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 - 의문의 사건, 몸부림치는 어느 가족의 비극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 1
신상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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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을 당한 지 어언 3년여 시간이 흘렀다는 저자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온 가족의 마음의 상처는 깊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부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처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믿기지 않는 실화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을 보겠습니다.



60대 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전업주부 어머니, 영업직으로 일하는 오빠, 재택근무로 마케팅 관련 일을 하는 여동생이자 화자, 이렇게 평범한 대한민국의 가정입니다. 오빠는 NGO(후원단체)에서 1년 넘게 영업직으로 업무를 보다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자 2022년 8월경 퇴사를 하였습니다. 퇴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 대표란 사람에게 연락이 와서 전산 사진을 보여주며 70만 원을 내놓으라고 했답니다. 함께한 정을 생각해 깊게 추궁하지 않고 3개월 동안 돈을 요구하는 대로 보내줬답니다. 퇴사 후 4개월 차 되는 달까지 87만 원을 요구하자 오빠는 아니라 생각하고 자신의 의사를 통보하고 연락처를 바꿨습니다. 그러자 주거래 은행을 통해 1원씩 보내며, 협박성 메시지를 하기 시작합니다. 오빠는 블로그를 통해 아버지의 사업을 홍보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명함을 올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빠와 함께 일하는 박본관이라면서 아버지께 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 왔답니다. 아버지는 일에 방해된 나머지 차단을 했더니, 아버지의 주거래 은행으로 1원씩 보내면서 협박성 문자를 보냅니다. 그리고 오빠의 휴대전화를 원격 제어해 '토스 뱅크 통장'을 개설해서 대출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출, 상조, 이삿짐센터 등의 인터넷 광고를 하는 곳에서 오빠를 찾으며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른바 전화 테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동생에게도 문자와 1원 테러가 시작됩니다. 또한 아버지 명의를 도용해서 대출을 받고, 마이너스 통장도 개설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인터넷 은행에 지급 정지를 하고자 거래 명세서를 받아보니 토스 뱅크에서 아버지 주거래통장으로, 주거래통장에서 어머니 통장으로, 어머니 통장에서 여동생 통장으로 돈이 흐르다, ATM 기계로 현금을 찾았습니다. 돈을 출금할 때 비상금, 비자금, 용돈 등의 단어가 주로 쓰였는데, 아버지 휴대전화엔 비상금이란 단어가 스팸 단어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래서 문자도 오지 않았고, 돈이 빠져나갔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명의로 토스 뱅크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전혀 동떨어진 곳으로 주소지를 해놨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신용카드로 거금의 현금을 ATM을 통해 매번 출금해 갔던 것입니다. 또한 어머니 이름으로 토스 뱅크 통장을 개설해 대출을 받고, 주거래은행의 잔액을 빼갔습니다. 피해 금액만 얼추 계산해도 2억 8천여만 원입니다. 수사관은 가족 간의 거래하며 수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영업직이던 오빠가 전화번호를 바꿨더니 새벽에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했다는 고객 문의를 받았습니다. 미심쩍었지만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마음에 연락처를 알려줬더니 하루에 200통에 가까운 전화 테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이름의 휴대폰 소액 결제, 아버지 이름의 보험 약관 대출 등이 터졌습니다. 오빠와 같이 일하던 직원분은 테러에 견디지 못해 퇴사했고, 결국 오빠는 방송사의 도움을 받고 취재를 했습니다. 범인 검거는 실패했지만 관련 자료로 경찰서에 진정을 했습니다. 해당 방송이 방영된 후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서로부터 여동생과 오빠 이름으로 사기 범죄와 마약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이 가족이 당한 피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에서 확인하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가 전문화, 조직화되어 일반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한 보이싱 피싱 범죄도 예전엔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면, 이젠 진짜 같은 확인과 사칭을 통해 깜쪽같이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똑똑해진 만큼 범죄도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지옥이 따로 있나, 이곳이 미궁인걸>은 한 가족이 어떻게 고통 속으로 떨어졌는지를 그립니다. 시작은 협박전화 한통이지만 이후 문자와 전화 테러, 명의를 도용한 은행과 신용카드, 보험사의 대출, 후원 사기와 공문서 위조, 마약 범죄 연루 등 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범죄 피해자가 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자동이체를 쓰면서 우린 통장과 카드 거래를 잘 확인하지 않습니다. 결제 내역도 지로가 아닌 메일로 하면 내가 쓴 카드 금액만큼 결제가 되었거니 생각해 잘 확인하지 않습니다. 범죄자는 이런 생각의 틈을 파고들어 우리가 모르는 새에 돈을 빼갑니다. 사이트에 가입한 개인정보를 해킹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 개인정보를 이용해 본인도 모르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결제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나 대출을 받으면 본인의 휴대전화로 확인을 하지만, 개인정보를 변경하거나 전화를 원격제어해 본인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눈 뜨고 코 베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며 자기 일도 아닌데 도와준다고 나서면 그 사람을 믿고 의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엔 자신의 일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사람은 절대 없습니다. 공짜가 없듯이 이유 없는 호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이거나 신분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의심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나한테 악마의 손길이 뻗어오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며, 이 가족이 어서 빨리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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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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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2년에 가수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2007년 "와타쿠시리쓰 인 치아, 혹은 세계"로 등단해 2008년 "젖과 알"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습니다. 2009년 시집 "끝으로, 찌를 거야 찔릴 거야 자, 됐어"로 나카하라 주야 상, 2013년 시집 "물병"으로 다카미 준 상과 "사랑의 꿈이라든지"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2016년 "동경"으로 와타나베 준이치 상을 수상했습니다. 2010년 "헤븐"으로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심에 올랐습니다. 그 밖의 다양한 작품과 여러 권의 시, 수필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의 <노란 집>을 보겠습니다.



