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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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법소녀 : 힘들고 괴로운가요? 누군가 해결사처럼 짠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하고 바라시죠?

'이게 뭐야?'

눈물로 앞이 아른거려서 채팅방에 올라온 글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냈다.

마법소녀 : 그럼 이곳으로 들어오세요.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 '해결 사이트 http://h.me/***** (비번 @#$%^&)'            p.141


도경이 가족은 지난주 주말, 해민이네 집 2층으로 이사를 왔다. 세를 놓은 2층이 통 나가질 않아 걱정하던 해민이 엄마는 방이 나가자 기뻐하며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한다. 해민이 엄마는 미혼모로 해민이를 낳았고 동네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중이다. 도경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사를 왔고, 엄마랑 단둘이 살고 있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도경이네 집에 반찬을 가져다 주러 간 해민이는 그집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해민이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도경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동네와 학교를 오가며 점차 친구가 된다. 


해민이와 같이 문예 창작 동아리인 소정이는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으로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평판이 좋았다. 곧 있을 학생 문예 대회 '공감 에세이' 부문에 해민이와 소정이가 참가하게 되었는데, 소정이는 작년에도 이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터라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해민이는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에 차마 거절은 못했지만 계속 걱정이 앞선다. 해민이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글을 썼고, 그 글이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소정이는 우수상을 수상한 것이 분하고 억울하다. 늘 대충대충,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던 해민이가 대상이라니.. 분명 표절했을 거라고, 표졀인 게 밝혀지면 자신이 다시 대상을 수상할 거라고 생각한다. 급기야 소정이는 해결 사이트에 진실을 밝혀 달라고 의뢰하게 된다. 자기 손으로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을 떠남길 수 있는 이곳은 다른 사람의 의뢰를 해결해 줘야 자신의 의뢰를 올릴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렇다몬 소정이는 벌써 누군가의 의뢰를 해결한 적이 있다는 건데, 타인에 대한 악의로 가득한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런 거 누가 믿냐고? 어허, 믿음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는 법이지. 못 믿겠으면 초대 링크를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야. 근데 궁금하지? 고민할 시간 없어. 여차하면 문은 닫혀 버려. 기회는 지금뿐이야.

해결 사이트에 입장했다면 축하해. 넌 이제 소원을 이룰 수 있어. 물론 먼저 노력을 좀 해야 해. 남의 소원을 먼저 들어줘야 너한테 자격이 생기거든. 현대판 상부상조라고나 할까? 와, 내가 생각해도 이 시스템은 정말 멋져.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지?            p.224~225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누군가 해결사처럼 짠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하고 바랬던 적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게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 메시지가 온다면 어떨까. 이 각박한 세상에 요정도 산타도 램프의 지니도 없지만, 이곳에 들어오면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데 궁금해지지 않을까. 스팸 메일 문구처럼 수상하기 짝이 없더라도, 만약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뭔지나 한번 볼까 하는 생각부터 들 것이다. 


청소년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제4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어떤 의뢰든 해결해 준다는 비밀 채팅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림중학교에는 아이들이 이용하는 오픈 채팅방이 있다. 그날의 급식 투표, 시험 자료 공유, 각종 소문에 대한 게시글들이 있는 그곳에서는 가끔 수상한 링크가 포함된 초대장을 받을 수 있다.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끙끙 앓고 있는 고민, 자기 손으로는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고민을 의뢰하려면 먼저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 전교 1등이 시험을 망치게 해 주세요, 짝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개인 정보를 알려 주세요.. 부터 친절하지 않았던 문구점의 유리창을 깨 주세요. 동네 골목에 시끄러운 개를 죽여 주세요... 등 불법적이고, 위험한 의뢰가 이어진다. 이 작품은 네 명의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또래 독자들이 공감할 법한 고민과 갈등을 겪으며 선한 의지로 연대하며 위기를 돌파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현직 교사라서 그런지 굉장히 현실감있고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청소년들의 고민과 현재를 알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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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
오경은 지음 / 길벗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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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분명 정확한 발음으로 했는데 왜 원어민은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걸까? 넷플릭스에서 미드를 보면 왜 아는 단어조차도 잘 안 들리는 걸까? 영어 공부를 하면서 발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면, 토종 한국식 영어 발음을 원어민처럼 부드럽게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꼭 만나야 하는 책이 있다. 


