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안락사, 허용해야 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1
케이 스티어만 지음, 장희재 옮김, 권복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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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대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교양 21

안락사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적극 소개하는 시리즈가 있다. 좋은 책 널리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소개하는 그 시리즈는 바로 출판사 "내인생의 책"에서 발간 중인 "세상에 대해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칠 수 없는 진지한 논쟁거리들로 청소년 독자들의 글로벌 교양지수를 높여주는 이 시리즈는 25권까지 출간 예정이다. <안락사 (원제: Euthanasia)>는 그 중 21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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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는 케이 스티어만(Kaye Stearman)이 집필했다. 무기거래 반대 단체인 CAAT (Media Coordinator for Campaign Against Arms Trade)의 언론담당자로서 국제무기산업의 악폐를 지적하고 무기 생산국의 무장 해제를 위해 노력해온 사회적활동가로서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저서로는 세더잘 시리즈의 제11권 <사형제도 과연 필요한가?>와 제 12권에 해당하는 <군사개입>외에도 <노숙자> 등 인권 및 윤리관련된 서적들이 다수 있다. 케이 스티어만은 단순히 '안락사를 허용 할까? 말까?'의 양자 택일의 관점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안락사'가 여러 문화권, 종교, 법률 제도에 따라 상이하도고 다층적인 의미로 접근할 수 있는 화두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논쟁의 근원에는 생명의 존엄과 삶의 소중함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안락사'는 대학시절 교양과목, 그 이름도 딱딱한 윤리철학 과목에서 기막힐만큼 따분한 강의로 접해보았다. 그 때의 수업 강사가 케이 스티어만이었다면 안락사에 얽힌 수많은 함의에 실눈이라도 뜰 수 있었을 텐데..... 세더잘 시리즈의 <안락사>.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물론 저자 케이 스티어만이 다방면의 자료 조사를 거쳐 균형잡힌 시각에서 주제를 풀어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맥락에 맞게 적소에 소개된 실사례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989년 뇌사하고 1994년 영국 법률사상 법정에서 치료를 포기함으로써 죽음을허용한 최초의 판례로 남은 토니 블렌드의 사례, '인종 개량주의'의 끔찍한 일환이었던 독일 나치의 'T-4 작전 (지적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동과 성인들을 집단으로 살해한 작전으로 아돌프 히틀러가 1938년 승인함. 실제로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추진되었음)'등을 소개하고 있다.

본문의 논의를 맥락에 맞게 가장 극적으로 전달해주는 보충 사진 자료들은 자칫 법률이나 윤리철학의 논의로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논쟁들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해준다. 생생한 인포그래픽 덕분에 청소년 독자들은 물론 성인들도 인문교양서도 즐겁게 가속 붙여가며 읽을 수 있음을 경험할 것이다.


<안락사>의 매 챕터마다 '찬성 VS 반대', ' 알아두기' '간추려 보기' 및 '집중 사례탐구'가 소개되어 본문을 일목요연 정리해준다. 부록으로는 '안락사' 논쟁에서 등장하는 혼란스럽고도 어려운 다양한 용어를 풀어놓은 용어풀이에 아울러 연표, 우리나라 사례 소개 및 찾아보기 페이지가 실려 있어서 친절한 백과사전의 역할을 해준다.



세더잘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인 깔끔하고도 세련된 편집으로 <안락사>는 총 7장 구성의 옷을 입었다. 먼저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주목했었던 테리 샤이보 사례로 문을 열고, 1장에서는 '안락사의 정의 및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자발적/ 비자발적 안락사 및 적극적 /소극적 안락사를 나눈다.
2장 '의료 윤리와 안락사'에서는 의무주의 윤리설과 결과주의 윤리설 논쟁을 안락사와 연관해 그 찬반 입장을 소개한다.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안락사의 허용이 무차별적으로 남용되어 나치의 집단학살과 같은 살인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비탈길 이론(slippery slope theory)을 든다. 3장에서는 '안락사 규제, ' 4장에서는 의학의 발달(수명연장 보조기술)이 안락사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5장에서는 나치의 T-4작전처럼 안락사가 악용된 사례들과 함께 안락사 반대 입장을 소개한다. 6장에서는 '존엄한 죽음'의 개념을 들어 안락사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본다. 마지막 7장에서는 안락사 논의에서 언론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안락사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될 뜨거운 감자임을 지적하며 마무리한다.

