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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동물 열전 - 최애, 극혐, 짠내를 오가는 한국 야생의 생존 고수들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5년 6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다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몇 달 전 밤 10시쯤, 집 근처 물길이 흐르는 공원에서 너구리 가족을 마주친 적이 있다. 아기 너구리 네 마리와 엄마 너구리 세 마리가 강을 건너던 중, 한 마리가 건너지 못해 필사적으로 다리를 건너려 애쓰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 읽은 《팔도 동물 열전》을 통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곽재식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전역의 야생동물들을 ‘리얼 생존 버라이어티’로 소개하며, 마치 ‘동물의 왕국’을 연상케 하는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동물도감이 아니다. 고라니, 멧돼지, 여우, 청설모, 너구리, 박쥐, 담비, 반달곰까지 8종의 대표 동물들을 과학적 지식, 역사, 전설, 사회문화적 상징을 융합해 흥미롭게 풀어냈다.
예를 들어, 고라니는 '백제 멸망을 예언한 괴물'로 기록돼 있고, 멧돼지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심장 이식의 동물이자 황금 멧돼지 전설의 주인공이다. 여우는 한때 흔했지만 미움받아 급격히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청설모는 '다람쥐의 악당'으로 오해받는 억울한 숲의 수호자로 재조명되었다.

특히, 너구리는 도심 속 쓰레기통까지 침투하며 살아남는 '적응왕'으로, 박쥐는 드라큘라 같은 삶과 장수의 비결을 지닌 신비로운 동물로 그려진다. 담비는 협동 사냥으로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고, 반달곰은 귀여움으로 대중의 호감을 얻어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상징의 동물'로 자리 잡았다.
곽 교수는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도 자연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고 말하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동물 생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예를 들어, 성격이 급한 고라니는 '빨리빨리'의 민족성을, 겨울잠을 자지 않는 너구리는 잠 부족 한국인을 떠올리게 한다. 청설모의 나무 위 여러 집은 다주택자 현실을 풍자하고, 붉은박쥐의 강인함은 '의지의 한국인'을 상징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같은 땅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이다. 그리고 그 답은 명확하다. "그들의 극한 생존기를 통해, 인간도 자연 속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곽재식 교수는 한국 전역의 대표 동물 8종의 생태와 역사, 전설과 사회문화적 의미를 통합 분석하며, 과학자이자 소설가 다운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동물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와 인간 본성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풍부한 교양과 인문학적 통찰을 동시에 제공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생태 인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팔도 동물 열전》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한국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은 이들, 그리고 과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스토리를 찾는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은 교양과 인문학적 통찰을 한 권에 담은 생태 인문서이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깊게 생각해 보게 만드는 한편, 기후온난화로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생태계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