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에따르면, 예술가란 빈둥거리다가 벼락같이 영감이 올 때만 일에몰두하는 사람이 아니다. 예술가란 하루도 쉬지 않고 "인내와 열광의 불가사의한 피륙을 빈틈없이 직조해내는 사람이다. 예술가는(혹은 작가는) 날마다 제 일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날마다 짜는 불가사의한 피륙이란 다름 아닌 그의 창조적 운명이다.  - P33

"음식과 인식은 동일한 것이며 음식과 말은 각각 들어오고 나가는 지점, 즉 이 두 가지 기능을 하는 공동의 신체기관인 입과 이196두 가지를 표현하고 뒤섞는 도구인 혀에서 만난다. 즉 부엌이음식을 만드는 곳이라면, 서재는 영혼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곳이다.  - P49

글을 쓰는 일은 개인적인 작업이다. 글을 남과 어울려 쓸 수는없지 않은가. 미국의 농부이자 작가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
1934)가 쓴 「시인이 되는 법이라는 시의 첫 행은 "앉을 자리를만들어라."이고, 두 번째 행은 "앉아라. 침묵하라."이다. 이 내용은 시인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된다.  - P50

작가의 재능이란 다름 아닌 글쓰기의 고통을 견뎌내는 것, 고통 속에서도 쓰기에 대한 열정이 고갈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살아남기 위해 쓰고, 쓰고, 또 쓴다. 사자의 심장을 갖고 도전하고, 도전하고, 다시 도전한다. - P64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상을 ‘순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사람과 사물, 자연을 낯설고 눈부신 것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익숙한 것이라 할지라도 마치 세상에리 태어나 그것을 처음 본 것처럼 말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화1,
소들을 익숙한 것으로 바라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P69

쓴다는 것은 제 안의무엇인가를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이다. 한 몸으로 존재했던 것들이 쓰는 순간 분리가 이루어진다. 제 몸에서 나온 똥, 그것이바로 글이다. 글쓰기는 ‘배설‘이라는 넓은 환유 속에서 설득력을얻는다. - P79

한 권의 책은 메마른 고독을 견디고, 공허와 불확실함에 맞서싸워서 얻은 전리품이다. 떠들썩한 축제 따위는 잊어라. 은둔하고, 칩거하라. 고독과 마주하라. 그래야만 쓸 수 있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수도자와 같은 금욕 상태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해 사막을 건너야 한다.
- P88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현실의 지옥을 벗어나 빛 속을 뚫고 나가는 일과도 같다. 삶에의 의욕과 글쓰기에의 욕망은 하나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다. 하루라도 아무것도 쓰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나태요.
추악한 직무유기이다. 그러니 날마다 써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잘 쓰든 못 쓰든, 몇 줄의 문장, 하다못해 단어 몇 개라도 쓰는일을 멈춰서는 안된다. 그게 작가로서 사는 법이다. - P111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쓸 때 머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바로 잡아준다. 머리가 아니라 몸을 쓰라고!
글쓰기는 몸을 써서 하는 육체노동이다! 그 노동으로 비루한 문장들을 빚어내는 것이다. - P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에 대해 생각할 때 산문의 문단을 연상하면 유용할 수 있다. 문단은 하나의 생각이 끝나고 새로운 생각이 시작됨을 나타내는 합리적 분할이다. 물론 시인이 반드시 이런 방식으로 연을 구성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 P85

연은 시인이 독자에게 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느껴야 하는지안내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시의 설계에서 형식적 질서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은 유용하고 동시에 기쁨을 주는 장치이다. - P86

음절시는 한번 정한 패턴을 철저히따르는 시 형식으로, 첫 번째 연의 각 행에 포함된 음절 수를이후 연들에서도 정확히 지킨다. 각 행의 단어들이 한 음절이든 여러 음절이든 상관없다. 각 행에서 강세가 어디에 놓이느나 역시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각 연의 행마다 정확히 같은음절 수가 반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시의 패턴이 정해진다.
- P91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트랑 2025-12-04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모나리자님,
모나리자님께서 게시한 어느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모나리자님께서 쓰신 글이
언젠가 저의 서재에 페이퍼를 쓰는 단초가 될수도 있습니다.
행여 그런 일이 있게되면
나의 글이 차트랑에게 하나의 글을 쓰는 계기가 되어주었구나, 라는
너른 양해를 구해봅니다 모나리자님.

설사, 그런 일은 너른 마음으로 양해해줄 수가 없어!! 라고
말씀하신다 해도 소용은 없습니다.
저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일이 있게 됨을 알려드리면
덜 당혹해하실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모나리자님!



모나리자 2025-12-04 18:49   좋아요 0 | URL
이 글을 늦게 보았네요. 차트랑님.^^

제가 게시한 어떤 글을 읽다가 차트랑님의 글쓰기의 계기가 되었다면
저야말로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제가 더 감사한 걸요.

그리고 이 말씀은 저에게 응원의 말씀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좀 더 분발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자, 하는 다짐을 하게 되니까요.