26년간 누적 54만 부, 영어 발음 분야 1위 <미국 영어 발음 무작정 따라하기>가 전면 개정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전히 새롭고, 더 강력해진 최신 개정판이라 그 동안 소문으로만 들어왔다면 이번에야말로 영어 발음 바이블을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주구장창 주입식 영어 공부를 해왔고, 대학에 가서도, 직장에 가서도, 영어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덕분에 나 역시 꽤 많은 히스토리를 거쳐오면서 나름 영어 공부를 해왔지만 아직까지 꽤 만족스러울 만한 결과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늘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혹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한 켠에 있어서 뭔가를 하고는 있는데, 올해는 조금 도움이 되는 영어 공부를 하게 될 것 같다. 바로 이 책 덕분에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 경력의 영어 발음 전문가로 미국인도 교포로 오해할 만큼 완성도 높은 발음을 구사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종' 영어 학습자다. 그래서 한국인이 영어 발음을 익히며 겪는 어려움과 한계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기에, 이렇게 실용적인 훈련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리드미컬한 언어로, 단어가 어떻게 리듬을 타고 흘러가는지 익혀야 한다. 특정 소리에 강세가 들어가고 한 문장 내에서도 강조해 말하는 단어가 있으며 음의 고저가 있다. 그렇다면 영어 발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책은 정확한 영어 발음을 위한 훈련법부터 시작해 영어 발음을 기초, 확장, 완성의 세 단계로 구분해 차근차근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복잡하고 지루한 이론 설명 대신 직관적인 일러스트와 핵심만 짚어주는 간결한 설명으로 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예를 들어 't'같은 경우 혀끝을 입천장에서 앞니 뒤쪽으로 볼록하게 도드라진 부분에 댔다가 떼면서 동시에 입안의 공기를 힘껏 내뿜어 발음해야 하고, 'f'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바람만 세게 내보내는 소리이다. 특히 f가 단어 끝에 있을 때 '프'라고 모음 '으'를 넣어 발음하지 말고, 바람 새는 소리만 내야 한다. 단어별로 미국식발음과 잘못된 발음을 구분해서 표기해놓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trip'는 '츄맆'이 원어민 발음, '트립'이 잘못된 발음이고, 'cotton'은 '캍은'이 원어민 발음, '코튼'이 잘못된 발음이다. 'model'은 '마를'이 미국식발음, '모델'이 잘못된 발음, 'ready'는 '뤠리'가 미국식발음, '레디'가 잘못된 발음이다. 




이 책을 통해 공부를 하다 보면, 영어가 들리지 않고 말이 막히는 이유가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원어민 MP3, 그대로 읽으면 원어민처럼 들리는 우리말 표기까지 그야말로 '소리 중심 영어 학습법'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초보자는 물론 중급자 이상인 경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말로 써진 그대로 읽어도, 원어민 발음처럼 들리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단어 발음 훈련이 끝나면 회화 훈련으로 이어진다. 발음 공부를 하는 진짜 목적도 자연스럽게 영어로 듣고 말하는데 있으니 말이다. 문장을 통해 실전 감각을 키우는 와중에도 완벽한 발음을 위한 포인트, 회화에 꼭 필요한 꿀팁도 하단에 따로 정리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구어체 발음에 대한 팁과 영어 사전에서의 발음과 실제 미국인들의 발음 차이, 헷갈리는 발음을 구분해서 하는 방법 등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깨알같은 정보들이 가득하다. 왜 이 책이 오랜 세월 동안 영어 발음 바이블로 사랑받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특히나 '한국인에게 딱 맞는' 영어 발음책이라는 점도 추천해주고 싶은 점이다. 토종 한국인임에도 원어민처럼 영어를 발음해보는 것을 꿈꾼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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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영감노트 - 읽고 쓰는 모든 사람을 위한 고전 수업
기무라 류노스케 지음, 김소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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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셰익스피어의 가장 대단한 점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 순간을 어떻게든 말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사랑, 증오, 분노, 후회, 인생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감동이나 감정은 종종 너무 커서 말로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특히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는 더 그렇지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나란히 서서 혼연일체로 우리 앞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랑을 뒤집으면 증오가 있고, 분노 바로 곁에는 용서가 있습니다. 매우 재미있기도 한 반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삶입니다.             p.67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셰익스피어는 4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서 여전히 동시대에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 로미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같은 대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작품 제목은 물론 스토리나 대사까지 아마도 가장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고, 재창조되는 것이 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셰익스피어가 사랑받는 것일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다. 


