식구까지 챙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사람이다. 직원은 월급 못 받으면 어쩌나, 회식 안 하나, 야유회 안 가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사장은 월급을 줄 걱정을 해야 하고, 회식 한 번, 야유회 한 번 할 때마다 실적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계산하고 판단해야 하는 자리다. 이렇게 보면 사장이 직원보다 걱정이 더 많고 고민이 더 많으면 많았지, 결코 더 쉬운 자리는 아닌 게 맞다. 오죽하면 스티브 잡스가 '사내 청소부는 실패하면 변명과 핑계를 대도 되지만, 부사장 위의 직급부터는 실패하면 변명과 핑계를 댈 수 없다'는 말로 CEO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언급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사장뿐 아니라 직원들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장이 직원과 똑같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사장의 마음을 직원으 완전히 헤아리기란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직원의 입장에서만 사장을 이해하려고 들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잘못하면 오해만 생길 수 있다. 직원이 보기에 불합리한 처사가 조직 전체를 통솔하는 사장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고, 직원이 보지 못하는 것을 사장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조건 '우리 사장님은 꽉 막혔다, 권위적이다' 라고 비난만 하면 조직 차원에서는 물론, 직원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그보다는 사장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해하려는 차원으로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회사 생활, 특히 사장과의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이 책을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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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1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1
은지성 지음 / 황소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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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우리나라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소식은 단연 2012 런던 올림픽에 출전 중인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가 대회 첫날 출전한 400m 예선에서 실격으로 탈락했다는 충격적인 뉴스였다. 온 국민이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금빛 소식을 가져와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박 선수였기에 실격 소식은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심판의 판정에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국민들의 아쉬움과 분노는 더욱 커졌다. 그날 저녁, 다행히도 심판의 판정은 번복이 되었고 박 선수는 결승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박 선수는 큰 시련을 겪었기에 더욱 귀한 은메달을 안겨주었다.

 

+

 

박 선수가 실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얼마 전에 읽은 책 한 권의 내용이 떠올랐다.

제목은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자기계발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은지성 님이 쓰신 이 책은 오 헨리, 오드리 헵번 등 세계적인 명사들부터 '룸 투 리드'의 설립자 존 우드, 닉 부이이치, 팀 호이트 등 최근 여러 책을 통해 희망의 빛을 선사한 인물들까지 수많은 인물들의 감동적인 인생 스토리가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young'하고 'hot'한 명사 중 한 명인 박태환 선수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사실 박 선수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수영계를 대표해온 인물로서, 그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시련을 겪었으며, 지금의 성공을 거두었는지 등의 스토리가 대중에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렇게 책을 통해 그의 스토리를 찬찬히 읽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책에 실린 이야기가 이번 주말에 벌어졌던 실격 소동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박 선수는 청소년 시절 중요한 시합에서 휘슬 소리를 잘못 듣고 부정출발을 하는 바람에 실격 당하는 아픔을 겪은 일이 있다고 한다. 그 때 박 선수는 오랫동안 열심히 연습한 시간들이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격을 당했다는 생각에 창피한 마음도 들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수영이 너무나도 하기가 싫어졌고, 선수가 되겠다는 꿈도 포기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 때 박 선수는 어머니로부터 이런 조언을 들었다. '실수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한 번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실패로 규정짓고 영영 포기하는 것은 아깝고 비겁한 일이라는 의미였을 것 같다. 어머니의 뜻을 알아들은 박 선수는 다시 연습을 시작했고, 그 후는 알다시피 승승장구,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다.

 

