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프레젠테이션
제레미 도노반 지음, 김지향 옮김, 송상은 해제 / 인사이트앤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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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프레젠테이션

 

TED:Ideas Worth Spreading. 몇 년전, TED의 진가를 깊이 몰랐을 때는 TED프리젠테이션을 영어 청취학습용 자료로 활용했다. 18분의 매력.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도 절도 넘치며 청중을 존중하는 그 프리젠테이션. TED를 접할 수록, 영어학습용 혹은 지식 습득용 목적을 넘어서는 진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청중을 매료시키면서 메세지를 강력히 전달하는 프리젠테이션 법. 자기표현 및 토론에서도 중요한 이 기술을 배우는 데 TED만한 귀한 모방의 대상이 없을 듯 했다. 늘 TED연사들의 어조, 농담의 수위, 제스춰와 말 속도 등에 주의를 기울이며 강연을 보곤 했는데 <TED프리젠테이션>에서 고맙게도 이 프리젠테이션 법을 전격 해부해준다. 그것도 바로 TED조직위이자 토스트마스터 위원 제레미 도노반(Jeremey Donovan)이 직접말이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분야의 명망 높은 컨설턴트이다.

 

<TED 프리젠테이션>에서 제레미 도노반은 무대에 오르기 전 TED 연사들에게 주지시킨다는 "TED십계명"을 콘텐츠와 프리젠테이션의 2개로 범주화하여 소개한다. TED명연설과 아쉬운 연설을 줄줄 꿰고 있는 그답게 실사례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프레젠테이션법의 A-Z를 보여준다. 그의 분석과 통찰을 읽다보니 단순히 프리젠테이션에 능숙해질 기술을 배울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리젠테이션의 옥과 석을 구별할 눈도 뜨이는 듯 했다.

 

 

 

 

제레미 도노반이 호평하며 본문에서 여러번 언급하는 2010 TED 인기 연사 Jamie Oliver를 예로 들어보자. http://www.ted.com/talks/jamie_oliver.html에서 TED prize winner인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보면, 먼저 폭로하는 방식의 충격적인 오프닝이 인상 깊다. 영국 출신 젊은 요리사인 그는 ".....앞으로 제가 이야기하는 18분 이내에,.....4명의 미국인이 사망할 것입니다."라는 오프닝 코멘트로 짧은 시간에 청중을 완전히 몰입시킨다. (67쪽). 청중을 웃게하기도 하며, 청중이 그 웃음을 즐길 여유를 주며 다시 농담으로 짧게 화답한다.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지도 않는다. 중국의 오프리 윈프리라는 명예로운 이름값에도 불구 TED 강연에서는 실망스런 반응을 얻은 양란처럼 자주 원고를 보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도 않는다. 연설 13분쯤에는 한 수레의 백설탕을 바닥에 쏟아놓으며 설탕탄 우유를 5년간 마시는 아이의 설탕섭취량을 청중에게 봉준다. 연설과 퍼포먼스와 스토리가 공존하는 환상적인 프리젠테이션이다.

 

<TED 프리젠테이션>은 토론이나 대중앞에서의 스피치가 문화적으로 어색한 한국사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의 기술에 관심있는 일반인 뿐 아니라, 방송계 취업을 준비하는 이나 대중앞에서 공연을 업삼는 예술인에게도 무척 유용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살과 피가 되는, 현장에서 취해온 조언을 담고 있기 떄문이다. 평범수수한 차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살구색 블라우스와 매칭을 이룬 두건을 쓰고 나온 치마만다 아디치를 대놓고 비교하는 등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 많다. <TED 프리젠테이션>을 읽으니까, 내 자신의 프리젠테이션을 녹화해서 분석해보고 싶은 충동마져 느꼈다.살과 피가 되는 책임이 분명하다.

 

<TED 프리젠테이션>은 토론이나 대중앞에서의 스피치가 문화적으로 어색한 한국사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의 기술에 관심있는 일반인 뿐 아니라, 방송계 취업을 준비하는 이나 대중앞에서 공연을 업삼는 예술인에게도 무척 유용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살과 피가 되는, 현장에서 취해온 조언을 담고 있기 떄문이다. 평범수수한 차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살구색 블라우스와 매칭을 이룬 두건을 쓰고 나온 치마만다 아디치를 대놓고 비교하는 등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 많다. <TED 프리젠테이션>을 읽으니까, 내 자신의 프리젠테이션을 녹화해서 분석해보고 싶은 충동마져 느꼈다.살과 피가 되는 책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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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철학 - 청춘의 끝자락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카운슬링
크리스토퍼 해밀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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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철학 Middle Age

