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철학하는 아이 1
클레어 A. 니볼라 글.그림, 민유리 옮김 / 이마주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y Father's Village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한 주일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매일 본 그림책,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원제: My Father's Village). 내 마음의 영화 <그랑 블루>(Le Grand Bleu 1988)를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는 정서와 풍경이 배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 클레어 리볼라(Claire A. Nivola)가 썼지만,  배경은 이탈리아이다.  제목 그대로 작가 아버지의 고향이자 현실의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오라니. 그렇다.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자전적 그림책이자 마음의 고향인 오라니를 향한 헌사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1911년 지중해의 심장부에 위치한 샤르데나 섬의 오라니에서 태어났다. 1939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일평생 미국에서 살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한 번도 오라니를 떠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작가와 작가의 남동생을 데리고 종종 오라니를 방문했다는데, 작가는 이후에도 계속 오라니를 찾았다. "오라니에서 모든 것의 근원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황홀한 것인지도 느낄 수 있었 ('작가의 말'에서)"기에........
*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오라니를 오가고 머물렀던 작가의 애정만큼이나,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에서 묘사는 구체적이다. 실제 그 곳의 알고 사랑하는 이들만이 그려낼 수 있는 삶의 풍경이다. 그 아름다운 구체성 덕분에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볼 때마다 새로운 '아하 모먼트  A-ha moment'를 주며 다가온다. 예를 들어,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림 속에서 마을 외곽에 짓고 있는 건물 여섯 채를 발견할 수 있다. 마을 동쪽 외곽의 사이프러스 숲 속 건물이 묘지라는 것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알게 된다. 또한 빨래 줄에 널려 있던 흰색 물방울 무늬의 셔츠를 또 다른 페이지에서는 한 소녀가 입고 있다. 그림 속에서 작가의 남동생으로 추정되는 소년은 맨발을 좋아하는지, 여러 번 맨발차림으로 등장하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텍스트 뿐만 아니라 그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오라니의 삶을 독자에게 한 뼘 거리로 상상하게 해준다.


 
작가는 어린 시절 오라니의 거리를 사촌들과 뛰어 다니며 놀던 떄의 설레임과 흥분을 담아내고 싶다 했다.  아버지의 고향에서 한 아이에게 완전한 세상이 되었는지, 공동체적 삶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었음을 보여준다. 오라니에서 아이들은 태어나는 아가를 함꼐 축복했고, 누군가의 죽음을 함께 애도했고, 함께 빵을 굽고 나누어 먹고, 축제에서 춤을 추고 놀았다. 마을의 누군가가 따온 신선한 올리브로 샐러드를 해 먹고, 또 마을 재단사 아저씨가 옷 짓는 것을 구경하고, 함께 나무에 올라 과일을 따 먹었다. 작가는 "조각조각의 일들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먹는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것들이 누군가 수고롭게 만들었음을 자연스레 배웠다"며 마음의 고향 오라니를 예찬한다.
 


작가는 이런 질문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저 사람들(New Yorkers)에게도 자기만의 오라니가 있을까?"  아마도 작가는 "세상 어떤 곳에서도 느끼지 못할, 따뜻하고 강렬한 그 무엇"을 오라니에서 느꼈기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자화된 도시의 삶에서 오라니를 품고 사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동시에 저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하기를 갈망할 것이다. 오라니를 품고 살고 싶지 않은가? 사람들과 강렬하고 따뜻하게 교감하며 '공동체적'인 삶이 가능한 마을을. 물론, 오라니 역시 시간이 멈춘 이상화된 낙원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공간이지만, 적어도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꿈꾸게 해준다.


 
작가 클레어 리볼라(Claire A. Nivola)의 인터뷰 기사 링크 & 작가의 대표작 소개http://blaine.org/sevenimpossiblethings/?p=2104
 
 
 
리뷰에 이용한 이미지는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에서 가져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초록섬 너른세상 그림책
한성민 글.그림 / 파란자전거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한 초록섬

 

 
 
검정색과 흰색에 빨간 포인트를 주는 등 색채를 절제한 그림책은 많이 보아왔지만, 검정 그림선에 초록색과 주황색만을 대비시키듯 쓴 그림책은 처음입니다. 한성민 작가가 쓰고 그린 <행복한 초록섬>말입니다. 색채를 제한했기에 오히려 이미지는 강렬하고, 깊숙히 뇌리에 남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작가의 의도가 읽힙니다. 작가는 자연, 희망, 미래의 메세지에는 초록색을, 현재와 문명의 이기심으로 물든 환경은 주황색으로 채색했습니다.