실격 소동으로 인해 처음에는 분명 박 선수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이미 비슷한 일을 겪어봤고, 또 그 때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냈기 때문에 심판의 판정 번복 후 결승에 임했을 때 은메달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에는 이처럼 어린시절, 또는 청소년기, 청년기에 가혹한 시련이 닥쳤지만, 본인의 의지로, 또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들여 슬기롭게 이겨낸 사람들의 사례가 나온다. 오드리 헵번은 어린시절 병마와 싸워 이긴 경험이 있고, 세계적인 배우가 된 후에는 주변사람들의 만류와 질시에도 불구하고 유니세프 홍보대사로서 소외된 곳에 사랑을 전하는 일에 앞섰다. 닉 부이이치는 사지가 없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하는 일을 하고 있고, 팀 호이트의 호이트 부자는 아들의 장애에 굴하지 않고 다양한 운동 경기에 도전하여 역시 전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많은 위안을 받았다. 특히 박태환 선수의 이야기를 읽으며 작은 실수 하나에도 우르르 무너지곤 했던 나의 나약한 마음을 다잡았다. 제목대로,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현재 사는 대로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고, 생각대로 살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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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센추리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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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 많게는 수백번씩 다른 사람을 본다. 지하철 안에서 서서 갈 때 내 앞에 앉은 사람의 정수리를 보기도 하고, 앞서 가는 사람의 등을 보기도 하고, 고개 숙인 사람의 목 뒷덜미를 보기도 한다. 얼굴은 수없이 많이 본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무슨 수를 써도 '온전하게' 볼 수가 없다. 자기 정수리를 온전히 본 일이 있는가? 내 등, 내 뒷덜미를 바로 본 적이 있는가? 사진을 찍어서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진이라는 물체를 통해 만들어진 '상[image]'이고, 거울로 본다 해도 그것은 역상, 즉 반전된 이미지다. 얼굴 역시 마찬가지. 내 얼굴을 바로 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바로 볼 수가 있을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본다. 하지만 내 마음을 보는 것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치 내 정수리, 등, 뒷덜미, 얼굴을 바로 보는 것처럼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으면서 악한 사람도 자기 스스로를 착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뒤에서 험담하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저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우리가 남을 보듯이 자기 스스로를 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대인관계클리닉 원장 양창순이 쓴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랬다. 남들은 다 욕하는데 저 혼자 잘난 맛에 취해 사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보기엔 아주 괜찮은 사람인데 부정적인 자아상에 갇혀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 은근히 주변에 많다. 나는 그 사람 때문에 힘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눈치를 주어도 캐치를 못 하는 사람, 내가 보기엔 아주 괜찮은 사람인데 만나면 늘 자책하고 하소연만 하는 사람... 어느쪽이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사람들 모두 스타일은 다르지만 자기 모습과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자신을 들여본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편해질까? 스스로 편해지는 것은 두말 할 필요 없다.

 

+

 

저자는 이 책에서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는 바로 '과거 들여다보기'.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 관한 책을 읽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주제가 바로 과거, 그 중에서도 가족, 그 중에서도 부모님에 관한 것이다. 부모님을 비롯해 가정환경, 어린시절, 학교생활 등 과거에 있었던 일과 그로 인한 기억들은 그 사람을 만든 밑거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고, 족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과거를 무심하게 끌어안고 갈 수만도 없고, 아예 잊어버릴 수는 더더욱 없다. 대신 과거를 미래의 자산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

 

또한 부정적인 자아상으로부터 벗어나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드는 방법도 소개가 되어있다. 그 중 하나는 '긍정적인 말 하기'.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불렀던 노래 '말하는 대로'의 노랫말처럼, 사람은 평소에 말하는 대로 된다. 평소에 부정적인 말만 하고 심지어 욕까지 하는 사람 치고 좋은 사람 없고, 잘 되는 사람 없다. 반면 같은 내용이라도 공손하고 예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매너 지키기'. 저자의 말로 하면 '머리 나쁜 사람은 매너도 나쁘다'. 머리 나쁜 사람은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도 모르고, 매너 없이 굴었던 것도 바로 까먹어서 결국 계속 매너 없는 사람이 된다. 반면 머리 좋은 사람은 남들이 나 때문에 상처 입지는 않는지 잘 캐치할 수 있고, 행여 실수를 했더라도 바로 고치기 때문에 매너 좋은 사람이 된다. 그러니 머리가 좋다면, 아니면 머리가 나빠도 조금만 머리를 쓰면 얼마든지 매너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

 

