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편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헤르만 헤세 지음 / 코너스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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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 마음 속에 깊은 감명을 준 책이 <수레바퀴 아래서>이다. 주인공인 한스의 죽음은 그가 남긴 파란 작업복과 함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힘겨운 삶을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는 분명히 청춘의 꿈이 있고, 목표가 있었겠지만 그것을 이룰 수가 없었다. 혼자 힘겨워하면서 삶을 마감했던 것이다. 
출판사 '코너스톤'에서는 하루 필사 책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헤르만 헤세>가 출간됐다. 헤르만 헤세의 주옥같은 소설 중에서 <수레바퀴 아래서>를 가장 먼저 필사하게 됐다.
"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고전 문학의 문장을 따라 써 본다는 것은 작품을 다시 한 번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며 이를 통해서 생각도 깊어지게 된다. 
요즘 필사가 대세인데 그건 필사를 함으로써 어휘력도 풍부해지고 문해력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하루에 한 페이지씩 40일간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자신만의 정성이 담긴 예쁜 글씨로 한 문장, 한 문장 따라 쓰다보면 <수레바퀴 아래서>에 담겨져 있는 청소년의 방황과 좌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전 문학을 읽기를 기피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이 책의 내용을 필사하면서 문장, 문장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우정이라는 이름의 짐 ***
두 사람의 우정 관계는 독특했다.  하일너에게는 즐거움이자 사치였으며, 편안하거나 때로는 변덕스럽게 느껴지는 관계였다. 한스에게는 자부심으로 포장한 보물이었다가도 무겁게 짊어져야할 커다란 짐이기도 했다. 

*** 알지 못하는 사이 사라지는 것들 ***
이제 그 모든 것은 사라져 버렸다.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 끝나 버렸다. 처음에는 리제 곁에서 보내던 저녁 시간이, 다음에는 일요일 오전의 금붕어 잡이 놀이가 사라졌고, 그리고 동화책 읽는 시간이, 홉 수확과 정원의 물레방아가 차례로 사라졌다. 아, 전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수레바퀴 아래서>의 내용 중에서도 독자들이 꼭 읽어 보고 따라 썼으면 하는 문장들이다. 필사를 하는 동안에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에는 마음에 남는 5작품 안에 드는 소설이다. 

<2013년 쓴 '수레바퀴 아래서'의 리뷰를 함께 적어본다.> 

우리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성장소설로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제롬 다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회색노트>등이 있다.

이 소설들은 중고등학생들의 필독 도서 목록에 담겨져 있는 책이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면 독후감 숙제를 하기 위해서라도 한 권쯤은 읽어 본 책일 것이다.

이 소설들이 발표된지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사춘기 소년들의 방황과 갈등, 또는 모험이 담겨 있기에 자신의 사춘기를 들여다 보는 듯 동일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 책들을 한 번 이상을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이번에 세 번째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다닐 때에 읽었고, 두 번째는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에 함께 읽었고, 그리고 이번에 또 다시 읽었는데, 그때마다의 마음에 다가오는 느낌들은 같으면서도 그 깊이는 갈수록 더 짙게 새겨지는것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읽을 때 보다 더 강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어느덧 세월의 흐름 속에서 겹겹이 삶의 흔적들이 쌓였기 때문이리라.

(...) 중략 

그래서 세 번째 읽은 <수레바퀴 아래서>는 이전에 읽었던 때와는 또다른 생각들을 가지게 해준다.

헤르만 헤세가 1903년에 그의 나이 25살에 쓴 이 소설은 100 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러 갔지만, 아직도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성인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다.

작가의 소년기의 경험들이 삶의 조각들이 되어서 한 권의 소설로 쓰여졌기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을에서는 가장 똑똑한 아이, 재능이 뛰어난 아이, 지성으로 충만된 아이인 한스가 조금씩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것은 슈바벤 신학교 시험을 보러 가면서 부터이다.

