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 유니스, 사랑을 그리다
박은영 글.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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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UNICE STORY
 
 
 
 
 박은영 작가? 아이 덕분에 일년 365일의 수만큼 많이 보았을 그림책,  <기차 ㄱ, ㄴ, ㄷ>의 작가이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영국 브라이튼대학교(University of Brighto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그녀는 현재 이화여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기차 ㄱ, ㄴ, ㄷ>의 작가로 더 유명할 것이다. 나 역시 박은영을 이태리 볼로냐 국제도서전 수상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만 호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어른들을 위한 사랑의 그림책을 내었다. <사랑해>라는 단순하면서 강렬한 제목으로!
 
 
살짝 입을가리고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는 동안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1965년생. 우리나이로 올해 49세이다. 하지만 그녀가 어른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사랑해>는 '사랑 = 이 세상 전부, 내 존재 이유', '그= 내꺼 (본문에서는 'He's Mine'이라는 문구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의 등식이 성립하는 사랑지상주의의 10대와 20대의 감성으로 쓰여있다. 나이가 들어도 감성의 순도를 유지할 수 있음은 예술가 특유의 자질일까? 남들은 신파조 닳아빠진 불륜 드라마에 열광하거나 질펀한 세속의 수다에 쩌들 나이에 '떠나간 님을 위해 레몬즙을 듬뿍 짜 넣은 밀크티를 준비하겠다'거나, 그를 위해 선물하려던 화분을 그리운 마음으로 키운다. 아니, 박은영 작가가 직접 그 행위를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감성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찬가를 대신 불러줄 수 있다. 작가의 순도 높은 감성에 놀라고 신기해하면서 <사랑해>의 책장을 넘겼다.
 
 
 
작가는 이 책을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 코앞에 와 있던 일 년 전"에 쓰기 시작하여 다시 "낙엽이 떨어질 무렵" 탈고하였다고 밝힌다. 작가는 "적막하 시간 속에서 정해지지 않은 대상"과 진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느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하였어도 여전히 사랑을 기다리는 책 속 '그녀'는 언젠가 읽었던 책 한 구절에서, 영화의 대사에서, 익명의 연인들의 그림자상으로 설정하며......즉, 이 책은 작가의 고백적 에세이가 아니라 픽션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해>를 읽다보면, 적어도 박은영 작가의 세계관에서 '사랑'이 절대적 비중으로 비집고 들어가 앉아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녀는 사랑으로 성숙하고 사랑으로 꿈꾸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때론 격정적이고 은밀하게 그녀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다. "비어진 와인이 우리의 사랑을 관음처럼 지켜보고 (p. 56)" 침대시트는 뒹굴던 그대와 내가 벗어놓은 허물처럼 헝클어져 있다 (p. 59)" 하지만 피묻은 봄꽃같은 "사랑은 칼날 위에서 춤추듯이 위태로웠으며, 이별은 칼처럼 단호했다 (p.33)"


 

 


 

 
 <사랑해>의  여섯 장의 제목은 사랑에서 비롯된 환희와 슬픔, 허탈함과 그리움 그리고 성숙의 정서를 나타낸다. ‘그대가 떠났다’ ‘그대가 그립다’ ‘나는 너를 추억한다’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꿈꾼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책의 화자로 등장하는 유니스는 사랑의 영원을 꿈꾸다가 사랑을 떠내보내고 상실감에 괴로워하고 다시 사랑을 기다리며 성숙하는 여성이다. 현재 사랑에 빠져있거나, 혹은 사랑을 갈구하거나 혹은 사랑을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쉽게 유니스와 동화될 수 있으리라.
 
