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참 독특한 내용의 소설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도 단 한 번이 아닌 12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데, 인생 전체에 걸쳐서 12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12시간안에. 마지막순간까지 13시간에 걸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빚어지는 극한 상황에서 운명을 되돌려야만 한다.
그것도 죽음이라는. 아니 처음엔 자신의 아내만을 살려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깊숙이 빠져들다보니, 주인공 닉이 살려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내와 비행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212명의 생명인 것이다.
이렇게 특색있는 내용의 글을 쓴 작가는 '리처드 로이치'이다. 그는 프로필까지 휘황찬란하다. 그의 프로필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내본다. 철인 3종경기, 스키, 스쿠버 다이빙,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다리절벽 자유낙하. 그리고 인정받는 뮤지션으로 피아노 연주와 작곡까지. 그리고 TV등 매체 광고 작업,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부동산 회사 3~4개를 소유하고 있으며, 투자회사 경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활동으로는 첫소설 '천국의 도둑들'(2006), 두번째 소설은 '믿음의 도둑들' (2007), 그리고 바로 2010년에 3번째 작품인 '열세번째 시간'이 발표되었고, 2011년에는 영화개봉 예정이란다.  이쯤되면, 그의 인생이 얼마나 스릴넘치는 인생이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또 한 번 독특한 목차.
 
목차는 12장(7월 28일 밤 9시)부터 시작하여, 11장, 10장(오후 7시2분)..... 1장(오전 10시), 그리고 13장(7월 28일 밤 10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뭔 소리냐고요?

작가도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 페이지에는 12장이 먼저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 책의 차례는 거꾸로 되어 있으며, 끝까지 읽으면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첫 페이지에서)


그러니까 이야기는 7/28일 밤 9시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닉은 사랑하는 아내 메리와 계획적인 인생의 목표를 향하여 착실하게 살아오면서 좋은 집을 마련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런 계획들때문에 아직까지 자녀를 두지 못한 것을 뺀다면....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퇴근한 아내가 집에서 총격을 받아 살해되어 비참한 모습으로 닉 앞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닉에게 악몽의 전주곡이고, 앞으로의 모든 행복을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날 오후에 이 지방에 비행기 추락사고까지 있어서 212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그런데, 출동한 형사는 살인 용의자로 닉을 지목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닉앞에 나타난 사람. 편지와 함께 금시계를 준다. 거꾸로 가는 시계를....
당신은 오늘 저녁 8시에 있던 장소에 있으며, 그 시간을 다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과거와 달리 사 수도 있습니다. 전에 오른쪽으로 간 곳에서 왼쪽으로 가고, 싫다고 말한 대목에서 좋다고 말해도 됩니다. 아무도 차이를 알지 못할 것이며 다른 사람은 이런 현상을 경험하지 못할 겁니다. 당신은 원하는대로 선택해서 이미 경험한 미래를 바꿀 수 있스니다. 닉, 당신은 선물을 받은 겁니다. 당신의 인생 가운데 12시간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선물말입니다. (...) 그저 매시간 정각이 되면 당신은 정확하게 2시간 전에 있었던 장소로 이동할 것이며, 그 시간을 다시 살게 될 거라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P63)
한 걸음 나아가고 두 걸음 물러서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정확히 12번 반복될 것입니다. 오늘 오전 10시까지 되돌아 가면 더도 덜도 없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아내의 살인을 막기위해서는 살인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매시간 주어진 1시간안에서 그 단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되돌린 시간들이 반드시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닉의 행동이 메리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고, 독자들이 생각하듯 운명의 결론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막을 방법은 그다지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훌륭한 이기적인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빚을지 누가 말할 수 있겠어 (P266)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참 독특하다. 2시간이라는 간격을 두고 끝나면 다시 2시간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1시간을 자신이 그때 있었던 공간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 작은 시간내에도 결론을 알지만 바꿀 수 없는 운명.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면서 아내를 구하려는 닉은 그 과정에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리고 그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은 폴 형제에게는 더 큰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그 관계는 자르거나 파괴할 수 없는 것.... 진정한 나의 모습을 아는 존재가 가족이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허울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의 허약한 자아와 실수를 가족은 알고 있었다. (P433)
남들앞에서는 내 자신이 허울로 드러나는 모습일지언정, 가족에게는 나의 모든 결점과 허물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도 그것을 껴안아 줄 수 있는 것이 가족인 것이다.
그런데, 운명을 바꾸는 것이 이렇듯 힘들기도 하지만, 거꾸로 가는 금시계를 가질 수 있는 능력과 성품을 가진 사람도 그리 흔치 않을 수도 있다. 뻔히 보이는 결론을 알고 그것을 역이용하여 불로소득을 얻거나, 나쁜 방향으로 이용할 수도 있기에, 가장 위험한 금시계이고, 현실에서는 그 존재가 없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탐욕에서 시작된 도난사건이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고, 메리의 생명까지 앗아가지만, 닉은 이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각 장마다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를 새삼 느끼게도 해준다.
이 소설은 정말로 특이한 내용과 함께 짜임을 가지고 있다. 잘 짜여진 스릴러와 SF가 뒤섞인 독특한 소설이다. 시낙의 순서가 거꾸로 간다는. 그것도 12번씩이나. 이것 역시 독특한 장치가 아닐 수 없다. 이야기의 내용이 각 장마다 많이 다르지 않고 약간씩 다르게 구성되는데도 이 소설의 속도감은 아주 빠르고 추진력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유사 - 조선왕조실록에서 다루지 못한 진짜 조선이야기 박영수의 생생 우리 역사 시리즈 2
박영수 지음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박영수'는 이미 '청소년을 위한 고려유사'를 펴낸 적이 있기에 '조선유사는 그 책의 후속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초등학생부터 일반인에게 이르기까지 모두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써졌다.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에 역사서, 역사에 얽힌 뒷 이야기들, 역사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읽어왔기에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떤 역사책속에서 한 번 쯤은 읽었던 내용들이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묶어 놓으니 읽는 재미가 새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대동기문'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헌을 참고로 하여 학생들이 역사책속에서 읽지 못했던 그런 이야기를 찾아서 썼다. 
 
