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D사이의 C입니다. 여기서 각각의 약자가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학생이 우리의 인생이 Birth (탄생)와 Death(죽음) 사이의 Choice (선택)임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태어남과 죽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지만, 그 사이의 수많은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리고그 많은 선택 가운데 ‘독서‘라는 선택도 꼭 들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P5
고전은 마법 같다. 청소년기에 읽은 고전을 청년기와중·장년기에 다시 읽으면, 그때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나는 중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이 쉽지 않다‘라는 것을 체험으로 아는 나이가되자, 고전은 훨씬 더 깊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오늘도 나는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고전의 세계로 다시 발을 내디딘다. 고전은 여전히 묵직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고전에 마음이 끌리는 지금, 함께 읽을 동지를 찾아보자. 바로 지금이, 어쩌면 당신 인생에서 고전을 읽기에 가장 좋은 때일지도 모른다. - P9
언젠가 이메일함을 열었다가, 고전문학 전문 출판사에서북클럽 회원들에게 보낸 특별 판촉 행사 안내 문구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내 인생을 바꿔줄 고전의 힘, 이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라는 문구였다. 그 구절을 읽으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정말 고전이 우리의 인생을 바꿔줄 수있을까? 그런 힘이 과연 책 속에 담겨 있을까?‘ 초등 4학년여름방학 내내 밥 먹는 것도 잊고 책 속으로 빠져들었던, 그행복한 몰입의 시간을 다시 생각했다. 어쩌면 고전이란 읽는 이에게만 조심스레 문을 열어주는 ‘비밀의 화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고전 속 다정한 속삭임과 통찰을 놓치지않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한 권의 고전을 펼친다. 내 인생의 - P27
또 다른 전환점이 그 안 어딘가에 조용히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를 품고 한 문장, 한 구절을 조용히 읽어나간다. 고전은 그렇게 나의 내면을 조금씩 바꾼다. - P28
동양 고전 <맹자> 진심 상(上편에 ‘유수지위물야(流之物)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이 흘러가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다 채우기전에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상황이 눈에보이듯이 그려지는 이 문구를 예전 인문학 학습 모임에서학인들과 《맹자>를 함께 읽으며 처음 접했다. 내가 성경 말씀 중 가장 자주 인용하는 "내가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나오리라." (욥기 23장 10절)라는 구절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살 - P36
면서 웅덩이로 상징되는 어떤 고난이나 역경을 만날 때, 그웅덩이를 다 채우는 ‘인내‘의 시간과 나를 단련하는 시간이지나가야 마침내 ‘순금‘처럼 단단해지고, 앞으로 힘차게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 P37
돌이켜보면, 《맹자>가 일관되게 말해온 것도 결국 ‘인간 - P39
의 가능성‘과 ‘성장의 여지‘에 대한 깊은 믿음이었다. 인간은본래 선하며, 고난과 좌절 앞에서도 끝내 의로움을 붙잡고나아갈 수 있다는 성선설의 신념. 그리고 그 마음을 지키며끝까지 우물을 파 내려가는 자만이 마침내 샘물에 이를 수있다는 가르침이다.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 말의 뜻을 알 것같다. 내 안의 선함과 단단한 의지를 믿고 오늘도 나는 한걸음씩 발을 내디딘다. 그 걸음이 모여 언젠가 내 안의 샘을틔워 줄 것이라 믿는다. - P40
마흔이 된다는 건, 더 이상 타인의 기대에만 맞춰 살아갈 수 없다는 몸과 마음의 신호인지도 모른다. 정신분석학자칼 융이 말했듯, 중년은 ‘사회적 자아‘의 옷을 벗고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걸어가는 여정의 시작이다. 그 여정에서 - P44
우리는 더는 외적인 성공이나 역할만으로는 충만해질 수 없음을 깨닫는다. 대신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며, 무의식 속나의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의 상처와 열망을 비추는 질문들과 마주하는시간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마흔이라는 길목에서 비로소시작되는 진짜 공부, 그것은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의 참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정직하고 근본적인 탐색이다. - P45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문학 작품은 비극을 비극 아닌 것처럼, 슬픔조차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고전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간이 본래 연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된다. 또한내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는 인생의 큰 파고가 언제든 불어닥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살면서 지나치게 교만할 이유도, 절망할 필요도 없음을. 더불어 방황하고흔들리는 타인의 삶을 지켜보면서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고단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알게 된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기 전에는 함부로 비난하고 돌을 던질 수없음을 알게 하니 이 또한 문학이 주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65
《인간 실격》은 부끄러움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던 한 영혼이, 끝내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간 이야기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요조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그림자도 함께 어른거린다. 누구도 온전히 괜찮은 사람은 없다. 실격이란 낙인은 한 개인에게만 찍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 가족과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감히 그에게 실격을선언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상처 입고 흔들리며, 불완전한 채 살아가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 용기 내어 살아가려는 마음을 품는다. 그 마음이야말로, 인간다움의 마지막 증거일 것이다. - P70
요즘 ‘명상‘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체력을기르기 위해 헬스장을 찾듯, 명상은 마음 근력을 키우는 훈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감사 명상‘은 특히 효과 - P76
적인 방법이다. 타인을 향한 원망과 분노를 내려놓고, 자신을 수용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반복적으로 훈련함으로써 상처 입은 마음도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뇌과학과 정신의학 분야의 다양한 임상 연구로도 증명되고 있다. 직장생활과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믿었던 사람의 배신, 자기 자신에게 실망한 부끄러운 순간들로 마음이 무너질 때, 우리에겐 그 상처 입은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는 언제나 ‘마음‘이다. 남의 마음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 날마다 이 마음을 살피고,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잠깐씩이라도 짬을 내서 눈을감고 기도하거나 명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마음속작은 멈춤이 삶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겠다. - P77
진정한 ‘보기‘란 눈으로만 이뤄지는 행위가 아니며, 진정한 ‘이해‘란 마음이 열릴 때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요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을 분석해 편안한 콘텐츠만 반복적으로보여준다. 익숙한 정보와 시선 속에 안주하다 보면, 내가 보는 것이 전부이자 진실이라 믿는 ‘확증 편향‘의 틀에 갇혀버린다. 그러나 익숙한 것을 조금만 낯설게 바라보는 일, 타인의 손을 잡고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일, 그 작고 느린 시도야말로 새로운 세계를 여는 문이 될 수 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이 보는 눈이 아니라, 더 깊이, 더 자세히 바라보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편견의 틀을 벗고, 익숙한 관점을 잠시 내려놓는 일만으로도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말없이 전해지는 감정의 떨림을 느낄 수있게 된다. - P82
부모의 역할은 자식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자식이 자기 삶을 책임지고 살아갈 수있도록 단단한 뿌리를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부모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가 먼저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 삶의 주인으로 흔들림 없이 서 있는 부모의 모습은 자식에게 가장 강력한 본보기가 된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사랑이다. 그러나 그사랑이 진심으로 가닿기 위해서는, 부모 또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또 다른 고리오영감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 P99
지금도 남의 시선에 자신의 인생을 맞추느라 온갖 화려함으로 베일을 쓴 채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소설 《인생의 베일》은 그 베일을 벗어버리고 ‘참 자기(True Self)‘를 만나라고 말하는 듯하다. 또한 찰나의 설렘에흔들리는 청춘 남녀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깊고 조용한 것인지, 또 인생이 얼마나 복잡하고 단단한 진실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려준다. 사랑이란 누군가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전체를 이해하고 품으려는 깊은 마음의 여정임을 월터와 키티를 통해 보여준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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