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키딩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용준 지음, 이영리 그림 / 마음산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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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를 좋아한다. 뭔가 읽고 싶은데 호흡이 긴 글을 읽을 기분은 아닌 때, 비상시를 대비해 쟁여둔 간식을 쏠랑쏠랑 빼먹듯, 그동안 사놓은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 중 눈길이 가는 한 권을 골라 읽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정용준의 <저스트 키딩>을 읽은 것도 그런 때였다. 명색이 책 좋아하는 사람인데, OTT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뒤늦게 넷플릭스 드라마 <데드 투 미>에 푹 빠졌다)와 유튜브(일본 여성 코미디언 콤비 하리센본의 채널을 열심히 정주행 중이다)를 보느라 하루에 책 읽는 시간이 30분도 안 되는 요즘... 이런 생활을 반성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열(심히) 독(서하는) 모드로 진입하기에 앞서 일종의 예열 차원에서 고른 책이 이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그동안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를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총 열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한 편 한 편의 완성도가 높다. 내용도 안온, 다정, 무해 이런 느낌이 아니고, 세신사와 학교폭력 피해자, 죽은 사람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펜션에 굳이 찾아온 손님과 펜션 주인, 새벽 근무 중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수상한 손님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설정과 관계만 보아도 다음 전개가 쉽게 예상되지 않고, 예상이 되어도 그 예상이 기분 좋게 깨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장르도 드라마부터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하다.

표제작 <저스트 키딩>은 술술 읽히는 내용이지만 결말까지 다 읽고 나면 '그저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어떤 사건의 발단으로 묘사되는 후반부의 어떤 사건은, 실제로 최근에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어떤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다). 이런 소설을 '그저 소설'로 읽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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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의 공죄 3
히라이 오하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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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U-12 일본 대표팀으로 선발된 아야세가와 지로는 에이스 투수로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오사카 출신의 포수 토고 히나와 충돌을 일으킨 아야세가와는 중학 리그 최강팀 히라카타 베어즈전에 징벌 등판을 하게 된다. 코치진은 아야세가와가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실전 경험도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던지면서 많은 걸 배우기를 바랐지만, 실전에서 아야세가와는 상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체격과 기량을 선보이며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친다. 이로 인해 같은 팀 선수들과 코치진은 아야세가와의 천재성에 더욱 더 압도된다.


<다이아몬드의 공죄> 3권은 히라카타 베어즈전 이후 대표팀의 상황을 그린다. 여전히 히나에게는 냉랭한 시선을 받고 있지만, 훈련과 시합이 거듭되면서 아야세가와는 팀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3권에서는 아야세가와와 히나 외에 같은 대표팀 선수인 토모에, 츠바키 주장, 나츠오, 세타, 하나후사 등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조금씩 나온다. 히나처럼 표면적으로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들 또한 대표팀 선수로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그만큼 아야세가와에 대한 경쟁심이 높다. 각자의 높은 경쟁심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표출하는데, 각각의 모습들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크다.


3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대만에서의 에피소드들이다. U-12 대표팀 예선과 본선이 치러지는 대만으로 간 일본 대표팀은 힘든 훈련과 시합을 치르며 점점 더 하나의 팀다운 모습을 갖춰 간다. 아직 어린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들이 낯선 나라에서 익숙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서(먹지 않으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실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이렇게 생활해 왔겠구나 싶고, 다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야세가와, 히나, 토모에 - 이렇게 세 사람의 조합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U-12 대표팀 시합이 끝나면 언제 다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벌써부터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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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의 공죄 2
히라이 오하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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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체격과 운동 능력으로 손대는 운동마다 선수 제안을 받아온 아야세가와 지로. 우연히 동네 소년 야구단 '밤비즈'에 가입해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금방 두각을 드러내며 U-12 일본 대표팀 에이스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문제는 아야세가와 자신에게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거나 상대 팀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 아야세가와는 괴롭게 승리를 거두느니 패배하더라도 모두가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지만, 이런 아야세가와의 마음은 프로 선수를 목표로 하는 대표팀 선수들과 국가 대표팀 우승을 염원하는 코치진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히라이 오하시의 만화 <다이아몬드의 공죄> 2권은 U-12 일본 대표팀 합숙 훈련 개시 직후 발생한 히나 토고와 아야세가와의 싸움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사카 네야가와 파이터즈 소속의 포수인 히나는 대표팀에 함께 들어온 배터리이자 소꿉친구인 토모에 마도카가 아닌 아야세가와와 배터리를 짜게 된 상황이 불만스럽다. 에이스라는 녀석에게 경쟁심이 없는 것도, 경쟁심이 없는 녀석에게 자신의 친우가 밀린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반면 모두와 즐겁게 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인 아야세가와는 히나를 화나게 한 자신을 책망하면서 점점 더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든다. 극과 극의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의 대비가 흥미진진하다. 