반찬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40살 이토 하나는 우연히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요시카와 기미코란 60세 여인이 20대 여성을 맨션에서 1년 넘게 실내에 감금, 폭행해 중상을 입혀 공판이 열렸다는 뉴스입니다. 기사가 게재된 것은 2020년 1월 10일이고 사건이 일어난 것은 작년 2019년 5월입니다. 기사를 읽으며 20년 전 그녀와 함께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고, 신발 상자에서 옛날 폴더 휴대폰과 충전기를 꺼내 전화번호부를 열어 기미코, 가토 란, 다마모리 모모코의 번호를 적었습니다. 그 집에서 나온 뒤로 연락을 하지 않은 하나는 가토 란에게 전화를 걸었고,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걱정 가득한 하나에게 끝난 일이라며 걱정할 일이 없으니 경찰에 가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고 일어섭니다.

하나의 집은 변두리 동네 바깥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고 오래된 문화주택으로, 현장 일을 하던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근처 스낵바에서 일하는 엄마는 가게 동료나 친구를 집에 데려와 재우던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평범한 집 자녀가 아님을 더욱 깨닫게 된 하나는 친구도 없었고, 엄마가 한 번씩 넣어두는 돈으로 먹을거리를 사서 알아서 해먹었습니다. 처음 기미코를 만난 것은 15살 여름으로 옆에서 자고 있던 엄마 대신에 그녀가 자고 있었습니다. 기미코 씨는 엄마가 일하는 역 앞 스낵바의 마마와 옛날부터 아는 사이로 마마를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집은 뒷전인 엄마와 다르게 하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요리도 함께하며 여름방학 한 달을 둘이 지냈습니다. 개학 첫날, 학교에서 돌아오자 기미코 씨는 없고, 늘 휑하게 비어 있던 냉장고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왔고, 하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없어졌고, 허무해진 하나는 의욕을 잃고 아르바이트도 그만두었습니다. 레스토랑에 유니폼을 갖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 남자친구 중개소에 일한다고 그만둔 엄마가 일했던 스낵바에서 기미코 씨가 나옵니다. 그녀를 만나 울고 있자니 같이 갈 건지 물어봅니다. 하나는 그 길로 기미코와 함께 삽니다. 이름과 간판만 바꾸고 그대로 물려받은 스낵바를 둘이서 운영하며 지내다, 캬바쿠라에서 일하던 가토 란과 허영심 많은 부모가 싫어 밖에서 떠도는 다마모리 모모코를 만납니다.

