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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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로 제10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천국에서 온 탐정"으로 제5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러시아와 태국 등에 판권이 수출되었습니다. "수다쟁이 조가 말했다", "당신들의 신", "완벽한 인생"등을 썼으며, 현재 "살고 싶다"는 영상화 준비 중입니다. 그럼, yes24 크레마 클럽 1위에 오른 <찬란한 선택>을 보겠습니다.



어제 꾼 결혼식 꿈이 너무나 현실같이 느껴져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되돌아본 나는 마동석과 너무나 닮은 사람이 대로변에 만취한 상태로 있어서 그를 깨웠습니다. 그는 일어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며 술을 사주겠다며 그의 단골인 '천국에서 온 와인'에 데려갑니다. 마동석은 나를 붙잡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보게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나는 어제 들린 와인 바를 찾았지만 그 자리에 '천국에서 온 커피'란 카페만 있습니다. 들어갔더니 어제 본 카페 주인이 나를 알은 채 하며 혼자 왔다고 합니다.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비틀거리며 의자를 붙잡았고, 옆에 있던 손님이 괜찮냐고 묻습니다. 그는 형사라며 어제도 봤던 사람입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봐 밖으로 나가 공원 벤치에 앉았고, 눈사람을 만드는 꼬마가 몇 시인지 내게 묻습니다. 그제야 돌아가신 친아버지가 남긴 고장 난 시계를 봤는데, 잘 움직입니다. 분명 어제 마동석이 내 시계를 고쳐준 기억이 나면서 어제 일이 꿈이 아님을 확신합니다.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간지 1면에 주인공 나의 사진과 인터뷰가 실릴 때만 해도 곧 스타 작가가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6권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지만, 수상의 영광은 빛바랜 과거일 뿐입니다. 마동석을 닮은 그는 나의 팬이라며 내 책을 전부 가지고 있답니다.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작가의 삶을 살아도 작가의 길을 걷겠냐며 물어봅니다. 그 질문에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생각해 봐야 무슨 의미냐고 답하자, 가지 않은 길을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가보겠냐고 물어봅니다. 그는 자신의 고장 난 시계를 만지더니 내게 건네주며 기회는 12번이라며 구체적인 날짜는 고를 수 없지만 꼭 가서 봐야만 하는 순간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믿지 않을 테니 첫 번째는 자신 마음대로 쓰겠다고 기한은 크리스마스까지라고 말합니다.

난 그의 말을 믿고 40대로 가봤습니다. 다른 세상에서 난 낯선 여자의 남편이자 선하의 아빠입니다. 일요일 예배를 간다는 말에 자신도 따라나섰고, 운전을 못하는 난 아내에게 운전을 맡깁니다. 아내가 주차할 동안 딸과 유아부에 가려고 나서는데, 딸이 교회 건물 뒤편의 외진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는 누구냐고 묻습니다.

주인공 작가는 남은 기회 동안 어느 시간대로 갈지, 그의 선택은 어떻게 될지, <찬란한 선택>에서 확인하세요.






인기리에 방영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란 예능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두 가지 상황에 놓인 주인공 이휘재가 "그래, 결심했어!"란 말과 함께 화면이 두 개로 쪼개지고, 각각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우린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럴 때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특히 대학교나 직장, 결혼 등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선택할 때나 선택한 뒤에,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라며 후회나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한 번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인생 그대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선택마다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상상을 바탕으로 <찬란한 선택>도 시작합니다. 소설가인 주인공은 자신이 가보지 못한 다른 인생의 길을 잠깐씩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만약 우리가 여러 인생들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을 버리고 다른 인생을 선택할까요. 전 아닙니다. 지금의 인생을 살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인생을 선택한다면 온전한 제 자신이 아니기에 이방인이란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린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야기해줘야 한다.

그 대상이 소중한 꿈이건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배우자이건

사랑은 열병 같은 감정이 아니라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그 약속의 무게를 알고 난 후에도

변함없이 그 길을 걷는 것이라고 말이다.