                                                           

조선 전기, 중기, 후기의 시대순으로 나누어서 인물중심으로 그들의 일화를 꼭지별로 실었다. 그리고 특색이 있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본문의 일화중에서 어떤 한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를 따로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매월당 김시습은 세종조에서 성종조에 이르기 살았던 조선 전기의 문인이란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는 태어난지 8개월만에 문장을 암기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단종의 폐위를 계기로 생육신으로 깊은 산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살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썼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본문에서는 '꿈꾸며 살다 간 매월당 김시습'이라는 내용으로 그의 일생에 걸친 일화를 소개한다. 재주는 있으나 때를 잘못 만난 그의 일화들을. 그리고 문화이야기로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라는 주제로 금오신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문화는 역사의 덩어리요. 역사는 문화의 근원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문화는 역사의 열매요, 역사는 문화의 뿌리다 (머리글중에서)

  남이장군의 일화를 소개한 후에 문화이야기에서는 무속 신앙에서 최영장군신, 남이장군신 등, 장군신이 많은 이야기들을 읽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흥미롭고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들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가 있다. '흥청망청' '영문을 모른다.' '안성맞춤' 등. 우리의 단어들에 얽힌 옛이야기를 안다면 그 단어의 쓰임도 올바르게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함께 든다.
일반인들이 읽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역사 교과서밖의 이야기들이지만, 여기에 읽는 중간 중간에 흥미가 더욱 생길 수 있도록 만화형식의 삽화까지 첨부되어 있으니 정말로 읽으면서 지루한 줄 모르게 된다.

우리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 왔으며, 또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비록 조선시대의 야사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속에는 역사의 큰 줄기가 흐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기때문이다.
역사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읽어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원을 말해 봐 사각사각 책읽기 2단계 시리즈 19
다이언 셸던 지음, 장미란 옮김, 엘라 오크스테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 소원을 말해봐 ♬"
소녀시대의 노래처럼 경쾌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의 그림책이다.

나는 어른인데도 누가 나에게 소원을 말해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어떤 소원을 이야기할까.....

모나는 엄마와 함께 백화점으로 할아버지 생신 선물을 사러간다. 모나는 너무도 사고싶은 물건들이 많은데, 엄마는 없단다. 그리고, 간 중고품가게에서 주인 할머니가 준 초승달 목걸이. 집에 와서 보니 친구들의 목걸이처럼 아롱다롱 무지갯빛이 나지도 않는 볼품없는 목걸이. 이상한 목걸이는 목에 건 후에 빠지지를 않는다. 가게 할머니가 "앞으로 뭐든 함부로 갖고 싶다고 해서는 안됟다; 말하면 바로 얻게 될 테니까." 라고 말했던 그 목걸이. 과연, 이 목걸이를 목에 걸게 된 모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그림책을 쓴 다이언 셸던은 소설가, 유머작가인데 어린이책도 쓴다. 또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엘라 오크스테드는 노르웨이 출신으로 위의 그림처럼 특색있는 캐릭터의 그림을 그린다. 조금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주풍이 아닌 주근깨 투성이의 어눌해 보이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더 정겹게 느껴진다.