집을 나와 기미코와 살게 된 하나는 친구도 생기고, 가게 영업도 순조로워 이대로만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불행은 다가오고, 왜 기미코를 버리고 도망치듯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노란 집>에서 확인하세요.




우리나라 말 중에 '본데없다'란 말이 있습니다. 보고 배운 것이 없거나 행동이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데가 있다는 뜻인데요, 예의범절·교양 등 내적인 소양에 주안점을 두는 말입니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보고 배운 것은 중요합니다. 부모가 가르친 것뿐만 아니라, 부모가 하는 행동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집집마다 기준과 상황이 다르기에 보고 배운 것에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요, <노란 집>의 주인공 이토 하나는 엄마의 방치 속에 자라서 청소년 시절까지 보고 배운 것이 전무합니다. 가서는 안 되는 장소도, 귀가 시간이란 것도 없고,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드나들어 반 친구들 부모가 어울리지 말라고 합니다. 어차피 잠만 자는데 어디든 상관없고,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저축의 필요성도, 집을 관리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불을 개고, 방을 닦고, 먹고 난 그릇을 바로 설거지 한, 평범한 행동을 한 요시카와 기미코의 행동에 하나의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집을 나와 기미코와 사는 하나에게 엄마의 반응은 그러기로 했다면 된 거 아니냐는 가벼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엄마는 학교는 어쩔 셈인지, 어떻게 먹고 살 건지, 얼굴 보고 얘기하자 같은 말은 없고, 슬퍼하지도 화내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기미코와 사는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는 더욱 기를 쓰고 매달렸던 것입니다. 부모와의 마찰로 가출한 상태인 가토 란, 다마모리 모모코와는 다른 처지입니다. 그들은 그래도 돌아갈 곳이 있고, 뒷받침해 줄 부모가 있지만 하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노란 집>의 기미코, 영수도 하나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보기에 잘 살아가는 것 같아도 쉽게 흔들리고 무너집니다. 책의 마지막 모습이 마음에 애잔하게 남으며, 자신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부모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모두,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길에서 스쳐 지나는 사람, 찻집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

선술집에서 술 마시거나, 라면을 먹거나,

친구들과 놀러가서 추억을 만들거나,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평범하게 웃거나 화내거나 울거나 하는,

요컨대 오늘을 살고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그들이 건실하게 일해 건실하게 돈을 번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대체 어떻게 해서 그 건실한 세계에서 건실하게 살아갈 자격 같은 것을 손에 넣었냐다.

어떻게 그쪽 세계의 인간이 되었냐다.

나는 누군가 알려주기를 바랐다.

p.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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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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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913년 9월 영국 슈롭셔주에서 태어났고, 1939년 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집필 기간 18년, 총 21권, 전 세계 22개국에서 출간된 중세 스릴러이자 역사추리소설 최고의 걸작,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977년 첫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대거 상을 받았습니다. 그럼 일곱 번째 책인 <성소의 참새>를 보겠습니다.



