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五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16명 지음, 차일드 하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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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시간 정도는 올림픽 공원을 거닌다. 주로 금요일에는 학생들의 야외 학습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은 가족 단위 야유회로, 각종 음악회가 있는 때는 잔디 광장이 어수선하다.

그래도 서울에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계절에 따라서 변하는 공원의 모습은 한 편의 그림과 같으며, 그 모습에 따라서 한 편의 시가 떠오른다.

학창시절에는 시를 읊기도 하고 좋은 한 권의 시집을 사 모으는 것이 행복했는데.....

손편지를 쓰던 시절에는 편지를 쓸 때에  꼭 한 편의 시를 함께 적어 보내곤 했다. 그런 편지를 받은 학생이 세 권의 시집을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오래된 그 시집은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 있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집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시집을 사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만큼 시집은 내 삶에서 멀어져 갔는데....

이번에 읽게 된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은 '저녁달고양이'에서 나온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중의 한 권이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은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 1권의 시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나온 시집은.

3월 :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귀스타브 카유보트 / 윤동주 외

4월 : 산에는 꽃이피네 - 파울클레 / 윤동주 외

5월 :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차일드 하삼 / 윤동주 외

6월 :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 바람이 - 에드워드 호퍼 / 윤동주 외

12권의 시집이 모두 출간되면 365 + 1 편의 시, 500여 점의 명화, 80여 명의 시인의 시, 12인의 화가의 그림이 담기게 된다.

앙징스러울만큼 작은 크기의 시화집은 이렇게 시인의 시와 화가의 그림이 함께 담겨 있다.

지나간 5월,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들을 생각하며  한 편, 한 편 시를 읊어본다.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31편의 시가 차일드 하삼의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차일드 하삼은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인데, 3000여 점이 넘는 그림, 유화, 수채화, 에칭, 석판화를 남겼다.

차일드 하삼의 여인의 모습과 잔잔한 풍경화는 시를 읽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  향내 없다고 

                   -김영랑  ♣♣

향내 없다고 버리실라면

내 목숨 꺾지나 말으시오

외로운 들꽃은 들가에 시들어

철없는 그이의 발끝에 좋을걸

 

♧♧  장미

                 -노자영 ☆☆

장미가 곱다고

꺾어보니까

꽃포기마다

가시입니다

 

사랑이 좋다고

따라가 보니까

그 사랑속에는 눈물이 있어요

 

그러나 사람은

모든 사람은

가시의 장미를 꺾지 못해서

그 눈물의 사랑을 얻지 못해서

섧다고 섧다고 부르는군요.

 

♡♡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김영랑 ♧♧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이길래

내 숨결 가볍게 실어 보냈지

하늘가를 스치고 휘도는 바람

어이면 한숨을 몰아다 주오

역시 5월을 담은 시들은 김영랑의 시처럼 내 마음에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인가 보다.

그동안 시를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지난 5월은 꽃처럼 바람처럼 한 편의 시와 멋진 그림을 함께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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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의 성공수업
전한길.이상민 지음 / 문이당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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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스타 강사, 전한길.

2014~2018년 공무원 한국사 교재 판매량 5년 연속 전국 1위, 공무원 한국사 강사 중에 온라인 수강생 5년 연속 전국 1위, 전한길 한국사 카페 회원수 23만 명 (1위)

지금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긍정적 사고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스마일 강사이지만 그의 인생 이야기를 펼쳐 놓으면 그야말로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하다.

전한길은 경상북도 경산의 깡촌에서 태어났는데, 자취방 주인집의 하루 지난 신문을 깡그리 읽을 정도로 학구열이 강했다. 대학 시절에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에 20대에 학원 강사를 하게 된다. 30대 초반에는 성공한 최고의 학원 강사로 EBS 전과목 강사 중에 강의 평가 1위를 한다.

너무 일찍 학원 강사로 큰 성공을 이루었기에 자만심과 허세가 대단했다.

대구에서 가장 큰 입시학원을 인수하게 되는데, 2년 만에 20억이 넘는 빚을 지고 쫄딱 망한다.

성공 뒤에 온 실패....