2권에서 대표팀은 중학 리그 강팀 중 하나인 히라카타 베어스와 연습 경기를 치른다.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아야세가와로서는 사실상 처음 치르는 경기나 마찬가지인데, 히나와의 싸움으로 부상을 입으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작 아야세가와 자신은 승패보다 자기 팀과 상대 팀 선수들의 '기분'이 더 신경 쓰이는 눈치다. 실력이 어떻든 간에 경쟁심과 승부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들이 판을 치는(!) 스포츠 만화에서 아야세가와처럼 경쟁심과 승부욕 없는 인물을 보는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과연 아야세가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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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의 공죄 1
히라이 오하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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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오하시의 만화 <다이아몬드의 공죄>는 2024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편' 1위를 차지한 화제작이다. 어쩌다 보니 2,3권부터 먼저 읽었는데, 다 읽자마자 이건 반드시 정주행을 해야 하는 작품이다 싶어서 1권을 주문했다. 역시 재밌고, 4,5권도 조만간 주문할 예정이다(6권도 곧 나온다고). 어떤 내용이기에 이렇게 푹 빠지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보자면...


야세가와 지로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벌써 키가 166cm일 만큼 피지컬이 좋고, 운동 감각도 탁월해 테니스, 체조, 수영 등 손대는 운동마다 선수 수준으로 잘한다. 그런 아야세가와를 눈여겨 본 어른들은 그에게 선수 제안을 하지만, 정작 아야세가와 본인은 운동으로 누구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고, 어떤 운동을 하든 자신과 비교를 당한 친구들이 자신을 미워하거나 멀리하는 상황이 싫다.


어느 날 아야세가와는 우연히 동네 소년 야구단 '밤비즈'의 팸플릿을 보게 되고, 성적보다 재미를 우선시한다는 문구에 혹해 야구의 야 자도 모르면서 덜컥 가입을 한다. 그동안 해온 개인 스포츠와 달리 야구는 여럿이 힘을 모아 점수를 내는 스포츠라는 점이 마음에 든 아야세가와는 급속도로 야구에 빠져들고, 같은 학년의 이가, 야스 같은 팀메이트들과도 절친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아야세가와의 남다른 피지컬과 운동 감각이 어른들의 눈에 띄었고, 본의 아니게 U12 일본 대표 선발회에 출전하게 된다.


스포츠 만화의 코어는 뭐니뭐니 해도 경쟁이고, 경기의 승자뿐 아니라 패자, 주전뿐 아니라 비(非) 주전 선수, 스태프의 이야기까지 다루었다는 점에서 스포츠 만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하이큐!>조차도 등장인물들의 경쟁심, 호승심이 대단한데, <다이아몬드의 공죄>는 주인공 자신이 타고난 신체와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쟁심, 호승심이 전혀 없다는 설정인 점이 독특하고 새롭다. 천재에게 열등감 또는 시기심을 느끼는 주변 인물들에게 공감이 되는 한편으로, 남다른 재능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는 주인공이 가엾게 느껴지기도 했다.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아야세가와가 아직 초등학생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큰 기대를 받다가 (<가비지 타임>처럼) 나중에 신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실력이 기대만큼 늘지 않으면 그때는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야세가와가 아무리 경쟁심이나 호승심이 없다 해도 자기보다 잘하는 선수가 나타났을 때에도 그럴 수 있을까. 베스트 전개는 아야세가와가 야구 자체를 좋아하게 되어 누구와 하든 즐겁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될까. 어서 후속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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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무는 버릇 1
이치 코토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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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딸에 대단한 미인이기도 한 우루시바라 스우는 너무 잘나서 친구들이 다가오지 않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외톨이로 지낸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은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청춘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스우.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에 심하게 다친 남학생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간다. 정신을 잃었다가 겨우 깨어난 남학생은 자신의 이름이 유키라는 것 외에는 기억을 잃어버린 듯 보인다. 그동안 너무 외로웠던 데다가 유키의 미모에 반하기도 한 스우는 아버지에게 부탁해 유키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보디가드로서 자신의 곁에 두기로 한다. ​ ​ 






이치 코토코의 <꽃에 무는 버릇>은 애인은커녕 친구도 없는 아가씨 스우와 베일에 싸인 과거를 지닌 미소년 유키의 로맨스를 그린 만화다. 과거에 일어난 어떤 사건으로 인해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 없게 된 스우는 우연히 알게 된 유키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다행한 일인데, 근데 이 유키라는 남학생이 여간 미스테리어스한 게 아니다. 처음에는 기억을 잃은 가련한 미소년 같았는데, 스우가 위기에 빠졌을 때 구해주는 모습을 보면 의외로 거친 삶을 살았던 것 같기도 하고, 스우와 같은 반 동급생이 된 이후의 모습을 보면 인기남 그 자체다. 대체 너 누구야...? ​ ​ 






한국어판 <꽃에 무는 버릇>은 일반판과 특장판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특장판은 1권 단행본과 아크릴 스탠드, 일러스트 카드, 폴라로이드 2종, 사각형 자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청춘을 한껏 즐기는 둘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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