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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임선애 감독님의 세 번째 장편영화가 크랭크인 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수지와 이진욱 배우가 주연으로 확정되었고, 백영옥 작가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까지.
사실 영화 소식으로 알게 된 것이지만 제목만 봤어도 궁금해서 펼쳐 봤을 소설책이네요.
백영옥 작가님의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조찬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기어코 '살아내는', '사랑하는' 이야기예요. 실연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쉽게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울다가 몸부림치다가, 힘겨운 밤을 보내기 마련인데, 트위터에서 다음의 글을 발견했으니 홀린 듯 클릭한 거예요.
"실연당했습니다.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너무 조용해요.
혼자 있으면 손목을 그을 것 같은 칼날 같은 햇빛.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를 주최합니다.
실연 때문에 혼자 있기 싫은 분들은 저랑 아침 먹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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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치유의 영화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 (42- 46p)
여기서 '당했다'라는 표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저 사랑을 잃어버렸을 뿐인데, 뭔가 일방적으로 빼앗긴 것 같잖아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왜 그 사랑을 지키지 못했을까요. 서로의 마음이 같지 않을 때, 그 사랑은 차갑게 식어버리고,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거죠. 쪼개진 마음, 그 다음은 이별 수순을 밟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미련이 남는 쪽이 실연당한 처지가 되는 거예요. 이별 후 어느 쪽이 더 아프고 괴로울까요, 그걸 누가 알겠어요, 다만 '내 문제'가 됐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일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과연 조찬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실연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비밀이 등장하는 바람에 살짝 가슴을 졸였네요.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는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일 거라는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네요. 뻔한 러브스토리에 흔한 이별 이야기가 아니라 각 인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특별한 시간이었네요.
"고백건대 이 소설을 쓸 때만큼은 세상의 모든 노래가 사랑 노래로 들렸다. 세상의 모든 소설이 연애소설로 읽혔으며, 세상의 모든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진 듯 보였다. 그리하여 나 역시 사랑에 빠졌던 이십 대로 기꺼이 퇴행했고, 이별로 가슴 아픈 사람들의 사연을 듣다 자주 멍해졌다. 헤어져야 만난다. ... 이별의 아픔에도 헤어져야 다시 만날 수 있다." (338-339p) 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이 소설은 사랑을 잃은 모두를 위한 로맨스소설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