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의 제목이 자기계발이나 처세쪽 냄새가 난다. 그러기엔 등장인물들이 진지하다. 정확히는 오피스 드라마다. 원작이 웹툰이란다.
요즘엔 백발이 받는가 보다. 특히 5,60대에서. 커트만 잘하면 그도 제법 멋지다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나더러 그런 머리를 하라고 그러면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런데 웬걸, 이 드라마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이제훈 배우가 백발을 하고 나오는데, 한동안 백발이 유행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제목이 좀 그렇긴하지만 이 드라마 제법 괜찮다. 무엇보다 안판석 PD가 연출을 맡았다. 안판석 PD가 누군가?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나, 오래 전에는 <하얀거탑>과 <풍문으로 들었소>를 연출했고, 뭐 그 정도까지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일련의 작품을 통해 멜로 장인이 되려나본데, 왜 나는 멜로를 참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아무리 잘 나가는 배우를 데려다 놔도 멜로는 끝까지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동안의 작품과는 다르다. 제법 한다. 아니 제법하는 정도가 아니다. 꽤 한다. 그래. 가끔은 이런 드라마도 나와줘야지. 시청자의 입장도 좀 헤아려줘야 하는 거 아냐했다.
아직 뒤에 3회 정도가 남았는데 끝까지 볼 거다. 사실 안판석 PD는 장르를 떠나서 그가 펼치는 영상은 꽤 볼만하다. 그래서 안 보면 아쉽긴 하다. 꼭 무슨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 드라마는 대기업 M&A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보면서 현타가 오기도 했다. 즉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이 얼마만한 자본을 굴리며 경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 뭐 드라마라고 해도 전혀 근거없이 막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에 어느 정도 상응하게 만들거다. 50년 전만해도 1억만 가져도 재벌이란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30년 전만해도 10억만 가져도 부자란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누가 10억 가졌다고 재벌이란 소릴하겠는가? 그거야 노후자금 정도 밖에 더 되나? 적어도 두 자리 수의 조 단위의 자금을 굴려야 좀 한다하는 재벌 소리를 듣는다. 또한 그의 자제들이 마냥 놀고 먹을 수 없으니 뭐라도 한다면 소소하게 리조트나 백화점 정도 경영한다는 것. 평생 이런 것과 상관없이 사는 내가 그들의 세계를 어찌 알겠는가?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것을 일깨워 준다.ㅋ
이 드라마가 괜찮은 건, 암이 재발한 오너의 딸이 그야말로 소소하게 리조트나 운영하면서 조용하게 생을 마감하려고 하는데, 윤주노(이제훈 분)이 이끄는 M&A팀이 리조트 매각에 성공하면서 오너의 딸에게 재수술을 결심하며 다시 한 번 생의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는데 그 과정이 꽤 볼만했다. 과연 협상의 최고 기술은 돈도 잃지 않으면서 사람도 잃지 않는 것에 있는 거구나 싶다.

그룹 오너역엔 성동일 배우가 맡았는데 난 이 배우 좋아한다기 보단 신뢰한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이 배우만 나오면 든든하고 화면이 꽉 차는 배우가 있게 마련인데 이를테면 성동일 배우가 그렇다. 난 이 배우가 오래도록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