늦건 빠르건 결국 언젠가는

모두가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될 테니까.

p. 227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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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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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오사카 예술대학 문예학과 졸업 후 1993년 "얼어붙은 섬"으로 제4회 아유카와테츠야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2008년 자전거 로드 레이스를 소재로 한 청춘 미스터리 "새크리파이스"로 제10회 오야부하루히코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제5회 서점대상 2위에 올랐습니다. 그 밖의 저서로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마카롱은 마카롱", "흔들리는 교실" 등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인플루언스>를 보겠습니다.



글로 어느 정도 먹고사는 소설가 나에게 30년간 이어온 여자 셋의 이야기에 흥미가 있을 거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습니다. 나는 호텔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메일을 보냈고,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 달라고 합니다.

초등학생 때까지 토츠카 유리는 일명 뉴타운이라 불리는 아파트 단지에서 평생 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들과 자연스레 놀았고, 집 구조도 똑같아서 누가 부자고 누가 가난하다는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히노 사토코와는 유치원 다니기 전부터 놀이터에서 놀았는데, 사토코는 할아버지, 부모님, 남동생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단지 내 아이들은 거의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여전히 사토코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2학년이 된 어느 날 유리 집에 할아버지가 와 계셨고, 사토코가 놀러 왔습니다. 유리 할아버지는 사토코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말을 붙였고, 사토코도 긴장을 풀고 편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사토코가 유리도 할아버지랑 같이 자냐며, 엄마가 여자애는 할아버지랑 같이 자는 거라 했다는 말을 듣고 낯빛이 변합니다. 둘이서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말에 사토코가 돌아간 뒤 유리 부모님과 이야기를 합니다. 할아버지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같이 놀지 못하게 하라고 합니다. 어리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토코도 유리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전보다 사이가 소원해졌고, 2년이 지나 같은 반이 된 사토코를 보고 변한 것을 느낍니다. 사토코는 예쁘고 성격이 쾌활해 인기 있는 그룹에 들어가 그 아이들과 놉니다. 그러다 학교를 마치고 단지 안으로 들어왔을 때 사토코가 계단으로 이끌면서 할아버지랑 같이 잔다는 거를 말하면 죽여버릴 거라고 속삭입니다. 그 말을 들은 유리는 사토코에게 아무런 손길을 내밀지 못한 죄책감에 자책합니다.

그날 이후 사토코와는 거의 말을 섞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러 중학교에 입학합니다. 그즈음 사카자키 마호가 이사를 옵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발레를 배워서인지 자세가 반듯했고, 표준어를 썼습니다. 유리는 마호와 만화책을 계기로 친해졌고, 반에서 혼자 밥을 먹는 그녀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합니다. 남학생들의 행동은 점점 거칠어지고, 그중에서도 호소오는 수업 중에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 등 교사와 교칙을 대놓고 무시합니다. 2학년이 되어 유리는 마호, 호소오, 사토코와 같은 반이 됩니다. 사토코는 호소오와도 친하게 지냈는데,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여름방학 며칠 전, 호소오 무리에게 폭행당해 유리 친구이자 다운증후군을 가진 리나코가 죽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학교에 남아 있던 많은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 자리에 사토코도 함께 있었습니다. 호소오는 소년원으로 갔고, 사토코는 왕따를 당해 결국 학교를 나오지 않습니다. 사토코라는 친구를 잃게 된 유리는 마호와 더 친하게 지냈는데, 미니밴에서 내린 어떤 남자가 마호를 억지로 차에 태우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본 유리는 그녀를 구하려다가 남자가 가지고 온 칼로 그를 찌릅니다. 당황한 둘은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다음 날 유리 엄마가 경찰이 사토코를 잡아갔다고 합니다.

유리 대신 자신이 남자를 칼로 찔렀다고 자백한 사토코, 자수하겠다는 유리를 말리는 마호, 사토코를 또다시 외면한 유리, 이 셋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지, <인플루언스>에서 확인하세요.




