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 나의 날씨
이신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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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년」이후 약 7년만에 다섯번째 소설집을 내신 이신조작가님의 신작 「너의 계절, 나의 날씨」를 읽었습니다.
알라딘 북플에 가입하여 글을 처음 쓴 것이 2015년 7월 이었는 데 벌써 10년이 되었더군요. 제 나름대로 글을 쓴다고 열심히 책을 읽고 끄적여봤지만 글재주가 좋지 않기도 하고 쓰는 일에 염증을 느껴 잠시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멈추기도 하였지만 제 마음 속에 불현듯이 솟아오르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워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신조작가님의 이번 소설집에서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소설집 제목인 「너의 계절, 나의 날씨」에 걸맞게 계절의 변화와 변화무쌍하는 날씨들이 소설 속에 등장합니다.
(봄밤의 번개와 질소)에서는 전남편인 김규환씨의 제사를 지내고 싶다는 세 살 연상의 공인중개사 아내를 결과적으로 만나게 해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전남편 김규환씨를 생각하는 현남편과 바로 다음 단편인 (여름철 기압 배치)의 1987년 생인 정한솔과 세 살 연하인 아내와 1920년 생인 이인길씨의 인생이 교차로 그려지고 (펫로스, 겨울 편지)의 십삽 년간 함께 살다가 고양이별로 돌아간 소중했던 ‘묘조‘와 서울가서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던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의 박하늘과 교통사고로 치료 중인 인지수,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줄 알았던 인어공주가 코인세탁소의 세탁기 안에 사람들의 세탁물을 물거품으로 세탁해주는 (세탁기 속의 그녀 - 「인어공주」외전」, 커리어우먼으러 성공가도를 달렸다가 한 순간에 추락해버리는 굴곡진 삶을 살고 있는 나경과 잠시 만났으나 바로 인연이 끊어진 피부과 의사를 그만두고 이혼을 하게되며 버려진 집을 개조하여 검은 개와 함께 약초를 캐내는 (숲그늘의 개와 비)의 인준, 마지막으로 왠지모르게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야기일 것 같은 (스필버그와 나)까지 처음 (봄밤의 번개와 질소)를 읽었을 때는 맑았으나 점차 흐려져 (스필버그와 나)를 읽을 때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왔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다시 맑아진 날씨를 보며 그동안 살아왔던 제 인생과 얼마나 더 살지는 신만 아시겠지만 앞으로 제 인생 속에 마주하게 될 계절과 날씨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이신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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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 새소설 18
김엄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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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소설 시리즈의 18번째인 김엄지작가님의 [할도]를 2024년 12월 4일에 알라딘에서 구매하여 2024년 12월 5일에 배송이 시작되어 그 다음날인 12월 6일에 문 앞에 도착하여 실물을 보게 되었다.

2
2024년 11월 28일에 발행된 [할도]를 한 달 내에 읽으려고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 한 달이 지난 2024년 12월 30일에 읽기 시작하였고 145쪽 정도 되는 분량이기에 금세 다 읽을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3
벨 할, 섬 도 割島 라는 뜻의 낯설고 작디작을 것 같은 섬에 아버지의 다름이 아닌 부탁으로 인해 가게 되고 며칠이 될지 몇개월이 될지는 모르나 숙소에 머물게 된 흐리멍텅하지만 깊은 인상의 아버지의 아들이 분명한 인물이 북쪽에 있는 동네의 작은 병원에 가고 해변에 웃통을 벗고 햇볕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쥬지오의 여사장을 바라보고 숙소 침대에 온종일 누워있다 쥬지오에 가서 여사장과 매번 있는 것도 같고 없을 때도 있는 존대와 반말을 섞는 A와 포터를 몰며 해물을 배송하는 B, 그리고 북쪽의 병원에서 진료를 해주며 왼쪽 눈에 생긴 다래끼에 대한 처방을 내린 늙은 내과의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눈이 내리면 얼굴이 베이는 서쪽 절벽에 아이젠과 물 그리고 비스킷을 챙겨가는 흐느끼는 것도 울음 소리도 영락없이 아버지를 닮은 아들이 나이가 들었지만 가볍게 산에 오르는 노인을 만나며 작고 빳빳한 꽃을 받으며 절벽에 다다르고 면도를 하기 위해 면도기를 샀고 이발을 하기 위해 이발소나 미장원을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으며 다래끼가 터져 피가 눈에서 나며 그 터진 자리가 시간이 지나 아물게 되는 것을 눈으로 읽다가 제 오른쪽 눈이 조금가려워진 것 같고 혹시 그 다래끼가 내게로 옮겨간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0
