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미 지음, 수하 그림 / 마음산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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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작가님의 첫 짧은소설인 「별일」을 읽었습니다.

이 짧은소설에는 표제작이자 부비동염을 앓고 있고 송중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별명이 송충이였다는 송중희가 미세먼지농도가 좋은 날에 문을 열자 맡게된 담배 냄새로 인해 불편을 겪고 그 원인을 제공한 범인을 찾게 되는 (별일)을 포함하여 성이 제갈인 단골 횟집에서 한치회를 뺀 한치회덮밥을 주문하여 먹지만 가격 그대로 계산하고 나오고 만 3세에 실종된 구정희 아가가 현재 72세가 되었으며 아직도 찾고 있다는 전단이 인싱적인 (한철), 김청자 할머니를 찾는 실종 경보 문자를 받고 약수터 부근 나무의 수액을 빨아드시고 있으며 인상착의는 비슷하지만 자신을 구씨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김청자가 아닌 사람), 국민은행 현금인출기 위에 놓여져 있던 와이파이 비밀번호에 0이 7개가 들어가는 해성만두 봉지를 발견하여 본능적으로 손이 갔고 이후 들어온 진짜 만두를 사간 주인과 한바탕 겪게 되는 (이상한 이야기), 모르는 할아버지가 대뜸 자신과 만나자고 전화걸면 전화를 받고 약속장소에 할아버지를 만나 인기있었던 드라마 얘기를 듣는 (어떤 드라마), 생 양배추를 씹어먹으며 기사와 둘이 있는 버스에서 기사가 운전 중 영상통화한 것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버스 회사와 시청에 신고했다는 (이야기 모임1)과 자신의 집 냉장고에서 비린 내가 나는 지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듣고 처음 만난 여자의 집에 식사 겸 확인 차 방문하게 되는 (이야기 모임2), 욕실 수리 견적보러 온 이희승으로 인해 자신이 마련했던 온전한 보금자리와 사랑했던 사람까지 떠나게 되는 불행을 겪지만 평온한 이희승을 보자 마음 속에서부터 무언가 깊게 치밀어오르는 (모르는 이야기), 여름만 되면 골골대는 남편과 아이 둘 그리고 주로 같이 여행을 다니던 세 가족들과 함께 피서를 나온 정미옥 씨의 꿈 같은 (여름 출타), 어릴 때 죽을 뻔하던 은리를 구해주던 옆집 할머니의 이야기를 자주 꺼내 집안 사람들 모두가 은리를 일고 있으며 외할머니 장례식장에 있는 소평에 가게 되는 (특별한 어떤 날)과 신혼 때부터 8년간 그 자리에 있던 화장대 스툴 의자를 2천원 폐기물 스티커를 붙혀 폐가구 배출 장소에 놓았지만 폭설로 인해 바로 가져가지 않자 완희의 아이가 자신의 집에 있던 의자를 알아보고 앉았다 일어나거나 눈 쌓은 의자에 글씨를 쓰는 (겨울의 일)까지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은미작가님이 쓰는 짧은 소설 11편이 실려있는 데 단편보다 짧은 소설이기에 감상을 쓰기엔 조금 어렵게 느껴졌지만 읽고 나선 제게도 그런 ‘별일‘이 하나쯤은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이야기 모임‘에 나가 제가 겪은 ‘별일‘을 들려주거나 글로 써보고 싶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최은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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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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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미영 팬클럽 흥망사」이어 출간된 박지영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이자 10년 전부터 쓰고 계셨던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을 읽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김나현작가님의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가 여러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 약간의 혼동을 주었다면 이번 박지영작가님의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의 경우에는 가전제품 서비스센터에서 직장선배로 있던 마태공이 퇴사 후 차린 디지털 세탁소 ‘더 빨래‘에 이직(코로나보다 더 강력한 파라노이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거의 반강제로 퇴사하다시피한)한 변우식(중반부에 이르러 우식이 머리에 칠이 벗겨져 대머리에 가까운 정가 2만 9900원인 중고 앵무새인형을 당근마켓에서 99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고 그 인형을 구매하려고 정확하게는 「휴먼북 조기준」을 열람했던 변우식을 만나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인 강선재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되는 것을 보고 작가님이 변우석배우가 출연했던 화제의 드라마「선재 업고 튀어」를 인상깊게 보신 것이 아닐까했습니다.)이 휴먼북 서비스에서 열람한 90% 할인가로 대여 중인 「휴먼북 조기준」속 ‘소년‘이 후반부로 갈수록 마치 기억이 왜곡된 것처럼 사건과 심정같은 것이 종잡을 수 없이 변하기 때문에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느꼈지만 흥미롭게 읽어나갔고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종료를 선언한 국가가 아니며 언제라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에서도 전쟁이 발발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전쟁 중이라 굳게 믿은 채 살아가던 소년같은 인물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이 소설은 지난달 5일에 출간되었고 작가님이 10년 전부터 쓰고 계셨기에 당연히 작가님이 의도하셨다고 생각이 들진 않지만 최근 어떤 충격적 소식들을 접하며 84쪽 ‘늬우친 사람이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쁜가. (......) 어쩌면 더러움은 더러움으로 남겨둔 채 강력한 처벌을 하고 인간은 빨아 쓸 수 없다는 말을 진리로 믿으며 죄를 죄로 박제해두는 것이 악의 재발을 막는 데, 정당한 사회를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되는 일인지도 몰랐다. 가해자가 반성하는 척하는 것, 가해해놓고 용서까지 바라는 것에 피해자들이 더 분노하고 힘들어하는 모습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까지 용서를 구하지 않은 채 가해자로 남는 것만이 정의인가.‘ 같은 문장들을 읽은 후 저도 우식처럼 어떠한 판단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기준이 불우했던 과거를 지나 방탈출카페인 ‘벙커 1983‘을 개업하게 되는 데 실제로 있다면 저는 아직 한번도 방탈출카페에 가보진 않았지만 한 번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박지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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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김나현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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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건 오류」김나현작가님의 2025년 신작 장편소설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를 읽어보았습니다.

