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 여행 후에 오는 것들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을 읽은 후에 2011년 9월에 읽었던 '변종모'의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변종모 ㅣ달 ㅣ  2009>을 읽고 쓴 리뷰를 다시 읽어 보았다.

아마도 내가 '변종모'란 작가를 알게 된 책이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였을 것이다. '변종모'의 책이 그렇듯이 이 책도 자신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와 감상적인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는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에서 말했듯이,

"나의 삶이란

여행과 생활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루하루

여행을 생활처럼

생활을 여행처럼 유혹하는 것"(p. 374) 이다.

그에게 여행은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장기간 지구촌을 누비고 다니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2년에 1번꼴로 직장에 사표를 내기를 여러 번, 그리고 8 년간에 걸친 사랑이 단 한 통의 전화로 끝이 났을 때에 그는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그가 쓴 몇 권의 책을 읽어 보았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짙은 외로움이 깃들어 있다.

아마도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은 그런 짙은 외로움이 다소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독한 여행자임을 느끼게 해준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라면 그 치유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사람과의 인연이 아닐까? 그는 이 책의 부제인 '여행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목차는,

PROLOGUE : 여행과 생활의 경계를 허무는 일 그것으로부터의 시작
Daybreak  새벽은 어두운 쪽에 가깝다 : 
AM : 05 ~AM : 07

Morning 웃어야 비로소 아침 : AM : 08 ~AM : 11

Daytime 잠시 잊어도 좋아 , 언젠가 기억할 수 있다면 : AM : 12 ~ PM : 07
Night 앓기 좋은 밤 : PM : 08 ~ PM : 00 E P I L O G U E  : 떠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EPILOGUE : 떠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이렇게 새벽부터 밤까지의 시간대별로 여행 후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하루는

이틀의 절반이 아니라

일생의 전부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를 일생처럼 살아야 한다.

끝내 일생은

긴 하루 정도니까. " (p. 14)

변종모가 떠나는 여행은 조금은 불편한 곳들도 많이 있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떠나고 싶을 때까지 머물면서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는다.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그들을 대한다. 

광고 아트 에디터가 직업인 저자이기에 책 속에 담겨진 사진은 눈길을 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의 모습이 더 없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책 속의 한 문장, 한 문장은 시처럼 아름답게 다가오기도 한다.

" 이별의 간격

사랑과 이별 사이

간격이 없다.

 

생명이 죽음을 달고 살듯

사랑은 늘 이별을 달고 사는 것.

 

사랑하는 동안

오로지 사랑으로 넓혀야 할 이별의 간격 "

" 생각해 본다.

오랜 친구보다 여행이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잠시 새로운 기분이 되어 낯선 곳을 걸을 수는 있겠지만 그 기분이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그렇게 만나는 새로운 풍경들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랜 친구와의 시간보다 아름답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가 만난 세상의 그 어떤 풍경도 나와 친구의 풍경만큼 오래되진 않았을 것이므로 " (p. 59)

" 어쩌면 여행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새롭게 비추어 보는 것이 아닐까? 산다는 것 역시, 늘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보다 익숙한 모든 것을 변함없이, 변함없는 마음으로 오래오래 숙성시켜 그 완성을 지켜 보는 것이 아닐까?" (p. 170)

" 여행은

자신을 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디서나 주인인 동시에

잠시 스쳐가는 나그네임을 알아야 한다.

잠시 스쳐가는 그곳에서마저도

오랜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마음속에 걸려드는 것이 있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 (p. 327)

요즘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유형을 생각해 본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식의 여행이 대부분이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것인가....

