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샤의 후예 3 : 저항과 부활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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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겪은 모든 고통에 복수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쇠사슬에 묶인 두 손을 바라본다. 내 갈색 피부를 노려본다. 환하게 번쩍거리던 문신은 사라졌다. 새하얀 머리카락도 빼앗겼다. 그토록 열심히 싸워 되찾은 마법이 죽어 버렸다. 나의 오리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멀리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떻게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일까.            p.17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낸, 매우 놀라운 마법의 세계를 보여주는 오리샤의 후예, 그 세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마법 판자지 3부작의 첫 번째 작품 <피와 뼈의 아이들>이 2019년에, 두 번째 작품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이 2022년에 나왔으니, 거의 6년 만에 시리즈가 완결된 것이다. 아프리카의 어디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검은 마법사들의 왕국, 그 동안 만나왔던 그 어떤 판타지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더욱 어둡고, 더욱 아름다운 마법의 세계가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하니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시리즈가 마무리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기에, 3권을 읽기 전에 1권부터 다시 한번 살펴 보았다. 오래 전 오리샤 왕국에는 희귀하고 신성한 마자이족이 번영을 누리며 살았다. 열 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마자이들은 신들로부터 제각기 다른 재능을 부여받고, 마법의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불을 일으키거나, 마음을 읽거나, 미래를 내다보거나, 질병을 치료하거나, 죽은 자를 불러오거나 등등.. 마자이는 태어날 때부터 새하얀 머리칼을 갖고 있는데, 모두가 날 때부터 신들에게 재능을 받는 건 아니었다. 선택받은 아이들은 열세 살 이후부터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는데, 11년 전부터 마법이 세상으로부터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일부 힘있는 자들이 마법을 남용하기 시작했고, 마법의 힘을 가지지 못한 코시단은 점점 마자이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로가 커져 결국 그들을 모조리 학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새하얀 머리칼을 갖고 태어났으나 부모와 마법을 한꺼번에 잃은 마자이의 아이들은 왕국의 최하층민으로 전락해 온갖 차별과 폭력 속에 살아가게 된다. 시리즈의 주인공 제일리 역시 여섯 살 때 왕이 보낸 병사들에 의해 엄마가 죽는 장면을 목격했고, 엄마처럼 검은 피부에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마자이였다. 1권에서는 사라진 마법을 되찾기 위해 마자이인 제일리와 코시단인 오빠 제인, 그리고 오리샤의 공주 아마리가 전설의 사원으로 향하는 모험기를 그렸었다. 




'이제 끝내는 거야.' 끝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리라 마음을 다진다. 예바가 산 정상에서 일러 준 비밀들이 떠오르며 우리가 서 있던 그 산처럼 내 안의 깊은 곳을 울린다.

파괴된 오리샤가 눈앞을 아른거린다. 나는 잃어버린 이들의 유골을 세어 본다. 오늘밤 발디르 왕은 우리가 가는 곳에 있을 것이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싸워야 한다.' 예바의 깊은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그가 네 영혼에서 거둬 가려는 그 힘을 네가 사용해야 해.'             p.296~297


2권에서는 제일리 일행이 무사히 마법을 되찾은 이후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법이 돌아온 오리샤 왕국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긴다. 바로 마자이 선조가 섞인 귀족들도 마법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전체 인구의 8분의 1이 마법을 가지게 되었다. 그 가운데 약 3분의 1은 '티탄'으로 저마다 열 개의 마자이 부족 중 한 부족과 비슷한 마법을 가졌다. 전편의 의식 이후 귀족과 군인 가운데 새하얀 한 줄기 머리카락을 가진 티탄들이 나타났고, 그들의 힘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꽤 강력하다. 제일리는 연인의 배신과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고, 마자이를 몰살하려는 적들로부터 자신의 부족을 지켜야 한다. 아마리는 왕위에 올라 여왕이 되어 수많은 오리샤인들이 수십 년에 걸쳐 겪어온 폭력과 박해의 이야기를 끝내고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아버지의 통치 방식에 의구심을 품었던 왕의 아들 이난은 아버지와는 다른 왕이 되고자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왕궁을 되찾아 마침내 마자이의 시대가 시작되나 했는데, 일행들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났었다.