2010년 웃음 전도사로 알려진 최윤희 부부의 동반자살 소식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곧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안락사>를 읽으며 최윤희 부부가 떠올랐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지면 관계상 케이 스티어만이 집중해 다루지는 않았지만 생명의 존엄성에는 '고통'의 문제도 함께 수반된다. 추상이 아니라 실제로서....그리고 논의의 대상으로서의 안락사나 그의 결정 문제는 만약 그 사안이 자신의 가족, 지인, 친척을 대상으로 하면 추상이 아니라 구체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늘 그렇지만 세더잘 시리즈는 책을 덮고 나면 다시 읽고픈 욕구가 생긴다. 이리 틀어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고....'안락사'가 여러 화두를 던져준다. 이 책과 아울러 Margaret Lock이 쓴 도 함께 권한다.<안락사> 덕분에 나도 다시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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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 이슈북 7
신성식.차형석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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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아이쿱 ICOOP생협 생산법인 경영 대표 신성식과 이야기 나누다

조심스러워진다. 한국의 대표적 생협 ICOOP의 대표 신성식의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에 대해 이야기 하기가. 연매출은 무려 3450억원에 이르며 괴산과 구례에 대규모 클러스터(제조업체와 물류센터를 한 곳에)를 추진중인 ICOOP생협. 소위 급성장에 "잘나가는" 만큼, 그 성장 위주의 정책과 이념적 순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축을 짚을 수 있는 수준의 전문가가 아닌, 생협의 문외한이지만 좀 이야기해보자.
한살림과 생협의 조합원 소식지를 예로 들어보자. 한살림은 1989년 한살림 선언 하에 '밥상 살림, 농업 살림, 생명 살림'의 정신을 추구해오고 있다. 실제 매달 한살림에서 제공하는 조합원 소식지를 보면, 제철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서 부터, 한톨 쌀알, 풀 한포기의 소중함과 농업을 통해 지키는 우리의 경제 자립, 생명줄에 대한 인식이 살아 있다. ICOOP생협에서 발간하는 소식지 역시 '윤리적 소비'라는 핵심정체성에 걸맞는 내용의 기사들과 다양한 조합안팍의 소식을 전하지만, 기본적으로 '물품 소개'에 가장 많이 지면을 할애한다. "이왕 먹을 거라면, 초코파이는 공정무역 초코파이! 이왕 먹을 거라면 사이다도 ICOOP 사이다, 이왕 못 피한다면 라면은 ICOOP공장에서 막 만들어 나온 유통기한 3개월짜리 유기농 라면으로". 매달 소식지에는 신제품 소개와, 미처 주목받지 못했으니 주목할 필요가 있는 물품에 많은 페이지가 할애된다. 이 분명히 갈리는 이 지점을 예의주시해왔다. 마침, 신성식 대표가 '성장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 맞대응의 입을 열였다.
신정식 대표는 일종의 가치운동으로서 일어난 한국의 협동조합은, 사업적 이념보다 가치나 신념을 중시해왔기에 "협동조합은 성장하면 안된다" 라거나 "성장을 하게 되면 사업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협동조합 초기 목적이나 초심이 바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지적한다 (p. 49). 신정식 대표는 이런 시선이 일본이 하는 방식을 따르는 사대주의 성향을 반영하거나 이념적 순결성에 빠져 있다고 맞비판한다.
인터뷰어 차형석은 이 지점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까? <시사 IN> 경제부에서 해외 협동조합을 취재한 계기로 협동조합및 사회적 경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는 이미 <협동조합, 참 좋다> 등의 저서를 낸 바 있다. 이 ICOOP생협의 성장주의 및 이념적 순결성 논쟁에 있어 차형석은 거리 두기를 취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변산농부 윤구병과의 인터뷰에서 보이던 뜨겁게 맞반응하던 호흡은 이번 인터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여느 건조한 신문기사를 읽는 듯한 차분하게 거리를 둔 정리법이다. '(신성식)그의 말투는 빨랐고, 현안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었다 협동조합에 대해 머리속에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가 인터뷰어 차형석이 여백에 둔 코멘트의 전부였다.

