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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에 잔잔한 울림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의 배경인 제주도는 저에게는 또 다른 의미에서는 고향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드라마가 저로 하여금 근대사를 관통하는 소설을 손에 들도록 이끌었습니다.
그 소설이 바로 이재구 저자의 <포기할 자유> 입니다.
이 책은 한 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진 한 가족의 부흥과 몰락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은 정미소 화재로 모든 것을 읽고 고향을 떠나는 상준과 평산댁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평산댁을 몰락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아들 형남에게 모든 기대를 겁니다. 장남이나 공부 잘하는 딸에게 기대를 하는 것은 여느 드라마의 설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근대 가족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낙인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파도 속에서 형남은 성공을 위해 달려가지면, 가족의 희생과 믿음으로 지탱된 형제애는 시간이 흐르며 탐욕과 질투로 일그러집니다.
형일이 25억 정도의 유산을 남기고 떠난 날, 형남은 유산에 대해서 논의하자고 합니다. 이에 형구는 아직 뺏가루도 식지 않았는데,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형남은 자신이 이 유산을 관리하겠다고 하면서, 형일의 유언을 걷어차 버립니다. 이러면서, 가족들간의 신뢰와 형제애는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정말 아쉬운 대목입니다.
가족의 중심이었던 형구는 형제들에게 회사를 빼앗기고, 노숙자로 전락합니다. 그러나 그는 몽골에서 금광 사업에 성공하며, 재기의 기회를 잡습니다. 과거의 배신자들에게 복수를 감행하지만, 결국 삶의 무게와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포기할 자유를 얻었다"는 짧은 말로, 인간의 삶과 자유, 그리고 포기의 의미를 집약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현에게 '사랑했다, 고마웠다, 미안하다'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정말 이 책의 곳곳에는 슬픈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포기할 자유'라고 했을까요?
이런 의문점을 가져 봅니다. 그것이 아마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은 화두가 아닐까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묻기 위해서 말이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많은 선택과 소유, 욕망의 실현이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저자는 오히려 무한한 선택과 집착이 우리를 불안과 후회의 늪으로 이끈다고 말합니다. 즉, 모든 것을 가지려는 욕망이 오히려 인간을 구속하고, 진정한 자유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니, 가족들과의 좋은 관계, 믿음 그리고 사랑도 자유라고 생각한 욕망에 의해서 깨지고, 결국에는 비극적인 가족들의 이야기만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자는 이 책에서 포기를 아주 능동적인 것으로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진정 소중한 것들을 손에 쥘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말이죠. 지금 가진 것에 집착하지 말고, 곁에 있는 사람과의 시간,대화, 사랑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더 욕심을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