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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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선명해진다는 이 제목이 시선을 확 끌었고 글쓰기의 의욕과 설렘을 불러일으켜서 구매한 책이다. 글쓰기 관련 책은 꾸준히 읽어야 자꾸만 게으름에 빠지곤 하는 나를 멈춰 세울 수 있다. 더구나 요즘 홍수처럼 쏟아지는 영상 미디어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는 꼭 독서인만이 아니라 직장이나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창의적 글쓰기로 유명한 아티스트 웨이를 쓴 줄리아 카메론이 자신을 위해 모닝페이지를 고안한 것처럼 이 책의 핵심인 탐험쓰기도 저자가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책으로 나왔다.

 



탐험쓰기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저자는 출판사 창업을 앞두고 재정적인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던 어느 날 새벽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잠이 깨어 공황상태에 빠진다. 절박한 심정으로 노트에 글을 써 나가면서 불안감은 해소되었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얻었다. 유레카를 외친 순간이었다. 이처럼 탐험쓰기는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말한다. 저자는 불확실한 상황이 펼쳐지거나 불안할 때마다 글쓰기를 하며 효과를 보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알려주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과 도구로 개발했다. 탐험쓰기는 잘 닦인 길에서 벗어나 숲속과 들판을 달려가는 오프로드 모험이라고 한다. 이제 탐험쓰기를 활용하면 어떻게 나의 일상이 마법처럼 바뀌는지 알아보자.

 

1부 탐험쓰기의 발견에서는 탐험쓰기의 장점과 탐험쓰기의 방법 그리고 일터에 발휘되는 탐험쓰기의 힘에 대해 말한다. 글쓰기는 여러 신경학적 특성 중 저장성은 글쓰기의 존재 이유와 직결되어 있다고 한다. 최초의 글쓰기는 뇌의 용량을 확장하기 위한 외장하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오늘의 발달을 이룬 것은 언어, 특히 글쓰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이클 닐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현실을 경험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신의 생각을 경험한다.”(p44)라고.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가.

 



먼저 탐험을 떠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우선 탐험가의 마음가짐으로 호기심, 겸허, 적응력, 유머 감각이 필요하고 탐험가의 도구상자는 볼펜이나 연필, 크고 투박한 종이패드(또는 공책), 글을 쓸 수 있는 편안한 장소와 스스로 정한 시간 등이다. 언제든 마음 내킬 때 쓰면 좋으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기기 전에 하루의 방향을 정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탐험쓰기는 최대 6분 동안 손을 멈추지 않고 생각의 속도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고작 6분이라니.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이 탐험쓰기는 자신의 글쓰기 습관과 역량을 키우는 데도 좋지만, 일터에서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2부 종이 위에 펼쳐지는 탐험에서는 구체적으로 탐험쓰기를 실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탐험쓰기의 마법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세 가지 근본 요소를 언급한다. 역량, 의사결정, 주의집중이 그것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자신의 역량을 믿지 않는다면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요소야말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또 센스메이킹으로의 탐험, 좋은 질문으로 탐구하기,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다루는 법,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가꾸는 웰빙에도 탐험쓰기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데 사람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을 폭넓은 의미로 센스메이킹이라 한다.

 



그런데 웰빙의 혜택을 누리는데 탐험쓰기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글쓰기의 역할을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글쓰기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치유했던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부정적 자기 대화를 멈출 수 있다. 탐험쓰기를 이용하여 마음속의 자기 대화를 밖으로 끌어내기만 해도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제어할 수 있다. 흔히 명상의 중요성을 과학적인 설명을 들어 말하곤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저자는 마음챙김은 영성에 뿌리를 두는 것이므로 탐험쓰기를 영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말한다. 깊이 공감한 부분이었다. 탐험쓰기를 통해 자신과 대화를 하며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마음챙김과 글쓰기 훈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영적 존재에게 모든 것을 쏟아내도록 해준다. 크고 안온한 신적 존재는 내가 털어놓는 슬픔, 죄책감, 불안, 고통을 모두 받아들이고 나아가 새로운 시각을 찾도록 돕는다.’(p162)

 



마지막 3부에서는 글자를 넘어 그림으로 탐험쓰기를 훈련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바로 가장 대중적이고 유용한 시각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인드맵이다. 저자가 효과를 보았던 도표나 특성요인도(fishbone diagram)를 그리는 자세한 방법도 알려주며 과정도, 순환도, 관계도 등 세 가지 개념도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목표와 계획의 실천 등 업무에도 활용하면 동기부여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의 주된 목표가 일상과 직장에서 개인적 탐색과 발전을 위한 도구로 글쓰기를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글을 꾸준하게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도 왜 꾸준하게 지속할 수 없는 걸까. 아마도 남을 의식하거나 단번에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거나 글을 쓰는데 완벽한 시간과 장소를 원하다가 지레 포기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필사하기, 무작정 쓰기, 메모하고 일기 쓰기 등 정해진 답은 없다. 무엇을 하기에 완벽한 시간은 없다. 단 하루 6분의 글쓰기 훈련으로 마법 같은 일상을 만들 수 있다면 솔깃하지 않은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탐험쓰기는 이전보다 더 꾸준하고 즐거운 글쓰기 습관을 심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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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1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얼음은 파괴자다. 또한 냉기는 모든 것을 늦춘다. 영하의 환경에서는 액체가 굳고, 심지어 무생물마저 대부분 그 자리에 고정되어 버린다. 그리고 도달 불가능한 절대 영도에 이르면 원자와 분자. - P67