3권에서 제일리는 공중에 매달린 새장 같은 감옥 안에서 깨어난다. 제일리를 포함한 마자이들이 고국에서 강제로 끌려온 지도 꼬박 한 달이 되었고, 그들을 끌고 온 것은 해골족이었다. 수백 년의 압제 끝에 마자이들의 투쟁이 끝나려는 참이었는데, 과거 어느 때보다 승리에 가까이 다가갔던, 거의 다 이긴 전쟁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게다가 해골족들은 매일 밤 제일리에게 굵은 바늘을 찔러 넣고 독한 마자사이트를 투입하고 있었다. 더 이상 마법을 느낄 수도, 사용할 수도 없었다. 해골족의 왕 발디르는 제일리를 찾기 위해 마자이 사람들을 납치했고, 바다에 던져 넣었다. 전설에 따르면 마자이 중에 태양의 피가 흐르는 자가 있다고 했고, 그걸 위해 이 모든 일을 벌인 거였다. 그리고 마자이가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원동력이자 성스러운 신들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제일리를 찾아냈고, 그녀의 가슴에 금빛 메달을 박아 넣는다. 앞으로 제일리는 어떻게 될까. 마자이들은 해골족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제일리는 그들에게 반격할 수 있을까. 전편들에 비해 분량이 작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로 압도적인 서사를 보여준 마지막 편이었다. 


작가인 토미 아데예미는 무장하지 않은 흑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경찰의 총에 맞은 사건을 연일 접하게 되던 시절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두렵고 화가 났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과 분노를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울 힘을 갖고 있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울어 주길, 그리고 이제 일어나 작게나마 저항의 몸짓을 시작하길, 그리하면 세상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 1권의 내용이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으며 2027년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스크린에서 펼쳐질 이야기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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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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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뉴턴은 총 세 권으로 구성된 『프린키피아』의 마지막 권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려고 했으나, 영국 왕립학회 회원들의 반대로 결국 제3권도 앞선 두 권처럼 비과학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책이 되었다. 질량의 개념부터 그가 수립한 중력의 법칙(지금 쓰이는 것처럼 방정식 형식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까지 『프린키피아』에서 다루어지는 다양한 주제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내용은 우리가 지표면에서 경험하는 중력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힘, 그리고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힘과 하나로 연결해 설명한 것이다.                p.160


책장에 꽂힌 책을 한 권 꺼내서 거기에 적힌 글자들을 읽는 것만으로 우리는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쓰인 글과 만난다. 글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이것이 과학을 존재하게 하는 글의 중요한 특성이기도 하다. 과학은 다른 사람의 발견과 이론을 토대로 삼아 그 위에 다른 발견과 이론을 쌓는 방식으로만 기능하기 때문에, 과학을 발전시킨 것은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주변에서 관찰한 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 2천5백여 년 전부터, 책은 과학을 전파하는 데 중심이 되었다. 40권이 넘는 대중 과학책을 쓴 저자 브라이언 클레그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2500년에 걸쳐 인류에 큰 영향을 끼친 과학책들과 그 책을 쓴 과학자들을 조명한다. 


이 책은 고대 학자들이 남긴 최초의 과학적인 기록들부터 시작해 인쇄 기술의 발명으로 시작된 과학책의 르네상스기를 거쳐 다양한 분야가 발전했던 19세기,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 유전학이 등장한 20세기를 지나 대중과 호흡하기 시작한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책의 역사를 살펴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글자를 거울에 비친 형태로 쓰거나 자신만 알아볼 수 있도록 메모를 남기는 등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발견과 발명을 감추려는 의도를 가지고 기록을 남겼었고,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책으로 꼽히는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초고에는 동료 과학자 로버트 훅의 이름이 꽤 여러 번 등장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지자 결국 출간 전 훅의 이름을 원고에서 전부 지워버렸다는 등 위대한 과학책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도 너무 흥미진진했다. 곤충이 주제인 파브르의 책이 큰 인기를 끈 이유는 그림이 아닌 독자를 사로잡은 그의 문체였다는 사실과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지금까지 출판된 현대의 모든 과학책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도 놀라웠다. 