평생 셰익스피어를 해석해온 연출가이자 ‘진심인 덕후’인 저자가 대중을 위해 셰익스피어 작품 세계의 정수를 담았다. 저자는 대학에서 영미문학 전공으로 셰익스피어를 연구했고, 셰익스피어 전문 창작집단을 설립해 전 작품의 무대 연출을 맡아왔다. 이 책은 말, 이야기, 낭독, 연출, 시대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살펴본다. 애초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무대에 올리기 위한 극작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연출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실제 무대 연출 사례와 대사 분석 등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셰익스피어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당시의 질퍽거리는 인간관계를 그린 것도 있고, 인간이란 정말 위대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으며, 지금 세상에는 차마 방송되기 어려운 막장드라마 같은 가십,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스토리도 담겨 있다. 이렇게 워낙 작품들이 다채롭다 보니 별별 음모론이 다 있는데, 실존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란 인물은 존재하지 않고 팀이 공동 집필해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는 설까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봐왔듯 셰익스피어는 비비드한 감각으로 시대와 함께 호흡했고,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임팩트를 주는 연극이라는 수법을 활용해 '인간과 세상'을 표현했습니다. 문학가로 유명하지만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일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문학'이라는 틀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정보량과 리얼리티를 지닙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까지 울려올 만큼의 강도로 현실 그 자체를 전해주지요... 그 관점으로 보면 400년도 더 전이라는 시간적인 거리 같은 건 전혀 상관이 없어집니다.                 p.221


원문을 읽지 않았더라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만은 대부분의 내용을 다 알고 있고, 심지어 읽지 않았음에도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유명하고, 대중적이고, 여러 버전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진가는 명문장들에 있다. 시처럼 압축된 표현들과 수많은 은유들이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과 지혜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변화하는 당대의 사회 상황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흥미로운 극 <햄릿>, '악인' 자체보다 '악'의 작용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주는 <오셀로>, 셰익스피어의 비극 가운데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찬 <리어 왕>, 인간의 양심과 영혼의 절대적 붕괴라는 명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맥베스>까지 나는 4대 비극을 비롯해, 5대 희극, 그리고 후반부에 발표되었던 작품들까지 거의 다 읽었다. 영화, 뮤지컬, 연극 버전으로 변주된 이야기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만나왔다. 그럼에도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것처럼 흥미진진했으니, 그게 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셰익스피어가 그린 이야기는 허황된 공상이 아니라, 사실적이면서도 납득이 되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진짜 삶이 반영된 스토리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연출가다운 시선으로 그러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미완성'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지문'이라 불리는 보충 설명도 거의 없고, 읽다 보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싶은 이야기의 빈틈도 많이 나오며 배경 설정도 알 수 없고, 구체적인 감정 지시도 없다고 한다. 그 덕분에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일부러 작품에 여백을 남긴 면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대사와 구성도 짚어 보며 어떻게 시대를 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 마음까지도 울리는 작품들이 되었는지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하나의 작품을 연출하는 구체적인 과정까지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후반부에는 37편에 이르는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혼자서 20년에 걸쳐 완역한 번역가와의 대담을 수록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그 외에도 성격 유형별 추천 작품, 주요 캐릭터 도감 등 다양한 읽을 거리들이 있으니 셰익스피어가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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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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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메리 셸리의 소설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창조물은 시체 부분들을 꿰매 붙이고 전기로 생명을 불어넣어 만들어 지죠. 제가 구상하는 건 꿰맨 자국 없는 완전한 존재들입니다. 저는 어떤 장비, 알파벳 네 자만 이용하는 워드 프로세서 같은 장비로 그들의 DNA를 작성함으로써 그들을 탄생시킨다고 할 수 있죠... 작가가 알파벳 스물네 자로 소설 등장인물을 창조하는 것과도 비슷하죠. 다만 그것들이 피와 살과 신경을 갖춘 <진짜> 존재, 생생히 살아 있는 새로운 존재라는 점만이 달라요.」             p.79~80


언제나 신작이 출간될 때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키메라의 땅>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디자이너의 표지 스케치와 아이디어 메모를 담아 특별한 표지 이미지와 1,2권 합본판으로 만들어진 가제본이라 더욱 근사하다. 페이지를 펼치면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이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에 일어난다'는 일러두기 문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학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이 이야기가 어쩌면 근미래에 펼쳐질 우리 인류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 매 작품마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작가답게 이번 작품도 기대 이상이었다. 