 
박은영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하면서 포근한 감성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설레임을 준다. '또 어떤 예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사랑을 표현해줄까?'하는 설레임. 책 후반부에는 부록처럼 본문에 등장했던 그림들을 한 곳에 모아주었다. 이 삽화들을 추려 2014년도 달력을 제작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여러부 사고 싶어질만큼 아름답다. 발렌타인 데이에도 한 번 녹이면 없어지고 말 초콜릿 말고 영원히 남을 <사랑해>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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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엔 된장이 좋다 - 토속음식에서 퓨전요리까지, 된장요리 73
최승주 지음, 박건영 감수 / 리스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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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몸엔 된장이 좋다
 
 
 
 
 
 
매달 즐겨 읽는 잡지 <인산의학> 12월호에 한국인들의 우수성을 감로수와 연결짓는 기사가 있었다. 과도한 민족주의적 해석일지는 모르지만, 공감되었다. 나 역시 평소 한국 국적 사람들의 뛰어난 역량이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덕분이 아닐까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봤으니까. 실제 된장을 활용한 음식은 하루 세 끼 식단에서 가급적 빼놓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문제는 제한된 레서피! 겨울이면 무와 김치를 넣은 청국장, 여름에는 아삭이 고추 된장무침, 가을에는 아욱된장국 등. 늘 하던 요리를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 반복하듯 반복해왔다. 나처럼 창의 요리의 자질이 없는 이들에게 반가운 된장 요리 전문서적이 출간되었다. <우리 몸엔 된장이 좋다>라는 명쾌한 메세지 자체가 책 제목이 된.
저자 최승주는 된장을 '한국의 건강 소스'라며 세계를 향해 우리 음식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핵심으로 꼽는다. 저자는 된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된장의 역사, 영양, 효능부터 조근조근 설몋해준다. 콩은 이미 4000년전부터 재배했으며 삼국시대 초기에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었다는 기록이 있다니 참으로 신통하다. 조상이 먹던 음식을 지금의 우리도 먹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 왠지 찡해오기까지 하니까. 된장은 사실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이 무색하리만큼 소화 흡수율이 낮다. 하지만 된장과 청국장이라면 말이 다르다. 전자는 85%에 이르는 흡수율과 함께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된장은 항산화 작용, 당뇨 개선, 골다공증 예방 및 해독 작용, 면역력 향상 등에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이 좋은 만능 건강 소스 된장을 요리에 과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총 73가지의 된장요리 레서피를 소개하는 <우리 몸엔 된장이 좋다>에서는 먼저 매일매일의 밥반찬거리부터 제안한다. 부추 된장 겉절이, 가지 된장 조리, 달걀 된장 조림 등 평소 된장과 조합해볼 생각을 못해본 재료들이 된장과 만나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부추 된장 겉절이의 경우, 주재료인 부추와 된장 외에 밀가루, 물,고춧가루, 다진 마늘, 물엿, 통깨와 소금만 있으면 뚝딱 10분 안에 만들 수 있다. 핵심을 짚어낸 조리순서는 따라하기 쉽다. 본문 하단에는 요리하며 주의할 점을 따로 적어주고 있어, 요리초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정보가 된다. 부추 겉절이를 담글 때 밀가루풀을 넣으면 풋내가 없어진다는 새로운 사실을 배워간다.
 
 


 
2장에서는 된장을 색다르게 활용한 별미 요리를 제안한다. 시금치 된장 오믈렛이니, 된장샤브샤브는 듣기만 해도 창의적인 요리법같다.3장에서는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할 된장국과 찌개를 소개한다. 평소에도 가끔 달래 된장찌개를 끓이긴하지만, 쇠고기 육수를 사용할 생각은 전혀 못해보았다. 쇠고기 국물은 깊은 맛을 내고, 다시마 국물은 맛을 깔끔담백하게 해준단다.

 

 
 
 
 
4장에서는 된장을 활용한 일품요리 16가지를 선보인다. 최승주 작가는 늘 사용하던 주재료로 색다른 맛을 내고 싶을 때 된장을 넣어보라고 적극 권한다. 예를 들어, 된장을 넣은 라볶이, 만두 된장 전골이나 된장 돈가스 등.
5장에서는 일본 나토를 활용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나토는 소금이나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색으로 먹는데, 정장과 다이어트 효과가 뛰어난 일등 발효식품이란다.
 
 

 
 

시판 된장 사먹기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직접 장을 담궈보자. A-Z까지 꼼꼼하게 된장만들기 비법을 소개해주었으니. 시판 소스와 드레싱에 시큰둥해졌을 때도 직접 된장 퓨전 소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된장 마요네즈 소스나 된장깨소스는 주방에 비치해둔 기본 재료들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겠다.
 