ICOOP 생협에 대해 판단하기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협동조합의 시대는 오고 있으나 협동의 문화는 아직 멀리에 있다.....(중략).......다만 묵묵히 사과나무를 심을 수 밖에." 라는 신성식대표의 비유적 표현에도 공감한다. 아직도 많은 ICOOP생협의 조합원들이 생협의 이념과 가치 지향에는 한 톨의 관심도 없이, "왜 비닐봉투 안 주느냐,"하거나 반도 넘게 먹은 유기농 사과 맛없다고 반품하기도 한다. '유기농? 생협? 뭐 그런거 잘 사는 사람들 위한 거 아냐?'라고 막연한 반감을 내보이는 분도 있다. '생협의 활동가? 그거 거창한 거 아냐? 박사학위 있어야하나?'하면 조합원 활동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 알아보려하지도 않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사과나무를 심는 손길이 모여서 우리 사회에 윤리적 생산 윤리적 소비의 정서가 더욱 많이 공유되고, 우리 밥상 우리 농촌 살려서 결국 살 맛나는 세상 만든다면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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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OP생협은 앞으로 좀 더 지켜보고 싶다. 과정에 있는 듯 하다.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다는 문구의 포스터를 붙여 놓은 ICOOP커피 매장의 한 켠에서 흔히 대형 슈퍼마켓에서 파는 사이다와 설탕으로 만든 스무디를 척척 팔고 있는모습을 보았기에, ICOOP을 사랑하고 응원하면서도 그 성장주의 정책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시선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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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 환자 안전 전문가가 알려주는 병원사용설명서 -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켜줄 네 개의 치즈 이야기
정헌재.윤혜연 지음 / 비타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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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Safety Rules For Patients
병원 사용 설명서
"아이엠 치즈" (iamCheese.org)? 치즈 이야기?
병원을 안전하게 이용하라는 팁에 왠 치즈 이야기? 의아했다. 존스홉킨스 대학 환자안전 분야 연구원(Post-Doctoral Fellow)인 정헌재 박사와 프리랜서 작가 유혜연 작가가 공저로 내놓은 <병원 사용 설명서 33 Safety Rules for Patients>가 치즈 이야기로 시작하니 말이다. 다행히 병원에서 우연히 환자 안전 전문가 J를 만난 평범한 가정주부 Y가 환자 안전에 대해 배워가며 '아이엠치즈'라는웹사이트 공간을 만든다는 설정으로 쓰여진 이 책의 초두에서는 왜 병원의 틈새를 치즈에 비유했나 설명해준다. 잘 모르고 병원을 이용하는 사이 환자 스스로, 혹은 가족, 혹은 의료진에 의해서 치즈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사용 설명서>는 치즈를 단단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을 들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많은 병원 이용자들이 '30분 대기해서 3분 진료'의 허무한 경험을 토로한다. 의사의 성의 부족이라며 의료현실을 개탄한다. 하지만, 정작 그 3분의 시간을 어떻게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취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본적 있는가? 정헌재 박사는 외래진료를 받는 환자들을 위한 안전수칙을 제시하며 컨닝페이퍼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소위 아이엠치즈 진료실 전반전의 GIVE 수칙이다. 과거력,가족력, 알레르기 및 복용 중인 약물 등에 대한 족보를 작성해본다. 의사의 질문에 똑똑하고 정확하게 대답한다. 이제 후반전의 TAKE 수칙. 준 만큼 받아오자. 진단명을 적어나오며, 치료계획을 듣고, 처방전을 보관한다. 어렵지 않다. 의사가 하는 말을 중얼대며 한 번 다시 확인, 받아 적는다. 요즘 같은 세상에 중얼거리며 받아적으라고? 왠지 촌스럽게 들리는가? 그렇지 않다. 확인 후 피드백은 놀라운 수준으로 치즈의 틈새를 막아 줄 수 있다.