이나을(왠지 모르게 한 글자만 다른 사람이 생각난 것은 그저 기분탓이겠지요.)이라는 23살 신인 배우가 윤희재감독의 신작 영화에 전격 주연급으로 캐스팅되어 촬영 중이었으나 앵두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가 나을의 초등학교 시절 나을에게 학교폭력을 당하였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잘못하면 영화에서 하차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사랑 사건 오류」에서도 한 번 경험해봤지만 여러 인물의 시점이 나와 어떤 분이 소설을 읽고 남기신 것처럼 조금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었기에 끝까지 읽었고 그저 읽은 후로는 나을과 나을을 둘러싼 인물들이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을의 엄마는 도저히 용서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나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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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
김병운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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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가 12월 1일에 출간되어 읽었습니다.

(봄에는 더 잘해줘)
영묵씨를 받아들이고 예뻐해주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극진하게 대하려는 영묵씨를 보며 ‘더없이 전형적이고 평범해서 내게는 허락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 모든 상황이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든 단축해보고 싶었던(36쪽)‘ 나의 진부하지만 간절히 원했던 욕망.

(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
‘잘 봐, 나는 너를 모르는 척할 수 있는 것처럼 너의 비밀도 모르는 척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의 비밀은 안전해.(51쪽)‘
서로가 지니고 있었던 깊은 상처와 분노에 쌓여 알고자 하지 않았던 진심, 그 누구도 영원히 몰랐으면 하는 비밀들을 더 늦기 전에 똑바로 바라보며 잘 지나온 홍주와 나 사이에서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천진한 홍주의 아들 원기.

(크리스마스에 진심)
‘너는 말이야. 동네 아줌마들, 할머니들 얘기 듣는 걸 좋아했어. 어른들 옆에 얌전히 앉아서, 어른들이 무슨 얘기를 하면 전부 다 알아듣는 것처럼 방긋방긋 웃으면서,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게 몇 시간이고 울지도 않고 나를 찾지도 않고 그렇게 오래오래 어른들 사는 얘기를 들었어. 너는 그런 아이였어.(105쪽)‘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고 그로인해 돌려 줄 수도 없게 된 P의 디지털 피아노를 용이의 조카인 찬오에게 선뜻 주는 추운 겨울 한복판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산타할아버지의 모자같은 마음을 지닌 찬오대신 삼촌인 용이와 더 놀아주겠다고 약속한 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121~2쪽)‘
가족들에게 이미 죽음을 선고받아버린 장희의 삼촌 원진무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부산에서 진무 삼촌을 곁에서 지켜봐온 이영서씨를 만나 진무 삼촌과 화상 면회를 하고 진무 삼촌의 고장난 카메라를 작동시키며 한 시절의 끝이자 시작을 맞이하는 장희와 나.

(교분)
‘너는 항상 땅만 보고 걸었어. 복도에서도 운동장에서도. 그러면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그 시절의 너는 너무 빛나서 어디서든 잘 보였는데.(164쪽)‘
그 시절 어느 누구보다도 나를 알아봐주고 이해해주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매번 단속해야 했던 김준일선생님과 자신을 빼닮은 후배이자 그 애인 김인경의 이름을 발음해보는 소설가 이윤범과 함께 잘 지나온 친구 재효.
(아마도 이재현편집자님이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단편일 것이라 생각이 드는 게 단편의 끝 여백에 페이지 표시를 하지 않았던 다른 단편과 달리 끝난 후 여백에 176 페이지 표시가 되어 있어서라는 저의 망상같은 추측을 해봅니다.)