 
 
 
겨울인지라 왠지 된장을 식탁으로 더 자주 불러들이고 싶다. <우리 몸엔 된장이 좋다>에 소개된 73개의 레서피 중 마음가는 대로 하나씩 따라하며 겨울을 나고 싶다. 그 사이 내 몸은 된장과 더욱 친해지겠지? 된장 덕도 많이 보겠지? 된장은 세계 최고의 건강 소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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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기적, 타바타 운동법 -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35가지 자세
애슐리 칼라임 지음, 아놀드 홍 엮음 / 초록물고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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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타바타 운동법 4분의 기적
 
 
 
   운동을 명상처럼 정신수련의 연장을 삼고 진지하게 임하는 이들이 이맛살을 찌푸릴 풍경 하나. 피트니스 클럽의 바이트 페달이 달리의 시계마냥 늘어져 느리게 돌아간다. 페달을 밟는 이는 30대 여성, 손바닥에 지남철인양 들러붙은 스마트폰을 톡톡톡 두드리느라 바이크를 가속할 여유가 없다. 이번에는 경박한 웃음 소리가 러닝머신 쪽에서 들려온다. 젊은 남성,  주말 오락 프로그램을 이어폰 꽂고  보느라 주위 의식 못한 채 웃음을 터뜨린 모양이다. 이쯤이면 '경건'까지는 아니어도, 운동을 향한 진지한 자세는 실종 상태.  '저렇게 대강 슬렁슬렁 운동하려면, 왜 유명 브랜드 운동복으로 쫙 빼입고 피트니스 클럽 출근했을까? 차라리 "굵고 짧게" 운동하고 스마트폰 톡이나 TV시청은 집에서 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처럼 "짧고 굵은"운동법을 원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책이 출간되었다. <타바타 운동법 4분의 기적>,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영국태생의 애슐리 칼라임의 저서를 토대로 한국인 아놀드 홍이 한국인 독자를 고려하여 편역하였다. 자칭 '건강전도사'라는 아놀드 홍은 26년을 바디빌더로 살았다. 바디빌더로서 접해보고 스스로 그 효과를 경험한 고강도 인터벌 운동법을 국내에 소개하고자, <타바타 운동법 4분의 기적>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1세대 몸짱 열풍의 주도자이기도 한 아놀드 홍은 그 자신은 황소체력의 보디빌더이면서, 운동에 이제야 입문하려는 초보자부터 중급, 상급자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운동법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특한 그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타바타 운동법이란 무엇일까?  20초 운동 후에 10초간 휴식하기를 기본으로 하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법이다. 핵심은 자신의 최대 운동 능력의 170%로 하는 것을 8세트, 총 240초(4분) 동안만 지속하면, 1시간 운동의 효과를 얻어가는 데 있다(물론 동작을 제대로 정확히 수행했을 때).  운동 기구가 없이도 간단히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나, 달리기, 줄넘기나 제자리 뛰기 등 운동의 종류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타바타 운동법은 어디에서건 4분의 여유만 있다면 실천할 수 있다. <타바타 운동법 4분의 기적>에 실린 35가지 자세 역시 사무실, 거실, 피트니트 센터 어디서건 융통성있게 혼용하여 실천하면 된다.

 
 
인터벌 트레이닝과 다를 바가 없지 않냐고? 아니다. 고전적 인터벌 트레이닝의 최대 운동 능력의 70-80%를 사용한다면 타바타 운동법은170%를 활용한다. 따라서 이런 고강도 운동을 부상 없이 소화하려면, 준비운동과 충분한 스트레칭은 필수이다. 먼저 팔벌려뛰기를 4-5분 지속하면 체온과 심박수가 올라가니 준비운동으로 손색이 없다. 이제 신체 각 부위 근육을 평상시보다 10%이상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실시한다.
초보자가 자주하는 동작 상의 실수는 본문에서 콕콕 집어주고 있으니, 이를 '정확한 운동자세'를 위해 꼭 마음 속에 이미지화할 것!

 <타바타 운동법 4분의 기적>은 초급 →  중급 → 고급의 난이도로 운동법을 소개한다.
 
