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양영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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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는데,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가 생각이 났다. 아주 오랜 옛날, 두 쌍의 팔과 두 쌍의 다리를 가진 사람, 하나로 된 머리 안에 두 개의 얼굴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제우스가 그들을 반쪽으로 갈라 영원히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는 그 슬픈 이야기말이다. 이 작품에도 플라톤이 말한 양성 인간에 대한 언급이 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안에 있었고, 신들에 의해 둘로 갈라졌다는, 그래서 우리는 평생 나머지 반쪽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란 숙명적으로 슬픔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기억해 두 개로 갈려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 피뭍은 얼굴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하지만 난 알아 니 영혼 그 속에 서린 그 슬픔 그것은 바로 나의 슬픔.
그건 고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그래 우린 다시 한 몸이 되기 위해 서로를 사랑해

-뮤지컬 헤드윅의 'the orogin of love' 중에서


이스마일 카다레는 이 작품에서 사랑이라는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의 불안과 관계에서 빚어지는 내면의 불안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를 이처럼 섬세하고, 예리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매혹적인 작품이다.

 

공항으로 향하던 택시 한 대가 갑자기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탑스했던 한 쌍의 남녀는 바로 죽고,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한 운전기사는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뒷좌석의 연인이 서로 힙겹게 키스를 하려했다고. 백미러에 비친 그 광경때문에 자신이 주의를 잃어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그들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인지, 혹은 남자를 겨냥한 정치적인 살인인지, 혹은 연인의 자살인지..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원이 파견되어 사건발생 40주전부터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조사한다. 십여년전부터 연인관계를 지속해오던 두 연인의 관계에 대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끈 미스터리한 사고에 대해, 여러가지 정황조사로 시간이 재구성되기 시작한다.

 

같은 상황도, 각기 자신만의 해석으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이쪽 방향에서 보는 시각과 저쪽 방향에서 보는 시점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한 공간에 함께 있어도, 각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생각하는 건 언제나 다르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나는 이 특별한 연인들의 관계를 구성하면서, 두 사람이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어떤 사랑의 행위를 하느냐보다는, 그들의 심리 상태에 주목하고 싶다.

 

<그 여자, 로베나>


두 사람은 소파에 엉거주춤 앉아 포옹했다. 왜 이 남자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 걸까? 어째서 이 남자는 늘 내가 자기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 남자의 눈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로베나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모든 게 다 부질없는 짓이야. 이 남자를 상대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어. 그럴 기회는 벌써 오래전에 지나갔고,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다. 로베나가 그보다 우월한 점이 있다면 그건 젊은 나이였다. 하지만 로베나는 한 번도 그 무기를 쓰지 않았다. 벨트 아래는 가격하지 않는 법이다.

 

<그 남자, 베스포르>


베스포르는 절대 잊지 못할 그날, 로베나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그가 앉은 소파에 앉는 순간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당신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군. 그의 온 존재가 그렇게 외쳐대고 있었다.

베스포르에게 로베나는 감당하기 힘든 존재였다. 베스포르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기분이었다. 무슨 법인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그는 법의 보호망 바깥에 있었고, 그걸 확신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모든 것을 드러내지 못하는, 불가능한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두 연인. 베스포르에 대한 로베나의 두려움, 그리고 로베나에 대한 베스포르의 두려움.. 금지된 삶이 너무 두려워서, 특히 하늘의 분노를 살까봐 두려운 나머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척하고 있는 두 연인. 그들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묘사한 단어, 단락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연인과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나누지만, 어쩌면 그것은 절반뿐인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같이 겪는 사랑의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나 솔직하고, 예리하게 짚어낼 수 있다니..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싶은 충동을 눌러야 했다. 이제까지 겪은 수많은 망설임, 의심, 헤어질까 말까 하는 생각,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혹은 어디서부터는 잘못되지 않은 것일까 하는 불안감까지... 사랑에 관한 수많은 책을 봤지만, 이 작품만큼 현실감있게 그려진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현재 사랑에 빠진 상태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길 권한다.