어렸을 때 그 사람의 부모와 친구는 그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영유아기는 사회적 기대와 규범, 문화, 가치관 등을 배우고 습득하며,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뼈대를 형성하는데, 주로 가족과 또래집단에서 사회적 지식을 배웁니다. 어릴 땐 부모의 영향력이 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또래의 영향력이 커져서 사춘기 때 절정에 달합니다.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친구는 그만큼 중요하기에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옛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인플루언스>는 어릴 때부터 친했던 유리와 사토코, 유리와 마호의 관계를 그립니다. 책을 읽으며 사토코, 마호가 유리의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유리의 죄책감을 빌미 삼아 그녀를 협박하고, 이용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우정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녀를 좌지우지하고자 하는 모습이 더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옛이야기도 있고,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진정한 친구가 되기도, 얻기도 힘듭니다. 유리는 물불 가리지 않고, 남을 해치면서까지 친구를 구하려고 했습니다. 법을 어기면서 우정을 지키는 것이 옳지는 않지만, 그녀가 친구를 위하는 마음은 진실입니다. 결국 그녀의 진심은 닿았고, 친구는 이 세상에 살아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저마다 혼자였지만 함께 있지 않을 때도 그들의 관계는 이어져 왔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며 유리는 결코 고독하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녀들의 모습이 더욱 여운이 남습니다.


상처를 입어도, 실수를 해도, 무언가를 잃어도, 나이를 먹어도,

미래는 언제나 우리 손안에 있다.

p.263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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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단 집밥 레시피 365 (스프링) -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할 필요 없는
이미연(오메추) 지음 / 카시오페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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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1억 뷰 요리 채널 '오늘의 메뉴를 추천합니다(오메추)'를 운영하는 요리 인플루언서인 저자는 채널을 개설한 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8만 명이 넘는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럼, 누구보다 요리에 진심인 저자의 간단하고 맛있으면서도 든든한 한 끼 레시피를 담은 <초간단 집밥 레시피 365>를 보겠습니다.



<초간단 집밥 레시피 365>에 들어가기 전에 '재료 써는 법'과 '계량하는 법'을 실었습니다. 각 달이 시작하면 그달의 '제철 재료'를 알려줍니다. 1월엔 봄동과 우엉을 소개하는데, 어디에 좋으며, 고르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요리 이름 옆의 노란색 동그라미에는 음식의 양과 요리 소요 시간을 표시했습니다. '미리 준비해 주세요'에는 요리 전에 필요하거나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적었고, 모든 요리 과정을 5단계 이하로 구성한 '만드는 법'이 있습니다. 빨간 네모는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양념장이나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는 따로 썼습니다. 파란색 동그라미 'Tip'엔 저자만의 요리 노하우, 요리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을 실었습니다. 초록색 오각형의 QR코드는 요리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엔 콩나물 불고기를 하려고 합니다. 내년은 하루에 한 가지씩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 가지씩 새로운 요리에 도전에 보려고 합니다, <초간단 집밥 레시피 365>와 함께요.




<초간단 집밥 레시피 365>는 탁상 달력이면서 요리책입니다. 부엌에 두고 매일 한 장씩 넘기면서 새로운 요리를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국, 찌개, 반찬 등의 한식 요리 외에도 샌드위치, 토스트, 파스타, 유린기, 스튜 등의 양식 요리와 중식 요리도 실었으며 참치 쌈장, 샐러드, 브로콜리 치즈구이와 같은 간식, 애피타이저, 장류도 소개합니다. 그야말로 전천후 만능 요리책입니다. 날짜와 상관없이 먹고 싶은 요리나, 해보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바로 할 수 있게끔 준비할 재료도 집에 있거나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만드는 법 또한 간단합니다. 그래서 요알못도 충분히 도전할 의욕이 생깁니다. 게다가 달마다 알려주는 제철 재료는 이달 혹은 이 계절에 이건 먹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합니다. '제철 음식이 보약보다 낫다'라는 옛말이 있지만 요즘은 사시사철 재료들을 구할 수 있다 보니 제철 음식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어떤 재료가 제철인지 헷갈릴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초간단 집밥 레시피 365>에서 제철 재료와 고르는 방법이 나와 있으니 너무 편리합니다. 이것을 참고해서, 보약보다 더 나은 제철 음식을 만들어 가족이 함께 먹어야겠습니다. 부엌 잘 보이는 곳에 놔두고 자주 펼쳐볼 <초간단 집밥 레시피 365>, 이제 뭘 먹을까 고민이 줄어들어 참 좋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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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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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태어난 저자는 부인과 함께 인쇄 회사를 경영하다가 30대 후반에 발표한 <에너미 마인>이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존 W. 캠벨 신인작가상 등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하고 곧장 영화 판권까지 팔리면서 주목받는 SF 작가로 발돋움했습니다. 그 뒤로 "The Homecoming", "Manifest Destiny", "Infinity Hold", "Circus World", "The Fireteller Tales" 등 꾸준한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021년 장편소설 "The Hook"으로 자유주의미래학회에서 수여하는 프로메테우스상을 받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의 걸작 <에너미 마인>을 보겠습니다.



