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아이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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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대하면서 '역시!'라는 감탄사를 말하게 된다. 작가의 소설들이 나올 때마다 '따라 읽기'를 하다가 최근의 몇 작품을 읽지 않고 넘어갔다. 기존의 소설들에 비해서 몇 % 모자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작품들을 검색하다가 최근작인 <미로 속 아이>를 접하게 됐다. " 기욤 뮈소 데뷔 20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 <미로 속  아이>는 내가 지난 20년 동안 구성해온 작품이다" 라고 작품 설명을 한다.
소설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넘나들면서 전개된다. 주인공인 오리아나는 이탈리아 기업가의  상속녀이다. 종군기자로 활약을 한, 겉으로 보기에는 활동적이고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이다.그녀에게는 아픈 경험이 있는데, 6살 때에 학교 수업을 마친 오리아나는 엄마와 함께 아버지가 있는 스키장으로 가던 중에 자동차 사고로 엄마를 잃게 된다. 엄마는 오리아나에게 운전 중에는 고양이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열지 말라고 한다. " 절대 고양이 상자을 열면 안돼"
그러나 어린 오리아나는 살짝 고양이 상자의 문을 열게 되고, 튀어 나온 고양이는 운전하는 엄마에게 달려 들어 사고가 난 것이다.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있던 엄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일로 오리아나는 심리치료를 받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 날의 이야기는 오리아나의 마음 속에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어느날 아버지의 죽음으로 30억 유로라는 상속을 받은 오리아나는 프랑스 남부 휴양지에 정박 중인 요트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나 열흘만에 잠깐 의식을 찾고 짤막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난황에 부딪혀 1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수사는 범행에 사용했던 쇠꼬챙이가 발견되면서 다시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유력한 범인은 그녀의 남편인 아드리앙....
그러나 기욤 뮈소가 이렇게 싱겁게 범인을 알려줄 리가 없다는 것은 그의 독자들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소설은 4명의 화자가 있다. 살해된 오리아나, 그녀의 남편인 아드리앙. 그리고 오리아나가 자신이 뇌종양 교모세포종 4기로 2개월 정도의 생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남편의 연인을 만들어 주게 되는데 그 여자가 아델,
그리고 오리아나 살해 사건을 담당한 여자 경찰 쥐스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범인을 찾게 되는데....
기욤 뮈소 데뷔 20주년 작품인 <미로 속 아이>는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한계를 뛰어 넘어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다. 주변에 그런 인물이 없으면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희귀병인 '해리성 정체 장애'를 끄집어 낸다.
'내 안에 또 다른 나', '다중인격' , '가스라이팅' 등 범죄 현장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격 장애에 대한 생각을 소설을 읽으면서 한 번쯤 심각하게 생각하게 해 준다.
<미로 속 아이>를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기욤 뮈소'의 2010년 작품인 <종이 여자>가 생각났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생각하다가 오래 전에 쓴 리뷰를 찾아 봤다. 2011년에 읽은 <종이 여자>는 책표지부터 마음에 들었었다. 산뜻한 책표지는 소설 속의 종이여자 느낌이었다. 그런데 2023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책표지는 <미로 속 아이>와 같은 느낌이다. 예전 책표지가 훨씬 맘에 든다. <종이 여자>의 리뷰를 읽다가 '기욤 뮈소'는 한국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 여자>에도 대한민국, 박이슬이란 내용이 살짝 나온다고 하는데 <미로 속 아이>에도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 아드리앙의 이야기, 한옥 마을이 살짝 등장한다. 앞으로도 '기욤 뮈소'의 소설이 출간되면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2011년에 쓴 <종이 여자>의 리뷰도 함께 올린다.

<종이 여자>리뷰

우리나라 여성독자들에게 각광을 받는 프랑스 작가라고 하면 서슴치 않고 '기욤뮈소'라고 대답할 것이다.
'기욤 뮈소'는 그동안 <사랑하기때문에> <구해줘>를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하였는데,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함께 감각적이고 스피디한 문체를 보여주었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테마를 위주로한 이야기를 보여 주었다면, <종이 여자>는 캐릭터에 색다름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궁금한 점은 '종이 여자'라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일 것이다.

