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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샤의 후예 3 : 저항과 부활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겪은 모든 고통에 복수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쇠사슬에 묶인 두 손을 바라본다. 내 갈색 피부를 노려본다. 환하게 번쩍거리던 문신은 사라졌다. 새하얀 머리카락도 빼앗겼다. 그토록 열심히 싸워 되찾은 마법이 죽어 버렸다. 나의 오리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멀리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떻게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일까. p.17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낸, 매우 놀라운 마법의 세계를 보여주는 오리샤의 후예, 그 세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마법 판자지 3부작의 첫 번째 작품 <피와 뼈의 아이들>이 2019년에, 두 번째 작품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이 2022년에 나왔으니, 거의 6년 만에 시리즈가 완결된 것이다. 아프리카의 어디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검은 마법사들의 왕국, 그 동안 만나왔던 그 어떤 판타지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더욱 어둡고, 더욱 아름다운 마법의 세계가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하니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시리즈가 마무리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기에, 3권을 읽기 전에 1권부터 다시 한번 살펴 보았다. 오래 전 오리샤 왕국에는 희귀하고 신성한 마자이족이 번영을 누리며 살았다. 열 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마자이들은 신들로부터 제각기 다른 재능을 부여받고, 마법의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불을 일으키거나, 마음을 읽거나, 미래를 내다보거나, 질병을 치료하거나, 죽은 자를 불러오거나 등등.. 마자이는 태어날 때부터 새하얀 머리칼을 갖고 있는데, 모두가 날 때부터 신들에게 재능을 받는 건 아니었다. 선택받은 아이들은 열세 살 이후부터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는데, 11년 전부터 마법이 세상으로부터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일부 힘있는 자들이 마법을 남용하기 시작했고, 마법의 힘을 가지지 못한 코시단은 점점 마자이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로가 커져 결국 그들을 모조리 학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새하얀 머리칼을 갖고 태어났으나 부모와 마법을 한꺼번에 잃은 마자이의 아이들은 왕국의 최하층민으로 전락해 온갖 차별과 폭력 속에 살아가게 된다. 시리즈의 주인공 제일리 역시 여섯 살 때 왕이 보낸 병사들에 의해 엄마가 죽는 장면을 목격했고, 엄마처럼 검은 피부에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마자이였다. 1권에서는 사라진 마법을 되찾기 위해 마자이인 제일리와 코시단인 오빠 제인, 그리고 오리샤의 공주 아마리가 전설의 사원으로 향하는 모험기를 그렸었다.

'이제 끝내는 거야.' 끝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리라 마음을 다진다. 예바가 산 정상에서 일러 준 비밀들이 떠오르며 우리가 서 있던 그 산처럼 내 안의 깊은 곳을 울린다.
파괴된 오리샤가 눈앞을 아른거린다. 나는 잃어버린 이들의 유골을 세어 본다. 오늘밤 발디르 왕은 우리가 가는 곳에 있을 것이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싸워야 한다.' 예바의 깊은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그가 네 영혼에서 거둬 가려는 그 힘을 네가 사용해야 해.' p.296~297
2권에서는 제일리 일행이 무사히 마법을 되찾은 이후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법이 돌아온 오리샤 왕국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긴다. 바로 마자이 선조가 섞인 귀족들도 마법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전체 인구의 8분의 1이 마법을 가지게 되었다. 그 가운데 약 3분의 1은 '티탄'으로 저마다 열 개의 마자이 부족 중 한 부족과 비슷한 마법을 가졌다. 전편의 의식 이후 귀족과 군인 가운데 새하얀 한 줄기 머리카락을 가진 티탄들이 나타났고, 그들의 힘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꽤 강력하다. 제일리는 연인의 배신과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고, 마자이를 몰살하려는 적들로부터 자신의 부족을 지켜야 한다. 아마리는 왕위에 올라 여왕이 되어 수많은 오리샤인들이 수십 년에 걸쳐 겪어온 폭력과 박해의 이야기를 끝내고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아버지의 통치 방식에 의구심을 품었던 왕의 아들 이난은 아버지와는 다른 왕이 되고자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왕궁을 되찾아 마침내 마자이의 시대가 시작되나 했는데, 일행들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났었다.
3권에서 제일리는 공중에 매달린 새장 같은 감옥 안에서 깨어난다. 제일리를 포함한 마자이들이 고국에서 강제로 끌려온 지도 꼬박 한 달이 되었고, 그들을 끌고 온 것은 해골족이었다. 수백 년의 압제 끝에 마자이들의 투쟁이 끝나려는 참이었는데, 과거 어느 때보다 승리에 가까이 다가갔던, 거의 다 이긴 전쟁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게다가 해골족들은 매일 밤 제일리에게 굵은 바늘을 찔러 넣고 독한 마자사이트를 투입하고 있었다. 더 이상 마법을 느낄 수도, 사용할 수도 없었다. 해골족의 왕 발디르는 제일리를 찾기 위해 마자이 사람들을 납치했고, 바다에 던져 넣었다. 전설에 따르면 마자이 중에 태양의 피가 흐르는 자가 있다고 했고, 그걸 위해 이 모든 일을 벌인 거였다. 그리고 마자이가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원동력이자 성스러운 신들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제일리를 찾아냈고, 그녀의 가슴에 금빛 메달을 박아 넣는다. 앞으로 제일리는 어떻게 될까. 마자이들은 해골족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제일리는 그들에게 반격할 수 있을까. 전편들에 비해 분량이 작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로 압도적인 서사를 보여준 마지막 편이었다.
작가인 토미 아데예미는 무장하지 않은 흑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경찰의 총에 맞은 사건을 연일 접하게 되던 시절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두렵고 화가 났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과 분노를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울 힘을 갖고 있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울어 주길, 그리고 이제 일어나 작게나마 저항의 몸짓을 시작하길, 그리하면 세상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 1권의 내용이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으며 2027년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스크린에서 펼쳐질 이야기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