엔트로피마저도 멈춰 버리고, 당연히 생명은 그보다 훨씬 전이•라지고 없을 것이다.  - P68

얼음은 수호자이기도 하다. 그린란드의 빙상에서 추출한 옷•형 얼음 표본에는, 이미 지나가 버린 수천 년 동안의 대기를 담은기포가 있고, 극지방의 봉우리에서는 얼어 버린 과거의 흔적이 발•견된다. 고지대에서 사망한 산악인은, 죽음의 순간에 그대로 멈춘•채 영원히 그곳에 보존된다.  - P68

냉기는 거의 모든 것을 보존한다. ‘동결하다(freeze)‘라는 단어가 현대 영어에서는 ‘시간을 멈추다, 진행을 멈추다, 영상을 멈추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시간이 강이라면 아마 그 물은 얼음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렇게 흐름을 멈추고 정지한 시간이 극지방의 완고한 안정감이다. 그리고 그곳엔, 해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해안선의 극적인 불안정함이 있다.  - P69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위험하다. 본인과 다른 사람에게 모두그러하다. 파괴하는 이, 큰 고통을 일으키는 이는 먼저 자신의 일부를 죽여 없애거나, 스스로의 행동을 자각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볼 수 없게 된다.  - P83

자아라는 것 역시 만들어지는 것. 당신의 삶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자, 모든 이로 하여금 예술가가 되게 하는 어떤 작업이다. 늘무언가 되어 가는 이 끝없는 과정은 당신이 종말을 맞이할 때 비로소 끝나며, 심지어 그 후에도 그 과정의 결과는 계속 살아남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아라는작은 우주와 그 자아가 반향을 일으키는 더 큰 세계의 작은 신이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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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영웅이다.
다른 이야기라는 무대에 우리를 세워 놓고 그렇게 작아진 스스로를 보는 것, 당신과 관련이 없는 세상의 광활함을 보는 것도 바라보기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의 능력을 보고, 스스로의삶을 만들어 나가고, 다른 사람의 삶을 만들고 혹은 그것을 부수기도 하며, 다른 사람에 의해 이야기되기보다는 우리가 이야기를해 나가는 것이다. - P51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파고들어 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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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05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영웅이다 -를 저는,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로 읽었어요. 그러니까 작가도 자기가 체험한 것들을 쓸 때 가장 잘 쓰게 된다, 는 것이죠. 왜냐하면 자신의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아니까. 그런 점에서 영웅인 거죠.- 이렇게 해석했네요.ㅋㅋ

모나리자 2025-05-17 11:37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체험하지 않은 것은 쓰기 힘들겠지요. 시간, 감정, 분위기 등을 모두
녹아들게 쓸 수 없을테니까요. 저도 페크님처럼 부지런하게 살고 싶은데 한번
리듬이 끊어지니 마냥 게을러지네요. 책도 많이 못 읽고요. ㅠㅠ
5월도 금세 지날테고 코앞에 6이 다가왔네요. 여행을 다녀온 다음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겠어요.
행복한 5월 보내세요. 페크님.^^
 

 나는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 상태,
얼어붙은 채로 그렇게 동작을 멈추고 몸이 녹기를, 잠에서 깨어나다시 살아가기를 기다리는 상태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불행은 내가 끌고 가야 할 썰매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 주기 위해, 그 썰매를 끌면서 곰곰이 살폈다. - P42

어머니는 나를 당신의 거울로 생각했지만, 거기에 비친 모습이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울을 탓했다. 서른 살 때, 종종 분노에 차서 쓰기는 했지만 거의 보내지는 않았던 편지 중 하나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엄마는 내가 일종의 거울이 되기를 바라셨죠. 엄마가 보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 완벽하고 온전히 사랑받고 언제나 옳은 모습을 비춰 주는 그런 거울 말이에요. 하지만 나는 거울이 아니고, 엄마 눈에 결점으로 보이는 것들도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 P42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 환경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며, 그 감정과 그 감정을 낳은 잔인한 이유를 알아보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느끼는 일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기다린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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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처를 어떻게 불멸의 것으로 만들어 주는지 나는잘 안다. 이야기를 하는 이는 물 긷는 장치에 묶인 낙타처럼 계속원을 그리고 돌면서 부지런하게 비극을 길어 올리고, 매번 다시 이야기할 때마다 그때의 감정도 되살아난다.  - P39

그날 이후로, 어머니는 종종 다른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내 삶에 분노를 쏟아 냈다. 그녀는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무언가를 나누어 주는 일에서 기쁨을 찾았고, 모임에서 나를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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