『상대성 이론』은 전체적으로 친근한 어투이기는 하지만, 현대의 대중 과학책 기준에서는 교과서 느낌이 물씬 나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다. 이론을 수립한 당사자가 직접 저술한 책인데 상대성 이론의 역사적, 개인적 배경은 나오지 않고 26쪽에 이르러서야 이 이론을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로를 달리는 기차와 번개 칠 때 나타나는 섬광이 예시로 나온다.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의 저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런 측면에서 『상대성 이론』은 책을 사는 사람은 많아도 완독하는 사람은 드물기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의 책 <시간의 역사>의 예고편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p.250


출판사가 그림이나 사진이 포함된 표지를 디자인해서 과학책에 입히기 시작한 건 현대에 들어서부터다. 그리 멀지 않은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대중 과학책은 표지가 영 칙칙했다. 과학을 진지하게 다루는 책이라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려고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었고, 과학자가 대중을 주 독자로 삼아 책을 저술하는 일조차 과학자의 본분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동료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중 과학책의 표지는 1960년대가 되어서야 내용과 어울리고 독자들의 기대에도 부합하도록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1988년에 출간된 스티븐 호킹의 책 <시간의 역사>는 과학책이 한 권도 없었던 수많은 책장에 한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블랙홀과 우주학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를 일약 스타로 만들고 대중 과학책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호킹의 성격과 그를 쇠약하게 만든 병을 대하는 방식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은 많아도 사 놓고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이 태반인 책으로도 유명한 이 책의 인기로 말미암아 출판계가 대중 과학도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올해 초에 나왔을 때부터 궁금했던 책인데,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선정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으로 선정된 기념으로 모집한 서평단으로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평소에도 워낙 과학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이라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고화질 도판이 가득해 시대별 과학서들의 초판 표지와 삽화, 저자 이미지와 내지 속 내용 등 소장용 자료로서도 훌륭한 책이다. 수록된 도판이 무려 280여 점이나 된다고 하니, 도판만 훑어봐도 과학책의 유구한 역사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과학 저술이 전문 자료에서 대중의 소통 수단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과학책으로 일구어 온 2500년 지성의 연대기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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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상 없다는데 계속 아픈 당신에게 - 마침내 아픔의 근원을 발견하고 건강의 답을 찾는 자율신경 이야기 인생백세 4
오민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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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성피로 또한 현대인의 단골 주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몸이 무겁고 멍한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아. 이렇게 휴식을 취했는데도 머리가 맑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닌 '뇌 피로'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민감하다. 감정, 이성, 생명 유지에 관여하는 뇌의 다양한 부위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가동되면 어느 순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중심 부위인 '시상하부'에 부담이 쌓이면 전신에 퍼져 있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이로 인해 피로, 두통, 집중력 저하, 불면, 소화불량, 불안감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나게 된다.             p.46


대한민국 대표 의료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백세’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 '인생명강' 시리즈라면, '인생백세' 시리즈는 의학 지식들을 엄선해 백세시대를 위한 가장 실용적인 건강교양 콘텐츠를 제공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쓴 다이어트 노하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암을 예방하는 건강 습관,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쓴 자세교정 스트레칭과 운동법에 이어 이번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자율신경 회복 솔루션이다. 


현대인들의 하루는 각종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 속에 흘러간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이 없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난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뚜렷한 이상은 없고, 의사는 스트레스 탓이라며 약을 처방한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꽤 많은 사람들이 뚜렷한 원인을 모른 채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과도하거나 만성화될 때, 자율신경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증상들이 나타나는 거라고 말한다.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치부되던 여러 질환이 모두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제대로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자율신경실조증'이란 과도한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방해하고 몸의 균형을 무너뜨려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병원을 전전해왔다거나, 약을 먹으면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같은 증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자율 신경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건강한 상태의 몸은 수분과 전해질이 충분해 전류가 잘 흐르고, 장기들도 제 기능을 한다. 배터리로 비유하자면 파란불이 들어온 '완충 상태'인 셈이다. 하지만 자율신경실조증이나 다른 건강 문제로 인해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면 전류와 전압도 떨어지게 된다. 세포의 에너지 생성 능력이 떨어지면 장기의 기능도 함께 저하된다. 배터리로 치면 '방전' 상태다. 몸이 항상 피곤하고, 이곳저곳이 골골거리며 아프다는 느낌은 결국 세포 하나하나가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방전됐다", "충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맞는 표현인 셈이다.            p.210