마치 전개 빠른 속도감 있는 드라마 대본을 읽는 듯 술술 읽히는 <병원 사용 설명서>에는 자극적이고도 강렬하게 경각심을 주는 실사례들이 여럿 소개된다. 2001년 존스홉킨스 대학 병원에서 탈수증으로 사망한 조시 킹 이야기, 엉뚱한 왼쪽 다리를 절단당한 유명한 윌리 킹 사건 (1995년) 등 비유하자면 '치즈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겁나는 사례가 제시된다. 지인들에게도 가족에게도 <병원사용 설명서>를 꼭 권해야 겠다는 결심을 들게하는 무서운 사례들이다. 21세기 의료계 최대의 화두는 환자 안전이라는데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병원과 의료진에게만 기댈 수는 없지 않은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정헌재 박사가 제시하는 안전 수칙들은. 가장 가까운 예로 손 자주 씻기 등. 몰라서가 아니라 안다고 생각해서 무심했던 작은 습관의 변화부터, 치즈의 틈을 줄이고 치즈의 구멍을 미리 막을 수 있다. 고마운 책이다. 생명을 지켜줄 치즈 이야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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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박사 안강입니다 - 수술 없는 만성통증 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 통증박사 안강입니다 1
안강 지음 / 김영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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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하는 눈빛에서 고집스러운 신념과 강인함이 느껴졌다. 통증의학계의 명의이자 괴짜 의사라는 별칭도 있는 차병원 안강 박사.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져서 <통증박사 안강입니다>를 집어 들었다.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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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UC Berkeley의 인류학과 교수 Susan Greenhalgh를 떠올린다. 번역해서 국내 독자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그녀의 <Under the Medical Gaze: Facts and Fictions of Choronic Pain>은 '근섬유통'의 병명을 단 만성통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한 의료화의 과정을 인류학적 통찰로 분석한 책이다. 안강 박사 역시 통증을 달고 산다. 만성통증의 동반자인 우울까지도 앓고 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와 네 자녀 덕분에 우울증과 잘 싸워가고는 있으나). 그래서 만성통증 환자들의 고통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 자신이 고백하듯이 스스로의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통증 치료에 적극 매달려 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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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박사 안강입니다>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척추협착증과 후관절증, 척추전방전위증으로 고생하는 장모님에게 안강박사가 드린 말이다. "치료를 한다고 모든 통증이 깨끗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이제 통증을 평생 친구로 생각하며 지내셔야 합니다." 그는 속칭 '뼈주사'라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임시방편일뿐 결국조직의 재생을 막아 퇴화의 주범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신 자연으로서의 인간의 자가 회복력을 믿는다. 양방 /한방 밥그릇 싸움하고 경직되어 있는 제도권 의학에 실망해서, 중국의 전통 마사지며,척추 교정, 몰핑,경화 요법 등 생소한 분야에까지 도전하여 만성통증을 이해하려고 애타게 노력해왔던 그가 깨달은 바가 바로 '자연으로서의 인간이 가진 자연치유력을 믿어보자'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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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박사가 제안하는 구체적인 치유법 역시 제도권 의학에서 늘 접해왔던 방식과 다르다. 수술은 최후의 선택이다. 음식과 운동으로 통증을 잡는다. 안강박사 자신이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 감동을 받았다는 <동의보감> 허준의 혜안."음식으로 치유할 수 없는 병은 약으로 치유할 수 없고,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걷기'라는 말에 안강 박사가 지향하는 만성통증 잡기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 때 통증은 완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아니라 순한 양으로 길들이는 대상이다. 인간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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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출신의 안강 박사는 차갑고 오만한 엘리트 이미지의 의사와는 사뭇 다르다. 50을 넘긴 나이에 유치원에 다니는 늦둥이 아들을 둔 그는 '저 아이를 지켜주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아침마다 현미채소김쌈을 먹는 눈물겨운 부정을 드러낸다. 공부와 거리가 멀던 시절에는 아이큐 검사를 해도 100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음을 쿨하게 고백하고, 책 처음 부터 끝까지 아내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을 감추지않는 가정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국내외 거물급 유명인사들을 숱하게 치료해왔지만, 의사로서의 소신을 가지고 늘 당당하며 올곧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헌신적인 명의이다. <통증 박사 안강입니다>의 후속작을 벌써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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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가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질투심 섞인 편견을 키웠었다. "미술사, 아무나 못하는구나. 부유층에게 허락된 학문". 이집트의 피라미드, 아테네의 파테온 신전, 피카소의 게르니카, 반 고흐의 해바라기,세계 곳곳을 직접 누비고 방문해서 찍어온 사진 자료들로 수업을 진행하는 미술사가를 보면서, 그가 누리는 문화적 풍요로움이 부러웠음을 고백한다. 프리다 칼로의 평전, 빈센트 반 고흐의 전기, 파블로 피카소의 평전, 샤갈의 전기를 읽으며 아쉬워하지 않았는가. 조금 더 일찍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눈을 떴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어린이가 알아야 할 세계 명화13>을 만나니, 적어도 요즘 세대 꼬마들에게는 명화를 보는 심미안을 일찍 뜨여줄 좋은 책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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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알아야 할 세계 명화13>은 독일 태생의 앙겔라 벤첸이 썼다. 자신이 회화와 소묘를 공부하였으며 미술사, 철학, 역사, 교육학 등 다방면에 이해가 깊은 그는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책을 여러 권 써왔다. <어린이가 알아야 할 세계 명화13>에는 시대 순으로 명화 13점을 작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고 작품명을 각인시키는 책이 아니다. 작가에 대한 설명에 아울러,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와 심화학습을 위해 참조할 사이트면 책들도 소개해준다. 그림을 보고 맞출 수 있는 퀴즈로 흥미를 유발시키고, 꼬마 독자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공해준다. 가히 어린이들에게 미술사 입문서의 기능을 톡톡히 해낸다고 하겠다.