지금 영국은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가 왕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슈롭셔주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왕의 치하에 들어갔고, 안전했습니다. 1140년 부활절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은 봄날 자정, 본당 서쪽 끝, 고리가 걸리지 않은 거대한 문짝이 갑자기 활짝 열렸습니다. 문짝이 열림과 동시에 누군가가 안으로 불쑥 들어왔는데, 그는 헐떡이고 비척거리며 앞으로 나아왔습니다. 그 뒤를 따르는 흥분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서쪽 문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들은 본당 안으로 들어왔고,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로버트 부원장이 성소에서 물러나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고, 캐드펠 수사에게 깡마른 청년의 치료를 맡겼습니다. 오늘은 금세공사 아우리파버의 아들 대니얼의 혼인날이었고, 그들은 혼인식의 당사자와 참석자들이었습니다. 깡마른 청년은 릴리윈으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장터에서 묘기나 마술을 부리고, 노래를 부르며 컸답니다. 철이 들자마자 도망쳐서 혼자 떠돌아다니며 돈을 버는데, 잔치에 초대받아 3페니를 받기로 하고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어떤 청년이 자신을 밀치는 바람에 사기 주전자가 깨졌고, 줄리아나 노부인은 지팡이로 그를 후려치며 1페니만 주고 내쫓았습니다. 부당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문지기가 열어준 쪽문으로 나가 다리를 건너 숲속 풀밭에서 자고 있는데, 무리들이 광대가 살인과 도둑질을 저질렀다며 고함을 지르길래 도망쳐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누군가 금세공사 윌터를 후려쳐서 쓰러뜨리고 며느리 마저리의 지참금 대부분을 가져갔답니다. 아들 대니얼과 결혼식 참석자들은 받을 돈을 못 받고 쫓겨난 이방인 릴리윈의 소행으로 보고 잡으려고 한 것입니다.

다음날 대니얼은 관원에게 릴리윈을 고발했고, 관원이 확인한 결과 금고 속에 무거운 은 제품들 빼고 텅 비어 있었답니다. 윌터는 금고 근처 바닥에 핏자국이 떨어져 있었고, 당시 정신을 잃긴 했지만 지금은 무사하답니다. 수도원장은 그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40일 동안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했고, 관원과 시장은 진술을 들으러 예배당으로 들어갑니다. 대니얼은 캐드펠 수사에게 할머니 줄리아나 노부인이 치료해달라며 찾는다고 전합니다. 캐드펠은 금세공인의 집으로 가서 노부인을 치료하고, 대니얼의 누나 수재나를 만나 당시 상황을 확인합니다. 또한 작업장에 있는 직공 예스틴, 이 집에 세 들어 사는 자물쇠 제조공 볼드윈 페치, 조수 존 보네스, 허드렛일을 하는 그리핀, 부엌 하녀 래닐트 등을 만났습니다.

존 보네스가 볼드윈 페치가 전날 나갔다가 다음날 아침까지 들어오지 않았다며 신고가 들어왔고, 캐드펠은 산책하다가 물살에 떠밀려온 그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금세공사 윌터의 금고와 자물쇠 제조공을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왜 그랬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성소의 참새>에서 확인하세요.




중세 시대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나 부모 없이 홀로 자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세상은 자신을 믿어주는 이 하나 없는 쓸쓸한 곳입니다. <성소의 참새>에 등장하는 광대 릴리윈도 그렇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도랑에 버려졌고, 그를 데려다 키운 사람들은 몸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훈련을 시키며 묘기나 마술, 노래를 불러 돈을 벌게 했습니다. 친절한 대접보다 주먹질이 더 많은 고된 삶을 살아왔고, 그래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과거에도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힘없이 돌아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깐요. 세상 그 어떤 사람도 그에게 빵 껍질 이상의 은혜를 베푼 적이 없었기에 대가 없는 친절이 의심스럽습니다. 그런 팍팍한 삶을 살아온 청년 릴리윈에게도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는 상해죄와 절도죄로 고발당한 릴리윈을 위해 사건을 수사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믿고 지지하는 부모 혹은 동반자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가 없는 것이고,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물 위에 떠다니는 부평초처럼 살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 혹은 사랑하는 이가 있어서 가족이 생긴다면 더 이상 쓸쓸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진 것 없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위협을 가한 사람의 안위를 염려하는 등장인물을 보며 무조건적인 믿음과 애정이 주는 힘을 느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가족을 응원해야겠습니다.