처절한 실패 후에 서울에서 최고의 강사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전한길.

이 책은 2011년 실패담과 2018년 성공담을 함께 묶어 놓았다.

실패는 좌절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면 지금의 전한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실패를 실패로 생각하지 않았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또 다른 인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패 후에 가졌던 상처들은 그당시에는 헤어나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걸 또다른 기회로 만든 전한길의 성공 비결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실패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패 후에 새로운 도전을 함으로써 또 다른 기회의 문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역사과목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선택과목이 되면서 수능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선호하는 과목이 아니다.

그래서 전한길이 선택한 길은 입시 강의가 아닌 공무원 시험 강의로 눈을 돌리게 된다. 현재 공무원 수는 100만 명에 육박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엄청나다.

그들에게 반드시 들어야 하는 강의가 한국사이니 그만큼 수강생 수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전한길은 자신의 실패원인으로 강사진 보다는 외적 요인인 학원 리모델링이나 방만한 학원 조직, 보여주기식 광고 홍보 등을 든다.

그는 학원 강의는 잘 할 수 있었지만 경영은 해 보지도 않았지만  명예를 쫒아서 학원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전한길이 한국사 강사로 성공하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했기 때문에 학원 강사로 성공할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전한길 인생 10계명이 담겨 있다. 그는 인생 10 계명을 30살에 만들고 19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회 이상 묵상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성공할 수 있다고 자기 마법을 건다."

혹시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이나 사업이 힘들고 어렵다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충고를 한다. 기본을 잡고 자기만의 변화와 흐름에 맞추어 전진해야 한다.

성공, 실패를 좌우하는 모든 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책을 검색하던 중에 전한길이란 강사를 알게 됐고, 공시생이면 누구나 그의 강의를 듣고 그의 역사 수험서를 공부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한길의 길지 않은 인생에 그런 굴곡이 있었다는 것은 이번에 <전한길의 성공수업>을 통해서 잘 알게 됐다.

성공에 관한 이야기 보다 더 중요한 건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실패를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기에 <전한길의 성공수업>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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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정혜윤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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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의 저자인 정혜윤은 CBS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에세이스트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저자의 에세이는 책마다 여행 이야기와 책 이야기가 빠지지를 않는다.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으로 인하여  정혜윤의 책을 한 권씩 읽게 됐다. 책 속에 담긴 글들 중에 책 이야기는 그 책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다 준다.

이번에 읽은 <인생의 일요일들>에는 39통의 편지글이 담겨 있다. 이런 편지글을 쓰게 된 동기는 우연히 이야기가 담긴 메일을 받게 되면서 그에 대한 답장으로 쓴 글들이다.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홀연히 혼자 떠나는 여행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 놓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리스 여행에서의 기억들을 편지 속에 담았다.

책 제목을 <인생의 일요일들>이라고 정한 것도 편지글들은 대부분 일요일에 쓰여졌기 때문이다. 일요일은 마음 편하게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도 좋은 날이니 그만큼 편지 속에는 감각적인 생각들이 담겨진다.

그리스 여행의 기억들 그리고 그와 관련이 있는 책 이야기, 일상생활에서 느낀 점들을 교차적으로 편지에 담아 놓았다.

살아가면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고 치유해 나가는 것임을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편지 속에 담겨 졌던 책 이야기는 10권의 책에서 비롯된다.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 애덤 니컬슨 >

< 고맙습니다 / 올리버 색스>

<세상 끝의 풍경 / 존 버거, 장 모르>

<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 존 버거>

< 그리스 기행 : 마루시의 거상 / 헨리 밀러>

< 우물에서 하늘보기 / 황현산>

< 그리스의 끝, 마니 / 패트릭 리 퍼머 >

< 비잔티움 연대기 / 존 줄리어스 노리치>

< 역사 / 헤로도토스>

관심이 가는 책들이 몇 권 있다. 이렇게 정혜윤의 에세이는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을 생각해 보게 해주고, 새로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 준다.

그 시간은 어느 날 문득 우리를 찾아온다.

어느 오후 나뭇잎을 따라 흘러내리는 햇살 속에.

