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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폴 오스터(1947~2024)는 '언어의 마술사', '탁월한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미국의 세계적인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 미국 문학의 사실주의적 경향을 받아들여 현대인의 사회적 성공에 대한 열망과 좌절, 고독과 절망, 자유의 억압 등을 객관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빵굽는 타자기>등은 오랜 전에 읽었기에 요즘에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의 1주기 기일인 2025년 4월 30일에 <바움 가트너>라는 책이 출간됐다.
그래서 그 책을 읽으려던 중,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서 추천받게 된 책이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와 <환상의 책>이다. 2권의 책은 이미 절판이 되었기에 인터넷 중고서점을 통해 구입을 했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2001년 초판 1쇄인데 종이는 누렇게 변했고, 헌 책 냄새가 물씬 풍겼다. 폴 오스터는 1990년 크리스마스, <뉴욕 타임즈>로 부터 크리스마스에 관한 내용의 짧은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당시는 걸프전이 임박했던 때라고 한다.
그래서 <뉴욕 타임즈 >특집란에 단편소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실리게 된다. 이 작품은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말, 주는 것과 받는 것에 관한 복합적인 세계" (책 속의 내용 중에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담배 가게를 운영하는 오기 렌이 작가인 폴 오스터에게 들려 준 실화를 바탕으로 크리스마스에 겪은 오기 렌의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추억 이야기이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추억은 10여 년 동안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는데, 같은 듯한 사진이지만 사진 속의 배경, 사람들의 모습은 다르다. 그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오기 렌이 12년 동안 뉴욕 모퉁이 한 길가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앵글과 노출로 거리의 풍경을 고정시켜 차곡차곡 앨범으로 묶어 왔다는 사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그것이다. 12년 전 오기는 담배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도망친 한 소년이 떨어뜨린 지갑을 줍고, 쓸쓸한 크리스마스 날, 괜스레 그 소년의 지갑을 돌려 주러 간 아파트에서 오기를 손자로 대하는 눈 먼 할머니와의 크리스마스 만찬에 엮인다. 할머니가 잠든 사이 소년이 훔쳐 장물 삼아 보관해 두었음직 한 카메라를 하나 훔치게 되는 오기, 그리고 오기의 사진과 함께 하는 브룩클린의 일상." ( 인터넷 서점 책 소개 글 중에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식과 부모의 정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영화감독 웨인 왕의 제의로 영화 <스모크 : 1995년>, <블루 인 더 페이스 >로 영화화된다. 영화 작업에 폴 오스터는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웨인 왕은 영화 감독을 맡는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영화 <스모크>의 모태가 된 단편소설이고, <스모크>의 속편 (역자는 속편이 아닌 자매편 이라고 말한다)인 <블루 인 더 페이스>라는 영화 시나리오가 만들어 진다.<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는 단편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시나리오 <스모크>, <스모크>의 제작과정, 그리고 <블루 인 더 페이스>의 제작 과정, 시나리오가 함께 담겨 있다.
<스모크>는 수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담배 연기처럼 피어 올랐다가 사라지는 일상의 에피소드는 대도시 속에서 퍼즐처럼 얽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블루 인 더 페이스>는 시나리오도 없고 리허설도 없었다. 폴 오스터가 만들어 낸 에피소드들을 배우들에게 던져 주면 대사, 각 장면의 전개까지도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연기를 했다. 짜임새가 없는 어수선한 각각의 상황들이 전개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나름대로 합쳐져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는 폴 오스터와 웨인 왕이 공동감독을 맡았으며 6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고 하는데 흥행에는 별로 성공을 하지 못한 듯하다. <스모크>와 <블루 인 더 페이스>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서 이런 작품을 읽게 된 것이 참 좋았다. 폴 오스터 서거 1주기 기념으로 나온 <가욤 바트너> 그리고 오래 전에 읽었던 작가의 대표작들도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