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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ㅣ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저자는 사는 곳, 가는 곳,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아 글로 씁니다. 세계문학상, KBS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출간 도서가 한 도시 한 책 등에 선정 및 추천되었습니다. 2011년 장편소설 "홈즈가 보낸 펴지"를 시작으로 "붉은 소파", "혐오자살", "반전은 없다" 등 형사 김나영 3부작을 집필하였으며, 2024년부터는 "크로노토피아", "은달이 뜨던 밤, 죽기로 했다", <쌈리의 뼈>로 시간을 테마로 한 3부작을 적었습니다. 2020년부터 청소년 소설도 쓰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쌈리의 뼈>를 보겠습니다.

2019년 대학교에 입학한 윤해환은 2001년 150만 부 팔린 '굴'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엄마 윤명자와 함께 삽니다. 입학을 축하한 자리에서 엄마는 치매라 말했고, 코로나와 함께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엄마는 사람을 만나야 소설이 써지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 일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엄마가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더니, 딸이 없다고 하며 난동을 부립니다. 입주 요양보호사를 고용했으나 엄마의 비말 공격에 그만두고, 해환은 휴학을 하고 엄마를 돌봤으나 무기력해졌고,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습니다. 정신을 잃었다 차리면 해환의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고, 엄마의 몸에는 멍이 들어 있습니다. 엄마를 때려서 미안하다며 울었으나 엄마는 내 딸을 데려오라고 욕설을 퍼붓습니다. 2021년 4월 엄마의 첫 작품부터 출간한 아저씨가 평택 집에 가서 지내라고 권유합니다. 해환의 외할아버지가 지은 수북강녕이란 주택에서 바로 거주하긴 무리여서 근처 최신식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엄마는 평택으로 와서 딴 사람이 되었습니다. 수북강녕에 가면 텃밭을 일구고 집 안 청소를 했고 자신이 쓰던 소설을 해환에게 도와달라고 합니다.
엄마가 쓰던 소설 제목은 '쌈리의 뼈'로 평택의 집창촌 지명입니다. 엄마의 원고는 치매에 걸린 작가 나의 이야기가 펼쳐졌으나, 30장이 지난 후부터는 완전히 다른 자아인 나가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생각나는 대로 쓴 문장투성이에 되풀이되는 문장도 많았습니다. 엄마가 쓰던 소설에 나오는 해바라기 집에서 실제 유골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보도됩니다. 유골은 갓난아이 한 구이며 지하실에서 발견됐습니다. 근처 분홍색 간판 붙은 집에 가서 물어보라는 경찰 말에 주인인 노신사와 업소녀 미니와 이야기합니다. 미니가 물려받은 이름이란 걸 알게 된 해환은 쌈리를 걸으며 머릿속으로 줄거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러다 블랑크 헤어를 마주칩니다. 처음 평택에 온 겨울, 치매에 걸린 엄마는 붕어빵을 계속 먹고 싶다고 했고, 해환은 시장에서 붕어빵 가게를 찾았으나 줄이 길어 포기하고 좀 더 돌아다니다가 블랑크 헤어 앞 붕어빵 포장마차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다녔는데도 이곳이 쌈리에서 가깝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붕어빵 할머니에게 대화를 건넸으나, 엄마의 치매 초기 증상과 비슷함을 느낀 해환은 미용실 주인에게 이를 말합니다.
평택에 이사 와서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해환의 주변에서 의문의 죽음이 일어납니다. 엄마가 쓴 소설과 실제는 어떤 연관이 있을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쌈리의 뼈>에서 확인하세요.
베스트셀러 소설가 윤명자는 과거 평택역 인근 집창촌 쌈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던 중 치매를 얻고, 그 원고를 이어서 써달라고 딸 해환에게 부탁합니다. 해환은 엄마가 쓴 원고와 메모, 낙서를 읽으며 소설을 조금씩 쓰던 중에 출판사 사장에게서 소설의 배경이 된 쌈리에서 사람의 뼈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해환은 쌈리에 방문해 소설에 등장한 장소와 사람을 만나 영감을 얻습니다. 소설이 진전될수록 해환은 꿈과 현실이 혼동되기 시작하고 그녀 주변에서 의문의 사고도 일어납니다. 엄마가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이 보이고, 그만큼 엄마가 의심스러운 해환입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기억하면 사실인지, 사실이면 기억되는지가 혼란스러웠습니다. 특히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윤명자가 치매환자라서 진실에 다가가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지, 과연 진범은 누구인지 궁금한 가운데, 반전에 반전을 보여줍니다.
갓 생성된 기억은 쉽게 영향을 받고 편집될 수 있습니다. 상상, 의견, 추측이 개입되면서 없던 것이 들어가기도 하고 있던 것이 빠지기도 합니다. 또한 한번 저장된 기억이라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 방치된 기억은 변질되거나 소실되기도 하고 기억을 인출할 때마다 일부 기억이 재구성되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의 기억이라는 게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쌈리의 뼈>는 간병이라는 주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란 옛말처럼 가족의 병간호를 하다 현실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가족 돌봄에 자신을 잃는 소설 속 이야기가 언제까지 남의 이야기라 치부할 수 없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제 지역을 배경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는 '빚은책들'의 '로컬은 재미있다' 시리즈의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