버려졌지만 다시 피어난 꽃다발 속에.

잘 마른 빨래와 낯익은 침대 냄새 속에 그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낯선 곳으로 멀리 떠나 있을 때도

우리를 찾아온다.

에게 해의 부드러운 저녁 하늘을 나는 제비의 몸짓 곳에.

송진 향기가 나는 레치나 포도주 속에.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은 파르나소스 산 속에

그 시간이 있다.

 

관대한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슬픔과 근심을 잊고 회복되는 것 하나뿐이다.

그 시간 속을 지나고 나면

우리는 달라진 모습으로

세상을 다시 마주할 힘을 얻는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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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양장) 헤르만 헤세 컬렉션 (그책)
헤르만 헤세 지음, 배수아 옮김 / 그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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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인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을 읽었다. 그 이전에 다른 작가의 <헤세의 정원>을 읽기는 했지만 <헤세로 가는 길>을 통해서 헤세의 삶과 문학을 자세하게 살펴 볼 수 있었다.

헤세는 독일의 칼프에서 태어났지만 인생을 마무리한 것은 스위스의 몬타뇰라이다. 히틀러 통치하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가 없어서 스위스로 망명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으며 신학교에 입학하기도 했으나 기숙학교의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헤세는 할아버지의 책들을 읽으면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것이 헤세가 수도사가 아닌 작가가 된 계기일 수도 있다.

헤세의 작품 중에 주인공이 수도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헤세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정여울은 인생의 고비마다 헤세의 책을 읽곤 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헤세의 작품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헤세로 가는 길>에 헤세의 작품 중에 4작품을 해설해 준다. 그 중에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는 읽은 작품이지만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와 <싯다르타>는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이기에 이번 기회에 읽게 됐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1927년~1929년에 걸쳐서 이 책을 썼다. 당시의 독일은 제 1차 세계대전 패전 후이다. 이 책에는 '어느 우정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정여울의 해석을 보면 이 책 속에는 현대 심리학의 대가인 융의 심리학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우정의 주인공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런데 두 사람은 나이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스승과 제자이다.  어느날 수도원 학교에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드문트가 들어 오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이 수도자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집을  떠나 버린 아내에 대한 혐오감은 아들에게 어머니에 대한 아픈 상처만을 남겨 둔 채로....

골드문트는 수도원에서 수도원장인 다니엘과 보조 교사인 나르치스에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수도원장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인물이고, 나르치스는 나이는 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지만 영적인 삶을 사는 천상 수도사이다.

그런데 비하여 골드문트는 아버지의 뜻대로 수도사의 삶을 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본성을 갖고 있다.

어느날 수도원에서 골드문트가 기절을 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서로에게 깊이 끌리는 존재가 된다. 우정이라고 하지만 우정 보다 더 진한 사랑의 마음.

골드문트는 친구들과 수도원 밖으로 나갔다가 알게 된 여인으로 인하여 심한 갈등을 느끼던 중에 수도원을 떠나 방랑의 길을 걷게 된다.

가는 곳마다 여인들의 유혹에  빠져 사랑의 모험을 즐기면서...

그러나 그 중에는 정말 순수한 사랑의 마음도 있다. 그런 방랑의 생활 속에 살인까지도 저지르게 되면서...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돌아오게 되는 곳은 나르치스의 곁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우정.

나르치스는 존경받는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었고, 골드문트는 자신의 방랑 속에서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다.

책의 구성을 보면, 초반에는 골드문트가 수도원에 들어오면서 나르치스를 만나고, 나르치스와의 우정이 싹트게 되고....

골드문트가 수도원을 떠나면서는 골드문트의 방랑의 이야기가 하반부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에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만남이 전개된다.

골드문트는 사춘기 소년이 처음 갖게 된 성에 대한 생각으로 무절제한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쾌락에 빠지지만 그건 결국에 그를 예술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

나르치스는 수도사로 영적인 삶을 사는 인물이니, 두 사람의 우정이 어울리기나 할까...