저자 양창순 선생님은 정신의학뿐 아니라 심리학, 자기계발, 경제경영 서적에도 자주 인용되는 분이셔서 (바로 어제 읽은 경제경영 서적에도 이 분 글이 많이 인용되어 있었다.) 전부터 저작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읽어보았다.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이분의 저작을 계속 찾아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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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 문제는 정책이다
스테판 에셀 & 에드가 모랭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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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작년 이맘 때 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읽었다. 그는 청년 시절 나치에 대항한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일원이었으며, 전후에는 1948년 발표된 '세계인권선언' 작성에 기여했다. 이런 그의 이력은 살아있는 현대사나 다름없다. 그런 그가 보기에 21세기 프랑스, 그리고 전 세계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분노하라>라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가진 글을 썼고, 이 글이 담긴 책은 이 분야의 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그러나 저자는 여전히 분노할 것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번 분노의 대상은 바로 '세계화'. 문명은 원래 어느 한 곳에 정체하지 않고 흘러다니며 확산되는 속성을 가졌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교통, 기술의 발전과 탈냉전 등으로 인해 세계는 전례 없는 속도로 연결되고 있다. 세계화의 장점, 물론 있다. 하지만 생태계 파괴, 금융 투기, 국수주의 등 부작용도 낳았다. 또한 이 세계화라는 것은 세계 각국의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서구의, 그것도 미국 한 나라의 스타일로 획일화 된다는 점도 문제다.


자국 문화를 수호하는 데 어느 나라보다도 열심인 프랑스도 이 세계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테러, 실업난으로 인한 소요 등 몇몇 굵직한 소식들은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농촌공동화, 다문화 가정 문제, 청년실업난 등 프랑스와 똑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데올로기 행세를 하는 경제자유주의는 실패한 시스템임이 밝혀졌다. 자유방임은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풍요보다는 빈곤을 초래했다. 경제자유주의 시스템 하의 세계화, 개발, 서구화(똑같은 현상의 세 가지 이름)는 인류의 사활이 걸린 문제들을 다루기에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p.14)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르네상스'를 제시한다. 암흑의 시대로 불리는 중세가 르네상스를 맞아 종식되었던 것처럼, 지금의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르네상스, 즉 새로운 문화의 출현이라고 보았다. 군사, 경제 같은 '딱딱한(hard)' 이슈들을 어떻게 문화 같은 '부드러운(soft)'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군사적 위기, 경제적 혼란 속에서도 문화적 파워를 바탕으로 미국이 아직까지는 세계 1위 국가로 건재한 것을 보면 문화의 힘은 생각보다 질기고 강한 것 같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이미 그 자체로도 여타의 학문과 과목들 사이에서 구획화된 상황에서, 이 두 학문 사이의 소통 불능은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인문학은 과거의 작품들을 되살리고, 자연과학은 현재의 학문에 가치를 부여한다. ... 그런데 현재는 인문학이라는 분쇄기가 자연과학의 살아 있는 알갱이를 받아들여 분쇄하고 곱씹는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 두 문화 사이를 가르는 경계선에는 사실 사회과학이 자리하고 있으나, 사회과학은 두 문화 사이에서 연락선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실정이다. (p.65)

 

또한 저자는 인문학을 부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을 보니 '유럽의 지성'이라고 불리던 프랑스도 우리나라처럼 '인문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도 현재 실업난으로 인해 최고교육기관에서 인문학, 사회과학 전공으로 졸업한 사람들이 정규직 취업을 못하고 인턴, 파트타임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저자의 말대로 인문학은 자연과학 같은 실용적 학문을 '분쇄하고 곱씹으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여러 방면으로 시너지 효과를 많이 낼 수 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돈 못 벌고 고루한 학문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 아니, 학문이라는 것, 배움이라는 것 자체가 무언가 당장 결과를 내지 못하고, 돈으로 바꿀 수 없으면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 같다. 이런 세태에 대한 저자의 쓴소리가 더욱 가슴에 사무친다.

 

저자는 경제적, 사회적인 여유만을 추구하는 웰빙 대신 심리적, 도덕적, 정신적 웰빙도 함께 추구하는 '웰리빙'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침 최근에 읽은 책에서 보니 경제적인 소득이 낮을수록 값이 싸지만 영양가는 낮은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먹고, 소득이 높을수록 영양가가 높고 몸에도 좋은 유기농 식품을 먹는다고 했다. 이 고소득자들 중에는 싸구려 음식을 대량 생산하는 제조업체, 이런 음식을 유통하는 유통업체에 다니는 임직원들도 있을터. 싼 인스턴트 음식을 사먹을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의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유기농 음식을 사먹는 이런 시스템이 과연 옳은 것일까? 저자의 짦은 문장 한 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