*
이야기는 도시풍경으로 시작됩니다. 하늘이 있기나 했을까 싶을 정도로 동서남북 모두 높은 건물들로 꽉막힌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네모 도시입니다. 기껏해야 직사각형으로, 마름모로, 정사각형으로 네모를 변주할 뿐 인간의 손길이 가해진 인공물의 세계에서 곡선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루는 망원경으로 세상 구경하기를 좋아했던 할아버지 눈에 초록색이 들어옵니다. 호기심에 할아버지는 배를 타고 초록색에 다가가는데, 그것은 낙웍으로서의 초록섬이었습니다.
*
 

*
할아버지에게서 낙원의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살림살이를 챙겨서 섬으로 이사가기로 합니다. 그리 욕심 부리지 않고 짐을 쌌는데도 모터보트에 간신히 실어야할 정도로 이삿짐이 많았습니다. 두 노부부는 만족하며 살았을까요? 물론 시간을 되돌린 듯 할머니가 어린시절에 보았던 푸르름을 가진 숲에서의 삶은 평온하고 행복했습니다. 행복하다 보니, 아들 딸 손자 며느리 다 생각납니다. 초록섬에 놀러왔다 반한 몇몇 가족들은 이 섬에 살기로 했습니다. 초록섬에 다녀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초록섬에도 높은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이곳으로 이주해온 가족들 역시 많아졌기 떄문입니다.

*
도시와 초록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더니, 급기야 공항과 활주로도 생겼습니다. 초록섬을 개발하려다보니 도시의 공장은 더욱 바쁘게 돌아가야했지요. 사람들은 초록섬을 "적당히"개발하여 지상낙원 휴식처로서 자신들을위해 초록섬이 봉사해주길 원했나봅니다. 그러나 자연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나요? 해일이 초록섬을 집어 삼켜버렸습니다. 다 휩쓸려 사라져버렸습니다.

 
하긴 휩쓸려 사라진 것도 이름만 초록섬이지, 3/4은 주황색 인공건물로 뒤덮힌 반인공섬이었지요. 사람들은 초록섬을 버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버렸어요. 이렇게 허무하게 이야기가 끝나냐고요?
 

 
동식물을 사랑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성민 작가는 '오늘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 사과 나무를 심는' 이의 심정으로 (아마도), 할아버지에게 멋진 미션을 드렸네요. 할아버지는 페허가 되버린 초록섬을 향해 작은 초록 나무 세 그루를 싣고 노 저어 갑니다. 할아버지라고 믿기지 않게, 등과 팔은 곧고 노를 젓는 모습에서 활기가 넘칩니다. 초록섬에 초록 나무를 싣고 가는 건, 생명이자 희망을 향한 발걸음이니까요. 그 노젓기에 동참하고 싶고, 동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행복한 초록섬>을 읽습니다. 우리들 마음 속에 초록섬을 키우려면 많이 읽어봐야 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말대로 하면 돼 - 인생을 행복으로 이끄는 단순한 진리
알렉스 컨스 지음, 강무성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인생을 행복으로 이끄는 단순한 진리
엄마 말대로 하면 돼

 
 
 
살면서 경계해야할 여러 "중심 中心주의" 중에  "인간중심주의 (anthropocentrism)"는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상에서 그다지 생각해 볼 기회도, 접할 기회도 없으니까요. 인간 외의 종에게도 인간적 속성을 투사하여 인간화된 해석을 더하기. 보다 극단으로 나가면, 인간외의 종들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중심주의. 혹자는 <엄마 말대로 하면 돼>를 보면서 불편감을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인간 독자들을 위해 목욕에 털손질, 꽃단장까지 마친 동물들이 인간들에게 메세지를 전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현실 세계에서는 돼지품종대회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꺠끗한 핑크빛의 새끼돼지나 강아지들이 인간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한답니다. '연출된 자연스러움,' '사진의 피사체로서 인간적 터치가 가해진 동물성'에 대한 불편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겠지요. 하지만, 직관적으로 반응하자면 <엄마 말대로 하면 돼>는 사랑스럽고 애교스러운 사진집이예요.동물 사진을 특화하여 유명한 알렉스 컨스(Alex Cerns)가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에 행복한 인생을 위한 경구를 곁들여내었답니다.  
 