항상 머릿속에는 공부로 가득찬 아이이지만 각지에서 모인 아이들과 함께 보는 시험은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한스는 시험을 보면서 자신감이 없어지고 무력해짐을 느끼게 된다. 불합격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신학교에 2등으로 합격하게 된다. 그래서 소년은 다시 공부에 대한 열정과 뜨거운 욕구가 솟아나기도 했지만, 새로운 학교 생활에는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된다.

천재성을 지닌 한스에 대해서 교장 선생님를 비롯한 선생님들의 기대는 크지만, 소년은 차츰 나락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

한스 기벤라트와 친구가 된 헤르만 하일너는 학교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짝이라는 인상을 준다.

성실한 아이와 경박한 아이, 천재적인 사고능력을 가진 아이와 시적 능력을 가진 아이.

한스 기벤라트와 헤르만 하일너의 만남은 소년을 반항심이 들끊는 소년기에 들어서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4년간의 수도원 학교 생활에서 궤도를 벗어나거나 끝없이 추락하는 소년들이 몇 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이 바로 한스 기벤라트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한스를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기만당하고 억압당했던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봇물터지듯이 한꺼번에 용솟음쳤기 때문일까?

그렇게 고생하며 열심히 공부하던 한스. 작은 즐거움까지도 포기하고 공부에 몰두했던 한스.


" 환희는 젊은 사람의 힘이 거둔 승리와 강렬한 삶에 대한 최초의 예감을 의미했다. 고통은 아침의 평화가 깨지고 그의 영혼이 유년기의 땅을 떠났으며 이제 다시 찾을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의 가벼운 조각배는 첫 난파의 위험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새로운 폭풍우와 곳곳에 도사린 심연과 위험한 절벽 근처로 휩쓸려 들어갔다. 지금껏 아무리 좋은 안내를 받으며 살아온 젊은이라 해도 이제부터는 어떤 안내자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길과 구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 (p. p. 172~173)




그의 마음에 꽉 차 있던 자부심, 명예욕, 희망에 부푼 꿈은 대관절 어디로 다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아버지와 선생님은 그를 끝까지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없었을까?

그 모든 것이 마음에 유리조각이 꽂히듯이 알알이 박힌다.

지독한 사춘기를 겪은 한스의 불운은 그 누구의 삶보다도 극명하게 극과 극을 치달린다.

" 소년은 한창 꽃필 시기에 갑자기 뚝 꺾여 즐거운 인생길을 벗어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 (p. 214)

이 책을 두 번째 읽은 지도 꽤 오래 되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살아난다. 그러나, 결말 부분에 가서는 갑자기 가슴에 멍울이 새겨진다.

'맞아, <수레바퀴 아래서>의 그 무거웠던 그 결말이 바로 이랬었지!'

너무도 가슴이 아픈 한스의 파란 작업복과 그의 죽음은 아들 둔 엄마라면 모두가 가지게 되는 무거운 마음일 것이다.

이렇게 무참하게 허물어지는 천재의 최후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학교가, 부모가 아이들의 꿈을 지켜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을 향한 지나친 기대와 관심도 문제가 되지만, 활짝 피어날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을 피지도 못하고 벌레가 파 먹거나, 꺾어 버리는 것도 우리들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한스에게 자신의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상한 엄마가 있었다면, 올바른 길로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면, 소년은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스의 짧았던 삶이 그리도 아프게 다가오는 것이다. 소년에게는, 청춘에게는 꿈이 있고, 목표가 있고, 그것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힘겨울 때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보면 어떨까, 힘이 되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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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맛있게, 솥밥 착한 레시피북 1
맛있는 테이블 지음, 박원민 사진, 육정민 / 참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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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집근처에 솥밥 전문점이 개업을 했다. 요즘 식당들이 손님이 없어서 한산한데 비하여 솥밥 전문점은 대기가 있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몇 번 가서 먹어 봤는데, 메뉴마다 특색이 있기는 한데,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서 솥밥 메뉴가 달라질 뿐이었다. 그 후에 마트에 가니 밥을 지을 때에 함께 넣으면 되는 솥밥을 간편하게 짓는 밀키트 제품도 있었다. 
춘궁기에 식량이 부족하여 밥을 지을  때에 고구마, 감자, 채소 등을 넣어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솥밥이 이제는 기호에 따라서 식재료를 바꾸어 넣으면서 다양한 솥밥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맛있게 솥밥>은 '제 철 재료도 담아낸 따뜻한 집밥 한 그릇을 누구나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70가지 솥밥을 사계절에 따라서 소개하는 책이다.