만일 나에게 두 번의 삶이 주어진다면
그 두 번의 삶 모두에서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겠어요. 라는 매혹적인 단언.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만 내뱉을 수 있는 허황된 거짓말. 하지만 누구도 두 번의 삶을 살 수는 없다.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는 서로에게 엄청난 믿음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반쪽짜리 불완전한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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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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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니는 그 모든 것, 그렇게 강한 확신을 가지고 배웠던 모든 것에 의문을 품게 됐다. 신은 사람들의 고통에 신경 쓰지 않는다. 적어도 어린 아이들의 고통에는, 정의나 인과응보, 지역 공동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웃은 서로 돕지 않았고, 착한 사람들은 보상받을 수 없다. 그 모든 말이 헛소리였다. 교회, 경찰, 엄마, 누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그렇게 할 힘도 없었다. 1년 동안 조니는 자신이 혼자라는 새롭고도 냉엄한 진실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단단했던 것들이 사실은 모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힘이란 환상에 지나지 않고, 믿음이란 엿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한때 밝게 빛나던 그의 세계에 이제는 차갑고 축축한 안개가 드리워졌다. 그게 바로 인생이자 새로운 질서이다. 조니에게는 자신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 길을 걸어가면서, 여러 가지 선택을 하며, 과거는 결코 돌아보지 않았다.

 


13살짜리 소년 조니는 세상을 일찍 깨우친다. 세상에 안전한 곳이란 없으며,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1년전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이 사라진 뒤, 아빠는 집을 나가고, 엄마는 술과 약에 취해 산다. 아빠의 동업자인 켄은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폭력을 휘두르며 괴롭힌다. 경찰은 1년이 지나도 여동생을 찾아주지 못하고, 그는 지도를 만들어 직접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여동생을 찾아 헤맨다. 그는 늘 다짐한다. '난 강해질 거야'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아이의 목소리는 무시해버리려고 이를 악문다.

 

사람들은 선하지 않다. 경찰이 한 그 말은 옳았다. 조니는 셀 수 없이 많은 담장과 창문 너머를 들여다봤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집의 문을 두드렸고, 옳지 않은 일들을 목격했다. 보는 사람 없이 자기들만 있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봤다. 아이들이 마약을 하는 것도 봤고, 노인들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는 것도 봤다. 한번은 속옷만 입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목사가 흐느껴 울고 있는 아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도 봤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조니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미친 사람들도 평범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매사에 신중하고, 영리한 이 어린 소년이 가여우면서도 대견했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이 어린 소년을 이렇게 조숙하게 만든 세상이, 어른들의 모습이... 지금의 현실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이 책의 커다란 줄기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그래서 죽었는지, 납치된건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쌍둥이 여동생을 찾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소년의 가족 곁에서 1년 동안이나 그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헌트 반장이 있다. 너무 일에만 매진하느라 정작 자신의 가정은 돌보지 못해 아내가 떠나고, 아들과의 사이는 소원해진, 경찰로서는 유능하지만 아빠로서는 엉망인 헌트 반장. 냉정해야할 경찰은 피해자의 슬픔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는 인간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피해자의 부모에게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아가며 고집스럽게 그들을 보호하려고 한다.

 

"매일 밤 켄이 죽길 기도했어요. 가족이 집에 오고. 약을 끊고, 켄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길."
"난 켄이 우릴 두렵게 만든 것처럼 자신도 두려움 속에서 죽어가길 원해요. 무력하고 두려운 게 어떤 느낌인지 켄도 알길 원해요. 그리고 더 이상 우릴 건드릴 수 없는 곳으로 켄이 가버렸으면 좋겠어요...하지만 하느님은 그런 분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조니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분노가 치솟으면서 격분한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기도해도 앨리사가 집에 오지도 않았고, 아빠도 오지 않았어요. 아무리 기도해도 집이 따뜻해지지도 않았고, 켄이 와서 엄마를 다치게 하는 걸 막아주지도 않았어요. 하느님은 우리에게 등을 돌렸어요. 엄마가 내게 그렇게 말했잖아요. 기억나요?"


이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실종된 여자 아이를 찾는 경찰과 무너진 가족의 이야기는 쓸쓸하다. 범인을 찾고, 범행과정을 그리는게 중요한 작품이 아니라, 사회가 숨기려는 진실에 도전하는 어린 소년의 진정성이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그런 작품이다. 소년은 경찰 조차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내고, 그것은 오로지 그의 진심어린 집념때문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강해져야 한다고 되뇌이면서. 평범할 수도 있던 '사고'가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 어떻게 '사건'으로 바뀌게 되는지...추악한 인간들의 마음, 다양한 군상의 용의자들의 모습.. 너무 일찍 성숙해버린 아이와 전혀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을 보며 위선에 둘러싸인 우리의 실체를 돌아보게 된다.