광물자원 때문에 드랙종족과 지구인들이 목숨 걸고 싸울 만큼 중요한 파이린 4호 행성에서 지구인 윌리스 데이비지와 드랙종족 제리바 쉬간이 전투기에서 싸우다 불시착합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작은 섬에 둘은 누워있었고, 큰 파도들이 밀어닥치는 곳입니다. 파도에 떠밀려가지 않기 위해 제리바의 캡슐 주위로 돌을 쌓았습니다. 그 작업을 여러 날에 걸쳐 완성했는데, 이 행성의 하루는 다른 곳에서의 하루보다 세 배 정도 더 긴 듯합니다. 캡슐 안에 있는 비상식량을 조금씩 먹으며 구조대들이 오길 기다렸으나 가망이 없어 보였고, 데이비지는 더 큰 육지로 가자고 합니다. 쉬간은 임신 중이라며 예전에 떨어지며 아이를 잃었다면서 두려움에 거부합니다. 하지만 엄청난 파도가 몰아치고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17일 만에 눈을 뜹니다. 그 사이 둘을 태운 캡슐은 육지에 도달했고, 제리바는 나뭇가지로 침대를 만들고 불을 피워 그를 돌봤습니다. 둘은 서로의 언어를 배워 소통했고, 동굴을 찾아 그곳에 머물며 뱀 껍질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그들의 성경 같은 탈만을 읽기 위해 드랙의 문자를 배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쉬간의 출산이 다가왔고, 자신은 죽을 거라며 데이비지가 태어날 자미스에게 자신의 가계를 가르쳐 주고, 고향 행성 드래코로 데려가 달라고 맹세하라고 합니다. 죽은 쉬간의 몸에서 자미스가 태어났습니다.

어린 드랙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구조대는 올지, 자세한 이야기는 <에너미 마인>에서 확인하세요.




<에너미 마인>은 미국 SF 잡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매거진' 1979년 9월 호에 중편소설로 수록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휴고상, 네뷸러 상, 로커스상과 존 W. 캠벨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는데, 이렇게 권위 있는 상을 동시에 석권한 것은 최초의 기록이었습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옛날 소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읽어도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그 당시엔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외계 종족과의 조우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그들 사이의 우정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또한 성인식 때 200명이나 되는 자신의 선조의 전기를 암송하는 의식이 있는 드랙종족의 설정을 읽으며 선대 어른들 수백 세대를 기억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될 것입니다. 어릴 땐 명절날 조부모를 만나지만, 성인이 되면 그마저도 바쁘다고 잘 보지 못하는 요즈음을 돌이켜보면 선조를 기억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고리타분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점점 잊어지기에 현대인들은 마음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직업이 아니라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게 한 <에너미 마인>, SF의 걸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재미있었다. 함께했던 그 어느 누구와보다도 더 재미있었다.

우리가 우주선이나 다른 뭔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나는 남은 인생을 자미스와 걷고 노래하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지내고 싶었다.

p. 146~7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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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2
카밀라 레크베리.헨리크 펙세우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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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데뷔작 "얼음공주"가 유럽 전역에서 200만 부가 팔리며 출판계의 주목을 받은 저자는 이후 출간된 작품들 또한 총 2600만 부 이상 판매되어 유럽 최고의 범죄 심리 작가가 되었습니다. 2019년 세계적인 심리술사인 헨리크 펙세우스와 함께 집필한 3부작 또한 60여 개 국가에서 출간되었으며 현재 TV 영상화 제작 진행 중입니다. 그럼, 3부작의 첫 번째인 <박스 2>를 보겠습니다.