저자인 오민철 원장은 척추, 통증, 두통 등 일반적인 신경외과 증상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 신경계 질환을 주로 진료해왔다. 그는 예민한 성격과 스트레스로만 치부되던 신경성 질환은 자율신경을 제대로 이해할 때 정확히 치료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 책은 자율신경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자율신경실조증의 증상 및 원인을 설명해주고, 자율신경을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대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알려준다. 자율신경실조증을 자가 진단해 볼 수 있는 항목도 있다. 두통이 심하거나 자주 있다, 몸이 쉽게 지치고 나른하고 피곤하다, 화를 잘 내고 감정 조절이 어렵다 등의 항목에 체크를 한 뒤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점검해 보자. 자율신경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검사 시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자율신경실조증이 의심된다면 신경과나 가정의학과 등에서 상담을 받아보고, 필요하면 한의학적 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고, 생활습관을 조절하면서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서 증상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더 이해가 쉬웠다.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거나, 잠들기가 너무 힘들다거나, 두통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돼고, 툭하면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장이 예민해서 우울증까지 생긴다거나, 소화불량을 달고 사는 등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혹은 직접 겪어본 적이 있을 법한 증상들이 많았다. 자율신경은 몸의 생리적 반응뿐 아니라 감정 기복, 홍조, 공황, 불안 장애처럼 마음의 문제로 여겨지던 증상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만성 통증과 소화 장애, 탈모, 면역 문제 등 말초신경, 면역계, 감각계 모두가 자율신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몸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를 지휘하는 곳이 자율신경이라면, 바로 그 자율신경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5분 복식호흡, 규칙적인 수면법, 식단 관리, 찜질과 테라피 등 자율신경 완화를 위한 대안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으니, 막연하게 느껴지던 신경성 증상에 시달리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원인 모를 통증과 질병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던 진짜 치료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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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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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구의 생물권은 크고 작은 생태계가 여러 겹으로 중첩된 일종의 마트료시카 인형으로, 수백만 종의 생물들이 모든 수준에서 상호 연결되고 상호 의존하는 글로벌 자가조직화 시스템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상호 의존성은,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내려다보면,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초월적 조망 효과를 경험하고, 생물권을 <무시하거나 남용할 대상>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 대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다.              p.99


1991년 9월, 애리조나주 오러클에서 바이오스피어 2라고 불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축구장 2개 크기의 밀폐된 시설에 8명의 사람들(남자 4명, 여자 4명)이 격리 수용되어 실행 가능한 자급자족적 인간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른 행성을 식민지화하는 길이 열릴 터였다. 개발자들은 이 구조물 안에 참가자들이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농업 지역과 함께 열대우림, 안개가 자욱한 사막, 가시덤불, 사바나, 습지, 맹그로브숲, 산호초를 재현했다. 이 서식지는 외부 세계와 완벽하게 격리되었으며 최고의 생태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산소 부족, 이산화탄소 증가 등으로 생물권 주민들은 농작물을 돌보는 데만 절반 이상의 시간을 소비해야 했고, 실험이 끝날 때까지 25종의 작은 척추 동물 중 6종만이 살아남았다. 결국 바이오스피어 2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작한 지 2년 만에 종료되었고, 1994년 시작된 두 번째 임무는 인간 간의 갈등으로 겨우 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뭘까. 이는 비교적 단순한 생태계와 건강한 대기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매우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의 행성이 위대한 기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소수의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데, 900만 종의 동식물과 1조 종의 미생물은 어떻게 공존하며,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 준다.




<대자연>으로 일컬어지는 자연 세계도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자 존경받는 목적지, 성지일진대, 위험에 처했을 때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 우리에게는 휘황찬란한 성당 건물보다 숲이 더 필요하다. 자연이 없다면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도,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도, 숨 쉴 산소도 없으며, 심지어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인류가 걱정하는 모든 것, 우리가 의지하는 모든 것은 건강한 자연계를 기반으로 한다. 황폐화된 환경은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의 온상이다.               p.190~191