솥밥 레시피를 설명하기 전에,* 맛의 균형을 지키는 첫걸음, 계량도구로 계량 저울, 계량컵, 타이머, 계량스푼, 
* 솥밥의 맛을 좌우하는 조리도구 : 무쇠 솥, 뚝배기, 스텐레스 솥, 양은 솥, 도기 솥
  무쇠 솥은 전통적인 솥밥의 풍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솥이고, 1~2인용 솥밥은 뚝배기가 제 맛을 잘 낼 수 있다.
* 맛의 중심을 잡아 주는 양념 채소, 솥밥의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조연 역할을 하는 육수 재료, 솥밥의 맛을 결정하는 쌀 고르기
70가지의 다양한 솥밥을 짓는 레시피는 거의 비슷하다. 처음부터 불릴 쌀과 재료를 함께 넣어 짓는 경우가 있고, 쌀을 넣고 밥을 짓다가 솥밥의 재료를 넣고 약한 불로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쓰이는 재료는 다양해서 고기, 야채, 생선, 해조류등이며 이런 재료는 볶거나 익히거나 덖거나 한다. 특히, 스페인 풍의 해물 파에야 솥밥도 소개된다. 파에야의 경우에는 밥알이 덜 익은 듯한데, 독자들이 해물 파에야 솥밥을 할 때는 우리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하면 된다.



생선를 사용하는 솥밥은 굽거나 구이를 한 도미, 고등어, 전어, 삼치 등이 반 마리 밥 위에 올려 진다. 오징어의 경우에는 작은 오징어 한 마리가 통으로 올려진다. 솥밥의 묘미는 어떤 조합이냐에 맛의 비결이 있다. 차돌박이와 숙주, 고등어와 귀리, 불고기와 쪽파, 달걀 노른자, 아보카도와 명란 그리고 달걀 노른자 등 색감을 살리면서도 맛의 궁합이 맞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도 더욱 맛있는 솥밥을 만들 수 있다. 



