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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캣의 어느 날 ㅣ 팡 그래픽노블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말고 나만을 위한 그림책을 찾아 읽고 있어요.
왜 그림책을 읽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좋으니까요. 재밌기도 하고 때로는 소중한 것들을 배울 수 있거든요.
《미스터 캣의 어느 날》은 글 없는 그림책이에요. 손바닥만한 책, 음... 정확하게는 제 손보다는 살짝 크지만 그만큼 크기가 작은 책이에요. 글도 없는데 크기까지 작으니,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지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우선 표지에 주인공 미스터 캣이 혼자 서 있고, 뒤에 그림자가 보여요. 왜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까요. 표지를 넘기니 상단에 손톱만한 집 그림, 빨간 지붕의 집 한 채가 그려져 있어요. 딱히 설명 없이도 미스터 캣의 집이구나, 그 다음 장에는 흔들의자에 앉아 노란색 표지의 책을 읽고 있는 미스터 캣이 있네요. 배경을 비워둔 채 필요한 것만 그려넣는 단순한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선명한 색감 덕분에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와닿거든요. 책을 읽던 미스터 캣은, 아마도 독서용 안경을 벗는 것을 보니 나이가 좀 있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마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차분하게 진행되는 일련의 동작들, 오로지 그림으로만 표현되어 있어서 제멋대로 일상의 소음이나 분위기를 상상하게 되네요. 애니메이션 영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촛대와 주전자처럼 미스터 캣의 집에도 시계와 주전자가 또롱또롱 눈동자를 굴리고 있어요. 가까이 근접하면 잘 보이면서도 안 보이는 게 있네요. 미스터 캣만 크게 보일 때는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쭈욱 뒤로 물러난 듯 멀리서 바라보는 그림 속엔 갈색의 흔들의자, 노란 테이블, 빨간 테두리의 벽시계, 분홍색 가스레인지, 노란 주전자, 선반 위 알록달록 찻잔들, 빨간 창틀 너머로 바깥 풍경까지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불쑥 집 밖으로 나온 미스터 캣,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어떤 이야기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요. 이것이 그림책의 매력인 것 같아요.
"팔락", "째각 째각", "얍!", "뿅", "이얍!", "똑똑" 그림책에 나오는 소리들이에요. 신기하게도 이 소리만으로도 장면이 떠올라요. 마지막 장을 보면서 미소가 절로 나오네요. 빙그레 웃게 되는 미스터 캣의 어느 날이네요. 혼자인 줄 알았더니 모두 함께라서 행복한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의 저자는 브라질 작가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볼로냐 라가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대단한 작가님이네요. 첫 그림책 《다시, 밖으로》로 볼로냐 라가치상, 세르파 국제 그림책 대상, 나미콩코르 금상을 수상했고, 《미스터 캣의 어느 날》로 2025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부문 스페셜 멘션을 수상했는데, "글 없는 책이지만 단순하고 매력적인 일러스트,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가득한 이야기 덕분에 어린 독자들에게 매우 친근하게 다가간다. 시작은 진지하지만 점차 유머로 이어지며 혼자서도, 친구들과 함께여도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 독자들과 부모 세대에게 만화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작품이다." (뒤표지) 라는 심사평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