완전히 다른 삶을 산, 정반대의 영혼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 영성과 지성의 화신인 나르치스와 자연과 예술의 아들인 골드문트, 금욕적인 나르치스와 감각과 열정의 인물 골드문트. 이 책은 인간 본성의 극단적인 양면을 철저하게 육화한 두 주인공이 나누는 정신적 관계의 이야기이며, 아버지와 어머니로 대표되는 두 세계의 대립과 융합에 관한 이야기이다.

헤세는 이 소설의 서문에서 이렇게 쓴다.

' 두 개의 대원칙, 영원히 대치하는 두 세계를 각자 타고난 두 개의 육체가 서로 만나게 되면, 이제 운명은 정해진 셈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고, 서로가 서로를 매혹시키고, 서로를 정복할 수 밖에 없다.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최고의 상태로 고양시키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파괴할 수 밖에 없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도덕과 순수가, 정신과 자연이 오직 그것만으로 이루어진 육체를 입고 서로 만날 때, 서로의 눈이 마주칠 때,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만남이 그러했다.' " (p. 445)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소년을 위한 성장소설이자 에로틱한 본성을 찾아가는 '관념적인 성애 소설'로도 읽혔다. 골드문트의 사랑은 특정한 소녀에게 바쳐지는 사랑이 아니라 끊임없이 미지의 여인들을 전전하며 매번 새로운 육체의 감각을 통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원형으로 다가가는 정신 - 에로스의 모험이자 여정, 그리고 성숙과 합일이다. (...)

이 소설은 한 편의 기나긴 예술론으로 읽히기도 한다. 골드문트가 세상을 인식하는 모든 과정,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관능에 눈뜨고 감각을 발전시키는 모든 과정이 전부 예술과 연관되며 창조라는 궁극의 지점을 향한다. 좀 장황할 정도로 매번 반복해서 묘사되는 여인들의 신체와 몸짓과 자연의 관찰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조각가의 길로 들어서는 골드문트 운명의 암시이기도 하다. " (p.451)

페이지 445, 451의 내용은 이 책의 역자인 작가 배수아의 '옮긴이의 말'중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학생들의 필독 도서인데, 주인공 한스의 이야기는 헤세의 성장기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만약 한스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자상한 어머니가 있었다면 그런 비참한 최후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학생들 보다는 학부모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학생들이 읽기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어느 정도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심리학적인 분석도 할 수 있는 정도의 배경지식을 갖춘다면 작가가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부분을 감지할 수 있다.

정여울의 작품 해석과 배수아의 작품 해석을 함께 읽는다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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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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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호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등은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이다. 그 이후에 또다시 읽게 됐을 때에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경우에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스를 이해해주고 보듬어 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헤르만 헤세의 삶의 모습을 자세하게 알게 된 책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서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히틀러 정부에 반대하였기에 헤세의 작품들은 독일에서 출판이 금지되고, 스위스로 망명을 떠난 것.

그리고 자연을 벗삼아 정원을 가꾸고, 작업복을 입고 포도밭을 일구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런 헤세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니...

2번의 이혼과 국적 변경, 부인과 아들의 정신질환 병력, 그런 힘든 가족사가 있었다니, 그래서 융의 심리학이 작품 속에 담겨져 있다고 한다.

책 속에 담긴 헤세의 사진과 그림들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헤세의 문학을 누구 보다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이다.

정여울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가인데, 책 속의 글이 좋아서 작가의 책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문학평론가여서 그런지 책 속에 담긴 책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줄거리 위주로 읽었다면, 정여울이 설명해 주는 책들에 담긴 이야기들은 미처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줬다. 지적이고 품격있는(?)  글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정여울은 책 속에서 헤세의 책과의 만남을 이렇게 말한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신기하게도 내 손에는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 쥐어져 있었다. 입시 지옥에서 헤맬 때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있었고,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때는 『데미안』을 읽고 있었으며, 내게는 도무지 창조적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가슴앓이를 할 때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있었다. 의미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 가슴이 시려올 때는 『싯다르타』를 읽고 있었으며, 내 안의 깊은 허무와 맞서 싸워야 할 때는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있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지만, 내가 살아온 ‘무의식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어쩌면 아름다운 필연이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상처 입은 자만이 진실로 다른 이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헤르만 헤세는 스스로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였기에 수많은 독자들에게 깊고 따스한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었다. 이제 내가 헤르만 헤세에게 받은 치유의 에너지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래서 정여울은 <헤세로 가는 길>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의 삶과 문학세계를 낱낱이 살펴보는 여행길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 여러분을 이 상상의 공간, 문학의 공간, 치유의 공간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고, 산책을 하고, 정원을 가꾸는 소박한 일상 속에서 위대한 예술의 가치를 창조한 작가의 삶이 우리ㅢ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바로 그곳으로 " (p. 12)