 

'악은 인간의 마음에서 자라난 암과 같아.' 라는 극중 인물의 대사처럼, 우리들 마음 속에 내재된 악이란 존재는, 표면상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을 만큼 무섭다. 그들은 멀쩡한 얼굴을 하고, 멀쩡한 일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간다. 내 가족을 위해서, 내 명예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누군가의 삶을 짓밟으면서. 무서운 세상 아닌가. 우리는 모두 13살짜리 아이만큼의 진심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고 있는가. 이 따위 세상에 믿음이란 엿 같은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세상이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건데 말이다. 가슴 한 켠이 싸하다. 쿵, 하고 무거운 돌덩어리가 가슴에 얹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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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판타스틱 픽션 그레이 Gray 1
배리 리가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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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중요한 건, 범인이 아주 잘 융화되는 사람이라는 거야. 한마디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거지. 바로 그런 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대단한 기술이야. 그들은 우리가 다가가는 걸 절대 알지 못해. 우리가 그들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우리는 인간처럼 보이는 거지."


겉으로는 평범하고, 사교적이고 거기다 매력적이기까지 한 얼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내를 읽기 힘든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 무고한 사람을 상대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얼굴을 뉴스나 신문에서 보면, 그가 거리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마음이 더 불편해지곤 한다. 겉으로 봐서는 인간과 괴물을 도무지 가려내기 힘든 세상이란 얘기도 될 것이다.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맙시다.’라고 했던 어느 영화 속 대사처럼 사람처럼 살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니 말이다.

 

이 작품은 21세기 가장 악명 높은 연쇄 살인마를 아버지로 두고 있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무려 123명을 살해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살인마인 아버지를 가지고 있는 십대 소년이라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피해자들에게 시달리고, 이웃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니 비뚤어지고... 결국은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싶겠지만... 주인공 재즈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자기 자신과 싸우며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재즈는 이 세상에서 무서워하는 것이 두 개 있었다. 오직 그 두 가지만이 무서웠다. 그 중 하나는 마을 사람들이 재즈를 지켜보면서, 그는 저주받고 태어나 살인에 관한 교육을 받았고 결국에는 아버지처럼 연쇄 살인범이 될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그 사람들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자신의 아들에게 어릴적부터 살인의 기술과 피해자의 심리에 대해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당연한 것을 교육시키듯이 가르치는 빌리는, 재즈가 자신만큼 엄청난 살인자가 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런 교육 덕분에 자연스레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볼 수 있고, 그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조정할 수 있는 17살 소년 재즈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살인자를 직접 찾으려고 한다. 여자친구인 코니와 친구인 하위와 함께.. 조금은 어설프지만 말이다.

 

10대가 주인공인 작품이지만, 코니와 하위는 어른 만큼이나 재즈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다.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은 많아. 연쇄 살인범과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다 연쇄 살인범이 되는 건 아니야. 이 세상에 애들이 자라서 사람을 죽이게 만드는 지침서 같은 건 없어."라고 말하는 코니덕분에, A형 혈우병 환자인 하위 덕분에, 재즈는 인간성을 읽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

 

"아버지가 현재의 나를 만드셨어.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마찬가지야. 너도 그걸 부정할 수는 없을 거야, 코니"
"우리 부모님 역시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셨어. 그게 어떻다는 건데? 우리는 부모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의 영향을 받기도 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영향도 받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는 거야."


