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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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작가는 2009년에 2007년에 출간된 2번째 소설집 [사육장쪽으로]에서 처음 만났어요. 구매해서는 아니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 데 처음에 실린 단편만 읽고 책을 도난당해 11번가에서 구매하여 도서관에 변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 전에 2005년에 출간된 첫 소설집인 [아오이가든]이 먼저 빌려봤지만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반납기한에 맞춰 반납을 했었어요. 그 다음에 2010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 [재와 빨강]을 읽었을때는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리고 2011년 3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 편혜영작가님의 책을 처음으로 구매했어요. 2011년 3월 30일. 날짜도 기억합니다. 사실 이 책을 구매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당시 교보문고 센텀시티점(최근에 가보니 반디앤루니스가 옆에 생겼고 4월말에 장산역부근으로 옮겨서 새로 개장한다고 하네요.)에서 구매를 했는데 원래 구매하려고 했던 책은 구병모작가님의 [아가미]였는 데 구매를 하려고 책을 펼쳐봤는데 초판3쇄였어요. 출간한지 3일만에. 매장에 처음 입고되자마자 구매하려고 봤는데 매우 속상했어요. (아마 이때부터 초판1쇄에 집착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출판사 자음과모음몰에서 구매해서 겨우 1쇄를 받았긴 했습니다. 이후에 출간된 [파과]도 같은 방식으로) 그래서 다른 책을 훑어보던 중에 발견한 책이 이 책이었어요. 그래서 구매하고 구매한 날 저녁에 바로 읽었어요. 흥미로웠어요. 이 작품으로 동인문학상을 받았는 데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2년에 출간 된 2번째 장편 [서쪽 숲에 갔다], 2013년에 나온 4번째 소설집 [밤이 지나간다], 작년에 문학동네에 출간한 3번째 장편 [선의 법칙]까지 읽으면서 편혜영작가님 소설에 등장하는 특유의 의뭉스러운 인물들과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또 꾸준하게 작품을 하셔서 저는 편혜영작가님의 소설이라면 믿고 보게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홀 : The Hole]도 읽어보니 역시 편혜영이라는 말밖에 안 나왔어요. 제가 너무 좋은 평을 과하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200쪽 안팎의 분량에 교통사고로 아내는 죽고 자신은 몸이 마비되고 말도 못하게 된 오기를 장인이 죽고 혼자남은 장모가 간병을 하는 이야기인데 워낙 의뭉스러운 장모가 너무 강한 인상을 줍니다. 오기의 병원 주치의는 사고가 나서 당분간 진료를 못하게 되어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몸값이 비싸 물리치료사를 못오게 하고 오기가 교수직을 하던 대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섬뜩해지는 장모가 집 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그 구덩이에 의도하진 않았으나 장모의 의도로 굴러 떨어져 절규하는 오기가 너무 안쓰럽기도 했는 데 장모는 왜 오기에게 정을 안주고 때로는 모질게 구는 이유가 무었일까 생각해봅니다. (딸을 죽게 만들어서.
자신의 어머니의 유골함을 보고 `자기`의 색이 곱다고 얘기해서. 아님 처음부터 오기라는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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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문학동네 시인선 73
고영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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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73번째.
고영민시인의 4번째 시집인 [구구]는 모든 시들이 그렇지만 비둘기가 등장하는 표제작인 「구구」외에 다양한 대상을 시로 표현한 것이 많았어요.
버스에 굴러다니는 다마신 박카스 병 「빈 박카스 병에 대한 명상」이나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다 우연히 발견한 돼지의 젖꼭지 「돼지고기일 뿐이다」같은 대상들을 시에 등장시키거나 심지어 시인의 이름이 제목인 시「고영민」도 있더군요. 제가 이번에 따라 적어 본 시는 「하모니카 음악학원」입니다.
이 시를 고른 이유는 이 시에서는 화자가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작은형에게 하모니카를 배우는 데요.
저는 형제가 없어서 하모니카를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음악 실기평가에 남들이 잘 안하던 하모니카로 「터」를 불러보려고 입술을 여러번 움직였던 기억이 나네요. 비록 떨려서 다 완주하진 못했지만 하모니카의 음계는/도레미파솔라시도가 아니라/도레미파솔라도시/연속 두 번 숨을 들이마셔야 하는 곳이 있다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왼쪽에서 아홉번째 구멍이 도라는 걸/도미솔도는 불고/레파라시는 들이마신다는 걸을 알았더라면 남들이 보는 앞에서 더 능숙하게 불렀을 것이고 어쩜 이것만 알면/하모니카는 다 배운 것이겠죠. 그럼 악보를 보지 않고도/ 하모니카를 불 수 있고/작은형의 입술처럼 어떤 음도 더듬어/찾아갈 수 있겠죠. 아무튼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되어 정말 시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열심히 보고 적었는 데 좀 젖었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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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 집 - 2016년 제4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하유지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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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빨리 출간되었어요. 2015년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홍준성작가님의 [열등의 계보]가 출간된 것이 작년 10월이었는 데 6개월도 안되어 3월에 만나보게 됩니다.(사실 생각해보면 이맘때쯤에 출간되곤 했는데 [열등의 계보]가 조금 늦게 출간된 것이 맞다고 봐야겠어요.)