 
 
원제 역시 >로서 동물들의 모습에 곁들인 경구들은 참으로 '엄마표 잔소리'를 닮았습니다. 주로 '-해라,' '-해야지' 식의 권유이자 명령형의 메세지이지만, 인생의 진리라하기엔 너무 단순해보이는 메세지이지만, 들어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엄마표 잔소리 말입니다. 요새 한글을 거의 완벽하게 뗀 6세 누나가 4세 동생에게 <엄마 말대로 하면 돼>를 읽어주는 것을 몰래 엿들고 있지만 킥킥거리는 웃음이 절로 터져나오려 합니다. 누나는 무척이나 진지하게, 엄마 목소리를 흉내내에서 "아무도 인생이 쉬울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라는 본문을 읽으니 코웃음이 나올 수 밖에요. '6세 꼬마야, 네가 인생을 아니?'
 
<엄마 말대로 하면 돼>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와 고양이, 귀여운 토끼, (깨끗하게 씻겨져 단장된) 돼지와 양, 고슴도치 등 다양한 동물이 등장합니다. 모두 사진작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알렉스 컨스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지요. 사진 속 동물들의 몸짓이나 표정에서 연상할 수 있는 충고(혹은 엄마표 잔소리)를 사진 옆에 하나씩 적은 형식으로 책은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어, 먹이를 입에 물고(아마도 먹는 중?) 있는 토끼 옆에는 "녹색 채소를 항상 먹도록 해."가 적혀 있고, 잠자고 있는 고양이 옆에는 "낮잠 한 숨 잘 자면 몸과 마음이 거뜬."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맞아 맞아'하면서 고개 끄덕이게 하는 경구들이지요. 분명 인생에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새겨듣고 지키기만 한다면요. 그래서 '엄마표 잔소리'를 연상시키는 것이겠지요?
저자 알렉스 컨스는"관계와 사랑에 대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르쳐 주는 동물 세계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이 책을 헌정하며 작업했답니다. 마음의 여유를 주고 싶을 때 편안하게 읽기에도,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책인 듯 합니다. 무엇보다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 덕에 아이들에게도  <엄마 말대로 하면 돼>의 인기가 높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CAM31559.jpg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책 제목만 보고 편견을 가질뻔 했습니다.  미소도 없이, 주워입은듯 헐렁한 누더기를 걸친 아이의 사진 아래,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라는 의문형의 제목으로 온정주의를 불러일으려나보다 생각했거든요. "이리도 비참하고 가난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있는데 넌 얼마나 행복하니? 감사하며 살아라"며 상대적 행복한 자의 안도감을 담았으려나 착각할 뻔했습니다. 오해였습니다. 이미 2006년 출간되어 어린이 인권문제의 절실함을 많은 이들에게 일깨워준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는 소박하기에 진정성이 어린 목소리로 전합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8개 나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놓인 가혹하고 잔인한 현실의 모습을 가감없이 전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돕기 위해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하도록 이끕니다.
이 책을 쓴 조정연 작가는 세계 120개국을 배낭여행하였는데, 인도의 거리에서 비 맞는 소녀와의 만나고 이 책의 집필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영국의 사회단체인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통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아이들의 현실에 눈뜨고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이를 알려야 겠다는 사명감에서 책을 썼다네요. 교육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사회공헌기구인 "와이즈만 해누리"와 자매기구인 와이즈만 Book에서 개정판으로 출간하였고요.