물론, 여행 후에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이었다면 그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변종모의 여행 이야기는 그만의 여행, 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읽은 변종모의 책들 ***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변종모 ㅣ 달 ㅣ 2009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변종모 ㅣ 달 ㅣ 2012>

<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변종모 ㅣ 허밍버드 ㅣ 2013>

<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변종모 ㅣ 시공사 ㅣ 2014>

    

 

    

 5 권의 책을 읽었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나 느낌은 대동소이하다. 책 속에 나왔던 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고양이는 천덕꾸러기일 수도 있다. 그건 강아지에 비하여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기때문에 집을 떠나서 길에서 떠도는 길냥이들이 많아서 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양이를 상대로 한 학대 행위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그런데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에서는 사람과 고양이가 친구가 될 수 있고, 고양이와 앙숙인 생쥐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책 속에는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글귀들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자유를 존중해 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p. 21)

" 진정한 친구라면 꿈과 희망을 나눌 줄 알아야 하니까 말이다. " (p. p. 34~35)

" 진정한 친구라면 아무리 사소한 즐거움이라 해도 함께 나눌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 (p. 53)

이 책을 쓴 '루이스 세풀베다'는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성으로 환경과 소수 민족 등 인류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있다. 또한 그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는데, 자신의 아들과 기르는 고양이를 실제 모델로 해서 쓴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이 바로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이다.

이 소설은 80페이지 정도의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도 좋은 그런 책이다. 그 어떤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의 이야기 보다도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작가의 아들인 막스는 뮌헨 동물 보호 단체에서 새끼 고양이를 입양한다. 고양이의 측면 얼굴이 마치 그리스 조각상과 같은 아주 잘 생긴 고양이를. 노란색이 도는 커다란 눈망울과 등은 검고 가슴은 하얀 고양이....

고양이의 이름은 믹스. 막스와 믹스는 그 어떤 친구 보다도 더 진한 우정을 나눈다. 그런데, 막스가 꿈많은 청춘이 되자, 새끼 고양이였던 믹스는 늙은 고양이가 되어 있다.

인간 보다 고양이는 좀 더 빠르게 늙어가기에....

한창 때는 나무를 기어 오르기도 하고, 지붕을 건너 뛰기도 하고, 민첩한 고양이였던 믹스.

막스는 18살 청년이 되자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자신의 친구와도 같은 믹스를 데리고 간다. 믹스는 나이가 들어 앞을 못 보는 고양이가 되어 지붕을 오르내리지도 못하는 지루한 날들을 보낸다.

이 때 나타난 붉은 색깔의 멕시코 생쥐. 고양이와 생쥐는 천적이지만 그들은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로 변하게 된다.

눈먼 믹스에게 눈이 되어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가 건너편 지붕으로 건너 뛸 수 있는 눈이 되어 준다. 그리고 햇빛이 아름다운 날에는 지붕 위에서 믹스와 멕스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종종 사람들의 눈에 들어 오게 된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막스와 믹스의 우정이 그려진다. 그리고 중반부터 멕스가 나타나면서 믹스와 멕스의 우정이 그려진다.

눈먼 믹스의 모습을 그려보는 순간에, 눈이 점점 하얗게 변하는 우리 강아지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멕스가 믹스의 눈이 되어 준 것처럼 나도 우리 강아지의 눈이 되어 주어야 할텐데...

사람과 동물간의 우정, 천적인 고양이와 생쥐의 우정....

책 속에 나오는 '친구라면 ~~~'이란 문장들이 한 문장 한 문장 새롭게 느껴진다. '나는 그 누군가에게 '친구라면 ~~'이라는 문장 속의 글에 맞는  행동을 했을까?'

" 긴 시간이든, 짧은 시간이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삶이라는 건 길이가 아니라, 고양이와 생쥐처럼 서로 마음을 열고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믹스는 작은 친구의 눈으로 세샹을 보았고, 멕스는 크고 건장한 친구의 몸에서 솟구치는 힘과 활력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둘은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진정한 친구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서로 나눌 줄 아는 법이니까. " (p. 79)

아주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친구란, 우정이란...' 이런 물음을 나에게 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브루클린의 소녀>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역시 기욤 뮈소'는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그리고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지는 것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붕괴된 한 가정의 안타까운 이야기. 

물론, 이건 소설 속의 아주 작은 일부분의 이야기이다.

