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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탄생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대한민국의 탄생》은 '광복 80주년 기획소설'이라고 하네요.
2025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6주년이 되는 해예요. 이 소설은 1919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열일곱 살 한진수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역사적인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지만 특정한 누군가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해요. 첨엔 뉴스를 통해 접한 내용이라서 반신반의했어요. 나랏일을 하겠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라를 뺏겼으니 당연히 우리 선조의 국적은 일본, 일제 시대에 한국이 국적이 있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었나"라는 망언이 나오다니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피땀 흘려 번 돈을 독립운동자금으로 보냈던 선조들이 호통을 칠 일이네요. 3·1 독립운동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시기로 바뀌었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탄생한 거예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라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되어 있는데, 사회 일각에서 임시정부의 의미를 폄훼하고 부정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낸다는 건 헌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처벌해야 마땅한 일이에요. 우리 역사도 모를 뿐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도 모르는 자들이 나랏일을 하다니, 개가 웃을 일이네요.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 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 /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
삼일절 노래 가사에서 마지막 부분에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라는 부분이 있는데, 소설 속 주인공 진수의 가족들이 바로 하와이 이민자들이에요. 1902년, 121명의 우리 선조들이 제물포항에서 미국 하와이로 처음 떠났고, 이후 이민자 수는 1905년까지 약 7,400여명에 이르렀는데, 이민자들의 삶이 참으로 고단했다고 하네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가죽채찍을 든 관리인의 감시를 받으며 뜨거운 태양 아래서 힘들게 일했대요.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혼기를 훌쩍 넘긴 노총각들이라서 중매쟁이를 통해 신부를 찾기 시작했고, 약 700명 정도의 '사진신부'들이 신랑될 사람의 사진 한 장만 들고 결혼하기 위해 하와이로 갔다고 해요. 이토록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보냈으니 그야말로 목숨값이 아니고 뭐겠어요. 항일운동을 하던 진수의 작은 아버지가 형과 형수를 설득하여 하와이 이민을 오게 되었는데 진수의 부모 모두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린 진수와 작은 아버지만 남게 된 거예요. 아기 때 하와이로 넘어왔으니 진수에겐 조국이 낯설 수밖에 없는데, 현 목사의 제안으로 함께 상해를 가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네요. 역사학자 조경철 교수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시기를 일제강점기라는 말 대신 '일제저항기' 또는 '대일항쟁기'라는 용어로 바꾸자고 했는데, 옳은 말씀이에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독립운동을 펼쳤던 수많은 애국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고 저항했는가를 느낄 수 있어요. 1910년부터 1945년까지는 독립을 위한 저항과 투쟁의 시기이고, 1919년부터 1945년까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시기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친일파, 매국노들 뿐인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는 뜻깊은 역사 이야기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