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까지 다섯 걸음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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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장강명작가님의 첫 짧은소설 「종말까지 다섯 걸음」에서의 ‘종말‘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식이든 아니면 정체모를 바이라스같은 것에 우리 인간이 감염되어 지구에서 사라지는 식이든 간에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이 오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드는 지 그런 생각을 읽으면서 하게 되는 데 종말 자체를 부정하고 종말이 온다는 것에 절망하고 종말이 오기에 자신의 어떤 마음이든 행동이든 어떤 선택들을 타협하며 종말이 오는 것을 수용하여 비로소 종말이 오는 중에도 사랑하는 이러한 단계를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전에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 같고 만약 그 전에 종말이 와서 지구를 탈출할 우주선을 제비뽑기의 결과로 천이백팔십삼 명에 들어 타게 되거나 그런데 저는 우주선을 만드는 데 별다른 기여가 없기에 폭도로 인해 먼저 만든 우주선이 파괴되지 않았더라면 탑승을 약속받은 오천 명 안에 들지 못하겠지만 세은박사와 메이블 중사처럼 바뀌지 않을 현실의 고통 속에서 절망할 바에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마음 속의 억누르고 있던 모든 말들을 외치며 남은 존재들과 사랑하며 제게 올 종말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제가 딱히 종교가 없고 기도를 잘 하지는 않지만 저도 두 분(작가님의 아내분과 책을 편집하시다 몸이 좋지 않아 휴직하신 담당 편집자님)의 건강과 회복을 빌어드리겠습니다.


장강명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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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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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네 권, 장편소설 열아홉 권(지금 리뷰할 이 책 포함), 경장편소설 한 권, 에세이 한 권에다 공저 작품이 일곱 권이나 되는 설재인작가님의 최근작인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설재인 작가님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부유한 분(책 한 권을 출간하는 데에는 인쇄하고 책을 홍보하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물론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그 비용을 감당하겠지만 일부 작가님들은 출판사와 반반씩 부담하며 출간하는 경우가 있던데 작가님의 단독 이름으로 25권의 책을 출간한 것을 보아 혹시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실까, 아니면 예술적 재능과 출판사를 포함한 뒤를 든든하게 지원해주신 것일까하는 그런 생각(먹고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쓰신다는 설명을 읽기 전에는)이 들었습니다.

책의 뒷면에도 나와있지만 연기를 하며 배우가 되길 꿈꿨지만 인맥, 돈이 부족하여 콜센터에서 ‘쌍년‘소리를 들으며 멀어져가는 꿈을 뒤쫓을 수 조차 없이 가난에 허덕이는 구아람이 대학에서 만난 단짝이자 일찍이 자신에게 예술적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꿈을 접고 자신의 직업을 개척해 살아가는 소을의 오피스텔에 모종의 이유로 소을과 함께 머무르고 있을 때에 갑자기 찾아온 앳되고 귀티나는 석원으로 인해 몰랐던 소을에 대해 알게 되고 그런 소을이 오피스텔 지하실에서 싸늘하게 주검으로 발견되었고 그 현장을 처음 발견한 청소부인 피가 무서워 의사가 되지 못한 형근이 죽은 소을이 피로 새긴 아람에게 조용히 처리할 것을 약속하며 천만원을 요구하여 사건이 시작되는 이야기에 아람과 석원과 청소부인 형근, 그리고 죽은 소을을 포함한 많은 인물들의 욕망과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들이 담금주에 담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어 작가님이 친필서명하신 ‘착하게 삽시다!‘란 말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은 이 소설이 마침내 끝이 났을 때엔 솔직히 조금 작위적이고 너무 급한 것이 아닐까했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아 한동안 제 머리 속에 잔상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설재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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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학교 오늘의 젊은 작가 52
이서아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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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52번째로는 이서아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키오스크 학교」이며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존재가 될 기회를 놓치실 겁니까? 어정쩡하고, 평범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해낸 것 없는, 주변 사람들의 짐에 불과한 당신의 삶에 진정 만족하십니까?(27~8쪽)‘라며 ‘군더더기 없이 훌륭한 현대인을 배출해 내는 것(21쪽)‘ 이며 커리큘럼을 이수하여 통과하면 ‘사무실에서 실수하고 눈물 훔칠 일도, 공장에서 허둥대며 기계를 매만질 일도, 병든 이를 돌보다가 마음의 병이 드는 일(같은 쪽)‘도 없이 ‘쓸모 있고 의미 있는 존재(157쪽)‘가 되기 위해 세로토닌 수치가 낮거나 비극적인 삶을 살아온 불완전한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육성하는 ‘키오스크 학교‘의 약도를 보자마자 이서아작가님의 작년에 출간된 전작이자 첫 소설집이었던 「어린 심장 훈련」의 (검은 말) 속 사우스다코타에 거주하는 고모가 그려준 소년원 감방의 배치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심장이 있는 심장 인간인 키오스크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을 지도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심장이 없는 대신 광석을 이용해 생산된 장치를 달고 있고 은빛 피부를 지닌 인공지능인이라고 불리던 ORE(=광석 혹은 오어) 인간들처럼 되길 원해서 들어왔거나 단순히 바깥은 덥고 갈 곳이 없기에 들어온 아이들이 키오스크 학교에서 겪게 되는 불합리한 일들과 심장이 없는 ORE 인간으로 만들어졌어도 수시로 밀려오는 오류같은 감정들로 인해 위태롭고 그런 오작동을 일으킨 ORE 인간들은 이용가치가 없게 되고 반품, 환불되어 마지막엔 폐기처리되어 갈가리 조각나는 ‘우리나라‘의 세계가 너무 무섭고 현실이었다면 저도 모르게 벙커에서 나와 떠돌던 모라와 초희를, 스스로 시설에 들어간 보배와 해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던 베타 선생님처럼 천국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버렸을 것 같았습니다.