진화 생물학자인 알리스 카메러는 최신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인류를 개발하려는 중이다. 공중을 나는 인간, 땅을 파고들어 가는 인간, 헤엄치는 인간, 이렇게 세 종류의 인간이다. 서른 살의 젊은 나이인 카메러 교수는 탁월한 생물학자이지만, 학창시절 친구였던 뱅자맹 웰스가 연구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었기에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극비리에 진행되던 연구는 한 기자에 의해 연구소가 침입당하면서 유출될 위기에 처한다. 그런 식으로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로 한다. <변신 프로젝트>는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 불과했지만, 먼 훗날 인류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발표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가 맞닥뜨릴 시련에 대처하려는 것이 그 목적으로, 세 가지 아종은 인간과 다른 종의 이종 교배의 결과물이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인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인 디거, 그리고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인 노틱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창조물과 뭐가 다르냐며, 혼종 생명체를 괴물 취급한다. 그렇게 반대론자들로부터 극심한 위협을 받게 되자, 웰스는 알리스가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피신하게 해준다.




박쥐 인간은 말을 계속한다. 

「내가 내다보는 최상의 미래는 이래. 혼종들은 번성하며 각자의 문명을 건설해. 한편으로는 사피엔스와, 다른 한편으로는 혼혈들과 더불어 말이야. 이 아름다운 세상 전체가 서로 뒤섞이고 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살아가.」 

포세이돈은 어이없다는 듯 시선을 하늘로 향하고, 하데스는 회의적인 표정이 된다.

「내가 바라는 미래이기도 하다.」 알리스가 동의한다.            p.490


우주 정거장에 체류 중인 우주 비행사들은 다섯 명이었고, 각기 다른 연구를 하는 생물학자들이었다. 비교적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그들조차 여러 동물의 혼합인 혼종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알리스의 연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사실상 알리스의 프로젝트는 시대를 앞선 연구였고, 신화 속 동물인 키메라 혹은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는 게 구인류를 멸망시킬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듣고는 실제로 자신의 프로젝트가 엄청난 실수면 어쩌지라는 의문이 알리스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 지구에서는 3차 세계 대전이 발생해 핵전쟁으로 지구가 거의 파괴되는 일이 벌어진다. 지구에서 410킬로미터 떨어진 상공에 우주비행사 몇명이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 걸까. 우여곡절 끝에 알리스는 고농도의 방사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3종의 키메라 배아를 들고 지구에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알리스의 혼종 인류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극소수 인간만 생존한 지구에서 인간과 동물의 혼종 신인류인 에어리얼, 디거, 노틱이 탄생한다. 과연 구인류와 신인류는 조화롭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극중 알리스 교수의 말을 빌어 인간이 어리석고, 분별없고, 비이성적이고, 지구상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종들을 한없이 경시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오만한 나머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인간들에게 생물 다양성의 중요함에 대해,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종의 다양화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지진을 대비해 날 수 있는 능력을, 쓰나미가 닥칠 경우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지구 온난화가 극심해질 때 지하에 거주하며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인류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4분의 3이 고작 며칠 만에 사라졌다는 비현실적인 상상력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면 언젠가 일어날 법한 현실이 되어 버린다. 실제로 지구에 생명이 출현한 이후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고, 인류가 환경을 파괴시키며 생물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걸 보자면,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한 과학자들의 예측이 우리의 미래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테니 말이다. 자, 기발한 상상력과 방대한 철학, 그리고 과학적인 정보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거대한 세계를 구축해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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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의복 경연 대회
무모한 스튜디오 지음, 김동환 그림, 김진희 글 / 하빌리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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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통구이 안에 들어간 나이프 끝에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지금은 말이야. 재단사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옷' 그 자체가 아니라네. 피부와 맞닿아 있는 이 '옷'으로 어떻게 착장자, 나아가 군중들의 마음을 어찌 움직일 수 있느냐지. 나는 이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시종일관 그리 생각하고 있다네. 나와 함께 나아갈 사람들은 그런 거대한 것을 움직일 사람들이고...... 토퍼스 팀 자네들이 고수하는 고리타분한 양복 신념은 아주 오래전, 내 스스로 길바닥에 던져 놓았네. 그러니 이제 충분한 대답이 되었는가?"            p.70


19세기 런던, 인간과 수인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다. 수인은 동물들의 팔다리가 인간의 형상을 띠게 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선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는데, 옷을 입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금수'라고 불리기도 했다. 인간의 후손들은 수인들보다 그 수가 적었지만, 기계를 발명하고,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그 번영의 이면에서 수인들의 질투와 불만이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다. 마침 세상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로 가득해 도시 전체가 마치 깊은 겨울잠에 빠진 듯 혹독한 계절이었다. 추위에 지친 수인들을 위해 '의복 경연 대회'가 열리게 되는데, 도시의 유일한 인간 재단사인 W에게도 초대장이 도착한다. 




