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행선 강도 사건 브리짓 밴더퍼프
마틴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하벤 그림, 윤영 옮김 / 정민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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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린 마음에 진짜 영웅이라고 느꼈던 첫 대상은,

TV를 통해서 만났던 말괄량이 삐삐예요. 빨간 머리의 주근깨 소녀 삐삐는 깡마른 몸매에도 엄청난 괴력을 지녔어요.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남들이 뭐라 하건 늘 당당하고 씩씩하다는 거예요. 부모님 없이 혼자 지내지만 무슨 일이든 용감하게 척척 해내는 모습에 반했더랬죠. 오히려 동네에 말 많은 어른들이 쑥덕거릴 때 유치하고 한심해 보였어요. 삐삐는 무조건 어른들의 말을 따르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르지만 그건 순전히 독립심이 강해서,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똑똑해서 그런 거라고요.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의 영웅, 삐삐를 소환하게 만든 동화책이 나왔어요.

《브리짓 밴더퍼프 대비행선 강도 사건》는 마틴 스튜어트 작가님이 쓰고 데이비드 하벤 작가님이 그린 어린이 판타지 동화책이에요.

처음 만나는 괴짜 소녀 브리짓 밴더퍼프, 나만 몰랐었네요. 이번 책은 브리짓 밴더퍼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였더라고요. 우리의 주인공 브리짓은 몹쓸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행복을 퍼트리는 제빵사 밴더퍼프 씨가 아빠가 되어주면서 신비로운 빵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밴더퍼스 씨에게 제빵기술을 배운 브리짓은 기상천외한 빵을 만들고, 미스터리를 풀고, 케이크 도둑을 잡으려 다니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비행선을 타고 파리 제빵 경연대회에 참가하는데, 아빠의 황금 거품기를 도난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브리짓의 활약이 펼쳐지네요. 용감한 브리짓 덕분에 악당들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예요. 브리짓 밴더퍼프가 사는 세계의 악당들은 티나게 악취를 풍겨서 정체를 들키지만, 가끔 깜짝같이 속일 때도 있어요. 물론 아무리 속이려고 해도 브리짓을 속일 순 없어요. 속는 척 연기를 해서 악당들을 골탕 먹이는 장면은 속이 후련하네요. 브리짓은 자신의 능력이 발명품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 밴더퍼프 씨는, "사랑하는 딸, 네가 마음먹은 건 뭐든 해낼 수 있어!" (301p)라며 진심을 전해주네요. 아낌없이 사랑하며 응원해주는 가족의 존재만큼 강력한 힘이 또 있을까요. 작은 영웅 브리짓은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어요. 통쾌하게 악당들을 무찌르는 색다른 영웅의 탄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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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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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까요.

아무것도 장담할 순 없지만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쉽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역시 민주주의 위기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으니 말이에요. 미국은 현재, 이민자 추방에 군대까지 동원하며 마구잡이식 정책으로 혼란에 빠져 있어요.

하퍼 리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된 해가 1960년이니 벌써 6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이 소설은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데, 2025년 다시금 주목해야 할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소설의 원제는 '앵무새(parrot)'가 아니라 '흉내쟁이 지빠귀(mockingbird)'라고 하는데, 실상 새의 종류보다는 '죽이기'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인간들은 왜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대상에게 그토록 잔인하게 구는 걸까요. 피부색, 인종, 성별 등등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혐오와 폭력, 급기야 목숨까지 빼앗는 끔찍한 비극의 현장을, 저자는 여덟 살 소녀 스카웃(진 루이즈 핀치)의 시점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데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요. 1930년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작은 마을 메이콤에서 강간 사건이 벌어졌는데, 흑인 남성 톰 로빈슨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었고, 스카웃의 아빠가 변호를 맡았어요. 스카웃은 네 살 많은 젬(제러미 애티커스 핀치) 오빠, 변호사인 아빠,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 아줌마와 함께 살고 있어요. 딜(찰스 베이커 해리스)은 이모인 레이철 아줌마 집에 여름을 보내러 놀러왔다가 핀치 남매와 친해졌는데, 어쩌면 이 세 명의 아이들이 순수한 양심의 표본이 아닐까 싶어요.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동조하고, 방관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부끄럽고 한심하네요. 남다른 정의감으로 톰 로빈슨을 변호하는 스카웃의 아빠조차도 주저하는 것들, 견고한 그들만의 세상이 얼마나 추악한가를 아이들에게 들키고 말았네요. 더 이상 앵무새를 죽이는 일이 없도록, 잘못한 그들이 부끄러워하며 참회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네?」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65p)