사철 어느 때나, 날이 좋건 궂건, 최악의 경우에도 그 두 사람은 함께일 것이다.

p.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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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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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습니다. 대표 작품으로는 "밤의 소리를 듣다", "어리석은 자의 독", "전망탑의 라푼젤", "꿈 전달자", "달빛이 닿는 거리" 등이 있습니다. 그럼, 판타지 미스터리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를 보겠습니다.



와타루의 아버지는 거액의 빚이 있었고, 다른 여자와 살겠다며 집을 나갔습니다. 여동생 마리나를 임신한 채로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 에리코는 8살 와타루와 여행용 가방을 들고 거리를 헤맸습니다. 그때 거리에서 전단지를 받았고, 전단지를 내민 남자는 신흥 종교 시설 '시온의 빛'으로 그들을 데려갔습니다. 생활력이 없는 에리코는 의식주가 보장되고, 정신적인 안정이 있는 종교단체에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종교단체는 가정이 아니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 또한 가족이 아닙니다. 어느 날 나타난 신흥 종교는 지역 사회에서도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와타루는 동네 주민들이 자신들을 그런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지역 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됐습니다. 종교 시설에서 산다는 점 때문에 덩치 큰 기쿠치 일당에게 심한 괴롭힘과 폭력을 당했습니다. 담임은 반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 알고도 철저하게 못 본 척했습니다. 와타루 반에 전학생 이 왔는데, 단다 아오토로 피부는 하얗고 머리카락이 갈색이며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오토는 선생님과 친구들 말에 반응하지 않았고, 반 친구들과 엮이기를 거부합니다. 친구가 된 둘은 아오토의 가족을 소개받았고, 그의 가족 모두가 약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동생 마리나가 태어났고, 마리나의 존재는 와타루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30살 하세베 와타루는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한 와타루는 선로 아래 인도에서 자전거를 밀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길 위에 있는 벤치에 어떤 남자가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지갑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와타루는 도둑을 쫓기 시작했으나 결국 놓쳤습니다. 숨을 몰아쉬는데 자고 있던 넘자가 그를 따라와서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타루는 움직이지 못한 남자를 집에 데리고 갔고, 하룻밤 재웠습니다. 다음 날 놓아둔 자전거를 찾으러 갔으나 자전거는 안 보이고, 그 남자는 미안하다며 비싼 새 자전거를 사줍니다. 중국계 미국인 제이슨 가오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에 보자며 갑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타르바간 바이러스가 퍼집니다.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환자는 고열과 두통, 근육통을 호소하고 온몸에 습진이 퍼질 즈음부터는 근육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거기까지 대략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걸리고, 그 후 환자는 눈에 띄게 쇠약해지고 살이 빠져 팔다리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변하고 근육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전염력도 강하고 사망자들은 피부가 검게 변하고 팔다리가 기이하게 뒤틀리며 죽습니다.

어린 시절 와타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아오토와는 왜 헤어졌는지, 가오란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타르바간 바이러스가 퍼진 일본은 어떻게 되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에서 확인하세요.