키오스크 학교를 나서게 된 초희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도준, 41도에 육박한 날씨로 인해 돌아가신 할머니를 두고 도망쳐나온 원혜와 사고사로 가족을 잃고 갈 곳이 없어진 주디, 키오스크 학교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있으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듣고 기록할 베타 선생님, 삭막했던 키오스크 학교에서 아이들을 베타 선생님처럼 보살펴주던 보건 교사 은수, 그리고 함께 바깥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ORE 인간 모라와 옥엽, 키오스크 죽이기가 목적이었던 찬과 모라와 잠시 대화를 나눈 이름모를 동급생을 포함 키오스크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서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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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러브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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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제겐 너무 부드럽고 달콤해서 치아에 들러 붙은 캐러멜처럼 찐득찐득하던 이희주작가님의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작가님의 대표작인「성소년」이 개정판으로 같이 출간되었고 그 그 기념으로 코멘터리 북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9월 5일부터 하고 있는 데 제가 알라딘에서 「성소년」과 같이 구매했던 9월 2일에는 하지 않아서 나중에 동네책방에서 구매할 때 데려왔는 데 안 그랬으면 짧은 소설 (옥상에서 만나)와 산 타는 것을 좋아하시는 작가님의 50문 50답을 못볼 뻔했네요.)에 실린 8편의 단편 (0302♡), (최애의 아이), (마유미),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천사와 황새), (사과와 링고),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속에 등장하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깊어지다 못해 그 대상을 다른 이가 아닌 오직 자신만 소유하고 싶고 자신또한 그 대상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길 원하는 광기로 가득차있다가 어느 순간 절정에 달하면 냉정하고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는 인물들이 섬뜩하면서도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0302♡)의 사거리 미소년, 말 그대로 최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최애의 아이)의 저와 동년배이자 모솔인 우미, 의식이 없는 자신의 엄마와 똑닮은 버추얼 휴먼(마유미), 보잘 것 없던 자신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선사한 허우대만 멀쩡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의 정우와 그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구원하고 싶은 딸, 우미를 대신하여 아이를 가진 (천사와 황새)의 우미의 남편 유리, 1군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대세 아이돌이 될 일만 남았던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컨셉에 충실한 유리와 그를 사랑한 우미와 영하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광기 속 순애들을 읽으면서 저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고, 저 또한 사랑 받고 싶었습니다.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 속 동명 게임 속에서 만난 미도와 선우가 서로에게 거짓으로 점철된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로 만나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거리로 나서며 서로가 보게 될 모습이나 동생 사야에게 하염없이 내줄 수 밖에 없던 (사과와 링고) 속 ‘사과‘와 ‘링고‘라는 이름을 지닌 아픈 고양이들을 키우며 사라가 빌려준 돈을 다 값지 않으면서 언니 사라에게 손 벌리던 동생 사야의 학원비를 내주던 사라가 ‘괜찮다고 사양하는 사라에게 지금 버는 건 저축하고, 합격하면 갚으라고 했다(304쪽)‘는 것에 혼란스러웠지만 오은교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이면의 마조히즘)을 읽으며 제가 미처 알지 못했고 놓치던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이희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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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읽는 카페
문혜정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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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알록달록한 표지가 아니었다면, 또한 창비출판사에서 출간되지 않았다면 구매하는 것조차 선뜻 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문혜정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2회 브런치북 소설 부분 대상 수상작인 「타로카드 읽는 카페」를 읽는 것으로 선택하여 같이 소설을 쓰며 등단하고자 했던 윤하선배의 소개로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구석진 곳에 오래된 사연이 깃들어 있을 법한 테이블을 피고 다양한 손님들의 고민들을 타로카드를 통해 해석해주고 조언하며 들어주는 리더(Reader)인 세련에게 역시 같은 꿈을 꾸었지만 자신과 달리 큰 부족함 없이 살아왔고 성형외과의사와 결혼하며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선배 윤하의 소개로 유진주라는 나름 유명한 웹툰작가의 스토리작가자리를 제안받아 면접을 보게 되고 악의는 없지만 순수하다못해 지나치게 솔직한 밝음을 지닌 진주로 인해 상처받으면서도 그와 함께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자신또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흐믓하게 읽었고 세련이 사연이 있는 손님들이 뽑은 타로카드들을 보고 해석해주며 조언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타로카드 한 번 봐보고 싶었고 한동안 유튜브 라이브에서 타로카드 봐주던 분들을 찾아 보고 싶은 데 소설처럼 실제로 제가 카드를 섞고 뽑는 것이 아니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읽으며 공감이 가던 문장들을 소개하는 등 하고 싶은 말이 많고 표현하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심연에 가라앉은 저의 내면을 수면 위에 드러내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고 작가님이 심리학을 전공하셨기에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을 포함하여 심리를 표현한 똑부러지는 문장들로 인해 이 소설을 읽은 것이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여기에 적어두려고 합니다.
문혜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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