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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캐드텔 수사 시리즈' 라는 추리소설 시리즈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기 전까지는 엘리스 피터스라는 작가도 생소하고, 캐드텔 수사라는 인물도 처음 들었습니다.
코난 도일의 설록 홈즈 또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포아로 정도가 저의 학창시절을 함께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추리소설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중세 수도원이라는 독특한 공간과 시대를 배경으로, 고전적인 '밀실'이나 '알리바이' 트릭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종교적 맥락과 인간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사건을 풀어갑니다. 수도사이면서도 세속의 경험을 지닌 캐드펠 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단순한 논리적 추론 뿐 아니라 인간적 연민과 도덕적 판단을 결합하는 것도 이 저자의 독창적인 부분 같습니다.
서사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과 내면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소설을 읽기 시작한 다음에는 끝까지 한번에 읽을 수 밖에 없는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추리 소설 시리즈 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시리즈 중에서 <에이턴 숲의 은둔자>와 함께 했습니다.
에이턴 숲의 영주가 내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영주의 유일한 상속자인 열 살 소년 리처드는 아직 너무 어립니다. 이 상황을 틈타, 영주의 어머니이자 리처드의 할머니인 디오니지어 부인은
손자의 재산과 권력을 다른 가문과의 정략결혼을 통해 증식하려는 야심을 드러냅니다.
리처드를 보호하려는 이들과, 그를 이용하려는 할머니 측 세력 간에 갈등이 커지던 중, 갑자기 리처드가 실종됩니다.
얼마 뒤, 에이턴 숲에서 소년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마을은 충격에 빠집니다. 수도원에서 허브를 가꾸며 조용히 지내던 캐드펠 수사가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면서, 더욱더 흥미진진해 집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을 법한 인물로, 숲속에 은둔하며 사는 커스레드와 히아신스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겉보기에는 평판이 나쁘지 않지만, 캐드펠의 조사를 통해 이들이 숨기고 있던 과거와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 비밀은 이 책에서 새로운 국면을 만듭니다.
이 책은 추리소설 속에 단순한 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 순수한 사랑까지 들어 있습니다. 각 인물들이 시대적으로 처한 상황과 한계에 맞서 싸우거나, 그 한계를 이용해 욕망을 이루려 합니다. 캐드펠은 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며, 인간의 본성과 시대의 시스템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중세 사회의 질서와 종교적 규범,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이 소설 속의 배경을 통해 저자는 보여주고자 한 것 같습니다.
캐드펠 수사는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질서가 때로는 인간을 억압하기도 하고, 반대로 인간을 구원하는 도구가 되기도 함을 몸소 경험합니다.
이처럼 <에이턴 숲의 은둔자>는 단순한 추리소설의 틀을 넘어, 중세의 권력, 인간의 욕망, 사랑, 종교적 질서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작품입니다. 각 인물의 사연과 시대적 배경이 촘촘히 맞물려 있어, 실제로 읽는 내내 한 편의 역사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무더운 여름밤, 잠이 오지 않을때 읽으면 좋을 추리소설로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