3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라 1부인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는 주인공 재즈와 아버지의 관계, 그의 심리적 갈등에 대해 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반전 때문에 아마도 다음 2부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사건들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소시오패스라는 존재가 주로 평범해 보이는 사람 중에 있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사이코패스보다 소시오패스가 훨씬 많다고 한다. 타인을 이용하고 거짓말을 일삼지만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소시오패스가 전 인구의 4프로라고 하니,,, 25명 중에 1명은 소시오패스라는 건데.. 무시무시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누구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두 얼굴, 또 다른 본성이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우리는 어떤 숨겨진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나는 어떤 얼굴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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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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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은 굉장히 어려울 거예요."
"오! 지금은 모든 게 다 어렵지. 그렇다 해도 글쓰기가 목숨을 부지하는 것, 믿음을 간직하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아."
"주제가 뭐예요?"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싸우고 다시 가까워진다는 이야기."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폴란드를 배경으로 숲속에 숨어 살며 독일 점령군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 속에서 부모를 잃은 열네살 소년 야네크와 독일 군인들에게 정보를 캐내기 위해 몸을 파는 열 여섯살 소녀 조시아, 희망을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쓰는 대학생 빨치산 대원 도브란스키가 주요 인물이다. 전쟁으로 인해 굶주리고 지친 사람들, 깊은 숲속에 숨어사는 빨치산들 모두,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생존이다. 전쟁이 계속 되면 사람들은 점차 어떤 사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맞서기 위해서 싸우게 되니 말이다.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독일은 우리한테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묻는 야네크에게 도브란스키는 절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절망은 인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떠돌고 있으니까.

 

 

열여섯 소녀가 원하는 건 소박하다. 오직 사랑하고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뿐, 그런데 평화롭게 사랑하는 것, 굶어 죽지 않는 것, 얼어 죽지 않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이 어린 소녀에게 희망은, 새로운 고통을 견뎌내도록 인간을 격려하기 위한 신의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열네살 소년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와 배고픔, 희망이 사라진 전쟁의 한 가운데서 음악에 마음을 빼앗길 줄 안다. 쇼팽의 폴로네즈를 듣고 감동하는 그의 모습은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그래, 결국 예술이 모든 것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음악 앞에서 순수하게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 작은 소년은 무려 전쟁의 한 복판에서 음악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바이올린을 집어들었다.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아이, 유대인 거주 지역의 학살로 부모를 잃은 유대인 아이가 악취 풍기는 지하실 한가운데 서서 세계와 인간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신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그는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더이상 흉하지 않았고, 그의 어설픈 몸은 더이상 우스꽝스럽지 않았다...세계가 혼돈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세계가 조화롭고 순수한 모습을 띠어갔다.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증오가 사라졌고, 처음 몇 곡에 굶주림과 경멸과 추악함이 달아나버렸다.

 

밤이고 낮이고 계속 되는 전투. 한 쪽이 이기면 새로운 세계가 과연 열리는 걸까? 많은 사람들을 죽여서 얻게 되는 평화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쟁에 희생된 무고한 인명들은 그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단 얘긴데, 어떻게 하면 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2차 세계대전이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되어 1945년 일본이 항복함으로서 종전되었다는 걸 기억해보자면, 그 긴 시간동안 사람들의 절망이 보이는 거 같아서 마음 한 켠이 싸해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로맹가리의 믿음은 가슴이 울컥해질만큼 멋지다. <사람들은 서로 멋진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이어 그 이야기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지. 그들은 그로써 신화가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유, 존엄성, 형제애, 인간으로서의 명예. 우리 또한 이 숲에서 동화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있는 거야.> 극중 인물 중에서 가장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인물인 도브란스키를 통해서 로맹가리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나는 우리의 주인공인 야네크가 결국 도브란스키의 희망에 동화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품의 후반부에, 이제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모두의 영웅이 실제하지 않는, 민중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라는 것까지 깨닫게 된 그 마지막 대화가 정말 마음이 아팠다. 열네살 소년이, 더이상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고통의 목소리로, 그래서 환상이 제거된 목소리로 열여섯 소녀에게 하는 말이란 말이다. 나는 대체 누가 이 어린 소년에게 이런 깨달음을 주었는지, 전쟁이란 이 황폐함이 너무도 원망스럽웠다.