 

 
 


취향과 필요에 따라 운동계획을 자기 주도적으로 짜서 실천할 수 있다는 것도 타바타 운동법의 장점.원조 타바타 운동법, 연장휴식 운동법, 누적운동법, 역누적 운동법, 하강 운동법, 타바타 마스터 운동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다양한 조합 속에서 지루할 틈이 없이 운동할 수 있으리라.
 
동작마다 별 다섯개로 난이도를 표시해두고 있으니 시도해보기 전에 참고할 수 있다. 운동 초보자인 내게 별 셋 이상의동작은 '그림의 떡'이긴 했지만, 운동 고수들에겐 유용할 동작일 듯.

 
흥미롭게도  <타바타 운동법 4분의 기적>에는 직장인을 위한 동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바빠서' '공간이 적합하지 않아서'등의 이유로 운동을 등한시하는 것이 타바타 운동법의 정신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240초의 여유만 있다면 충분히 직장 데스크 앞에서도 섹시한 허벅지 근육을 다듬을 수 있고 팔근육을 강화할 수 있으니까.
 


부록으로는 간헐적 단식 방법 및 식이요법으로서 다이어트 식단, 살빼기를 위한 식사 전략, 근육 강화를 위한 식사 전략, 당뇨병 예방과 극복을 위한 식사 전략 및 PT체조를 응용한 타바타 운동법까지 실려 있다. 솔직히 운동에서 '기적'을 믿지 않는다. 기적을 거저 먹기 바라는 심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4분의 기적'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한 마디, '매일매일'의 부사를 잊지 말자. 매일매일 4분이 기적을 만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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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 세계적 베스트셀러 <심플하게 산다>의 실천편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 문학테라피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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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도미니크 로로? 36개국에서 출판되었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심플하게 산다>의 저자란다. 고백컨데 소위 '서양인'으로서 '동양'의 우아한 절제미에 매혹되어  삶의 터전조차 바꾸었다는 동양예찬론자의 이야기에 그다지 귀기울이지 않아왔다. '동양'으로 상상되는 키워드인 무소유, 효와 예, 윤회 등등의 개념을 다분히 낭만화하거나 과장하는 목소리가 부담스러워져서......도미니크 로로 역시 프랑스 태생이나 동양적인 아름다움에 심취되어 오랜 시간 일본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영문학 석사로서 요가, 수묵화, 동서양 고전의 해석에 능한 전천후 수필가이다. 그 이력에 편견이 생겨 사실 <심플한 정리법>도 '일본식 절제미와 작게 사는 삶 예찬의 책이려니' 싶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의 속단에 고개 숙이며 <심플한 정리법>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지난 2주일 동안 무려 2번을 다시 읽었다. 읽기 만으로 내 안의 잡동사니들을 비워내고 숨 크게 쉴 공간을 확보하는 느낌이랄까....아직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삶을 모르는 예비독자를 위해 이 책을 소개해보기로 한다.


 

 
도미니크 로로는 놀라울 정도의 끈기를 가지고  시종 일관 '버리라'고 충고한다. 많은 스님들의 출간물에서 '비우고 버려라'는 마음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녀의 주장은 보다 구체적이고 즉물적이다. '집 안 살림을 버려라! 심플하게 살아라!' 그렇다고 그녀의 충고를 오해하지 말기를.  그녀가 주장하는 '더 깔끔하게, 더 세련되게, 더 단순하게' 사는 소박한 삶은 참고 견뎌야할 가난을 말하지 않는다. "심플하게 살자는 것은 모든 물질적 편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가볍고 좀 더 깊이 있는 삶을 산다 (p.20)"는 뜻이다. 단순함은 나아가 우리의 정신과 삶을 산란하게 흐뜨려 놓는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것이기도 하단다. 많이 소유할수록 과욕에 스스로를 갉아먹는다거나, '관계의 과잉'으로 쉽게 상처받는 이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어쩌면 우리 스스로의 모습일지도 모르고......
 