CAM31653.jpg
*
개정판에서는 책과 연계한 교육자료를 QR코드로 본문 곳곳에 실어 놓았습니다. 아랍 에미리트의 낙타 경주나 코트디부아르 공정무역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독자들은 추상적인 이야기거리가 아닌 구체적 현실로서 어린이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도와야 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됩니다. 나아가 관련 주제로 더 읽어볼 책들도 중간 중간에 소개해주었습니다.  
 

CAM31588.jpg
 
각각 '현대판 하녀 아미나타,' '낙타몰이꾼 알스하드,'  '팔려가는 소녀들,' '쓰레기 더미 위에 피어난 꽃,'  '검은 연기에 갇힌 라타,'  '달의 여신 찬드라,'  '소년병 피바람,'  '목화 따는 아이들,'  '초콜릿의 쓰디쓴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총 9개 국가에서의 어린이 인권문제를 고발합니다. 각각 가봉, 아랍 에미리이트, 아프가니스탄, 케냐, 캄보디아, 인도, 시에라리온, 우즈베키스탄, 코트티부아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문제입니다. 읽다보면 '왜 전혀 모르고, 관심조차 없이 살았을까?'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훅 달아오를 만큼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CAM31584.jpg

CAM31586.jpg

가봉에서 하녀로 팔려간 아미나타는 같은 처지의 소녀들이 탈수증과 일사병으로 죽어나가자 중개업자가 시신을 바다로 유기해버리는 것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코르티부아르의 아이디는 고된 강제노동과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탈출했던 두 친구가 감독관에게 모된 채찍질을 당한 후 나무에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은 모습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쓰레기 마을에 사는 소년 라티는 쓰레기가 타면서 내는 유해 가스를 들이마시면서도 행여 쓰레기에서 식구들에게 가져갈 음식물 찌꺼기나 팔만한 쓰레기가 있을지 새벽부터 뒤지고 다닙니다. 인신매매당해서 5년동안이나 낙타몰이꾼으로 강제로 일한 소년 알스하드는 5년전의 몸무게가 변동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로 지냈는지라 구출되어 나온 후에도 뇌세포가 죽어서 평생 불구의 신세로 살아야합니다.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에서 조정연 작가는 뭉뚱그린 복수가 아니라 구체의 단수, 이름을 가진 현실의 아이들을 중심인물로 기술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아이가 살고 있는 나라도 지도로 소개하고요. 작가의 이런 서술전략 덕분에 독자들은 또래 친구들의 고통을 추상이 아닌 구체의 현실로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나아가 정녕 행동해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합니다.

CAM31581 src 

 
개인적으로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을 배경으로 한 9가지 이야기 중 가장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던 사연은 시에라리온의 소년병 피바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잇권 다툼에 아이들이 동원되어 인간병기로 쓰이다니! 게다가 마약과 세뇌교육으로 아이들의 판단력마져 마비시켜 인간으로서 가질 최소한의 양심이나 인류애조차 지워버렸다니! 비록 강요받아서 행했을지라도 무차별 살상을 계속해온 이 소년병들을 어떻게 사회에 복귀시키고, 어떻게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막막합니다.
 
 
CAM31582 src

 

*

그래도 절망 속에 희망이라고, 조정연 작가는 학대에 무방비 노출된 어린이들이 겪는 처참한 실화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이 아이들을 참담한 비극에서 구출하고 도와주기 위해 국제 사회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또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들도 열어둡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폭력과 죽음에 닿아있는 아이들을 놔두고, 다른 이슈들로 뜨거운 어른들의 세상이 왠지 가식적이고 이중적으로 느껴집니다. 겨울이면 유기농초콜렛을 박스 째 해외에서 구입해서 간식으로 먹는 스스로가, 카카오 농장에서 비인간적 대접을 받으며 강제노동에 동원된 아이들 앞에서 위선적으로 느껴집니다. 행동해야겠습니다.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를 보다 많은 잠재적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이 그 작은 행동의 출발점이 되겠지요?

