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 파괴자다. 또한 냉기는 모든 것을 늦춘다. 영하의 환경에서는 액체가 굳고, 심지어 무생물마저 대부분 그 자리에 고정되어 버린다. 그리고 도달 불가능한 절대 영도에 이르면 원자와 분자. - P67

엔트로피마저도 멈춰 버리고, 당연히 생명은 그보다 훨씬 전이•라지고 없을 것이다.  - P68

얼음은 수호자이기도 하다. 그린란드의 빙상에서 추출한 옷•형 얼음 표본에는, 이미 지나가 버린 수천 년 동안의 대기를 담은기포가 있고, 극지방의 봉우리에서는 얼어 버린 과거의 흔적이 발•견된다. 고지대에서 사망한 산악인은, 죽음의 순간에 그대로 멈춘•채 영원히 그곳에 보존된다.  - P68

냉기는 거의 모든 것을 보존한다. ‘동결하다(freeze)‘라는 단어가 현대 영어에서는 ‘시간을 멈추다, 진행을 멈추다, 영상을 멈추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시간이 강이라면 아마 그 물은 얼음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렇게 흐름을 멈추고 정지한 시간이 극지방의 완고한 안정감이다. 그리고 그곳엔, 해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해안선의 극적인 불안정함이 있다.  - P69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위험하다. 본인과 다른 사람에게 모두그러하다. 파괴하는 이, 큰 고통을 일으키는 이는 먼저 자신의 일부를 죽여 없애거나, 스스로의 행동을 자각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볼 수 없게 된다.  - P83

자아라는 것 역시 만들어지는 것. 당신의 삶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자, 모든 이로 하여금 예술가가 되게 하는 어떤 작업이다. 늘무언가 되어 가는 이 끝없는 과정은 당신이 종말을 맞이할 때 비로소 끝나며, 심지어 그 후에도 그 과정의 결과는 계속 살아남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아라는작은 우주와 그 자아가 반향을 일으키는 더 큰 세계의 작은 신이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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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영웅이다.
다른 이야기라는 무대에 우리를 세워 놓고 그렇게 작아진 스스로를 보는 것, 당신과 관련이 없는 세상의 광활함을 보는 것도 바라보기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의 능력을 보고, 스스로의삶을 만들어 나가고, 다른 사람의 삶을 만들고 혹은 그것을 부수기도 하며, 다른 사람에 의해 이야기되기보다는 우리가 이야기를해 나가는 것이다. - P51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파고들어 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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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05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영웅이다 -를 저는,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로 읽었어요. 그러니까 작가도 자기가 체험한 것들을 쓸 때 가장 잘 쓰게 된다, 는 것이죠. 왜냐하면 자신의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아니까. 그런 점에서 영웅인 거죠.- 이렇게 해석했네요.ㅋㅋ

모나리자 2025-05-17 11:37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체험하지 않은 것은 쓰기 힘들겠지요. 시간, 감정, 분위기 등을 모두
녹아들게 쓸 수 없을테니까요. 저도 페크님처럼 부지런하게 살고 싶은데 한번
리듬이 끊어지니 마냥 게을러지네요. 책도 많이 못 읽고요. ㅠㅠ
5월도 금세 지날테고 코앞에 6이 다가왔네요. 여행을 다녀온 다음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겠어요.
행복한 5월 보내세요. 페크님.^^
 

 나는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 상태,
얼어붙은 채로 그렇게 동작을 멈추고 몸이 녹기를, 잠에서 깨어나다시 살아가기를 기다리는 상태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불행은 내가 끌고 가야 할 썰매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 주기 위해, 그 썰매를 끌면서 곰곰이 살폈다. - P42

어머니는 나를 당신의 거울로 생각했지만, 거기에 비친 모습이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울을 탓했다. 서른 살 때, 종종 분노에 차서 쓰기는 했지만 거의 보내지는 않았던 편지 중 하나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엄마는 내가 일종의 거울이 되기를 바라셨죠. 엄마가 보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 완벽하고 온전히 사랑받고 언제나 옳은 모습을 비춰 주는 그런 거울 말이에요. 하지만 나는 거울이 아니고, 엄마 눈에 결점으로 보이는 것들도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 P42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 환경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며, 그 감정과 그 감정을 낳은 잔인한 이유를 알아보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느끼는 일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기다린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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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처를 어떻게 불멸의 것으로 만들어 주는지 나는잘 안다. 이야기를 하는 이는 물 긷는 장치에 묶인 낙타처럼 계속원을 그리고 돌면서 부지런하게 비극을 길어 올리고, 매번 다시 이야기할 때마다 그때의 감정도 되살아난다.  - P39

그날 이후로, 어머니는 종종 다른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내 삶에 분노를 쏟아 냈다. 그녀는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무언가를 나누어 주는 일에서 기쁨을 찾았고, 모임에서 나를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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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야기란, 말하는 행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이다. 이야기는 나침반이고 건축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길을찾고, 성전과 감옥을 지어 올린다. 이야기 없이 지내는 건 북극의툰드라나 얼음뿐인 바다처럼 사방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이야기한다. 살아가기 위해 폭력이나무감각으로 누군가의 삶을 앗아가는 것을 정당화하고 삶의 실패를 변명하기 위해. 그것은 우리를 구원해 주는 이야기이자 무너뜨리는 이야기, 익사시킨 이야기, 정당화하는 이야기, 고발하는 이 - P13

•야기, 행운의 이야기,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의 이야기 혹은 냉•소로 뒤덮인 이야기이다. 이때 냉소는 꽤나 우아해 보이기도 한다. - P14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 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따른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 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술탄에게 죽임당한 숫처녀들은 술탄의 이야기 안에 있었다. 셰에라자드는 노동자들의 영웅처럼, 생산수단의 통제권을 쟁취한 다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길을 열었다. - P15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왕성한 정신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반면, 인생의 반대쪽 끝에 있는 이 단계에서는 그 지식들이 해체된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인 만큼, 두 단계는 다르다. 

나는 어머니가 뜯어지는 책 같다고 생각했다. 책장이 날아가고, 문단이 뭉개지고, 단어가 흘러내려 흩어지고, 종이는 순수한 흰색으로 되돌아•간다. 가까운 기억이 먼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은 더해지지는 않는•뒤에서부터 지워지는 책. 어머니의 말에서 단어가 사라지기 시작 - P24

하며, 텅 빈 자리만 남았다. - P25

동화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 문제에 휘말렸다가 그것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문제 상황은 무언가 되어 가는 여정에서 꼭 거쳐야만하는 단계인 듯하다. 

 대부분의 이야기에 담긴 핵심은 역경에서 살아남는 일,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 자기 자신이 되는일이다. 어려움은 늘 필수 사항이지만, 거기서 무언가를 배우는 건선택 사항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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