지금 알라딘에서 품절 상태인 등단작 (돼지우리)가 실린 첫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와 첫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핀 시리즈 [폭죽무덤]과 소설 향 시리즈 [겨울장면]에 이어서 정말 오랜만에 출간된 새소설 시리즈인 [할도] 이후에 언제 만날 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출간 될 새로운 소설집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봤으면 좋겠는 데 다시 태어날 지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작가님의 의사이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개명은 조금만 더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엄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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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고백들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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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시리즈 [몸과 여자들]과 함께 (몸과 우리들), (몸과 금기들), (몸과 무경계 지대), (몸과 비밀들)이 실린 이서수작가님의 연작소설 [몸과 고백들]이 알라딘에 등록되자 구매를 했지만 출간 전에 펀딩을 한 줄은 몰랐는 데 책을 펼쳐보니 약 50여분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과 여자들)은 1983년생인 딸과 1959년생인 엄마의 한 번밖에 말할 수 없던 부그럽지만 내밀한 고백들이 실려 있었고 (몸과 우리들)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별없이 오직 나 자신만으로 살아가고자하며 (몸과 금기들)은 여성이라는 존재가 남성에게 그저 성적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여겨지는 만연한 현실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몸과 무경계 지대)선 그야말로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고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사랑이야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마지막 (몸과 비밀들)의 몸에서 양분을 흡수하며 자라나는 버섯을 저 또한 섭취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작품해설을 읽으며 정말이지 평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고 어떤 성별이나 어떠한 성향에 속해 구분하여 바라보기 보다는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다짐을 [몸과 고백들]을 통해서 할 수 있었고 하게 되었습니다.
이서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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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토요일 새벽 -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정덕시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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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사에서 주관하여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하던 한경청년신춘문예가 있었고 홍준성작가님 [열등의 계보], 하유지작가님의 [집 떠나 집], 은모든작가님의 [애주가의 결심], 진유라작가님의 [무해의 방], 정대건작가님의 [GV 빌런 고태경]이라는 멋진 작품들을 배출했고 2021년 허남훈작가님의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이 출간되고 소식이 없었는 데 올해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기성과 신인작가를 가리지 않고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롭고 신선한 작품들을 발굴해낸다는 취지에 새롭게 은행나무출판사와 함께 손잡고 런칭한 아르떼문학상이 신설이 되었고 367편의 응모작들 가운데 당선된 정덕시작가님의 [거미는 토요일 새벽]을 읽었습니다.
17년동안 애지중지하며 함께 생활했던 두희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 데 두희가 예민하여 키우기 쉽지 않은 타란툴라인 거미라는 것에 조금은 놀라기도 했었지만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함께 살았기에 빈 자리가 크겠지요. 블루프로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J의 부탁으로 월급과 함께 맡아서 키우게 된 수현이 두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비록 두희가 자신에게 곁을 깊게 주지 않았지만 애정을 주며 키우다 어떤 전조도 없이 죽자 다시는 그 어떠한 것도 키우지 않으려고 찾을 수 없게 뒷산에다 묻어주고 반지에도 아무것도 새기지 않으며 일을 하고 수영을 배우며 그럭저럭 버티며 잘 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집으로 돌아와 방을 보면 두희가 머물렀던 비바리움이 있던 자국이 아직도 있기에 두희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마음과 순간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비록 타란툴라를 비롯한 어떤 반려동물을 오랫동안 키워 본 경험은 없었지만 만약 제가 수현과 같은 상황이라면 잘 견뎌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고 반려동물보다 제가 먼저 운명할 것이고 제가 떠나고 홀로 남겨질 반려동물이 생각나 애초에 키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 같습니다.