결혼을 3주 남겨두고 사라진 안나를 찾아 나선 라파엘을 도와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전직 형사 마르크에게 쓴 딸의 편지글을 읽고 드는 생각이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깊은 감동을 주기에 이 이야기는 소설의 끝부분에 밝혀지는 아주 작은 부분에 해당하지만  나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마르크의 딸인 루이즈는 14살 6개월이란 어린 나이에 사이코 패스에게 납치되어 지하실에 감금되고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하루 하루 지옥과 같은 날을 보낸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도 소녀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빠와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장 자체로는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이지만 그 문장을 담아냈을 루이즈를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 아빠, 나 지금 무서워, 어서 나에게로 와줘!  절대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야. 난 지금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갈가리 찢어지는 느낌이야. (...) 사실 평소에 아빠와 마음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 최근에는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지냈어.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지금은 몹시 후회하고 있어. 자주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하고, 우리가족에게 아빠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진작 느꼈어야 하는데 이제야 후회막급이야. 만약 지옥에 떨어진다면 행복한 추억이 가득 담긴 상자를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 난 힘들 때마다 끊임없이 행복했던 순간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비춰보고 있어.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 만큼은 춥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으니까. (...)

나는 하지에 활활 타오르는 환희의 불이고, 에트르타 해변에서 뒹구는 조약돌이고, 폭풍우에도 끄떡없는 베네치아식 등불이기도 해. (...) 나는 바닷가 열대과일 나무가 실어 나르는 바나나 향기이고, 수증기를 머금은 대지가 뿜어내는 흙냄새이기도 해. 나는 파란자개 스페인 나비의 날갯짓이고, 늪지대에 자주 출몰하는 도깨비불이기도 하고, 너무나 빨리 떨어져 버린 하얀 별의 먼지이기도 해. (p.p. 418~421)

이 부분은 <브루클린의 소녀>의 아주 작은 부분에 해당하지만 이토록 마음이 아려온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프랑스 작가인 '기욤 뮈소'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뮈소 신드롬'이 있을 정도로 거의 1년에 한 편씩 나오는 그의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나 !!

본격적으로 '기욤 뮈소'의 소설에 빠지게 된 것은 <종이여자>이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새로운 소설이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읽었고, 그 이전에 나온 소설들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서 '뮈소'의 소설을 모두 읽었다.

그런데 '뮈소'의 소설 중에 <종이여자>, <지금 이 순간>,<내일>등은 스릴러 소설이면서도 시간여행이나 판타지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은 후에 뭔가 산뜻하기 보다는 '역시 소설!'이란 생각이 드는데, <브루클린의 소녀>는 소설이지만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허구라는 소설의 영역을 벗어나 현실적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인기 소설가인 라파엘은 싱글대디이다. 부인은 어린 테오와 라파엘을 버리고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났다. 가정 보다는 자신의 성취욕이 더 중요한 커리어 우먼이다.

라파엘은 아픈 테오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소아과 전공의인 안나를 만난다. 결혼식을 3주 앞두고 떠난 여행에서 라파엘은 안나에게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해 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안나가 내민 핸드폰 사진을 보고 라파엘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안나가 저질렀다는 그 사진 속의 사건은 무엇일까.....

라파엘은 충격 속에 안나를 그곳에 두고  떠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곧바로 펜션에 돌아간다. 그러나 안나는 이미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라파엘은 자신의 이웃에 사는 전직 형사 마르크와 함께 안나을 찾아 나선다. 

안나는 일명 '브루클린의 소녀'로 신문의 사회면을 차지하던 사건의 한 축에 있었던 소녀이다. 하인츠 키퍼라는 인면수심의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되어 약 2년간 감금되어 온갖 고문과 강간을 당하다가 어느날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데, 소녀가 탈출한 후에 그곳은 화재가 나면서 하인츠 키퍼와 감금되어 있던 세 명의 소녀가 숨진다. 

안나는 당시에는 그곳에 다른 소녀들이 자신과 같이 감금되어 있는 줄을 몰랐는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소녀는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위해 프랑스에 왔다가 납치되었던 클레어인데, 자신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서 클레어에서 안나로 신분세탁을 하고 프랑스에서 제 2의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라파엘은 첫 번째 결혼에서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번에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 결혼을 하고 싶었고, 어떤 비밀이라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안나의 실종사건을 밝혀 나가는 과정에서 그녀가 어떤 이유로 신분세탁을 했는지를 알게 되고, 그녀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추적하다 보니 안나가 사라진 것은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님을 감지하게 된다.