이 책의 저자인 엔리크 살라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상주 탐험가 겸 환경 보호 운동가이다. 해양 생태학자로서의 과학적 통찰과 탐험가로서의 현장 경험이 어우러진 이 책은, 생태계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표지 이미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기대하며 읽었는데,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잘 쓰여 있고, 설득력있는 내용이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왜 야생이 필요한가에 대해 납득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는 수십억 년에 걸친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우주에서 가장 효욜적인 방법을 찾아 스스로를 조직해왔다. 그런데 인간은 지구상에서 삶의 주인인 동시에 파괴자가 되어 버렸다. 자연재해,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관련해 지구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환경에 대해 우리가 '행동'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일은 뭘까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저자는 생태계 보존과 생물 다양성 확보의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서 강조한다.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일수록 생산성, 안정성, 회복력이 높아지며, 그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농업도 작물의 다양성으로부터 혜택을 받는다. 그러니 자연 생태계는 우리의 저축 계좌이자 생명보험 증권인 셈이다. 그렇다면 자연 자원을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재야생화 전략, 조업을 전면 금지한 지역에서 생물량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해양 보호 구역을 지정하고, 생태계가 스스로 자율성을 되찾고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식단을 조금만 바꾸는 것으로 탄소발자국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을 주로 섭취하고 간헐적으로 육류를 섭취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식량 생산의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면 한번 해볼만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환경 보호부터 실천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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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꼬똥, 나야 김단우야 노란 잠수함 18
지안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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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우에게 처음으로 강아지 가족이 생겼다. 새하얗고 풍성한 털이 솜사탕 같기도 하고 몽실몽실 구름 같기도 한, 꼬똥이다. 꼬통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자, 역시나 단우가 이름을 가지고 놀리기 시작한다. 사실 나우와 단우는 산후조리원도 같고, 생일도 같으며, 같은 아파트에 살고, 친구들도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 성격이 잘 맞지 않아 같이 어울리긴 하지만 별로 친하진 않다. 단우는 작년에 키우던 꽃별이를 먼저 떠나보냈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게 된 나우와 강아지를 오래 키워본 노하우가 있는 단우 사이에 '꼬똥'이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신경전이 시작된다. 




나우네 가족은 곧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갈 예정이다. 나우는 꼬똥이와 함께 할 첫 여행이 너무 기대가 된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만나게 될 외삼촌 딸인 지우가 개털 알레르기가 심하다고 연락이 온다. 개털 알레르기가 심하면 꼬똥 털끝만 스쳐도 응급 상황이 벌어질 텐데 큰일이다. 방법은 하나다. 여행을 취소하거나, 아니면 꼬똥을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거다.


마침 단우네 엄마가 정 안 되면 꼬똥이를 단우네 집에 놓고 가라고, 대신 돌봐주겠다고 말도 한 참이다. 하지만 나우는 단우랑 꼬똥이 함께 있는 건 싫었다. 꼬똥이 나우보다 김단우랑 더 친해질까봐 걱정이 되었던 거다. 강아지 호텔이나 동물 병원에 맡기기엔 꼬똥이가 아직 너무 어리고, 낯선 환경에 있으면 놀랄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나우네 가족은 꼬똥이를 단우네에게 맡기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바다에 가서도 나우는 꼬똥이 생각만 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꼬통 같은 구름이 몽실몽실 떠 있고, 하필 바닷가에 강아지들이 정말 많아서 꼬똥이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마음만 드는거다. 게다가 단우는 첫날만 꼬똥 소식을 알려주고,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 엄마 아빠도 꼬똥이가 점점 걱정되기 시작해 나우네 가족은 원래 예정인 닷새가 아니라 이틀 앞당겨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단우네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휴가를 가게 되었다며 꼬똥이도 함께 갔다는 거다. 


"왜 김단우네가 꼬똥을 데리고 휴가를 가냐고!"


급기야 화가 잔뜩 난 나우는 단우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말해 버린다. "꼬똥 우리 강아지거든!" 나우는 꼬똥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났고, 짜증도 났다. 안그래도 사이가 나빴던 단우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두 아이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꼬똥이는 정말 나우보다 단우를 더 좋아하게 된 걸까? 




내 강아지가 나보다 내 친구를 더 좋아한다면 어떨까? 나와 별로 친하지 않는 그 친구가 내 강아지와 친하게 지낸다면? "김꼬똥! 넌 김단우가 아니라 김나우의 동생이라고!" 외치고 싶은 나우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아 더 귀여운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오늘부터 배프! 베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지안 작가가 쓴 첫 저학년 장편동화다. 꼬똥이 단우랑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 서운하고 꼬똥이 단우를 더 좋아하게 될까 봐 조바심이 나는 나우의 질투를 다정하고 섬세하게 그려내 어린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강아지를 좋아한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인해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어린이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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