오늘 차트랑님의 서재에 방문해서 둘러 보았는데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시구나 했습니다. 저는 문외한이거든요.:;^^

12월 추운 날씨지만 따뜻한 시간 보내시고 화이팅 하세요. 차트랑님.^^

페크pek0501 2025-12-04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 산문을 쓰더라도 시적 표현이 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바구니에 담겠습니다.^^

모나리자 2025-12-04 17:49   좋아요 1 | URL
저도 검색으로 이 책 알게 되었는데 아주 유명한 시인이 썼더군요.
내용도 알찹니다. 좋은 선택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페크님.^^
 

퀸즈 학교로 가서 교사 자격증을 따는 앤, 이후 레드먼드대학에진학하는 앤은 몽고메리의 자화상이다. 몽고메리는 목사 유언맥도널드와 약혼하지만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외할머니는 몸져눕는 바람에 결혼하지 않고 평생 외할머니 곁에 있겠다는 약속을지키려 5년간 약혼 사실을 비밀로 했다. 그는 외할머니가 작고하고나서야 결혼하는데, 매슈가 심장마비로 죽자 마릴라와 함께 있기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앤의 희생은 외할머니를 돌보기 위해결혼을 미루는 몽고메리와 겹친다. - P37

전날부터 계속 슬픈 마음이 들었는데 몽고메리의 삶이 너무나불행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생후 21개월 때 어머니를잃고 외조부모 손에 큰 것만 해도 가혹한 인생. 진심으로 사랑했던남자는 조건이 나쁘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반대하는 바람에결혼까지 가지 못했는데, 심지어 요절한다. (몽고메리에게는 많은구혼자가 있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요절한다.)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시 교육이 음악이나 시각예술 분야의 재능 개발을 위한 학습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늘 기이하게 여겨왔다.
음악이나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단계적 학습 과정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꼭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미술 수 - P9

업에서는 모든 학생이 살아 있는 모델이나 꽃병, 감자 세 알 같은 걸 그리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다음에 선생이 학생들의 그림을 살펴보고 다양한 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실 안의 모두가 그 과정을 진정한 창작 행위의 완성이 아니라 반드시 그에 선행되어야 할 것, 즉 연습이라고 인식한다. - P10

이런 연습이 창의력을 억누를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전혀 없다.  - P10

시를 쓰는 건 마음(감정을 만들어내는 용감하지만 수줍은 공장)과 의식적인 정신의 학습된 기술 사이에서 이루어지는일종의 사랑 이야기다. 두 존재가 약속을 잡고 그 약속을 지킬때 무언가가 시작된다. 하지만 둘이 건성으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자주 어긴다면, 장담컨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P17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시는 강물이며, 수많은목소리가 그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물결의 신명 나는 일렁임을 타고 움직인다. 어떤 시도 영원하지 않다. 모든 시는 역사적 맥락 속에 도착하고, 종내는 거의 다 사라진다. 하지만 시를 쓰고자 하는 갈망, 그리고 기꺼이 시를 받아들이는아니, 시를 필요로 하는세상, 이 두 가지는 결코사라지지 않는다. - P19

좋은 시는 최고의 스승이다. 어쩌면 유일한 스승일지도 모른다. 만일 시 읽기와 시 창작 교실 참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읽는 쪽을 택하라고 말할 것이다. - P21

오늘날에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가 쓰이고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최신 작품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과거의 목소리들과 친해질 시간을 가질 수 없다. 그러니 내 말을 믿고 그런 시도는아예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적어도 크리스토퍼 스마트, 이백,
마차도 같은 시인들을 만날 시간을 포기해선 안 된다.
- P22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만일 글쓰기의 세계에서도•모방이 장려된다면 지금 부분적으로 두서없이 배우는 것들을훨씬 더 잘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시인이 되기 전에 연습을 해야 하고, 모방은 진짜 시를 탐구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 P24

시를 짓기 위해서는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무작위적인소리가 아니라, 선택된 소리 말이다.
- P31


언어적 기술은 학습될 수 있다. 논의와 연습의 대상이 될 수있다. 그러다 보면 경이로운 일이 벌어진다. 의식적으로 배운기술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방에 자리를 잡고 장담컨대, 그기술은 자신이 아는 걸 ‘기억‘하고 있다가 시를 처음 쓸 때부터자연스럽게 떠올라 도움이 되어준다. - P4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5-11-29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라는 말을 믿습니다. 이를 많은 작가들이 이미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모나리자 2025-12-04 11:1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지요. 모방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것을 창조할 수 있겠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님.^^
 

오는 길에 두 번이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였지만 섬에 들어오자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온전히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해변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칠흑같이 까만 길까지도 생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 P53

나중에 또다시 자고 싶다는 생각이 새로이 솟구쳤다 해도 그녀는 그 갈망과 싸우면서 고개를 숙이고 공책에 집중한 채 계속 써 내려갔다. 이미 그녀는 장소와 시간을 절개하여 기후를, 그리고 갈망을 집어넣었다. 여기에는 흙과 불과 물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와 인간의 외로움,실망이 있었다. 이 작업은 왠지 자연의 힘이 느껴지고 단순했다.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