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턴 숲의 은둔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무더위, 흘러내리는 땀을 막을 순 없지만 살짝 서늘하게 만들 순 있어요.

우리에겐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이 있으니까요. 음, 이 소설은 공포물은 아니지만 섬뜩해지는 지점이 있는 역사 추리물이에요. 엄청 유명한 영국의 추리 소설 시리즈, 바로 엘리스 피터스가 쓴 캐드펠 수사 시리즈네요. 원작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북하우스에서 전면 개정판이 작년에 출간되었는데, 이번 여름에 완결판까지 모두 나왔네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열네 번째 이야기인 《에이턴 숲의 은둔자》에서는 살인과 실종 사건이 벌어졌네요.

이턴의 영주가 된 어린 상속자 리처드와 할머니 디오니시어 루델 부인의 관계를 보면서, "그래야 착한 아이지!" (239p) 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네요. 이제 열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무자비한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나 추악하네요. 놀라운 점은 리처드가 때 묻지 않은 순수함뿐 아니라 영리함을 지녔다는 것을 캐드펠 수사는 알아봤는데, 그들은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했다는 거예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어리석음에는 끝이 없다네." (80p)

약자를 상대로 이토록 못된 계략을 꾸몄다는 자체가 나쁜 인간이라는 증거인데, 방심하다가 큰코 다친 걸 보면 어리석음까지 갖췄네요. 아무리 똑똑한 아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텐데, 예기치 않은 조력자의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이번 이야기에서 신스틸러 같은 존재네요. 편견과 뜬소문 때문에 이상한 사람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완전히 달랐다는 점, 그래서 사람은 함부로 평가하고 단정짓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네요. 음모와 거짓말, 납치 그리고 살인까지 흉악한 사건들은 결국 하나를 가리키고 있어요.

"그런 짓을 저질러서라도 얻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건 세상에 없습니다. 있을 수 없죠." (343p)

선한 얼굴 뒤에 숨겨진 탐욕과 죄악, 그러나 결코 속지 않는 지혜로운 캐드펠 수사가 있기에 수도원은 약자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네요. 슈루즈베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찾아가게 되는 캐드펠 수사, 그의 활약과 인간적인 면모에 푹 빠져버렸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처음 알게 됐어요.

일단 1권을 읽는 순간, 역시나 밀리언셀러는 다르구나 싶었네요. 중세 수도원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장미의 이름' 외에는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캐드펠 수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중세 영국 슈롭셔주 슈루즈베리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는 캐드펠이라는 이름의 나이 든 수사가 있었으니, 그는 살인이나 납치, 실종 등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남다른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나가는 '은둔의 명탐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캐드펠 수사를 탄생시킨 작가 엘리스 피터스는 1977년 시리즈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발간하여 마지막 20권 '캐드펠 수사의 참회'를 1994년 완결했어요. 북하우스에서 작년,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한국어판 전면 개정판이 나온 거예요. 과거에 출간된 책과 비교해보면 세련된 표지 디자인 덕분에 한층 더 중세의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살아난 것 같아요.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두 눈, 다양한 눈들로 장식된 표지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한몫을 하네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열세 번째 이야기는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이에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주디스 펄, 그녀는 3년 전 남편과 아이를 잃었어요. 신실한 마음을 지닌 주디스는 자신의 집과 땅을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증여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어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매년 위니프리드 성녀 축일에 자신의 집 담장 옆에서 자라는 장미나무의 백장미 한 송이를 전달해달라는 것. 참으로 소박한 요청이건만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그 백장미는 주디스의 결혼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남편과의 추억이자 모든 것이기에, 수도원에서도 장미꽃을 전달하는 일을 특별하게 여겼고, 그 일을 엘루릭 수사가 맡았어요. 바로 그 장미나무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한 엘루릭 수사, 도대체 누가 왜 장미나무를 도끼로 찍어놓고, 엘루릭 수사를 죽인 걸까요.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단서는, 남편을 잃은 주디스가 매우 젊고 아름다운 데다가 부자라는 사실이에요. 범인이 누구냐를 추적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죽어버린 장미나무에서 꺾은 마지막 장미꽃의 존재가 압권이었네요. 고선경 시인의 '그때 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라는 시 중에 "기억하겠니? / 바다는 아무리 헹궈도 바다라는 것 / 내가 너를 계속 사랑할 거라는 것 / 그때 네가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한 건 말이야 / 이미 내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라는 구절이 떠올랐네요. 사랑,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아름다운 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명 분석 노하우 - 시그니처 하나로 읽는 당신의 성격
홍진석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필적에 숨겨진 것들이 궁금했어요.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필체도 개성이 드러나는 요소라서 기왕이면 잘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었더라고요.