정여울은 헤세의 문학세계, 헤세의 발자취를 따라서 헤세가 태어나고 자란 독일의 칼프로, 그리고 망명길에 선택한 제 2의 고향인 스위스의 몬타뇰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래서 책 속에는 헤세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서 그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 헤세 박물관의 모습들, 그리고 헤세의 무덤까지 사진으로 담아 놓았다.

작가이면서 화가이기도 했던 헤세의 그림들도 책 속에 담겨 있는데, 헤세의 그림 솜씨가 돋보인다.

그는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마흔 살 무렵인데, 약 3000여 점의 수채화를 남겼는데 그림 속에 순수한 자아로 돌아가 꿈과 이상을 담으려고 했다.

헤세는 아버지가 선교사였기에 신학을 공부하기도 한다. 모범생이기는 했지만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그는 15살에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집에는 할아버지의 방대한 장서가 있었는데, 그 책들을 읽으면서 독학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헤세에게는 엄청난 희열이자 행운이었다.

칼프 탑시계 공장에서 견습공으로 일하기도 했고 튀빙겐 서점에서 일하기도 했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가 헤세의 내면세계가 그대로 반영된 인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헤세로 가는 길>의 구성은,

1. 헤세가 태어난 곳, 칼프로

2. 헤세가 남긴 이야기 속으로

3. 헤세가 잠든 곳, 몬타뇰라로  

  

그 중의 2. 헤세가 남긴 이야기 속으로는 헤세의 대표작인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데미안>, < 싯다르타>의 작품을 내용을 비롯하여 작품 속에 담긴 의미까지 해석을 해준다.

<데미안>과 <수레바퀴아래서>는 읽었기에 내가 읽었던 작품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된다.

읽지 않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정여울의 문학 해설에 매료되어서 이번 기회에 읽기로 했다.

작품 설명과 함께 담겨 있는 헤세의 수채화는 때묻지 않은 해맑은 헤세의 영혼이 스며들어 있다.

헤세의 '영혼의 멘토'인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학문적 심리분석 등을 책 속에서 짚어 주는 정여울의 작품 평론은 그야말로 헤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헤세는 작품 활동, 정원 가꾸기, 수채화 그리고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삶을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정신적인 힘겨움이 있었다고 한다.

헤세의 정원과 묘지가 있는 곳, 몬타뇰라. 그는 이곳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원가꾸기의 재능을 발휘한다. 정원은 헤세에게 '세상으로부터의 피난처'이자 '이야기의 에너지'를 선물하는 치유의 공간이었다.

" 헤르만 헤세로 가는 길은 칼 구스타프 융에게로 가는 길과 지긋이 포개진다. 융이 내면의 그림자를 이야기할 때, 꿈이 무의식의 메신저임을 이야기할 때, 나는 헤세의 주인공들이 지닌 수많은 고뇌와 꿈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융이 프로이트의 영향을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을 때, 심리학은 '질병'의 차원을 넘어 '인간 이해'자체의 차원으로 스스로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 아닐까. 나는 융을 통해 깨닫는다. 인간이 망각하거나 억압해 온 욕망이나 감정을 다시 꺼내어 살펴보는 과정은 아무리 힘들지라도 그 자체로 소중한 일임을. 나 자신의 열등한 측면, 쓸모없어 보이는 측면까지도 나의 '그림자'이며, 나의 어엿한 일부임을.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건강한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 (p. 386)

책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를 만나고, 또 융을 만날 수 있는 <헤세로 가는 길>

시간이 나는대로 정여울의 책들을 골라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그만큼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정여울의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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