 

 

앞장에 가까울 수록 손 때가 묻어 까맣던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을 읽듯이 <중년의 철학(원제 Middle Age)>을 읽었다. 한 2~30여 페이지를 읽다가 다시 맨 장으로 돌아가 천천히 읽고, 또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가고.......비록 우아하고 담담한 문체로 중년의 철학을 논하지만, 평범한 뱃보를 가진 이라면 쉽게 넘기지 못했을 존재론적 위기를 크리스토퍼 해밀턴이 꾹꾹 눌러 회고하기에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이 독자로서의 예의일 듯 싶었다. 저자 크리스토퍼 해밀턴은 런던 킹스칼리지 종교철학과 교수이자, 철학사에서 대단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중년의 철학'을 역사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집중조명하려는 선각자와도 같다.


 

"그들이 그 짓을 해서 널 낳았어. 네 엄마와 아빠가."해밀턴 박사가 일부러 본문에 배치한 이 시는, 그의 기구한 중년의 위기를 알고나면 가슴이 아리게 들려온다. 해밀턴 박사는 "한여름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38세의 나이에 위기의 중년을 경험한다. 바로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면서.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자신. 그 생부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담임이기도 했다. 육체가 침범당하고, 더렵혀지고,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해밀턴 박사는 순수함을 향한 갈망에서 그 침범한 더러움을 벗겨내기 위해, 육체를 혹사시켰다. 달렸다.


 

많은 철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이 그러하듯, 해밀턴 박사는 단순히 '불륜의 산물'(72쪽) 이자 '잡종(80쪽)'으로서의 태생적 비극 외에도, 어머니와 비정상적인 과계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무책임한 정염의 화신이었던 어머니가 비저상이었다. 그의 가정에서는 어머니와 사회학적 아버지인 K사이에서 무서운 폭력이 오갔으며, 어린 해밀턴은 '활화산같은 분노를 쏟아내는 뜨거운 자아'와 '행동을 억제할 줄 아는 얼음처럼 차가운 자아'의 이중분리를 경험했던 것이다. (156쪽). 중년이 되어서도 해밀턴은 침범당한 정체성, 크게 와닿게 된 육체적 취약성에 대한 고민을 해밀턴식 공부와 예술(음악)으로 치유하는 듯 하다. 종교철학자 답게 철학자들의 철학자들의 글들을 자유자재 패치워크하고, 시인과 영화감독 예술인들의 글을 인용한다. 얼마나 많은 사유와 사유를 삭혀서 존재의 부정함을 씻어내려 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중년의 철학>을 막 탈고하고 나서 생부 H의 부고를 전해들었다는 해밀턴. 한마디로 '배반감'을 느꼈다 했다.....비어있는 의자는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돌아가신 생부 H와 길러준 아버지 K를 위함인가, 해밀턴 박사 자신을 위함인가......"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을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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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3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3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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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3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만 읽었을 때는 대한민국 청춘의 '란도샘'의 전공분야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다. 막연히 힐링(HEALDING) 글쓰기의 달인이라는 인상 정도. 그런데 <트렌드 코리아 2013>을 "너무 재미있어서" 한 숨에 다 읽고나니, '서울대학교 생활과학 대학 교수이자 트렌드 연구자, 컨설턴트'로서의 김난도 작가의 경륜과 깊이가 느껴졌다. '한해를 돌아보고 전망하는 류의 실용서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 거구나.'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부끄럽지만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소비자트렌드분석 센터에서 매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내놓은게 2007년 부터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해마다 예측력이 향상된다는 평가와 함께 2013년판부터는 영문판발행으로 해외수출도 추진한단다.



 

 

2012년의 키워드는 DRAGON BALL, <트렌드 코리아 2013>의 1부에서 무려 140여 페이지를 할애하여 2012년의 소비트렌드를 회고하고 예측력에 대한 자기 평가를 내린다. 2부에서는 2013년 소비트렌드를 전망한다. 코브라 트위스트(COBRA TWIST)라는 독특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2013 코리아 트렌드 -코브라 트위스트.

CITY OF HISTERIE

OTL-NONSENSE!

BRAVO,SCANDIMOM

REDEFINED OWNERSHIP

ALONE WITH LOUNGING

TASTE YOUR LIFE OUT

WHENEVER U WANT

I'TS DETOX TIME.

