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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러브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읽는 내내 제겐 너무 부드럽고 달콤해서 치아에 들러 붙은 캐러멜처럼 찐득찐득하던 이희주작가님의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작가님의 대표작인「성소년」이 개정판으로 같이 출간되었고 그 그 기념으로 코멘터리 북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9월 5일부터 하고 있는 데 제가 알라딘에서 「성소년」과 같이 구매했던 9월 2일에는 하지 않아서 나중에 동네책방에서 구매할 때 데려왔는 데 안 그랬으면 짧은 소설 (옥상에서 만나)와 산 타는 것을 좋아하시는 작가님의 50문 50답을 못볼 뻔했네요.)에 실린 8편의 단편 (0302♡), (최애의 아이), (마유미),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천사와 황새), (사과와 링고),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속에 등장하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깊어지다 못해 그 대상을 다른 이가 아닌 오직 자신만 소유하고 싶고 자신또한 그 대상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길 원하는 광기로 가득차있다가 어느 순간 절정에 달하면 냉정하고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는 인물들이 섬뜩하면서도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0302♡)의 사거리 미소년, 말 그대로 최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최애의 아이)의 저와 동년배이자 모솔인 우미, 의식이 없는 자신의 엄마와 똑닮은 버추얼 휴먼(마유미), 보잘 것 없던 자신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선사한 허우대만 멀쩡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의 정우와 그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구원하고 싶은 딸, 우미를 대신하여 아이를 가진 (천사와 황새)의 우미의 남편 유리, 1군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대세 아이돌이 될 일만 남았던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컨셉에 충실한 유리와 그를 사랑한 우미와 영하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광기 속 순애들을 읽으면서 저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고, 저 또한 사랑 받고 싶었습니다.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 속 동명 게임 속에서 만난 미도와 선우가 서로에게 거짓으로 점철된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로 만나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거리로 나서며 서로가 보게 될 모습이나 동생 사야에게 하염없이 내줄 수 밖에 없던 (사과와 링고) 속 ‘사과‘와 ‘링고‘라는 이름을 지닌 아픈 고양이들을 키우며 사라가 빌려준 돈을 다 값지 않으면서 언니 사라에게 손 벌리던 동생 사야의 학원비를 내주던 사라가 ‘괜찮다고 사양하는 사라에게 지금 버는 건 저축하고, 합격하면 갚으라고 했다(304쪽)‘는 것에 혼란스러웠지만 오은교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이면의 마조히즘)을 읽으며 제가 미처 알지 못했고 놓치던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이희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