칼 꽂기 마술 상자 안에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젊은 여자 하나가 칼날에 꿰어진 채 놀이공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경찰 미나 다비리는 율리아 팀장에게 외부 고문 역할로 마스터 멘탈리스트라는 별명으로 대중에게 심리 마술 공연을 펼치는 빈센트를 건의합니다. 빈센트는 피해자의 허벅지에 새겨진 줄들을 보며 로마 숫자 Ⅲ임을 알려줬고, 그를 율리아 팀장,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루벤 회크, 패턴을 파악하는데 뛰어난 크리스테르 벵트손, 분석이 월등한 페데르 옌센에게 소개합니다. 자살 사건으로 종결된 앙네스 세시의 허벅지에 로마 숫자 Ⅳ가 새겨져 있었으며, 첫 번째 피해자 투바의 손목시계는 15시 정각, 앙네스의 시계는 14시 정각에 멈춰 있었습니다. 동일 인물이 벌인 살인 사건이며 연쇄 살인 사건임을 확인하고, 앙네스의 룸메이트이자 투바가 일하는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다니엘을 심문합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동석한 빈센트는 범인은 아니지만 숨기는 게 있다고 말합니다. 다운증후군 로베르트 베리에르는 꽃 도매시장 주차장 3단 캐비닛에서 지그재그 박스 일루전 방식으로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로베르트의 이마엔 로마 숫자 Ⅱ가 새겨져 있었고, 캐비닛 안에는 정각 2시에 멈춘 시계가 있었습니다. 검시관 밀다는 그의 위 속에서 털 뭉치를 발견했고, 생물학자 아버지에게 보여주니 밍크 털이라고 합니다.

세 시신이 모두 반드시 발견될 수밖에 없는 장소에 유기되었으며, 범인은 살인이 일어날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려는 것을 알아챈 빈센트는 날짜와 시간은 범인이 보내는 메시지의 일부라고 미나와 팀원들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피해자 로베르트는 며칠 동안 출입이 금지된 장소에 유기되어 죽은 날짜를 정확히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보전화를 받기로 했고, 어떤 남자가 전화를 걸어 5월 3일에 죽었다고 말합니다.

폐소 공포증과 편집증을 가진 빈센트, 중증 결벽증을 가진 미나가 연쇄살인범을 어떻게 잡을지, 자세한 이야기는 <박스 2>에서 확인하세요.




<박스 2>에서는 전편에 이어 새로운 시신이 발견됩니다. 이른바 지그재그 박스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무대 마술에 쓰이는 도구입니다. 조수가 상자 안에 들어가면 마술사는 몸의 일부를 비틀거나 옆으로 빼는데, 몸의 일부가 다른 부분과 일치하지 않음에도 조수는 불편해 보이지 않고 괜찮아 보입니다. 관객들은 놀라워하고 다시 박스를 맞추면 멀쩡한 조수가 나오면서 관객들은 환호합니다. 하지만 연쇄살인범은 마술도구만 사용할 뿐 일루전을 제거했기에 그 결과가 끔찍합니다. 도대체 살인범은 왜 마술도구를 택해서 살인을 하는 걸까요. 피해자 몸에 새긴 로마숫자의 의미는 주인공 빈센트가 말하듯이 카운트다운인 걸까요. 그러면 0이 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지, 지금까지 보여준 살인사건 4, 3, 2만으로도 상상하기 힘듭니다. 살인범의 정체는 여전히 알 수 없고, 수사는 진전이 없지만 빈센트와 미나의 관계는 진전이 있습니다. 미나가 지켜보는 소녀와의 관계와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빈센트에게 메시지를 담긴 책을 보낸 인물은 누구인지, 다음 권에서 확인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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