한꺼풀 벗겨지는 듯한 이야기의 전개는 다시 새로운 사건의 전개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안나가 16살에 납치되어 25살 의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약 10년의 이야기이지만 소설 속에서는 2016년 8월 31일에서 9월 5일까지의 단 6일 동안에 일어나고 밝혀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퍼즐처럼 한 장, 한 장 맞춰 나가는 재미가 있는데, 두 가지 사건이 따로 따로 전개되다가 하나의 큰 퍼즐의 그림이 된다.

하나는 프랑스에서 몇 년 전에 일어난 미성년자 납치 감금 살인사건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또 다른 하나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픽션으로 전개된다)

2016년은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로 이런 저런 잡음들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화두였는데, 그래서인지 소설 속의 정치판 이야기가 실감있게 다가온다. 사이코패스의 미성년자 납치 감금, 권력층의 비리, 혼외자, 출생의 비밀, 대통령 만들기, 경찰, 검찰에 대한 권력층의 압박 등이 이야기의 소재인데, 그런 소재들이 아주 잘 버무려진 소설이다.

분명 소설이기는 한데, 어느 사회, 어느 나라에서 일어났고,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브루클린의 소녀>를 읽으면서 소설에 빨려 들어가게 되는 요인이다.

'기욤 뮈소'는 한국에서 자신의 소설이 베스트 셀러의 순위에 오른다는 것을 의식한 듯, 소설 속에 수연이라는 한국 여성을 잠깐 등장시킨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수법도 흥미로운데, 전직 형사인 마르크는 형사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소설가인 라파엘은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또한 소설 속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을  따라잡는 독자들이 재미있게 소설을 읽을 수 있는 매력이다. 

'기욤 뮈소'는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장르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소설마다 색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인간의 덧없는 욕망이 빚어내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사랑과 가족에 대해 깊이있는 통찰을 시도한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동을 바꾸고 자존감을 높이는 부모의 말 - 부모는 욱하지 않고 아이는 반항하지 않는 소통의 기술
낸시 사말린, 모라한 자블로 지음, 김혜선 옮김 / 푸른육아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들은 자녀를 대할 때에 더 잘했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에 잔소리를 하고, 큰 소리를 치고 나무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연 잘못된 자녀의 행동은 자녀만의 문제일까?

믾은 부모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읽을 때에는 '앞으로는 자녀에게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지, 소리를 지르지 말아야지, 욱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마음은 자녀의 잘못된 행동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 행동을 바꾸고 자존감을 높이는 부모의 말>의 공동 저자 중의 한 사람인 '낸시 사말린'은 25년 이상 부모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많은 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이 책은 실제로 자녀 교육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중심으로 자녀 교육의 올바른 방법을 담은 책이다. 역자인 '김혜선'은 이를 우리나라의 가정 교육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우리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도록 책을 꾸며 놓았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장은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대화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로 축약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좋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부모는 아이에게 공감을 표하면서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모와 자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배울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한다면 부모와 자녀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부모,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부모가 되고 싶은 많은 부모들에게 꼭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1. 부모의 말의 대부분은 명령이다. 아니 자녀 입장에서 본다면 잔소리이다. 이런 부모의 명령조의 말들이 거듭된다면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따르기 보다는 반항심이 생기게 되고 결국에는 아이들은 이런 말들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너!' '왜' '정말'....

우리들이 자녀에게 흔히 쓰는 말들이지만 이런 말들을 들을 때에 자녀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는가.

아이들에게 말을 할 때에는 아무리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비난조로 장황하게 잔소리를 퍼붓기 보다는 간결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부모의 요구 보다는 아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2.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감정 이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아이와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아이의 의견을 들어 보아야 한다.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까지 사랑해야 한다.

'안 돼!!'라는 말을 하게 될 때에는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게 해야 한다.

3. 아이에게 가해지는 체벌은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보다는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고,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는 반항심을 키우게 된다.

