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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사랑과 탐욕이 얽힌 중세를 배경으로 한 장미 미스터리의 이야기를 아시는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세 번째 작품인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은 장미 한 송이가 불러일으킨 사랑과 탐욕의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으로, 수도사 캐드펠이 장미나무 아래서 발견된 시신의 진실을 파헤친다.
이 작품은 엘리스 피터스 특유의 감각적인 자연 묘사와 날카로운 심리 묘사가 매력적인 작품으로, 12세기 중엽 수도원 장미 정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룬다. 특히 이 작품은 장미의 아름다움과 인간 탐욕의 대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장미'는 '사랑, 죽음, 미스터리'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해 독자들에게 인상적인 이미지와 서스펜스를 남기고 있다. 14세기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역사 미스터리인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도 함께 읽어보시기 바란다.
p.11
1142년 봄, 4월 내내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더니 5월이 되었는데도 봄기운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새들은 보다 따듯한 보금자리를 찾아 인가 지붕 근처를 맴돌았고, 이른 봄꽃조차 피지 않은 탓에 벌들은 어디서도 양식을 얻을 수 없어 모아놓은 꿀을 축내고 잠만 잤다.
p.52
"장미는 전달될 거요!" 라둘푸스가 힘주어 말했다. "우린 그 의무를 틀림없이 이행할 게야.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형제로부터 그 의무를 면제하오. 형제는 맡은 제단이나 잘 보살피시오. 그리고 오늘부터 누가 어떤 식으로 그 의무를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생각하지 말도록 하시오."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의 주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주디스 펄은, 매년 성 위니프리드의 축일에 백장미 한 송이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집을 수도원에 기부한다. 그러나 축일을 앞둔 어느 비 오는 밤, 수도원 장미나무를 찍어 없애려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를 막으려던 젊은 수사가 칼에 찔려 쓰러지고, 살인자가 남긴 단서는 진흙땅에 찍힌 발자국뿐. 캐드펠 수사는 그 의문의 발자국을 추적하며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지만, 또 한 구의 시신이 강에서 떠오르면서 사건은 더욱 깊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백장미의 순수한 아름다움과는 달리, 이 작품은 인간의 어두운 이기심, 탐욕, 사랑, 집착이 어떻게 복잡하게 얽혀 비극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엘리스 피터스는 중세 사회의 법, 여성의 지위,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사랑이 충돌하고 균열을 일으키는 장면을 예리하게 묘사했다는 점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p.158
"하류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휴가 손바닥 위에 놓인 조그만 청동제 물건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
p.224
"저랑 같이 가시죠." 불행을 당해 슬퍼하는 이들을 뒤로한 채 대십장사항을 향해 언덕길을 오르던 휴가 캐드펠에게 말했다. "정식으로 외출 허가를 받으신 거죠? 이리로 오기 전에 수사님 때문에 미뤄두었던 일을 처리하러 막 성문 쪽으로 나가려던 참이었어요.(중략)"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의 나열이 아닌, 실제 12세기 중엽 영국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깊이 있는 역사 소설이다. 선과 악,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사이의 문제를 탐구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감각적이고 생생한 자연 묘사로 인해 중세의 어느 곳으로 독자를 이끄는 몰입감도 탁월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순한 살인 사건 해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탐욕, 신념과 사랑, 사회적 모순을 역사라는 무대 위에 치밀하게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셜록 홈스처럼 차갑고 논리적인 탐정은 아니지만 캐드펠은 자비와 관용을 바탕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은 '한 송이 장미가 얼마나 많은 인간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가'를 아름답고도 서늘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 미스터리물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