우리는 삶의 물리적 공간을 단순하게 함으로써 정신을 어지럽히는 잡동사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아직 초월적인 포기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비움을 추구하기 위한 보호막으로 기능할 물건을 공식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p. 95)' 즉, 자신의 정체성과 생활의 편의에 기둥이 될만한 물건들까지는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 책사랑이 지독한지라 책만큼은 버리거나 정리하기가 고통스럽다. 도미니크 로로 역시 "우리가 소유한 것 중에 제일 줄이기 힘든 것은 아마 책일 것(p.200)"이라며 책수집가들의 괴벽에 고개 끄덕여주는 듯 하다가 반전 멘트를 날린다. "그토록 자유를 주장하는 우리가 책에는 말 그대로 매여 있다....(중략).....책은 우리를 늘 한자리에 머물게 한다 (번역자 임연신의 번역문에서는 '우리로 하여금'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독자 임의로 대체 표기하였음을 밝힌다)......우리의 시간과 시력은 소중하다....... (pp.201-203)" 다소 충격적일만큼의 솔직한 충고이지만, 나는 여저히 책만큼은 '보호막으로 기능할 소장품'으로 지니기로 한다.


 

<심플한 정리법>의 원제는 '본질의 기술(L'art de l'essentiel). 총 3부 구성의 이 저서에서 도미니크 로로는 먼저 버려야할 이유가 중요성을 독자에게 설득시킨 후 왜 우리 스스로가 버리기를 두려워하고 주저하는지를 심리분석해준다. 마지막 백미는 '버리기 실전'을 위한 지침들. 가사필수품이나 주방제품의 필수물품 리스트를 소개해준 페이지를 보면 로미니크 로로의 충고가 더욱 구체로 와닿는다. 일상과 닿아 있고, 바로 실천가능하고 바로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심지어는 1년에 한번씩 냉장고의 식재료를 모조리 비워내는 유대인의 식품보관법을 소개하면서 냉장고 안을 신선한 식품으로만 채우라는 구체적 충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심플한 삶에 대한 대중의 오해하나를 콕 집어 틀어주며서 도미니크 로로는 책을 마친다. "심플한 삶, 그것은 모든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증폭되지 않도록 삼가며 지배당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p.274)"임을 나는 그녀에게서 감사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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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영 - 호모 헌드레드 시대, 100세 동안의 비밀
데이비드 윅스, 제이미 제임스 지음, 박종윤 옮김 / 36.5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호모 헌드레드 시대, 100세 동안의 비밀
SUPER YOUNG슈퍼영
 
 
 
 


 

단연코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압도적일만큼 동기부여의 책이었다. 데이비드 웍스 박사와 제이미 제임스가 지은 말이다. 와이셔츠를 열어 제껴 슈퍼맨 이니셜 S가 새겨진 슈트를 드러내는 표지와 '호모 헌드레드 시대, 100세 동안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왠지 보그나 마리 끌레르 류 잡지 스타일의 글쓰기를 연상시키지만, 실제 읽어보니 치열하고 치밀하기에 학술적이기까지한 책이었다. 그렇다고 고루하지 않다. 데이비드 웍스 박사가 무려 18년이나 진행한 프로젝트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어떤 백그라운드의 일반인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였다. 처음엔 '젊어지는 샘물'을 염탐하는양 호기심에서 꼼꼼하게 정독하고,두번째는 좀체 하지 않던 '밑줄 쫙쫙 그으며 읽기'로 통독했다. 책장을 덮고는 5개월 동안 한번도 안 나갔던 헬쓰 클럽에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나갔다. 독일산 말린 통곡식 가공품을 바로 2박스 주문했다. 왜냐고? Super Young은 무리더라도, 젊어보이고 싶어졌으니까........ 


 

 
헐리우드의 매력남 조지 클루니는 1961년 생이다. 우리 나이로 53세이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젊은 꽃사슴으로 등장했던 매력남 브래드 피트보다 고작 2살이 더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우로 치면 이병헌(1970년생)처럼 슈퍼영이라 할 브래드 피트(1963년생)는 아무도 50대로 보지 않는다. 과연 누군가는 왜 다른 이보다 젊어보이는 걸까? 노화가 왜 상대적일까하는 단순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로열에든버러 병원의 신경심리학과 과장인 데이비드 웍스 박사는 1989년부터 1997년까지 Super Young 조사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상대적 노화'라는 주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였으므로 피시험자 선정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였다. 눈동이 방식(snowball samplig)에 근거한 멀티미디어 무작위 추출법과 대조군 설정으로 피시험자를 선정하고, 이중 눈가림 시험, 설문지 조사 및 상세한 면접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슈퍼영에게서는 어떠 유의미한 공통분모가 떠올랐다. 은 바로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화의 불가피성을 자연스레 인정하고 노년기를 새로운 도전으로 아름답게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p.40)"


