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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몇 년을 거의 매주 들렸던, 그러나 코로나 이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까페에 일부러 왔다. 2층 네트워크가 불안정 한 건 여전하고, 블루리본 명성을 배반하지 않는 커피 맛도 여전한 데, 1잔 구매마다 스탬프 한 번씩 찍어주던 쿠폰 제도는 사라졌다. 이 공간에서 노트북 자판 많이 두드렸는데, 쌓인 글은 없고 공간만 여전하니, 배가 싸르르 아파온다.

아멜리 노통브 (번역된) 작품이라면, 거의 다 읽어왔다. 어느 작품에서도 되바라진, 조숙한 꼬마의 냉소미가 느껴졌는데, 그래서 열광했던 걸까? 간혹 밋밋한 작품도 있었지만, 독특한 냉소미를 통해 어린 시절 노통브를 상상해보곤 했다. [너의 심장을 쳐라] (2017)는 이제는 50대 중년이 된 그녀의 작품이지만, 아주 오래 전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이나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내 정신세계를 해부당한 기분이라, 이 책을 내가 아는 누군가는 행여라도 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 책을 당장 선물하고 싶은 마음 사이를 오가며 읽었다.
옮긴이 이상해 역시 지적했지만, "잠시 등장하는 의사를 제외하고 남자들(아빠와 아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한다. 그래서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없다(192)."
엄마와 딸, 자매들, 친구관계의 여성들
그토록 냉담한 심장으로 누군가의 삶의 수로를 틀어놓고, 늙어가면서 망각하고 스스로 죄를 사하는 캐릭터.
퍼내도 퍼내도 넘쳐나는 "경멸"을 우아한 학자적 언어로 위장하여, 타인을 자신의 장기판에 '말' 삼는 캐릭터.
그 복잡미묘한 정서를 겪어보지 않고 어찌 이입할 수 있으리!
그렇다고 아멜리 노통브는 여성"들"의 관계를 시니컬하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차원에서 화해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처를 스스로 핥으며 커온 주인공이, 또다른 상처 입은 이에게 문을 열어 줄 때, 그것은 '인간애'라는 낭만적인 표현보다는 신경증과 신경증의 만남이 아닐까. 비록 그럴지라도, 그 만남, 그 보듬어안는 마음,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