 *


 

CAM31583 sr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에 박힌 못 하나 - 곽금주 교수와 함께 푸는 내 안의 콤플렉스 이야기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안의 콤플렉스 이야기
마음에 박힌 못 하나
 
 

 
<마음에 박힌 못 하나> 사실, 제목보다는 저자 이름에 먼저 끌렸다. 곽금주. 연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곽금주는 단순히 학문의 장에서 뿐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아침 방송이나 뉴스에서 자문 역할로 코멘트를 해주거나 일반 대중에게 심리학의 세계를 풀어 전해주는 책을 내는 등 팔방미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녀의 고갈되지 않을 듯한 에너지를 생각하면 <마음에 박힌 못 하나>도 열정적으로 짧은 기간에 엮어냈으리라 상상이 된다. 저자는 "심리학을 씨실로, 신화와 문학작품을 날실로 하여 인간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콤플렉스를 소개 (p.18)"하는 이 책을 그 동안 KB와 SamSung에 연재했던 칼럼의 연장에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곽금주 교수는 "정상과 비정상 발달은 한끗 차이 (p. 310)"라며 인간의 정신에서 콤플렉스는 보편 발현된다고 이야기한다. 콤플렉스가 있다하여 비정상으로 몰아간다거나 당장에 전문의의 상담을 권하는 식의 접근이 아니어서 독자로서 마음이 편해졌다.  "콤플렉스의 종류는 인류의 개체 수만큼 다양할 (p.16)" 것이라는 저자는 <마음에 박힌 못 하나>에서는 18개의 콤플렉스에 집중한다. 출판사측 부제인 '신화, 문학, 그림 그리고 당신이 있는 콤플렉스 심리학'이 말해주듯 이 책에는 주로 그리스 신화나 서양의 문학작품에서 유래한 컴플렉스를 주로 소개한다.
 
 전사가 되고 싶은 여자들에게 흔한 '다이아나 콤플렉스'(힐러리 클린턴이 대표적 예),'트롤 콤플렉스 (투덜이 스머프가 대표적 예),' '시시포스 콤플렉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가 보이는 일 중독),' '파우스트 콤플렉스 (빌 클린턴이나 타이거 우즈의 혼외정사가 그 한 예)' '휴브리스- 네메시스 콤플렉스 (닉슨 대통령),' '메데이아 콤플렉스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가르치는 엄마들)' '크로노스 콤플렉스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와 스카이워커의 관계에 주목)' '카인 콤플렉스 (이방원)' '돈 주앙 콤플렉스'  '파에톤 콤플렉스 ('플레이보이'지의 휴 헤프너)' '몬테 크리스토 콤플렉스 (CEO 리 아이아코카)' '카산드라 콤플렉스' '플로니어스 콤플렉스,' '요나 콤플렉스' '폴리크라테스 콤플렉스' '노벨상 콤플렉스' '이카로스 콤플렉스'  


 
 
솔직담백한 화법만큼이나 편안하고 부드러운 문체로 곽금주 교수는 18가지의 콤플렉스를 설명하며 그것들이 '남의 마음, 너의 마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성찰을 하게 해준다. 물로 섣부른 일반화는 경계하고, 콤플렉스가 되려 자기 성장의 쓴 약이 되기도 한다는 순기능에 대한 코멘트도 잊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의 못을 뽑아내 (p. 314)"라고 권유한다. 그 못을 부끄러워하거나 폐기하는 대신, 박혀 있는 그 못이 어쩌면 파괴자가 아닌, 나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열린 생각과 함꼐 하란다.  
흥미롭게 배워가며 읽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콤플렉스라는 정신분석학의 용어 자체가 서양에 기원을 두겠지만, <마음에 박힌 못 하나> 에 소개된 18개 컴플렉스 모두 서양의 신화와 문학작품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서 곽금주 교수는 대부분 서양의 명화, 외국의 유명인사나 서양 문화권에서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간혹 인천 부친 살해 사건이나, 이방원의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억지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왠지 서구 학자들이 서구적 맥락에서 이미 발명해놓은 콤플렉스의 범주에 우리네 모습을 구겨 넣고 마찬가지의 이름으로 우리를 규정해야하나 싶은 보이지 않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정신과 의사나 환자간의 비밀유지의무를 깨라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독자들에게 더 와닿을 수 있는 우리네 정서 우리네 특수한 문화적 풍토에서 콤플렉스에 대해 짚어주었더라면 <마음에 박힌 못 하나> 이 조금 덜 피상적이고 살갑게 다가오지 않을까도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