 

"도브란스키는 번역을 하면서 몇 마디 추가해야 했어. 그들은 중요한 것은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거기에 담긴 의미는 결국, 한 사람은 죽었다거나 이제 곧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게 되리라는 것이지.?
"너 화났구나. 그럴 필요 없어."
"나 화 안 났어, 조시아. 하지만 나는 결국 배우게 되었어.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어. 그들은 우리를 훌륭한 학교에 보냈고, 나는 언제나 훌륭한 학생이었어. 우리는 유명한 교육을 받은 거야. 타데크 흐무라 기억하지? 그는 그것을 우리의 '유럽의 교육'이라고 불렀어.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어. 내가 너무 어렸거든. 그는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아무 데서나 빈정거리고 다녔어. 하지만 나는 이제 알아. 그가 옳았어. 그가 그토록 비꼬아 말했던 그 유럽의 교육이란 바로, 그들이 너희 아버지를 쏠 때, 또는 너 자신이 뭔가 대단한 명분을 내세워 누군가를 죽일 때, 또는 네가 죽도록 굶주리고 있을 때, 또는 네가 마을을 파괴하고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야. 우리는 훌륭한 학교에 있었어. 우리는 정말 교육되었어."

 

그리고 그의 이런 변화를 느끼며, 그에게 말을 하는 소녀의 마음은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아.. 나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소녀의 마음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또 가슴이 먹먹해지게 아팠다.

 

조시아가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너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어째서?"
"왜냐하면 너는 불행하니까.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는 그 무엇도 너를 불행하게 하지 못해. 알겠지, 나도 대단한 걸 배웠어."

 

나는 과연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결코 불행해졌던 적이 없었던가. 사랑이 한때 내 삶을 구원해줄거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물론 삶을 바꾸는 것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의지로 인해서만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살아가는데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랑을 믿는다. 내가 사랑을 믿을 때만이, 사랑이 내가 가야할 길을 이끌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맹가리의 전작들을 아주 어릴 때에 읽었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지금 이 시간까지 온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유럽의 교육'은 그의 전작들을 먼지 쌓인 책장에서 다시 꺼내어 읽어보게 만들어주었다.

 

책장을 덮으려는데, 아내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인 늙은 변호사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이 쉰 살이 되면, 그리고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처럼 어떤 어린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땐 당신도 이해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가 다소 오만하게 말했다. 모든 사람한테 그런 일이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모두가 로맹가리를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한테 이렇게 멋진 감동의 순간이 일어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장담한다. 이 작품을 읽게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소중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될 거라고.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로맹가리는 참.. 멋진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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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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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S.J.왓슨의 데뷔작이다. 그는 병원에서 청각장애 아동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며 주말에는 소설을 써왔다고 한다. 런던의 파버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작문 수업을 받았고, 6개월 짜리 이 강좌가 끝나는 동안 완성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도 흥미로운데, 1953년에 간질 수술을 받은 이후 새 기억을 형성하지 못해 줄곧 과거 속에서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인물의 부고를 읽고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크리스틴이다.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지난 일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인물, 내가 누구인지, 이곳이 어디인지,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말이다.

 


단기 기억상실증 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그의 기억은 단 10분 밖에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10분이 지나면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거나, 자기 몸에 문신을 하면서 기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이 작품의 주인공 크리스틴은 하루 정도의 일은 기억을 한다. 그 다음날이 되면 다시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 상태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그녀는 부지런히 일기를 쓴다. 하루동안 들었던 일, 있었던 일들을 그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능한 많이, 모조리 기억하려고 한다. 이들처럼 기억을 단기 저장고에서 장기 저장고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 바로 직전의 일만 잠시 기억하기 때문에 그들은 단지 순간만을 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가 내게 주어진 시간 전부인 것이다.

 

“노 데이, 벗 투데이(No day, but Today)”

 

여기서 당연히, 뮤지컬 렌트의 그 유명한 대사, 내일은 없고, 나에겐 오직 오늘뿐이라는 문구가 기억이 나났다. 크리스틴에겐 오로지 매일 매일, 그 순간의 하루밖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자신을 20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시절로부터 기억이 완전히 멈춰버린 여자가 매일 아침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이 생각보다 스무 살이나 더 늙어보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지난 날을 송두리째 읽어버리고, 빼앗겼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나는 나이를 먹은 기억이 없는데, 내 얼굴엔 잔주름이 있고, 쭈글쭈글해진 자신의 손을 보게 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동안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내 침대 옆에 누워있는 누군지 모르는 남자가 나의 남편이라고 한다면? 그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고스란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극중 크리스틴이 되어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그녀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의지할 데라곤 남편 밖에. 그런데, 자신이 쓴 일기장엔 <남편을 믿지말라>.고 써 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날 치료하기 위해 남편 몰래 만나는 의사에게서 엉뚱하게도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 와중에 문득 문득 떠오르는 끔찍한 폭행의 기억. 분명 남편은 내가 교통사고로 인해 이렇게 됐다고 하는데, 자신은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폭행때문이었던 것 같다. 남편인 벤은 아들 애덤이 죽었다고 말하고, 친구 클레어는 애덤이 살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나는 분명 소설을 한 편 출간한 적이 있는데, 남편은 내가 글을 쓴 적이 없다고 한다.

