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타인의 길을 따라 걷느라 자신의 길을 잃어버린다. 남들이 좋다고 말한 길 위에서 헤매다가 우울감에빠지기도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회사에 다니며, 몸에 맞지 - P176
않는 옷을 입은 듯 부자연스러운 나날을 견뎌야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나의 잃어버린 ‘천복‘을 다시 찾기 위해길을 나섰다. 그때 내가 향한 곳은 도서관이었다. 그곳에서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며 생각을나누었다. 명함도 없고, 소속감도 없었지만, 이전보다 훨씬충만한 시간이었다. 도서관이 나만의 ‘우드스틱 오두막‘이라고 선포하고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진심으로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독서활동가‘로 함께 읽고, 쓰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어느 날, 천복이가 내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왜 이제야 날 찾았느냐"라고, 나는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지금이라도 만났으니, 천만다행이지 않느냐"라고.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함께 손잡고 기쁨과 슬픔을 나눠보자고. - P177
그는 삶이 본래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무의미 속에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가질수있는 유일한 자유라고 말한다. 회피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으며, 자기 죽음마저 정직하게 응시한사람 뫼르소는 어쩌면,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가장 투명하게 살아낸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 P178
《이방인》은 확실히 읽고 나면 질문이 많아지는 소설이다. 독자는 스스로 자신의 불편한 지점을 돌아보게 된다. 1942년 처음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는 이 작품은, 부조리한 세상에 던져진 인간이 겪는 실존적 소외감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이해받지 못하는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불안과 고통이 섬세한 문체와 충격적인 전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낯설고 독특한 소설이다. 젊은 날에는 그 이질감과 불편함을 온전히 소화해 내지 못했지만,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이방인》은 예전보다 덜 낮설게 느껴졌다. 그것이 나이에 따른 인식의 변화 때문인지, 다양한 책 모임을 통해 고정관념을 내려놓는 법을 배운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런 변화가 반가웠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고전은, 다시 읽을 때마다 그 시절의나를 다시 마주하게 하는 투명한 창이 된다. - P193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누군가의 이름이 자극적인 머리기사 아래 소비되고, 확인되지 않은 가짜 정보가 손가락질로 이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다. 댓글 하나가, 기사 한 줄이 짧은 영상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는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 - P199
예》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시선을 공유하며, 어떤 책임을 지고있는지에 대한 문학적 증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지금, 우리가 꼭 읽어야 할 고전이다. 우리는언론의 자유를 말하기에 앞서, 언어의 책임부터 묻는 법을배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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