런던 최초의 대규모 의복 경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데, 우승한 팀에게는 상금 4000파운드와 여왕의 훈장이 수여된다고 한다. 게다가 런던은 극심한 빈부격차 속에서 화려한 상류층과 누더기를 걸친 빈민들이 공존하는 도시였고, '금수 의복 경연 대회'는 단순한 패션 행사가 아니라 도시가 품고 있는 근본적인 갈등을 드러내는 상징이 되어줄 터였다.  


그렇게 4개의 팀이 참가해 4개의 라운드를 치루게 된다. 각각의 팀은 재단사, 햇메이커, 슈메이커 3인으로 구성되는데, 참가한 네 개의 팀 중 인간이 포함된 것은 토퍼스 팀뿐이었다. 1라운드의 주제는 운동복, 스포츠웨어로 체형에 관계없이 착장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2라운드의 주제는 아동복으로 아동 모자 시장의 개척자로 자리 잡은 크리스 부부의 여덟 쌍둥이를 위한 아동복을 만들어야 했다. 3라운드는 빈티지 파티를 위한 옷으로 가장 아름다운 옷이 필요했고, 4라운드 마지막 주제는 '근본으로'였는데, 가장 근본의 옷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했다. 쇼가 화려해질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인간이 만든 옷을 거부하며 경연을 방해하는 존재도 나타나는데, 과연 인간 재단사인 W는 무사히 의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붉은 커튼이 거침없이 걷혔다. 고요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때아닌 소음에 관객들의 시선이 테라스로 일제히 쏠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윈슬로우는 지팡이와 함께 오른쪽 다리를 내디뎠다. 하이힐 때문에 그의 실루엣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았다.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린 그는 먼저 측면의 모습을 관객에게 보였다.

"하이힐이다!"

관객들이 술렁였다. 얇고 높은 굽 위의 윈슬로우의 모습은 마치 절벽 끝의 무용수와도 같았다. 그는 그 끝에서 홀로 고상했다.          p.283


19세기말 런던에 있는 양복점에 동물들이 양복을 맞추러 온다는 컨셉으로 기획된 '금수를 위한 의복 가이드'는 독립출판으로 먼저 나왔던 작품이다. 텀블벅 화제의 도서였던 '금수를 위한 의복 가이드'가 소설화된 것이 바로 이 작품 <금수 의복 경연 대회>이다. 일러스트 가이드북으로 출간되었던 것이 스토리가 확장되면서 장편 소설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텀블벅 펀딩 당시 이 세계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는 독자들의 요청이 있었고, 결국 이렇게 특별한 소설이 만들어 졌다. 19세기 런던이라는 클래식한 배경과 그에 어울리는 고전풍 일러스트들이 가득 수록되어 있고, 아름다운 양장본으로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소장용으로도 너무 훌륭한 책이다. 



여러 동물들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직업을 가지고, 말도 할 수 있는 세상은 어떨까. 그리고 체형도, 종도, 취향도 제각기 다른 수인들의 옷을 맞춰주는 특별한 양장점을 운영하는 인간 재단사가 있다면 말이다. 이 작품은 그런 상상에서 출발해 탄생한 이야기이다. 코뿔소, 기린, 오류너구리, 여우, 토끼, 고양이, 곰, 치타, 조류 등의 수인이 제각기 자신에게 맞는 의상을 잘 차려입은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미있었던 소설이었다. 19세기 유럽 복식사에 기반한 정교한 의상 디테일과 감각적인 일러스트들을 통해 읽는 소설을 넘어 보는 소설이 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의복 경연 대회라는 설정 또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다음 라운드를 기대하게 만들어 주는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주었다. 옷을 통해 타인을 존중하고, 몸을 이해하는 과정과 인간과 수인, 종이 다르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수인과 인간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근본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아주 특별한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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