아이를 혼내거나 벌을 주기 전에 3초만 참아라. - '3초의 법칙'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그 짧은 3초를 못 참고 따발총처럼 '따따따따...'

자녀 앞에서는 왜 그리도 마음이 급할까? 자녀를 사랑한다면, '3초를 참자'

4. 아이에게 화를 낼 때에도 잠깐 그 자리를 피해서 화를 가라 않히자.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는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법은 책 속에 있다.

5. 부모는 무심코 하는 한 마디의 말이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 말들은 어떤 말들일까?

청소년 시기에는 특히 외모에 대한 지넉이 치명적이다. 아이의 자존감을 쑥쑥 자라게 해 주는 부모의 대화법도 배워 보자. 비난 보다는 격려를....

6. 아이의 독립심을 인정해 줘라. 부모의 간섭은 아이들을 독립심에서 멀어지게 한다.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 주자. 그런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느낄 것이다.

7. 형제, 자매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지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하다. 부모의 편애는 형제간의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

형제 자매간에는 태어난 순서에 따른 서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형제 자매간에 경쟁하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성장한다.

8.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가 힘들다면 주위 사람의 협조를 구하라. 배우자와 선생님은 좋은 협력자이다. 부모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이가 가정 교육을 잘 받는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감정이라는 것을 깊이 새겨 두자.

**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자녀를 키울 때에 이 책을 읽었다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별 말썽없이 잘 자란 아들이지만 그래도 아들을 키울 때에는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조급한 마음에 잔소리도 하고, 때론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도 서슴없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언행이 자녀의 행동을 좌우한다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꼭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파이>의 책표지를 보는 순간 세기적인 이중 스파이라 일컬어졌던 마타하리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의 속지에는 파울로 코엘료가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짧은 글과 함께 사인이 새겨져 있다.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로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가인데,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읽곤 했기에 <스파이>도 망설임없이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마타 하리의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썼음을 프롤로그에 들어가기 전에 밝혀 두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의 주제는 '당신은 이번 생에 무엇을 찾고 있나요?'라고 묻는 <브리다>를 비롯하여 운명, 영혼 등에 관한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스파이>는 그런 작가의 색채와는 다르게 한 여인의 이야기를 마타 하리가 자신의 변호사인 클뤼네에게 보내는 글이나,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는 마타 하리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마타 하리 시대를 앞서 간 페미니스트로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자 여자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 늘씬한 몸매에 큰 키. 야생동물처럼 유연한 우아함을 지닌 그녀의 신비롭게 물결치는 검은 머리칼은 우리를 마법의 세계로 이끈다. "

" 육체로 미지의 비극을 연출하는 가장 여성스러운 여성 "

" 천 가지의 다채로운 리듬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천 개의 동작과 천 개의 굴곡 " (p. 73)

그러나 나중에는 자존심만 남았지, 많은 사람들에게 매춘이나 창녀라는 굴욕적인 말까지 들을 정도로 삶이 피폐해졌으며, 1차 세계대전 중에는 2중 간첩의 혐의를 받고 처형을 당하게 된다.

이런 마타 하리의 삶의 이야기는 많은 매체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지만 과연 그녀가 스파이였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는 내용의 글들도 있다.

파울로 코엘료 역시 이 소설을 통해서 그녀는 결코 스파이는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소설의 포롤로그는 마타 하리의 처형 장면이 그려지는데, 죽음 앞에서 담담하고 의연한 모습이 어쩌면 마타 하리가 가질 수 있었던 마지막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관능적인 춤과 매력으로 숱한 남성 편력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그것이 결코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마타 하리에게 팜므파탈, 페미니스트,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등의 수식어를 붙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삶을 진지하지도 않고 순간적인 향락에 치우쳐서 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책 뒷표지 글에는 그녀는 스파이라기 보다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죄였다'라는 글은 그녀를 긍정적인 의미로 포장하는 글일 뿐이지 힘겨운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녀의 삶을 재조명하는 것 조차 사치스러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보편적이고 평범한 작품이기에 별로 큰 감흥을 받지는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