<분노하라>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두께가 매우 얇다. 하지만 한 줄 한 줄의 임팩트가 세고, 내가 살고 있는 나라와 이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찌는 듯이 더운 이 여름, 가슴 속에도 무언가 세상을 향해 뜨겁게 분출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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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새벽부터 동네 아주머니들과 등산을 가셨다. 어머니 마중을 해드린 뒤 멍하니 누워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침을 대충 챙겨먹었다. 아침 9시 땡 치자마자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까지 가는 길은 제법 멀다. 걸어서 45분.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간 뒤 공원을 따라 한참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주택가 사이를 요리조리 다니다보면 4층짜리 마을 도서관이 나온다. 오늘은 도서관 근처 편의점에서 나는 두유, 동생은 바나나 우유 하나를 사느라 5분이 더 추가되어서 50분이 걸렸다.

 

도서관에서 한참동안 책을 빌리고 빌린 책을 읽다가 다시 50분, 아니 45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더워서 그저께 홈쇼핑으로 산 냉면을 먹을까 했는데, 찬 밥이 많이 있길래 남은 반찬을 섞어서 제법 그럴듯한 - 그래봤자 잡탕(?) 볶음 같았지만 -반찬을 만들어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TV 재방송을 봤다. 요즘은 TV가 하도 좋아서 쿡 채널인가 하는 걸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웬만하면 다, 그것도 무료로 볼 수가 있더라. 그걸로 고소영이 나온 힐링캠프도 보고, 얼마전에 보고 푹 빠진 정글의 법칙도 봤다.

 

설거지를 하고난 뒤에는 웬일인지 운동화를 빨고 싶어져서 운동화를 빨았다. 욕조 안에 쪼그려 앉아서 운동화를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한참을 빨았더니 제법 깨끗해지기는 했는데, 하늘색 운동화라서 그런가, 아무리 비비고 문질러도 색깔이 흐리멍덩해서 때가 묻은 것 같기도 하고, 안 묻은 것 같기도 해서 찝찝했다. 그래도 대야 가득 나온 땟물을 보니 속이 좀 시원해지는 것 같기도 했고...

 

백수인 듯 아닌 듯, 일하다 말다 하며 지낸지도 어느덧 삼 년 째. 일하는 친구들 보면 부럽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보면 대단하다. 부모님이 누구네 집 누구는 연봉이 얼마라더라, 회사에서 벌써 승진을 했다더라 하는 얘길 들으면 주눅이 들기도 한다. 취업 대신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일찌감치 학위부터 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벌써 시집 간 친구도 있다. 곧 시집 가는 친구도 있다.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TV를 봐도 벌써 내 또래의 연예인들은 연예계에서 선배급, 주연급 대우를 받는다. 이제 내 나이에 신인, 초보는 없다. 

 

나는 내가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한참 뒤떨어지고 있는 걸 느낀다. 하지만 내 삶이 싫은가, 부끄러운가 하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내 삶이 더욱 충만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 같으면 왕복 한 시간 반이나 걸어서 도서관에 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고, 점심은 당연히 사먹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 그것도 1인분에 만원 정도 하는 파스타나 일식으로 - 운동화를 빨아서 신느니 새로 사서 신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봤자 그렇게 지낸 시절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하지만 이제는 돈을 들이지 않아도 풍요롭게 지낼 수 있다. 걸어가면서 들가에 핀 풀꽃을 보며 기뻐하고, 같은 반찬이라도 어떻게 맛있게 먹어볼까 궁리하고, 운동화를 빠느라 몸무게가 몇 백 그램은 빠진 것 같다는 착각을 하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읽은 책에 돈이야 있으면 당연히 좋고, 성공도 안 하는 것보다야 하는 게 좋지만,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비용을 치를 필요는 없다는 구절을 보았다. 그 전까지 나는 백수라서 돈도 못 벌고, 남들보다 승진도 늦어져서 남들보다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돈을 버는 사람도, 성공한 사람도 그 나름대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인생에는 완전한 손해도 이익도 없는 거니까.

 

그러고보면 진작 배워야 했던 것을 백수 시절에, 아주 비싼 값을 치르며 배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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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9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치 2012-09-09 20: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전에 쓴 글에 귀한 댓글이 달리니 힘이 나네요 ^^
일요일 저녁 편안히 보내시고 즐거운 한 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