이 책은 단계별, 수준별 읽기 능력 향상 프로젝트! 로 출판된 책이며, 애벌레가 사과를 갉아 먹듯이 천천히, 조금씩 글 읽는 즐거움을 들이는 사각사각 책읽기 시리즈! 이 시리즈는 총 3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며, 2단계는 국어 공부를 막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사회성을 높이고, 어휘력을 향상시킨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고학년 읽기책으로 들어가기 전 단계로 글 읽는 속도를 높이고, 주제를 파악하고, 표현력을 기르는 책들로 구성했다.

 
 
프로젝트 19번째 시리즈에 해당하는 '소원을 말해봐'는 어린이들이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행복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어린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보이는 것마다 갖고 싶고, 먹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소비와 사치, 그리고 욕심 등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 오고 있는 소설이기에 관심이 가는 소설이었다. 더군다나 책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단상들이 아주 복잡하다고나 할까. 벨라스케스가 그린 '왕녀 마르가리타'를 보고 프랑스 작곡가가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이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벨라스케스의 작품중의 '왕녀 마르가리타'는 연작으로 책표지의 그림은 '마르가리타 왕녀와 시녀들'이다. 그리고, 그림 역시 책표지에는 짤린 부분들이 있다. 벨라스케스가 마르가리타를 화폭에 담는 모습을 보려고 정면으로 들어서는 순간을 그린 그림으로 왕 내외의 모습은 그리지 않았지만, 왼쪽으로 벨라스케스 자신이 화폭에 그림을 그리다가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과 뒷 문을 통해 나가려던 사람이 왕의 등장으로 멈칫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것은 분명히 왕녀 마르가리타가 주인공임에도 아주 뚱뚱하고 못 생긴 (누가 보아도 못 생겼다고 느끼는) 시녀가 더 앞에 크게 부각되어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이 그림을 보면 그 시녀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못 생긴 여자. 그녀들이 세상에서 당하는 멸시. 차별대우. 바로 그런 여자가 이 소설속에 있다. 그녀는 자신을 '세상이 만들어낸 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 부터 못생겼기에 친구조차 없었던. 그녀가 가장 먼저 들었던 최초의 말은 '야, 이 못난아'였고, 그의 별명은 메주, 미친 메주, 호박, 돼지, 괴물, 산돼지... 못 생겼기에 열심히 공부했지만, 취업은 예쁘고 날씬한 아이가 차지하게 되고,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력보다는 외모가 우선이라는 기정사실.
이렇게 못 생겼기에 언제나 세상에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못 생긴 여자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녀는 어떻게 할까? 사랑이 다가오기에 그녀가 느꼈던 감정들. 그것은 나중에 두껍고 긴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진다.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숨김없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사람들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 누구도 날 사랑해 주지 않는 거란 절망감.... (p274)
저는 세상 모든 여자들과 달리 자신의 어두운 면만을 내보이고 돌괴 있는 '달'입니다. 스스로를 돌려 밝은 면을 내보이고 싶어도... 돌지마, 돌면 더 이상해....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는 달인 것 입니다. (p283)
이런 못 생긴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 그는 아픈 가정사를 가졌다. 19살 그에게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언젠가는 말을 세우고 자신이 달려온 쪽을 바라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에겐 결국 영혼이 필요하고 영혼은 인디언만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p40)
19 살, 세상이 부럽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나이라고 하는 그 나이의 그.
그리고, 또 한 남자. 어머니의 자살로 아픈 마음을 가졌지만 그래도 밝은 듯 보이는 요한.
서로를 간호하는 느낌으로 걸어가던 길고 긴 골목도 잊을 수 없다. 인간의 골목. 그저 인생이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불과한 인간들의 골목.... 모든 인간은 투병중이며. 그래서 누군가 간호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리고, 골목의 끝에서... (214)
요한은 '세상은 거대한 고아원'이라고 생각한다. 존 레논의 딸기밭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이며,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거짓이라고 믿는다.
이 세 사람이 꾸며 나가는 사랑이야기. 벨라스케스의 화폭속의 시녀처럼 그들은 가혹한 세상앞에 들러리 선 시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그림속의 시녀가 공주보다 더 크게 부각되었듯이. 그들도 인생의 아픔을 거치기는 하지만 그들만의 인생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말기
이것이 의미하는 모든 것을 이 소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결코 가혹한 세상앞에 왕녀의 들러리가 아닌, 인생에 있어서 내가 곧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음의 문장을 곱씹으면서, 20살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읽은 감상을 끝내려 한다.
