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뇌가 멈추기 전에 - 서울대학교병원 뇌신경학자의 뇌졸중을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이승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개인의 질병이 그 사람의 역사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삶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지 않는가? 이 질환이 안타까운 두 번째 이유는, 현재 의료 수준에서 이론적으로 완전 박멸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하겠지만, 아래 내용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발생 이후 100% 치료한다는 게 아니고, 발생 자체를 100%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경제적 부담이 생길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p.75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질환이 뇌졸중이라고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지면서 발생한 뇌 조직의 파괴로 신체 기능의 일부 혹은 전부가 손상되는 질환을 말한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집안의 어른이 갑자기 쓰러지는 상황을 드물지 않게 목격해왔으니 두려워할 만도 하다. 하지만 30년간 뇌졸중 환자들의 생명을 지켜온 전문가 입장에서 보자면, 뇌졸중처럼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질환도 드물다고 단언한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뇌졸중 전문의 이승훈 교수는 자신의 임상 경험과 연구 결과를 담아 최대한 쉽게 이 책을 집필했다. 일상 속 약간의 수고가 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며, 뇌졸중 발생 단계별 예방 실천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우선 뇌졸중 이해의 기본이 되는 뇌와 뇌혈관의 구조 및 원리부터 시작한다. 12분에 한 명씩 뇌졸중 환자가 발생했다는 질병관리청의 통계처럼 발생률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따라서 뇌졸중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이 질환에 대한 적절한 인식률은 오히려 나빠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뇌졸중에 대해 잘못 알려진 비과학적 정보를 바로잡고, 오해와 진실에 대해 다루는 것이 1장이다. 2장에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음주, 그리고 비만, 노화, 심방세동 등 뇌졸중의 위험 요인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5대 위험 요인과 만성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어 상당히 흥미로웠다. 3장은 뇌졸중 발생 단계별 예방 실천법을 담고 있다. 뇌졸중 발생 단계는 총 4단계인데, 각 단계에 맞춘 실천법을 알려주고 있어 의학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뇌졸중에 걸리지 않는 실천 지침은 특히 메모하면서 기억해둘 만한 내용들이었다. 마지막 4장에서는 실제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회복과 재발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생존 매뉴얼을 제시한다. 응급처치부터 치료와 재활, 재발 방지에 이르는 단계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편리함이 우리의 적이 된 시대다. 엘리베이터는 계단을 밀어냈고, 배달 음식은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을 빼앗았다. 가만히 있어도 손가락만 까딱하면 세상이 움직이는 시대,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몸을 지나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자의 몸엔 병이 없다'라는 말은 현대사회에 더는 들어맞지 않는다. 풍족한 식생활과 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편리하게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건강 위협을 초래했다. 식이 습관, 비만, 운동 부족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삼총사로, 이들이 얽히며 등장한 대표적 질병이 바로 대사증후군이다. p.139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데, 마침 예전에 저자분께서 출연하셨던 회차를 본 기억이 났다. 그날의 주제가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뇌졸중 전문의가 나와서 나도 뇌졸중 관련 의사는 만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저자는 자신이 제일 무서워하는 질병은 뇌졸중이 아니고 암이라고 말한다. 암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물리적 형태를 가지고 있는 한, 완전히 피하는 게 불가능한 질병이기 때문이라고. 반면 뇌졸중은 정말 예방하기 쉬운 질환이라고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질환을 꼽은 설문조사를 보면 암, 치매, 뇌줄중, 이렇게 세 가지 질환은 늘 상위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는 두려움을 가지게 만드는 질환이라는 뜻인데, 알고 나면 뇌줄중이 전혀 무섭지 않은 거라고 하니,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굉장히 궁금했다. 아마도 뇌졸중이 예방에 최적화된 질환이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뇌졸중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과 두려움이 이 책을 통해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왜 고혈압이 위험한지, 왜 뇌졸중은 예방이 가능한 것인지 등의 궁금증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공해준다. 과학적 지식과 오랜 임상적 데이터에 근거해 이유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뇌졸중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동시에 누구나 막을 수 있는 병이라는 희망과 안도감을 안겨준다. 초판한정 별책부록으로 받을 수 있는 백년 뇌 플래너에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와 단계별 최소 지침, 365일 건강 관리 시트가 수록되어 있어 건강한 뇌를 위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하는 건강 유지 루틴, 생활 개선 루틴, 집중 관리 루틴, 회복, 재발 방지 루틴이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제시되어 있고, 뇌 건강검진 가이드도 있어 자신에게 맞는 단계별로 체크해서 활용하면 될 것 같다. 그동안에는 뇌졸중이라고 하면 갑자기 찾아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무서운 병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생활 속 작은 습관을 바꾸고, 조기에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관리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매우 놀라웠다. 뇌는 한 번 멈추면 되돌릴 수 없지만, 그 멈춤을 막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매우 실용적인 책이다. 뇌가 멈추기 전, 삶을 멈추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