인연(因緣)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또는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을 뜻합니다. 또한 이 단어는 불교에서 유래하여 어떤 일이나 현상이 발생하는 데 있어서의 원인과 조건을 뜻합니다. 즉,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닌, 그럴 만한 이유와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의 주인공 와타루에게도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신흥종교 시설에서 살아 따돌림을 당하던 와타루와 스스로 주변과 엮이기를 거부하는 아오토와의 인연. 사회에서 튕겨 나가는 상황이 두려워 소심하게, 마음을 죽인 채 살았던 와타루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모습을 숨기지 않는 가오와의 인연. 이 둘은 평범한 와타루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미지의 바이러스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와타루의 일상도 깨집니다. 책에 나온 바이러스는 얼마 전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평온했던 일상이 깨졌고, 그런 비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관계 맺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평범한 사람 같지 않은 아오토와 가오, 따돌림과 신흥 종교, 그리고 미지의 바이러스까지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까 전혀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럴 이유와 조건이 존재한다는 인연을 계속 떠올리게 만드는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이제까지 맺은 인연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하며, 앞으로 맺을 인연이 나를 어떻게 이끌지 기대하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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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태도
데이먼 영 지음, 손민영 옮김 / 이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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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이자 작가, 컬럼리스트인 저자는 현재 멜버른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의 저서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거나 영문 그대로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습니다. 2013년에는 공공 철학 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AAP의 미디어상을 수상했습니다. "인생학교: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정원에서 철학을 만나다", "흐트러짐"을 포함한 여덟 권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그럼, 작가가 쓴 에세이 <독서의 태도>를 보겠습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책장의 책을 나열하면서 이 책은 시작합니다. 저자는 "이솝 우화"나 "아라비안 나이트", "곰돌이 푸"도 좋았지만, 그를 문학으로 이끈 책은 바로 "셜록 홈스 걸작선"이라고 합니다. 이 묵직한 책은 800페이지에 달했고, 초등학생 시절 또래가 읽는 어떤 책보다 컸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느꼈고, 빅토리아 시대 런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10대 시절 읽은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책, 오르한 파묵의 책, 이디스 워튼 책, 장 자크 루소의 책, 장 폴 사르트르의 책, 시몬 드 보부아르의 책이 있다고 합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인간이라는 어느 특정한 대상과 특정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읽는 행위는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점점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가까운 미래는 읽는 행위라는 것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책도 필요 없는 물건이 될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읽는 행위를 이 책에서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독서는 교육적입니다. 또한 글로 적힌 이야기는 정신 건강과 사회적 관계를 증진시킵니다. 읽는 일은 경험하게 합니다. 읽는 경험은 정제되고 복원된 삶의 환영과 마주하는 일입니다. 이 책은 독서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고 독자의 힘을 상기시킵니다. 각각의 장에서는 '호기심, 인내, 용기, 긍지, 자제, 정의'의 덕목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글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비평을 내보이는 독서 연습을 장려합니다.

이 책에 언급한 책들은 마지막 '잡동사니 방'에 있습니다. 책 제목과 몇 년도의 어떤 판인지를 알려줍니다. 이른바 '플레이리스트'처럼 저자의 코멘트가 함께 달린 '북리스트(Booklist)', 너무나 많고 좋은 책들이 있어서 관심 있는 책들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은 그 안에 내용을 담고 있지만, 더불어 추억도 함께 합니다. 어떤 책은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과 생각이 떠올라, 그때로 추억여행을 떠나게 해줍니다. 어떤 책은 흥미진진해 책 속에 펼쳐진 세상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줍니다. 어떤 책은 담고 있는 내용을 여러 번 곱씹으며 내면의 성장을 도와줍니다. 이렇게 책은 다양한 기능을 하는데, 이 모든 것은 책을 읽는 독자와 읽는 행위가 있어야 실현 가능한 것입니다. 독서인구가 줄어든다는 뉴스를 접하면, 가까운 미래엔 책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는 게 아닐까 상상합니다.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하듯, 인간의 뇌도 칩을 꽂아 업그레이드하면 되기에, 정보를 얻기 위해 읽을 행위가 필요 없어지고, 결국 책은 고대 유물로 전락해 박물관 같은 곳에서만 볼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상상합니다. 그런 미래를 상상하면 지금 읽는 이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각각의 선들은 먼저 이름이 되고, 그런 다음 소리가 되며, 이 소리가 결합해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처음 글자를 배웠을 때 주변에 보이는 글자를 읽는 기쁨에 전율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익숙하게 되면 그 과정의 새로움과 경이로움은 잊어버린 채, 다른 재미를 찾게 됩니다. 그렇게 떠나버린 독자들을 다시 읽는 행위에 몰두하고 진지하게 임하길 바라는 철학자의 독서 탐구 에세이 <독서의 태도>. 이 책을 읽으며 독서에서 생각지도 못한 덕목을 발견할 수 있음에 놀랐고, 철학자의 눈으로 본 독서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에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임을 되새기며, 독자가 되는 일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를 누리며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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