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달의 고베 -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에서의 홈스테이 ㅣ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8
한예리 지음 / 세나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세나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8년 차 프리랜서 일본어 번역작가 한예리는 글쓰기와 번역을 업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나 역시 글 쓰는 작가와 번역가의 삶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다.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에 대한 꿈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에, 세나북스에서 기획 출간 중인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한 달의 고베>는 저자가 고베로 떠나기 전 출간 계약을 마치고, 2024년 8월 31일부터 10월 2일까지 총 33일간 일본 효고현 고베에 머물며 직접 보고, 체험하고, 느낀 감정을 담은 체류형 여행 에세이다. 단순히 관광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고베의 일상과 문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경험한 이야기를 전한다.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부터 ‘고베는 어떤 도시일까’ 궁금했다. 고베는 일본 혼슈 서부, 효고현의 현청 소재지로, 메이지 시대 개항 이후 서양 문화가 유입되어 독특한 건축과 거리 풍경이 조성된 이국적인 항구 도시다.

바다(오사카만)와 산(롯코산)이 어우러진 풍경, 자연과 도시의 조화가 인상적인 곳이다.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인 아리마 온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베규(神戸牛)의 산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조용한 골목, 전통 가옥, 카페, 예술 공간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도시다.
고베는 일본 여행지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한 번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 매력을 쉽게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한 달의 고베>는 고베에서 한 달간 ‘살아보며’ 경험한 체류 에세이로, 단순한 여행 후기나 관광 정보가 아니라 도시를 온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스며들었던 감각의 기록이다.
한예리 작가는 단기 체류자이자 관찰자의 시선으로 고베를 바라보면서도,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전통 료칸에서의 하룻밤, 일본 가정에서의 식사 초대, 골목을 걷다 우연히 만난 오래된 찻집, 작은 시장에서 만난 이웃들의 미소 등, 우리가 놓치기 쉬운 풍경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이 책은 ‘한 달 살기’라는 구체적인 시간성을 바탕으로, 일상과 여행의 경계에서 삶을 사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행지에서 일상을 꿈꾸는 이들, 혹은 일상 속에서 여행 같은 순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고베의 유명한 명소보다,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와 그들의 하루를 비추는 장소에 집중한다. 여행자의 겉도는 시선이 아니라, 이웃처럼 다가가 도시의 일상에 스며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통 찻자리, 일본 도자기 마을 방문, 가정식 요리 체험 등 표면적인 체험을 넘어, 문화 속에 ‘들어가서 사는’ 방식의 접근도 돋보인다.
작가의 섬세한 글과 직접 찍은 감각적인 사진은 고베의 일상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 한 권이면 고베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듯한 여운이 남는다. 올여름 휴가에는 꼭 고베에 가서 그곳의 향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