 


어릴적에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
종이와 여자가 합쳐지는 느낌은 갸냘픔이나 연약함. 그런 느낌들인데.....
프롤로그를 읽을 때까지도 독자들은 어떤 확실한 실체를 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프롤로그는 <천사 3부작>이라는 작품의 2권까지를 출간하면서 혜성처럼 나타난 유명 작가 톰 보이드의 이야기가 뉴스 매체를 통해서 소개되는 기사들과 그가 받은 메일들을 소개해 하는 기사 내용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또 뉴스 매체의 기사는 미모의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어느새 톰과 오로르는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곧 이어 톰은 오로르에게 버림을 받게 된다. 그 결과, 형편없이 무너지는 톰 보이드.폭행, 과속 운전, 마약.... 도저히 재기를 할 수 없는 형편없는 모습으로 변해 가게 된다.
<천사 3부작>의 마지막 3권은 앞으로 세 달후에 출간예정이지만 톰의 머리 속은 백지상태이다. 굳어져 버린 머리. 컴퓨터 화면을 열면 구토를 느낄 정도로 무기력하게 변해 버린것이다.

이때 나타난 여인, 빌리.
톰의 <천사의 3부작>중의 스페셜판이 인쇄상의 문제로 266 페이지까지만 인쇄된 책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그녀는 바닥에 나가 떨어지면서"까지 인쇄가 된 그 책에서 빌리는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책 속에서 떨어져 나온 빌리.
그녀는 이 책이 완성되어야만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어리둥절하게 될 것이다.

'기욤 뮈소'의 판타지 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가 끝맺지 못한 <천사 3부작>의 등장인물 중의 한 여인인 빌리가 펼치는 이야기이니까.
이 작품 속에는 톰, 캐롤, 밀로의 우정과 사랑도 강한 감동을 준다.
세 사람은 미국의 한 빈민촌 출신들이다. 가난하기만 한 것이 아닌, 몸과 마음에 상처를 담고 있는 세 친구.
밀로는 톰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그의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갱단에 가입했던 사람.
그리고, 캐롤은 치유 불가능한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야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톰은 매일 캐롤을 위해서 <천사 3부작>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법같은 세계를 만들어 주었기에 그녀가 삶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톰이 나중에 <천사 3부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소설도 쓰지 못하는데다가 밀로의 펀드 실패로 무일푼이 된 톰과 그의 책에서 나왔다는 종이 여자 빌이 펼치는 모험에 가까운 이야기들.
그리고, 어느새 사랑을 느끼게 된 톰과 빌리의 이야기.
빌리는 톰에게

또한 청소년 시절에 톰, 캐롤, 밀로에게 있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이 <종이 여자>를 통해서 펼쳐진다.
기욤 뮈소가 젊은 작가인 만큼 그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들도 젊고 상큼함이 있다.
빌리의 발랄하고 재치있고, 통통 튀는 캐릭터는 읽는내내 신선함이 있다.
소설가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들과 수시로 맞닥뜨리"(p117)는 존재임을 기욤 뮈소는 자신의 책 속에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종이 여자>는 그의 소설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창작력의 부재, 작가의 백지 공포증...
이런 것들이 작가들이 느끼는 것들 중의 일부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속에 살면서도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내면서도 현실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작가의 일상이 곧 <종이 여자>에 나타나는 작가의 창작 활동의 일부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단 한 권 남은 파본을 찾기 위해서 말리부에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대서양을 건너서 로마, 다시 한국, 그리고 맨해튼, 이런 긴 여정을 거쳐서 한 권의 책은 프랑스의 센 강에서 퉁퉁 물에 젖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책의 향방을 쫒는 이야기는 분명 모험 이야기이지만.