SURVIVING BURN-OUT SOCIETY

TROUBLE IS WELCOMED

 

 



 

불확실성과 위협의 모호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있는 흑사의 해, 2013년. 김난도가 이끄는 CTC에서는 불확실성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햐 하는 독자들에게 승리의 '필살기'를 전수해주고자 하는 소망을 '코브라 트위스트'에 담았다. 프로레슬링에서 사용하는 이 기술은 승부를 종결시키는 필살의 기술이다. 2013년의 흐름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자면, 1)날카롭고 치열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 2) 몰두와 침잠으로 대응하는 개인적 대처 3)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대두를 들 수 있다 (181쪽). 멀리갈 필요도 없이, 이미 내 자신이 모호와 양면의 불확실성 속에서 그렇게 대처하고 있기에 2013년의 트렌드 예측에 고개가 끄덕, 수긍이 되었다.

 

 

 

<코리아 트렌드 2013>의 keyword review는 우리 현실에 무수한 촉수를 뻗어 흡수해낸 생생한 삶의 정보를 녹여내고 있기에, 현실감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식 '타이거맘' '헬리콥터맘' '에서 '스칸디맘'으로 축이 기울고 있다는 진단에서, N세대 스칸디맘의 특질들로 정서적 교감교육, 북유럽 지향의 스타일링, 소비에 대한 자신감 등을 꼽고 있다. 수긍한다. 그리고 스칸디맘의 대세 예측에 동의한다. 그 방향으로 한국 사회가 움직였으면 한다. 키워드 10가지마다 한 챕터씩을 할애하여 글을 구성했는데, 장장 재미있는 사례와 촌철살인의 분석으로 독자에게 책읽는 보람을 준다. <트렌드 코리아 2013>을 한해를 정리하는 시간에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책 속의 책 구성의 "신조어로 돌아본 2012" 도 빼놓지 않고....정말 재미있다. 2012년이 가기 전에 이 책을 정독으로 다시 분석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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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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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학교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국문학의 이해>수업. 맨 앞줄에 앉아서 늘 하던 버릇대로, 옆 자리에는 들고 다니던 생수병에 마리끌레르 패션잡지를 떡하니 올려 놓았죠.  "패션 잡지는 정기구독하면서 한달에 5000원, 시집 한 권씩 읽을 여유가 없습니까?"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제 시집 사랑의 빈약함에 대한 죄책감을 더 키웠었지요. '시집을 읽을 호흡의 여유가 없다'는 변명으로 시집 멀리하기의 독서편향이 수십년 째. 그 편중성은 아마도 정말 마음을 울리는 시집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를 찬바람이 제법 매서운 11월 오후, 야외에서 읽었습니다. 바람이 차가웠고 커피도 다 식었지만 시 전편을 다 읽을 때까지 꼼짝 않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좋은 시집을 가을이 가기전에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아, 나도 시집 읽으면 감동하고 반응 격렬히 하는 독자일 수 있구나.'하면서 제 자신을 재발견했기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어머니 학교>를 만나 복많은 독자들 만큼이나, 이정록 시인은 행복합니다. 엄마가 있어서. 아무렇게나 턱턱 뱉어내시는 말씀 같지만 그 연륜과 깊이에 '허거걱'하고 젊은 사람들 허 찔리는 어록을 쏟아내시는 엄마가 있어서. 그 말씀 받아적기만 하면 시가 된다하니 이정록 시인은 그 얼마나 복받았나요.

 
 