「내가 참을 수 없었던 건 바로 그 사람 때문이야. 그 늙은이 길머 검사 말이야. 그런 식으로 그를 대하다니,

그렇게 경멸적으로 말하다니 ······.」

「딜, 그게 그분의 직업이잖아. 검사들이 없다면, 그럼 아마 피고를 변호해 줄 변화사들도 없게 될 걸.」

「스카웃, 나도 그건 알아. 난 바로 그 사람의 말투 때문에 구역질이 난 거야. 그냥 구역질 말이야.」

「딜, 길머 검사님은 그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 반대로 -」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그런데 말이야, 딜, 결국 그는 흑인이잖아.」

「난 그런 거 손톱만큼도 상관 안 해.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아. 옳지 않다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어.

그게 나를 구역질 나게 만드는 거야.」

「핀치 아저씨는 그렇지 않잖아.」

「딜, 아빠는 표본이 아니지. 아빤······.」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딜이 말했습니다.

「얘야,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너희들은 낯가죽이 두껍지 않아. 그래서 구역질이 나는 거지?」 (367-369p)


도대체 왜 아저씨는 가장 깊숙이 숨겨 둔 비밀을 우리에게 털어놓고 계신 걸까요. 그래서 그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너희들은 어리고, 어린이들은 그걸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저 애가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아저씨는 딜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직 저 애의 양심은 세상 물정에 물들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 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질을 느끼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옳지 않은 일을 봐도 울먹이지 않을 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 봐, 그렇게 될 테니.」

「아저씨, 내가 도대체 뭐 때문에 운다는 거예요? 」 딜의 남자다움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고통 때문에 우는 거지. 심지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이야. 흑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생각한 것도 아닌데 백인이 흑인에게 안겨 주는 그 고통 때문에 우는 거란 말이다.」

「아빠는 흑인을 속이는 것이 백인을 속이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나쁘다고 말씀하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행동이라고 하셨어요.」 내가 중얼거리며 말했습니다. 레이먼드 아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곤 생각하지 않는다만. 진 루이즈 양, 너희 아빠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는 아직 잘 몰라. 그걸 제대로 깨달으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거야.」 (372-3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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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저택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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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이 서늘해지는 귀신저택, 떨리면서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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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내면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
정이든 지음 / 세네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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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말의 품격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소위 엘리트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말들이 너무 격이 떨어져서 놀랐던 적이 있어요. 많이 배웠다고 해서 저절로 품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말이 천박하면 그 말을 내뱉는 사람도 천박해진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됐고, 반면교사 삼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말은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그 이상의 힘을 지녔고,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을 채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루 한 장, 내면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노트》는 내 안의 정원을 아름다운 언어들로 채워갈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는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이며 좋은 글을 읽으며 내면을 들여다 보는 순간을 사랑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모두를 위한 좋은 문장들을 골라 필사 노트를 만들었네요.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할 필요 없이 책속의 문장들을 읽고 나란히 있는 빈칸에 따라 쓰면 돼요. DAY 1부터 순서대로 읽고 쓸 수도 있지만 현재 나에게 필요한 문장부터 읽을 수도 있어요. 짧은 문장이라서 전체를 읽은 다음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골라서 필사하기 시작했네요. 저자가 고른 문장들은, '주저앉고 싶은 날, 하루를 살게 하는 문장의 힘', '불안을 끌어안을 힘 기르기',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이 이어주는 마음', '세상을 알아가며, 나를 이해하는 사색의 문장', '오늘을 바로 보게 하는 역사적 장면들', '진실을 탐구하는 지적 탐험가의 문장들', '삶의 지침이 되는 통찰의 글', '품격 있는 언어'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유명한 작가 혹은 사상가들의 문장이기에 이미 알고 있는 글도 있지만 새롭게 알게 된 문장들 덕분에 원작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네요. 좋은 말에서는 향기가 느껴져요. 비난과 혐오의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 자신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아요. 하루 한 장으로 내면을 채우는 중이네요.