정덕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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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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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과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스위트 솔티]를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 (스위트 솔티)를 포함한 8편의 단편과 황유지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과 작품들의 대한 소상한 작가의 말이 실려있습니다.
사실 황모과작가님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은행나무 노벨라 N 시리즈인 [서브플롯]과 위픽시리즈 [10초는 영원히]가 전부인데 SF장르에 대해 정확히는 미래에 대해 단순하게 관심이 있고 그 세계로 어서 진입하고 싶지만 진입장벽이 높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습니다만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그 세계에 한 발짝씩 발을 내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모과작가님은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20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생활하신다고 하셨는 데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주인공도 20대 후반이며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아슬아슬하게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조만간 비자가 만료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는 데 돌아가기에는 막막한 상황이 저는 타국에서 살지 않았지만 낯설지가 않았고 치매를 앓고 있는 이웃집 할머니가 오메라시로 돌아가길 완강하게 거부하는 모습도 눈길이 갔었습니다.
해설과 작가의 말에도 언급되었듯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오마주한 작품의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에서는 ‘시대 지체자‘에게 제3의 눈을 시술하여 안락하고 전망가득한 새 삶을 부여하는 스마트보디라는 신기술이 상용화되었지만 금이 간 뿌연 안경을 쓰며 스마트보디 업그레이드를 거부하며 제3의 눈또한 하지 않은 장형철 씨의 사연과 소설의 모티브가 된 김경철 님을 포함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희생자들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스위트 솔티)는 배에서 태어난 무티아라, 술레이만, (스위트) 솔티가 바다 거품, 시트러스, 술탄 출신의 엄마와 마음 속에 지니며 타스만을 거쳐 부산에 도착하여 정착하다 부산도 바다에 잠기게 될 예정이라 이제 우주로 떠나게 되는 단편인 데도 방대하여 보는 내내 흥미로웠고 마지막에 실린 (여행이 다시 당신을 찾아옵니다)의 멋진 풍경들을 대신 눈에 담고 체험해주는 백팩커처럼 다양한 풍경들을 보여주는 작가님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편하게 볼 수 있어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하면 과언이겠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못찾겠습니다.
(순애보 준코, 산업위안부 김순자)의 김순자 할머니에게 왜곡된 기억을 주입시키며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는 커녕 은폐하고 삭제하려는 전범 기업의 모습이 소설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너무 두려웠고 앞서 읽은 이유리작가님의 단편 (크로노스)도 생각나고 그래서 브레인 서포터나 시대별 바이어스같은 설정들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타고난 시절)의 성장 센터를 퇴소하고 햇살 어린이집으로 간 희망이와 다움이처럼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퇴행하지 않고 이 험난하고 답없는 세계를 이끌어가며 일원이 되는 미래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도 공존하지만 늦더라도 저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싶다는 다짐으로 도출하였습니다.
(나의 새로운 바다로)의 벨루가 무리들이 자신들과 다른 형태인 로봇 벨루가를 호기심있게 볼 지언정 무리에 받아들이는 모습이 예전에 보았던 어떤 섬에 다리 한쪽이 없는 퍼핀 인형을 세워놓았는 데 실제로 퍼핀이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고 무분별한 포획을 저또한 반대하고 수족관에 갇힌 벨루가들을 방류하길 저도 바랍니다.
(브라이덜 하이스쿨)은 처음에는 로맨스판타지(a.k.a 로판)설정에 가볍게 생각했지만 그 설정 속에 순종적인 여성들,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들의 모습이 짙게 새겨져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고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던 단편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저에겐 SF라는 장르는 진입장벽이 느껴지는 데 이 소설집을 통해 지구(저)에서 토성(SF)까지의 거리가 지구(저)에서 달(SF)까지는 아니어도 목성(SF)까지의 거리로 좁혀진 것 같았고 조금씩 접하다보면 언젠가는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과 같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황모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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