솥밥은 밥에 다른 재료가 첨가됐지만 그래도 한, 두가지의 반찬이 필요하다. 각각의 솥밥에 어울리는 반찬도 소개된다.이 책에 나온 70가지의 솥밥은 계절에 따라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했기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에 맞는 솥밥 몇 종류를 해 먹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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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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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제왕이라는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는 과학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다작 미스터리 소설가이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들을 상당히 많이 읽었는데도 서점가에 가면 읽지 않은 다른 소설이 있을 정도이다. 그의 소설을 따라 읽다가 지쳐서 잠시 멈췄다가 읽게 된 책이 <탐정 갈릴레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치밀한 구성과 스피디한 전개로 책을 읽으면서 범인을 추적하는 재미가 있다.
<탐정 미스터리>는 5편의 소설이 연작 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얼핏 보면 사고사로 생각할 수 있으나 과학적 소양이 있다면 살인이라는 것을 의심하고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엘리트 형사 구사나기는 사건이 일어난 후에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하기가 힘들게 되자 대학 동창인 물리학과 교수 유가와의 조언을 듣게 된다. 유가와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형사들이 알아낼 수 없어던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낸다. 
이런 과학적 추리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 공학과를 졸업하였고, 그 후에 엔지니어로 일을 한 경력이 있다. 이런 경력이 작품 속에서 과학적 이론과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6편의 연작 소설은 의문점이 남는 살인 사건이지만 과학이 아니면 추적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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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한국어판 30주년 기념 특별판)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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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그당시의 리뷰를 찾아 봤지만 없어서 어떤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감명깊게 읽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 놓았던 추억의 한 조각을 붙잡고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가 애처럽고 절절했다는 생각만 남아 있다.
별로 길지 않은 소설이기에 다시 한 번 읽어 봤지만 이번에 느낌은 그 때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에서는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이야기한다. 어느날 작가는 캐롤린 남매가 가져온 남매의 어머니가 쓴 일기장을 읽게 된다. 
일기장에는 1965년 아이오와 주의 매디슨 카운티에서 일어난 일을 시작으로 그 후 24년에 걸쳐 벌어진 일이 적혀 있다.  프란체스카가 자식에게 남긴 것으로는 그녀가 평생을 사랑했던 로버트 킨케이드로 부터 받은 편지 석 장, 짤막한 원고, 사진 2장,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 권, 다른 잡지에서 오린 킨케이드의 기사, 킨케이드의 낡은 카메라 등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프란체스카에게 일어났던 일을 자세하게 적은 일기장.
작가는 1990년 매디슨 카운티의 낡은 다리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된다.
이 책의 작가인 '로버트 제임스 윌러(1939~2017)는 경제학 교수로 오랜 세월을 재직했고, 텍사스 지방의 외딴 농장에서 글을 쓰면서 사진, 음악, 경제학, 수학 등에 몰두하며 평생을 살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사진 촬영의 기법, 음악에 대한 이야기, 소설 보다는 시를 쓰기를 좋아한다는 남자 주인공의 취향이 작가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프란체스카는 이탈리아인으로 나폴리의 카페에서 미국에서 온 군인인 리처드를 만난다. 어떤 끌림이 있어서는 아니었으나 그를 따라서 미국의 아이오와로 오게 된다. 리처드는 딱히 어떤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밋밋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프란체스카은 이탈리아에서 처럼 미국에서도 몇 년 간 고등학교 영어 교사를 하지만 남편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농부의 아내로 살아간다.
남편인 리처드와 두 자녀가 일리노이주의 송아지 품평회에 간 1965년 8월의 무덥고 건조했던 월요일,
그녀의 집 진입로에 낡은 트럭 한 대가 멈춰 선다. 매디슨 카운티의 지붕이 있는 다리 7개 중에서 여섯 군데는 찾았는데 나머지 한 군데를 못 찾았다고 한다.
그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리까지 함께 간다. 그는 로보트 킨케이드로 작가이자 사진작가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의뢰를 받고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 곳을 찾아 왔다.
건조한 세상에서 이 시대 마지막 카우보이라고 자처하는 꿈과 환상을 가진 50대 사진작가, 한 번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했으며, 전세계를 돌아 다니면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킨케이드가 예이츠의 싯구를 읊는 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은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 킨케이드를 이렇게 생각한다.
"초지와 초원의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 하늘 색깔에 흥분하는 사람, 시를 약간 쓰지만 소설은 그다지 쓰지 않는 남자 (...) 기타를 치는 남자, 이미지로 밥벌이를 하고 장비를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남자, 그리고 바람처럼 움직이는 남자, 어쩌면 바람을 타고 온 남자." (p.p. 91~92)




"그들은 상대가 아름다운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가족이 없는 프란체스카의 집에서 나눈 나흘간의 사랑. 상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어떤 수식어로도 치장될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 그런 중심 잡힌 사람을 나누며 프란체스카는 생각한다. 이제 다시 춤출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고.
그들은 함께 떠나고 싶어 하지마, 그녀에게는 가족이라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킨케이드는 그녀의 그런 부담까지 이해하고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인내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그 후로 두 사람은 22년이란 세월을 서로 연락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매일매일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텅 비어 있는 가득함이라고나 할까. 결국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영혼의 사랑만을 가지고 이 세상을 뜨는 두 사람> (p. 234, 옮긴이의 말 중에서)