 

과연 나는 누구를, 얼마나,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내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나 자신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걸까?

 

"나는 죽은 것 같다고 썼어요. 하지만 이건 뭐예요? 더 나쁘잖아요. 이건 죽어가는 거예요. 매일매일 죽는 거예요. 더 나아졌어야 하는데도 말이에요. 이런 꼴이 더 계속되는 건 상상할 수 없어요. 오늘 밤에도 자러 갈 테고, 내일 아침 눈뜨면 또 아무것도 알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모레도, 글피도 그럴 거고 영원히 그럴 거예요. 그런 건 상상할 수도 없어요. 난 그런 꼴 못봐요. 이건 사는 게 아니에요. 그저 목숨만 붙어 있는 거지. 과거도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이 한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짐슴과 다를 바 없어요. 가장 나쁜 것은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거예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고통이 적지 않을 거예요. 내가 아직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들 말이에요."

 

오늘 알게된 모든 사실은, 내일이 되면 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말은 곧, 타인이 그녀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그녀는 오늘 이전에 기억이 전혀 없으므로 누구든 자신에 관한 말을 하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무섭지 않은가.

 

그녀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남편도 믿을 수 없다.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던 의사도 믿을 수 없다. 그녀는 진실을 알고 싶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알고 싶다. 여느 사람처럼 하루를 그 다음 날과 연결할 수 있기를 원하는 그녀는 필사적으로 일기장에 매달리고,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그녀가 만나는 인물이 남편인 벤과 닥터 내시로 한정이 되어 있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바로 그 부분이 이 작품만의 차별화가 된다. 그렇게 한정된 공간과 관계를 통해서 한 인물의 심리상태에 몰입할 수 있게 되고, 우리가 그녀가 처한 상황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작가는 영리하게도, 이 작품을 미스테리물을 넘어서서 스릴러물로 발전시킨다. 오로지 그녀의 정체와 숨겨진 기억에만 치중했다면 지루한 심리물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표면적인 플롯 외에도 숨겨진 이야기들은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에 이르는 순간 소름이 쫙 끼칠정도였으니,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그 긴장감이란 말할 것도 없다. 타인이 말하는 과거와 그녀의 진짜 과거, 그녀가 믿고 싶은 현재와 진짜처럼 보이는 현재가 씨실과 날줄처럼 교차되어 차곡차곡 쌓인다. 묘하게도 등장 인물도 적고, 공간도 한정되어 있고, 현재와 과거와 수시로 교차하는 이야기지만, 영화화되기에 이만큼 좋은 텍스트는 없다고 느껴진다. 아마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크리스틴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 일 것 이다. 그래서 곧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더욱 반갑다. 

 

이 작품은 출간도 되기 전에 이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스콧프리 프로덕션에 영화화 판권이 팔렸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2014년 공개 예정으로 로완 조페 감독 연출의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로 영국에서 제작 중이다.

 


로완 조페 감독은 영화 <미션>과 <킬링 필드>로 유명한 롤랑 조페 감독의 아들이며,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았던 인물이다. 영화 <28주후>, <아메리칸>의 각본, <브라이튼 룩>의 각본과 연출 맡았던 감독이고, 주연은 니콜 키드먼, 마크 스트롱 콜린 퍼스라고 한다. 감독, 주연과 포스터외에 아직은 아무것도 공개된 게 없지만, 포스터의 분위기는 책 만큼이나 기대감을 준다. 무엇보다 불안한 심리상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야할 여주인공역에 니콜 키드먼이라니, 유리처럼 깨질 것 같은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데, 그녀만큼 절묘한 캐스팅이 또 있을까 싶다.  영화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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