이처럼 작가가 <감사의 말>을 통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삶은 한 편의 소설이죠"(P483)
이 말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이 여자>의 이야기처럼 인생은 픽션과 현실 사이에 놓인 마술 거울을 통해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듯이 <종이 여자>도 탄탄하고 섬세한 구성,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 작가의 감성과 취향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또한, 마지막 반전은 허를 찌를 것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사랑스럽다.
빌리가 픽션 속의 인물이지만, 현실 속에 살아 있는 듯 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책을 덮을때까지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의 이야기를~~ 판타스틱한 이야기를~~ 모험의 이야기를~~
모두 원한다면 <종이 여자>가 제 격이 아닐까 한다.



또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한국 사랑은 <종이 여자>에서도 한 몫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한국 청년을 주인공으로 했듯이.
<종이 여자>에서도 '대한민국'이란 단어들과 박이슬이란 여대생이 살짝 등장한다.
역시,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 수준도 그 어느 나라 못지 않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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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는 척하기 - 잡학으로 가까워지는
박정석 지음 / 반석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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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지칭할 때에 흔히 쓰는 말이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이다. 지난 3월에 일본의 고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에 느낀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들은 일본인들이 편견을 갖고 차별 대우를 당하기도 하겠지만, 여행객에 대해서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인들에 대해서 편견을 갖고 이런 저런 말들을 하기도 하는데, 그건 역사적으로 나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생활을 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서 비교적 중립적으로 쓴 책이 <일본 아는 척하기>이다. 이 책은 다양한 잡학을 통해서 일본을 깊이있게 분석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잡학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 알면 좋고 몰라도 별 상관이 없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일본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이라는 이웃 나라에 정을 느낄 수  있고, 일본에 대한 지적인 대화에 참여할 수 있기도 할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가까운 이웃나라에게는 서로 좋은 것이 아닐까.
일본하면 떠오르는 산은 후지산이다. 완만한 경사로 멀리서도 보일 것 같은 산이다. 사진 속의 후지산은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런데, 실제로 후지산은 300년 전에 용암이 마지막으로 분출하면서 토해낸 검붉은 화산재로 작은 돌들로 가득한 삭막한 산이다. 우리나라의 산처럼 멋진 봉우리도 없고 화려한 단풍도 볼 수 없는 산이다. 그런데 후지산의 정상은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이다. 후지산을 모시는 센겐진자(신사)의 사유지란다. 일본은 어느 지역을 가든지 신사를 만날 수 있다. 신사마다 그곳에 전해 내려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일본 고유의 문화이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인분을 비료로 사용했는데, 에도시대에는 인분 시장이 형성되고 정착됐다. 인분시장에서는 부자들의 인분 가격이 비쌌다고 한다. 부자들은 좋은 음식을 먹으니 인분도 기름지고 성분이 좋아서 농사를 짓는데 좋은 비료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화장실이 있었다고 하니 유럽과는 다른 화장실 문화이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은 서로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금지되는 언어, 행동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일본의 천황은 126대로 이어지고 있다. 천황은 성이 없다. 주민표의 호적이 없다. 여권이 없다. 자유로운 인권이 없다. 우리의 인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일본의 천황, 그것 역시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결국에는 일본의 문화이다.
일본의 나라꽃으로는 사쿠라와 국화가 있는데, 사쿠라는 서민들에게 사랑받는 꽃으로 신이 머무는 나무, 신앙의 대상이다. 국화는 천황의 황실 문장에 쓰이면 귀족의 꽃이다. 귀족인 천황가에서 사랑받는  꽃이다.
일본의 칼의 문화, 사무라이, 할복.... 할복의 중심에는 사무라이 정신이 있다. 
저자는 재일동표들의 조국사랑과 헌신을 시대별로 분석한다.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위한 공헌도와 규모로도 가장 잘 조직된 애국 단체인 민단의 일을 한 저자는 민단이 노령화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의 문화가 정(情)이라면 일본의 문화는 칼(刀)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정서이다.
이 책은 잡학을 통해서 일본을 이해하기이지만 반일, 혐한의 해결을 위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 일본의 잡다한 지식을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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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나무 책고래마을 55
장세련 지음, 용달 그림 / 책고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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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보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 나지만, 그래도 백화점이나 교회에 가면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찬란하게 꾸며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 (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집은 크리스마스가 큰 행사였다. 
12월이 시작되면, 아버지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화원에서 커다란 소나무를 사오셨다. 그리고 그 소나무에 아주 예쁜 방울을 달고 반짝이는 줄을 둘렀다. 성탄 전야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딸들에게 주는 선물을 놓아 두셨다.
성탄절 아침, 우리들은 트리 밑에 있는 선물을 풀어 보면서 웃음꽃을 폈다. 몇 십년이 지난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버지가 생각나면서 그 때의 추억에 잠겨 본다.