"말은 큰 말보다 작은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준다. 작으면 작을수록 뚫는 힘이 날카로우니까. 아, 누가 알까. 작은 불씨가 온 불을 태워버리는 것처럼 조그만 말 한마디가 여러 영혼의 복스러운 잔치의 잔칫상을 뒤집어놓을 것을!" _ 변영로 에세이, 「개자 몇 알」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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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사 여행 -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이야기
레베스 에메세 지음, 그렐라 알렉산드라 그림,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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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예술을 보여주는 그림책이 나왔어요.

《세계 미술사 여행》은 미술사학자 레베스 에메세가 쓰고 화가 그렐라 알렉산드라가 그린 어린이그림책이에요. 첫 장에는 작업실 풍경이 나오는데, 굉장히 멋진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그동안 수많은 그림책을 봐왔지만 그림을 그린 작가님들의 작업실은 본 적이 없거든요. 완성된 그림책으로만 만나기 때문에 이 그림은 어떻게 그려졌을까라는 생각조차 안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 책은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그림을 그리는 작가 혹은 화가의 작업실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멋지다는 거예요. 어린이 책에 들어갈 그림 스케치를 하고 있는 작가와 그 장면을 지켜보는 아이, 그러니까 이 책을 펼치게 될 모든 아이들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고 있어요.

"옛날에는 어디서 어떻게 작품이 탄생했는지 보여줄게. 우리 함께 과거로 여행을 떠나 보자! 잘 살펴봐.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시대에 따라 예술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쓰던 물건이나 악기, 키우던 동물, 또 그들이 무엇으로 불을 밝혔는지도 알 수 있어. 각 그림 속에서 세 가지 작은 실수도 찾아볼 수 있어! 출발할 준비됐어?"

와우, 신나는 시간 여행이네요. 최초의 예술이 시작된 선사시대 동굴부터 고대 이집트 미술, 그리스 도자기 회화, 고대 로마의 모자이크 장인, 중세의 책 삽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브레히트 뒤러, 디에고 벨라스케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가쓰시카 호쿠사이, 예술가들의 학교인 미술 아카데미,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 타히티의 고갱, 앙리 루소, 촌트바리 코스트카 티바다르, 피카소, 쿠르트 슈비터스, 라슬러 모홀리나지와 바우하우스, 프리다 칼로, 잭슨 폴록, 루이즈 부르주아, 앤디워홀, 니키 드 생팔, 대지 예술가 크리스토, 뱅크시와 스트리트 아트까지 만날 수 있어요.

각 시대를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하여 표현한 방식이 재미있고, 그림 속에서 실수를 찾아내는 퀴즈를 넣은 것도 기발한 것 같아요. 한눈에 휘리릭 가볍게 훑어볼 수도 있지만 실수를 찾으려면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잖아요. 보고 또 보고, 집중하게 만들면서 시대별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흥미롭네요. 이래서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유명한 세계의 화가들을 시간 여행 속에서 만나는 색다른 경험이자 아이들에게는 이야기와 그림으로 예술을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네요. 재미있고 멋진 예술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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