책 표지에, 그리고 본문에 이정록 시인과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4세 딸아이는 계속 묻습니다. "엄마 왜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야?" 엄마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풍경에 익숙한 아이로서 어쩌면 지극 당연한 호기심이겠지요. 그 질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집을 여는 '시인의 말'에서 이정록 시인은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잠에서 깨었다........채 어머니로 변하지 않은 오른손이 쏟아지는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어머니로 부화하려던....내 눈망울이....읽어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시인에게 가슴과 눈을 뜨여 주었고, 대학원까지 나온 고학력 아들은 그 시어에 형식과 몸을 입혀주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쓰여서 더 재미있다는 출판사 측의 리뷰. 자전적 소설로도 산문으로도 혹은 다정한 마주이야기로도 읽힙니다. 인텔리 고학력 아들 먹물많이 쓰는 직업의 시인으로 키워 도회지로 내보낸 어머니, 시골의 과부할머니로서 이냥저냥 죽음을 기다리지만 비관하지도 후회하지도 않고 초연한 태도입니다. "양말 바닥이 발등에 올라타서는 반들반들 하늘을 우러른다는 건, 세상길 그만 하직하고 하늘길 걸으란 뜻 아니겄냐?"라면서......어머니는 인간의 어머니 뿐 아니라, 새끼를 낳은 생명 순환의 고리를 이어간 모든 생물의 어미를 존중합니다. 씨앗 가르치느라 속이 텅 빈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보며 "큰 하늘을 모셨구나!"하고 감탄합니다. 세속적 욕심, 물적 욕심에서 초월한 듯한 어머니의 마음에서 한가지 욕심만은 죽어 없어질 때까지 사그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특유의 입신양명. 자식에게 기대하는 입신양명. 비록 원고료를 걱정할지언정, 가난한 입천장을 향해 후루륵 승천하는 삶은 국수마냥, "나한테는 내 자식들이 희고 둥근 알인께로" 잘하라. 성공하라 하십니다. 읽고 또 읽을수록 이정록 시인의 가족사와 시인의 어머니에서 확장되어 무수한 한국적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읽게 됩니다. 이 가을 <어머니 학교>를 꼭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10여년 전과 달라, 이제 시집 한권 값이 5000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다방 커피 두 번만 참으면 멋진 시집으로 따뜻한 가을 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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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의 일기 너른세상 그림책
조수진 글.그림 / 파란자전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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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의 일기

<딸기 한 알>의 김슬기 작가, <커졌다>의 서현 작가, <우진이의 일기>의 조수진 작가. 2012년 제가 주목하게 된 이들 작가의 공통점은? 바로 홍익대학교에서 그림을 전공한 실력파라는 점입니다. 쏟아져 나오는 동화 신간 속에서 <우진이의 일기>는 그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우진이의 일기>는 2012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큰 관심을 받아 현재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준비중이라는 자랑스러운 소식도 들려 옵니다.



어린시절 그림일기장을 연상시키는 본문처리와 장장 다양한 그림기법에 화려한 색채, 시각적 측면에서 <우진이의 일기>는 어른독자 꼬마독자 모두를 만족시키고도 남을 만합니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요? 7세 4세 꼬마독자 2명은 우진이의 괴팍하고도 자유분방한 놀이법에 열광합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한 여름에 눈썰매 타는 일기를 쓰고, 개구리를 날게 하니까요. 아이들은 우진이가 장난감 병정과 인형들의 반격을 받아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마냥 줄로 묶이기도 하고 폭탄 맞아 벌러덩 뒤로 날아가는 그림도 좋아라합니다. 정말 기발한 상상력에다, 그 상상에 입체적 현실감을 입히는 탁월한 그림입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의 전투 씬조차도 실눈 뜨고 보게되는 소심한 엄마에게 <우진이의 일기>는 과격함이 과한 동화이기도 하네요. 우진이가 파리의 날개를 생으로 뽑고, 개털을 생으로 뽑아 날리고, 열대어를 목욕탕 수돗물 욕조에 집어 넣는 막가파 장난을 치자, 인형들은 폭탄을 날리고 칼을 뽑아들고 공격해옵니다. 심지어는 코끼리 인형과 강아지에는 식인악어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있고 로봇은 목이 댕강 잘려 방바닥을 굴러 다닙니다.



출판사측 리뷰에서는 6살다운 유쾌한 재미가 있는 우진이의 상상랜드라고 표현했지만, 유쾌하다고 하기에는 르네 지라르의 폭력의 변증법이 떠오르는 걸요. 장난감과 인형들을 우주 발사대에 꽁꽁 묶으며 놀았던 우진이에게 그들이 복수를 약속하면서 이야기가 끝을 맺거든요. 아이들은 "선물을 받기만 하면 안되지. 우리도 멋진 여행을 선물할게!"라는 인형과 장난감의 말의 함의를 모르나봐요. 정말 선물을 준다는 걸로 알더라고요. 일부러 우진이에 대한 인형들의 복수를 암시하듯 낮고 무서운 목소리로 읽어주었는데 말예요. 뒤집어 생각해보면, 폭력성이니 복수니 하는 개념들은 어른들이 검열의 잣대로 삼기 좋아하는 개념일 뿐이고, 6세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무의미하겠네요. 꼬마 독자들이 우진이가 맘에 든다는데, <우진이의 일기>가 정말 재미있다는 데 어찌 더이상의 검열성 코멘트를 던지리오. 개성과 재능이 특출난 조수진 작가, 앞으로도 멋진 동화를 많이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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