킨케이드가 그곳을 떠날 때에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다. 언제든지 전화하면 전달받을 수 있는 곳, 편지를 보내면 받을 수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무실의 전화를 알려 준다.
프란체스카는 남편이 죽은 후에, 연락을 하지만 이미 그곳에서는 킨케이드의 연락처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 킨케이드의 죽음의 소식과 함께 그녀에게 킨케이드가 남긴 물품들이 전해진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단 나흘간의 사랑이 추억이 되어 두 사람의 가슴 속에 남은 애절하고 외로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두 사람의 사랑 보다는 프란체스카의 가족들에게 생각이 미쳤다. 평생을 다른 사람을 가슴에 안고 사는 프란체스카의 남편은 그 사실을 끝까지 몰랐을까?남편이 죽기 직전에 프란체스카에게 했다는 말을 들어 보면 짐작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란체스카는 함께 떠나자는 킨케이드에게 남편과 자식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한다. 만약 자신이 킨케이드를 따라 그곳을 떠난다면 남편은 주변인들의 수군거림과 자존심 때문에 살아가기 힘겨울 것이라고 하는 말을 한다.
과연 다른 사람을 가슴에 안고 사는 아내와의 삶이 행복할 수 있었을까....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이야기할 때에 불륜이지만 가슴이 아프다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가정이란, 가족이란 어떤 비밀이 존재한다면 진정한 가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평생을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랑이 있다면 배우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성이 결여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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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킬게요 책고래마을 63
김미라 지음, 김세진 그림 / 책고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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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가면 목줄에 묶여서 반경 1m 내외에서 생활하는 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얼마나 답답할까? 주인은 강아지를 사랑하기나 하는 것일까? '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골 강아지, 아니 시골 개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에게 진돌이란 이름을 지어 줬다.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시고 진돌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날, 할머니의 아들 상순이 형이 찾아 와서 할머니를 모시고 어딘가로 떠났다. 진돌이는 영달 할머니에게 맡기고...



할머니는 진돌이에게 육포 간식을 주고, 상순이 형은 그 순간 진돌이의 목에 목줄을 맸다. 이제부터 진돌이는 자유가 없어졌다. 진돌이가 할머니 아들을 상순이 형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진돌이는 자신도 할머니 아들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목줄에 묶이게 되자 그동안 겁을 먹었었던 고양이, 두더지가 제 세상을 만난 듯하다. 그리고 여러 날이 지난 후에, 
시골집을 떠났던 할머니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 온다.



오랜만에 할머니는 할아버지 산소를 찾고, 할머니는 진돌이를 나무에 묶어 놓고 산소 정리를 한다.



그때에 멧돼지가 나타난다. 진돌이는 있는 힘을 다해서 목줄을 끊고 할머니에게 다가가는 멧돼지를 몰아낸다. 
진돌이는 할머니를 걱정했지만 할머니는 혹시라도 진돌이가 멧돼지로 인하여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한다. 
할머니와 진돌이의 끈끈한 사랑 이야기. 아무 것도 모르고 할머니가 떠난 집을 지키면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진돌이.
할머니가 시골집을 떠나서 아들집으로 살러 간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림책 <내가 지킬게요>는 전체적으로 그림이 큼직큼직하다. 진돌이의 모습이 시무룩할 때, 걱정스러울 때, 화가 났을 때, 할머니를 지키려고 멧돼지에게 달려 드는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집안에서 애지중지 키우는 강아지 보다 더 용감하고 늠름한 진돌이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배경 그림 역시 색감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 책의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진돌이가 상순이 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자신을 할머니의 아들이라 생각하는 부분도 가족 구성원이 반드시 사람이 아니라도 강아지, 고양이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진돌이는 할머니와 마음으로 맺어진 가족이다. 
할머니와 진돌이가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그림책을 덮으면서도 느껴진다. 
어린이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 동물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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