'책고래'출판사의 그림책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책들이 많은데, <성탄 나무>도 그런 책이다. 또한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책이다.봄이 되면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들이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낸다. 개나리는 노란 종모양의 꽃을, 벚나무는 분홍 봉우리를 자랑한다. 물론 사람들도 이런 예쁜 꽃을 피우는 나무들을 좋아한다. 식물원의 작은 소나무는 이런 꽃나무들이 부럽다.  소나무는 이런 아름다운 꽃들을 피우지 못하기에....
소나무 나뭇가지 끝에는 아주작은 몽툭하고 볼품없는 뾰족뾰족한 바늘 모양만 있다.이런 소나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소나무는 생각한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을거야"
이 부분에서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생각하게 된다. 볼품없는 소나무의 마음을...
요즘은 어린이들도 친구와 비교하고 자신이 친구 보다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시무룩해지는데, 소나무는 어리지만 너무도 의젓하다.다른 꽃나무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던 소나무는 겨울이 되자, 소나무를 찾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지역 아동센터에서 온 선생님과 허름한 차림의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작은 소나무를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 위해서 산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아이들, 작은 소나무는 그들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다.선생님은 알록달록 방울, 반짝이는 줄, 별 등을 달면서 아이들에게 말한다.
"우리의 마음도 달아 볼까? (...) 예쁜 마음도 달 수 있고, 미운 마음도 달 수 있지."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한 작은 소나무.  가장 낮은 곳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작은 소나무. 
초라한 모습이지만 다른 나무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모습은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성탄절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책,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하는 그림책.어린이들이 <성탄 나무>를 통해서 포근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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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역사신문 : 삼국 시대 편 - 삼국 시대와 오늘을 연결한 최초의 신문 똑똑한 초등신문
신효원 지음 / 책장속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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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우리의 역사를 배우기 전에 한국사의 흐름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고등학생들은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기 때문에 반드시 공부해야 할 과목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너무 복잡하고 외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역사를 제일 싫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에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한다면 중, 고등학교 학생이 되어도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 역사과목이다.
<똑똑한 역사 신문>은 오늘날의 실정과 비교하면서 설명을 하기에 만화 보다도 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우륵과 왕산악이 베토벤 열 명이 안 부럽다는 이야기, 삼국시대에 결혼 선물로는 된장이 최고였다, 백제판 최신 냉장고, 베르사이유 궁전에도 없었던 화장실이 통일신라에 있었다는 이야기....
이 책은 5 PART로 삼국시대의 문화, 사회, 경제, 과학, 정치, 뉴스로 구성되어 있다.
삼국시대의 주로 사건들을 주제별로 신문기사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현실 감각을 반영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1 PART에 10가지 이야기, 총 50가지 역사 기사인데,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기사가 독립적으로 읽어도 무난하기  때문에 제목을 보고 흥미로운 기사, 재미있는 기사를 골라서 읽어도 된다.
이 책에 실린 삼국시대의 설화와  역사는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책 속에서는 기존에 부각되었던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게 읽은 내용 중에 삼국시대에 벌써 K-뷰티가 있었다는 가상의 이야기이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 속의 그림을 보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데, 벽화 속 여인들의 볼과 입술이 붉게 물들어 있는 건 아마도 그 시대에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입은 옷도 지금 입어도 멋진 세련미를 엿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진흙 속에 묻혀 있던 백제 금동 대향로가 1993년에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되면서 백제인의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 수 있다. 
또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역사에 관한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문제가 있다. 
꼭 기억해야 할 역사 상식, O X 문제, 역사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어휘, 역사적 배경지식을 묻는 문제가 있다.  책에 실린 역사 어휘는 112개 인데, 이것만 모아서 정리해도 <역사 어휘 사전>을 만들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연대표이다. 예전에 역사 공부를 할  때,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연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책 속에는 1세기~10세기, 즉 삼국시대~통일신라 시대 연표가 있다. 
한국사에 대해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삼국시대 50가지 핵심 뉴스를 담은 <똑똑한 역사 신문>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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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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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36년이란 세월이 흘러갔기에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소설, 영화, 연극, 드라마, 만화 등은 수도 없이 세상에 나와 있다.