13점의 그림 중 가장 먼저 15세기에 그려진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 소개된다. 미술사 책마다 빠지지 않는 워낙 유명한 그림이다. 볼록 거울 속 인물에 아울러 샹들리에에 꽃힌 촛불의 의미까지 언급한다.



알프레히트 뒤러의 작품세계도 앙겔라 벤첸 덕분에 다시 보게 되었다. '뒤러의 산토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작품이 수채물감과 보디컬러를 함께 사용하는 회화기법으로 완성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산토끼의 눈에 비친 창틀까지 짚어준다. 토끼 동공에 비친 창틀의 의미. 꼬마 독자들이 명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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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점의 명화마다, 그림이 그려지던 당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연표가 예쁜 편집으로 소개된다. 꼬마 독자들이 자연스레 미술사에 입문하도록 도와준다.


큼직하게 페이지를 메우며 명화를 소개하고 이어 작가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그 강인한 정신력과 생의지에 찬탄을 보내온 화가 프리다 칼로의 경우, 숱한 그림중에 원숭이와 함께 있는 자화상을 소개했다. 여러 실존의 고통에도 불고 영혼이 아름답고 자존심이 강한 화가의 모습을 보여주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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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점의 그림 중 가장 생소했던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는 깜짝 퀴즈가 제시된다. 그림의 크기가 독특하단다. 마치 영화 스크린을 보듯이. 1940년대 뉴욕, 대도시의 고독과 절망을 담은 이 그림은 히치콕이나 마틴 스콜세지 등의 거장에게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잭슨 폴록은 열정적으로 '액션 패인팅' 작업을 하는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긴 설명 없이도 꼬마 독자들이 위대한 뜨거운 추상미술가의 작업 과정을 짐작케 해주는 컷이다. www.jacksonpollock.org를 방문하면 마우스로도 드리핑 기법의 그림을 직접 시도해볼 수 있다는 친절한 정보고 고맙다.


<어린이가 알아야 할 세계 명화13>은 부제처럼 '그림이 좋아지는 그림책'이다. 보다 많은 꼬마 독자들에게 이 소중한 책을 소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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