(오프닝 나이트)
‘진짜가 아니구나. 삶을 내걸고 쓴 게 아니었구나. 아니, 어쩌면 기만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삶을 훔쳤다고, 자격도 없으면서 이득을 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아닐까?(199쪽)‘ 와
‘언제나 너의 첫 독자일 수 있었던 그 특별한 영광이 실은 내게 암묵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느닷없이 나를 습격해왔을 때, 나는 너의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내 사진을 모두 숨겨달라고 말했다. 자랑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투쟁하고 싶어서 업로드했던 우리의 모습을 더는 사람들이 볼 수 없게 해달라고 말했다.(200쪽)‘ 같은 문장들을 읽으며 불현듯 떠올랐던 어떤 사람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사소한 일이다)
‘먼저 말해볼까 싶다가도 거절을 당하는 건 또 싫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건 나였고 우리의 공백은 펜데믹 때문은 아니었으니까.(232쪽)‘
코로나바이러스에 확진된 엄마를 대신하여 엄마와 함께 살던 동네에서 만난 한때는 하트현이라며 별명을 지어주며 선후배사이로 지냈으나 이제는 깍듯이 존대하는 ♥현이 빗어내는 만둣 가게가 있고 장현씨와 손을 마주잡고 거닐 수 있는 동네가 다시 좋아지려고 하는 선배이자 소설가인 나.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제가 떠올려버린 어떤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진짜 (진심으로) 사랑을 하여 자신들의 시절을 잘 지나오며 자신들에게 찾아로는 한 시절의 끝과 시작을 잘 맞이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김병운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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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의 우리는
정선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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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임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그 밤의 우리는」을 읽었습니다.

(이후, 우리)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후 우리 사이에 있어야 할 쉼표가 없었던 것이 눈에 띄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코로나가 아닌 이름모를 감염병에 확진된 승희가 일주일간 남산타워가 보이는 호텔이지만 생활치료센터로 쓰이는 곳에서 일주일간 격리를 하게 되고 그곳에서 같은 확진자인 유정과 감염되었어도 라마단기간에 기도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 하산을 만나게 되는......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오래된 빌라 4층에 이사온 민재와 결혼한 송의 보금자리이자 모두의 보금자리이기도 한 옥상에 정아가 불현듯 찾아와 식물들을 심으며 휑한 옥상에서 초록이 싱그러운 정원으로 탈바꿈되는......

(아직은 고양이)
일곱번째 남자친구인 은재가 사라진 상황에 수진은 뜬금없이 자신의 남자친구가 고양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목련책방의 주인이자 수진의 친구인 나는 고양이가 자주 책방 앞 목련나무에 출몰하는 것을 SNS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수진의 말이 믿어지지 않고......

(인디언 돌)
엄마의 권유로 글쓰기 학원에 다니게 되고 가산점때문에 백일장대회에 나가게 된 나는 동급생인 아희를 만나 글을 잘쓰는 비법을 알려주며 친해지게 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멀어지게 되는......

(해저로월)
스페인에서 여행 중이던 수정이 아빠의 부탁으로 오래전 집을 떠나 곳곳에 떠돌다 객사한 고모 미경의 유해를 받기 위해 포르투갈에 위치한 오래된 게스트 하우스에 찾아가게 미경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는 클라라를 만나게 되고......

(속삭이는 깃발들)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기고 간 만둣가게에 남은 만두를 먹던 형지가 광장에서 ‘고양이 유령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에 참여한 삐삐와 함께한 예나를 만나게 되고 생전 엄마와 함께 성지순례로 갔던 페루에서 만난 마이라에게 보냈던 편지를 떠올리며 추억하고......

(바다 가는 날)
기억을 잃어가는 연분과 그의 딸이자 무릎이 아픈 엄마 명애와 그의 딸이자 운전과 결혼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 단이 요양원에 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풍경들을 보며 그들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십일월이 지나면)
보호자와 함께 요양원에서 열흘간 지내게 된 대식의 보호자 소영과 해숙의 보호자 민재가 만나 공통점을 지닌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며 한줄기의 희망을 지니게 되는......

「그 밤의 우리는」에 실린 8편의 단편들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데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미처 읽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정선임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게 된지라 단편들을 실린 순서대로 읽었을 때는 마음에 와닿았고 생각할 것이 많았지만 읽고 난 이후의 느낌들을 여기에 표현하려고 하니 기억을 잃어버린 (바다 가는 날)의 연분처럼, 그동안 자신만의 멋진 삶을 개척해나갈 줄 알았던 (해저로월)의 고모 미경처럼, 도서관 이층 한번 들어가 문을 닫으면 나올 수 없는 비상문으로 들어가버린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의 정아처럼, 사라져버린 은재를 찾다가 역시 은재처럼 사라져버리게 된 (아직은 고양이)의 수진처럼, 통신요금과 유기농 생리대를 구입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백일장에 나가면서도 생태교란종 붉은귀거북을 차마 버리지(죽이지) 못하고 키웠으나 나와 세계가 달라진 (인디언 돌)의 아희처럼 무언가 제게서 사라져버렸고 그 사라진 무언가가 제게 다시 돌아오지 않고 앞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되었지만 두 소설집이 출간되었던 십일월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사랑이란 말도 믿음과 희망이라는 말도 아직은 쓸 수 있기에 괜찮아질 것이라고 마음 먹어봅니다.
정선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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