 

 


 

 
 당신이 슈퍼영인지 궁금하다고? 본문에 소개된 설문지의 문항을 일부 소개해본다. "본인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타인과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횟수는 일주일에 몇 번입니까?"연중 몇 번이나 여행을 합니까?" "잠을 푹 잡니까?"등의 문항은 이 설문지가 생활 습관과 삶의 태도를 측정하는데 주안을 두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즉 슈퍼영으로 살기의 비결의 결정적 요인은 재력도 우수한 유전자도 아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암시이다. 최근 국내 한 일간지에서 강남부자들의 노후대책 미비함을 다루면서 온통 재테크적인 측면에만 집중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관점이다.
 
 
 
 
데이비드 웍스 박사는 슈퍼영 연구의 일환이자 성과물로서의 'Brain Plan'을 제안한다. 그 핵심 기저에는 '나이들수록 뇌는 죽어간다'라는 기존의 편견에 반해 웰 에이징을 추구하고자 하는 박사의 고집스러움이 있다. 그는 '신체적 화학작용(미엘린 수초 탈락현상)보다는 생활방식이 정신 상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p.76)"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지적 환경을 윤택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그 환경에 뛰어 들것을 제안한다. 지력의 약화는 결국 자극의 약화가 지속되는 데서 기인한다며 (p. 82)..... 자극의 약화 측면에서 고독과 수줍음은 정서적 측면의 방해요소이며 잘못된 호흡법(과호흡)은 물리적 측면의 위협요소이니 충분히 이 요소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슈퍼 영 플랜(Super Young Plan)의 첫쨰 목표가 웰 에이징(well-aging)이기에 운동은 빼놓을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10년마다 2-3kg씩 수축하는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근력기르기는 평생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영양학적으로는 데이비드 웍스 박사는 활성산소 이론이나 당화 이론을 지지한다. 복잡한 영양학적 충고는 차치하고 그의 메세지를 단순화하자면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는 줄이되 신선한 야채와 과일 섭취량을 늘리라'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박사가 슈펴영을 위해 채식에만 올인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식단,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시도하되 융통성 있게 기호에 따르라는 것이다.

 
 덕분에 비타민, 그 중에서도 비타민 E의 중요성과 섭취 필요성을 재확인 한점은 하나의 성과. 뇌에 불을 켜기 위한 Brain Plan의 구체적 지침 역시 지인이나 주위 어르신께 전하고 싶을 만큼 솔깃하게 유용해보인다. '젊게 느끼기, 젊게 사고하기, 젊게 보이기'가 슈퍼영의 세가지 요건! 웰 에이징의 삼요소인데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거든 지금 바로 하란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웍스 박사가 의사임에도 '노화'에 대한 사회문화적 시선의 변화를 역사적 자료를 엮어 추적하고(chapter 5, 6, 6 모두를 이 주제에 할애하고 있다) 다양한 문학 작품과 영화까지 소개한 점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하지만, 치명적일 정도로 Super young project에서는 웰 에이징에서 계급이라는 요소를 간과하지 않았나싶다. 굳이 계급이니 계층이니 하는 용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연구에 참여한 슈퍼영들 대다수가 박사 스스로도 인정하듯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중산층이기에 박사 역시 슈퍼영 다이어트 지침을 알려주며 "한 주 내내 세계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선택의 폭을 넓혀나간다 (213)"라고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고급 뷔페에 가지 않는 이상 누가 한주 내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 은퇴 이후에도 소위 은행 잔고 걱정 없이 새로 발레를 배우고, 산악 자전거를 타러다니고 사교 모임의 멤버쉽을 늘리고 해외여행으로 지적 자극을 주는 것은 아무에게나 허용된 자유는 아니지 않은가? 이런 계급적 변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 살짝 아쉬웠지만 <슈퍼 영>은 두번이고 세번이고 정독하기를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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