[집 떠나 집]이라... 사실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주인공 29살 오동미처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집을 떠나 얼마 안 떨어진 동구에 있는 고시원에 살고 있는 데 (너무 제 이야기를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 같은 기분)
이 소설을 읽으며 동미라는 인물이 마치 저와 같아서 섬뜩하기도 하면서 공감이 되더군요. 뭐, 러시아어를 전공하거나 DDD처럼 선물해줬던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메세지를 남길 여자친구도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연애를 해본적도 그렇다고 바리스타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동미가 집을 떠나 옆 동네 스타고시원에 잠시 있다 우연히 마주친 초록색 가죽 목걸이를 한 노란색 고양이 보키를 따라 갔던 곳에 찻집 `모퉁이`에 들어가 레몬에이드를 마시고 그 곳에서 일하게 됩니다. 산적같은 봉수와 자기 멋대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나리. 그 옆에 있는 밥집 `만나`의 여주인 리경. 그리고 `만나`에 야채와 과일을 공급하는 팔뚝의 힘줄이 매력적인 선호가 운신의 주파수(선호의 전 여자친구의 표현. 이를테면 연인이 되는 주파수라고나 할까) 찾아가는 이야기인데요. 누구와 운신의 주파수가 맞는지는 소설을 읽어보시면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찻집 `모퉁이`에서 노트북으로 두드리며 일과를 보내던 손님 작은북에 대한 설명이 마지막에 나오는데 잘 이해가되지 않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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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달린 벌 문학동네 시인선 72
권기만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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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생.
2012년에 늦깍이 등단하여 2015년 첫 시집을 내신 권기만시인의 [발 달린 벌]의 표지는 벌이 좋아하는 달콤한 꿀처럼 노랗습니다. 발 달린 벌을 본 적 있는 가로 시작하며 날개가 벌에게는 발이라고 말하는 「발」을 포함하여 독특한 구성의 「등대」와 「누가 책을 몸으로 듣는가」도 인상깊었지만 제 눈길을 오랫동안 사로잡은 시가 있는 데 바로 「광고로 깨어나는 아침」입니다.
우리가 출근이나 등교할때 혹은 어디론가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보게 되는 간판들. 저 같은 경우에는 마포전업사가 제가 사는 집 1층에 있고 그 옆에 송월타올이 있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09비어가 2층에는 당구의 신 당구장이 있는 데요. 이 시에서는 화자가 근무하는 공장 직판 가구마을에 출근하기 위해 지나가게되는 분수대약국/파라다이스모텔/21세기헤어숍/신세대약국/제우스PC방/뉴사랑노래연습장/목성보리밥집/온달생맥줏집같은 다양한 업종의 간판들이 마치 빔낮없이 눈높이를 맞추려고 발돋음한 따뜻한 이웃들같고 그 이웃들이 그리움 간간한 등불을 걸어놓고 나를 반겨주는 모습을 시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에요. 어쩌다 그 이름들이 바뀌고 없어지기도 하지만 항상 내가 지나갈 때마다 있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신세계약국과 신세계농약사가 같이 있어 의아했는데 신세대약국이었어요. 제가 잘못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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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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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권비영작가님의 신작 [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가 나왔더군요. 최근 가슴아픈 영화 [귀향]이 300만명 고지에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이 소설이 출간되어 의미있게 다가왔어요. 사실 위안부를 다루는 소설이긴 하지만 이 소설에는 위안부의 삶을 강제로 살게 된 기생이 되기 싫어 화월각에서 뛰쳐나온 은화외에도 강제징용으로 일본의 탄광에 거의 무보수로 일하던 아버지를 둔 일본의 화과점에서 일하는 영실이, 그리고 일본의 앞잡이로 삶을 유지하는 아버지의 딸이자 불란서로 유학 온 정인 이 세 소녀의 엇갈린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40년대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의 불안한 모습을 그려냈어요. 솔직히 위안부문제를 생각보다 좀 더 깊이 다룬 것 같지 않은 것 같고 결말도 조금은 뭔가 확실하게 나온 것 같지 않아서 읽고 나서의 느낌이 아쉬웠긴 했지만 강제징용이나 강제로 성을 착취당하는 청년들과 일본이 패망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불안하던 시기의 모습들을 잘 포착해서 좋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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