《서명 분석 노하우》는 싸인 분석 연구소 소장 홍진석 님의 책이에요.

첫 장을 열면 '나의 서명'을 쓸 수 있도록 빈 칸이 있어요. 일부러 잘 쓰려고 하지 말고 평소 쓰던 글씨체로 서명을 한 뒤에 책의 내용을 보면서 분석할 수 있어요.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특성을 서명 필적 분석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네요.

이 책에서는 서명 필적이 무엇인지, 필적학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서명이란 자신의 신뢰를 목적으로 하는 외적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서명 필적학은 개인의 글씨를 분석하여 그 사람의 성격, 심리 상태, 감정 등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필적학의 기본 원리는 사람의 필체가 무의식적인 자기표현이며, 글씨를 분석함으로써 개인의 고유한 성격 특성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필적학은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하였으며, 심리학의 일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41p)

미국 역대 대통령의 서명, 조선 왕의 수결, 한국 역대 대통령의 서명이 나와 있는데, 그 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손글씨와 서명에 관한 분석이 눈길을 끄네요.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가 그대로 필적에 드러나는 점이 신기한 것 같아요. 서명 필적 분석 방법은 열 가지 요소, 즉 여백, 간격, 기울기, 크기, 영역, 각도, 펜 압, 속도, 길이, 가독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 열 개의 형태를 각각 자세하게 예시와 함께 알려주네요. 글씨와 서명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그 안에 개인의 성격과 정신적 상태, 사회적 경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필적학은 단순히 필체를 넘어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네요. 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학문과 결합하여 심도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하니, 앞으로 더욱 발전 가능한 분야가 아닌가 싶어요. 아참, 책에 나온 서명 필적 분석은 쉽게 잘 설명되어 있지만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하기 나름이라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곁의 아리아 - 오페라의 매력에 눈뜨게 할 열여섯 번의 선율 같은 대화
백재은.장일범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페라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대화집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곁의 아리아 - 오페라의 매력에 눈뜨게 할 열여섯 번의 선율 같은 대화
백재은.장일범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의 맛을 조금 알게 된 건 최근이에요.

그 전까지는 관심이 크지 않아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근래에 감상의 시간이 생겼고 꽤나 마음의 파장이 남더라고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아무래도 오페라 아리아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당신 곁의 아리아》는 성악가 백재은님과 음악평론가 장일범님이 들려주는 오페라 아리아의 이야기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두 사람의 인연은 cpbc 평화방송 라디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에서 '백재은의 행복한 오페라' 코너를 통해 시작되었고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송을 함께 해오면서 이 책까지 이어져 왔네요. 사실 라디오 방송은 듣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디오북처럼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즐거운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분 좋아진다고 해야 할까요. 오페라 아리아를 맛깔스럽게 소개해주고, 그 내용에 관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열여섯 개의 아리아를 소개하고 있어요. 아리아를 음악으로서 듣기 전에 아리아를 부르는 인물과 사연을 안다는 것이 몰입감을 높여주는 것 같아요. <세비야의 이발사> 중 '라르고'는 피가로가 자신의 유능함과 분주함을 뽐내는 유쾌한 아리아로 1막 첫 등장 장면에 나오는데, "라라라 라라라~~" 멜로디 자체가 신나고 흥겨워요. "이 도시의 일꾼이 지나가신다! 길을 비키시오! 아침 해가 뜨려 하니 어서 일터로 떠나는 중이요, 빨리! 아아 유능한 이발사의 삶이란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 것인지, 피가로 잘한다! 피가로 만세!" (157p) 웬만해서는 자기 이름을 넣어서 만세를 외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라르고'를 듣고 나면 나 자신을 위해서 브라보, 만세를 외치고 싶어져요. 힘들고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그야말로 오페라 응원송이 아닌가 싶네요. 오페라 속 주인공들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 그 깊은 감정들을 노래의 선율로 만날 수 있네요. 열여섯 곡의 아리아를 가장 친밀하고 다정하게 안내해주는 책이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