한강의 작품들을 좋아하기에 <소년이 온다>를 읽게 되었지만, 첫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도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이야기임을 알게 되면서 마음 한 구석은 '이미 쏟아질만큼 쏟아져 나온 소재로 지금에서야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조금은 식상한(?)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사건은 충분히 그 진실을 밝히고 이를 주도한 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미  많은 매체들을 통해서 그날의 일을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알 정도이고, 그동안 이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대동소이하였기에 이 소설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년이 온다>는 읽는 동안에, 그리고 읽고 난 후에 책장을 덮는 순간에 '한강'이었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 중에서는 가장 수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강'만이 가지고 있는 정교하면서도 깊이있는 문장들이 그 날의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음을,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분노와 절규가 뒤따르게 된다.

5.18 당시에 만 15세였던 동호가 목격하고 겪게 되는 열흘간의 잔혹한 살상의 현장과 잔인한 고문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닌다.

" (...)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모두 침묵했습니다. 그 새벽에 겪은 일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겁니다. 한 시간여의 그 절망적인 침묵이, 그곳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킬 수 있었던 마지막 품위였습니다. " (p. 105)

그들이 폭도였을까? 그들이 불갱이였을까? 무고한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고, 총을 발사했고, 각종 고문을 했고, 시신을 쓰레기 더미처럼 취급했던 자들을 향해 우리는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한강'의 1980년 5월 18일부터  광주에서 일어났던 열흘간의 상황과 그 이후 지금까지 고통을 받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 (p. 134)

그날, 중학생이었던 동호는 시위대를 피해서 도망을 치던 중에 자신의 집에 세들어 살던 정대가 죽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의 시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곧 군인들이 이곳으로 몰려 온다는 것을 알지만 정대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정대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 공장에 다니던 정대 누나 정미도 그날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때에 군인들이 지급받은 총알은 80만발.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고한 시민들까지도 학살을 하라는 지시가 아닐까. 정말로 군인들은 도청 상무대에 있다가 손을 들고 나오는 어린 학생들에게 까지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한다. 그에 비하여 시민들은 그들의 손에 총이 들려졌음에도 총을 쏘지 못한다. 총을 쏘게 되면 군인들이 죽을 것임을 알기에....

"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희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p. 114)

이 책의 내용 중에 '4장 쇠와 피' 에서는 닥치는대로 잡아 가두었던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가하는 고문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난폭하고 비인간적인 고문들이 쓰여져 있다. 차마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의 행위. 인간은 그토록 잔인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런 고문을 당했을 사람들이 느껴야 했을 모멸감, 평생을 그들의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으리라.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p. 79)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p.99)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거나, 당한 일이 아닐까 할 정도로 생생한 목격담이나 체험담을 바탕으로 쓰여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시 계엄군에 싸워서 죽은 중학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치밀한 자료 조사를 하여 쓴 작품인데, 이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은 다시 한 번 광주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게 된다.

36 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끝났다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이 사건은 끝날 수 없다. 그들이 어떻게 죽었으며, 그들의 남겨진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못 다 피고 진 사람들'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강'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될 그들의 외로운 무덤 앞에 작은 촛불을 밝혀 그들의 넋을 위로한다

<2016년 5월 19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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