어둠속에서 결국 나는 살아 있는 왕녀를 위한 왈츠가 아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로서의 내삶을 직시한다. (p3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스트리트 칠드런' 거리의 아이들.
1996년 유엔조사 통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이들의 수는 2000만 명에서 3000만 명에 이르며, 15세미만이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아동의 수는 2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아동들이 은밀하게 성매매를 위하여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접해온 이야기이다. 그런데, 타이를 무대로 하여 이런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어둠의 아이들'이다. 저자는 재일동포작가인 '양재일'이다. 시인을 꿈꾸던 그는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피와 뼈' '밤을 걸고'등의 작품을 썼고, 이 작품은 2002년에 쓴 작품인데, 2008년에 사카모토 준지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되었으며,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이 되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 이미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었고, '19세미만 구독 불가'라는 글까지 책표지에 있어서 읽기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지만, 첫부분부터 너무도 리얼하게 묘사되는 문장들과 내용들로 인해서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끔찍할 정도로 자행되는 아동 학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이 무엇일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곤 했다.
타이의 산골마을로 부터 팔려가는 아이. 단 돈 12000바트, 한국돈으로 36만원가량. 애완견가격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아이를 판 돈으로 구입한 중고 텔레비젼과 냉장고를 자랑하듯 사용하는 그의 부모. 팔린 아동은 갓 8살 소년 소녀들이 대부분. 그들은 고대시대 노예들에서나, 아니면 흑인노예들의 신세처럼 팔에 수갑을 차고 끈으로 묶여서 담뱃불로 지져지고 채찍에 맞아가면서, 서양 관광객들과 일본인 관광객의 성노예 역할을 한다. 그리고 결국엔 에이즈에 걸린다.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은 까만색 쓰레기 봉투에 산 채로 갇혀서 쓰레기하치장으로.
또 한 방법은 부자나라의 아이들을 위한 장기매매에 이용된다. 모든 부분이 밀매의 대상이다.  
'심장 사천만 엔, 신장 2천만엔, 폐, 위, 대장, 눈, 피부, 뼈, 뇌 등 다 합쳐 칠천만 엔이다. 너무도 끔찍한 문장들. 이것이 타이의 스트리트 칠드런의 운명을 말해주는 문장이라니..... 경악과 충격에 빠져 버릴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들의 배후에는 마피아와 마약상들, 그리고 폭력집단. 심지어는 경찰과 정부, 군부까지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요즘 타이 정세가 안 좋은 것도 이처럼 그들의 정치 세력이나 사회적 가치관이 올바르게 자리잡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목숨을 마치 길위의 돌멩이처럼 취급하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공급에는 수요가 따라야 하기 마련인 것처럼, 타이를 여행하는 목적이 아동을 성의 노예로 삼고 싶어하는 유럼과 일본 등에서 몰려오는 아동성애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가난하고 헐벗은 가정에서 태어나서 팔린 아이들과 여기 저기에서 유괴된 아이들의 장기를 원하는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사람의 생명은 그 누구가 귀중한 것이고 경중이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이건만, 돈이 있다고 해서 사람의 목숨을 뺏을 권리는 이 지구상의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얼마나 잔인해지면, 인간의 모습에서 가장 벗어나는 행동일까?' '인간의 욕구는 어디까지 일까?" 하는 의구심이 첫 페이지에서 끝 페이지까지 읽는 동안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은 '충격, 경악'이라는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는 것에 일치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저자가 이 책을 일본에서 출간한 지가 2002년인데, 그후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타이의 어둠속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밖의 지역의 많은 스트리트 칠드런들은?
아마도, 별로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지금도, 지구상의 '어둠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각종 사회단체의 극소수의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만족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은 이 책이 주는 어둠의 색깔보다도 더 짙은 어둠의 색깔로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어둠의 아이들'이 모두 밝은 세상에서 살아 갈 수 있는 그 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바란다. 꼬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